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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디오 [Radio Shangri-La (2012)] - 리사 나폴리
"행복한 라디오 [Radio Shangri-La (2012)] - 리사 나폴리" 내용보기
1. 부탄이라고 하면 국민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국가로만 막연히 알고 있었다. 그 막연함이라는 단어를 심층적으로 파헤쳐보지 않고,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면 도대체 얼마나 행복한 거지?'라며 막연히 동경했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겠거니.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부탄의 행복은 완벽함에 가깝다고 생각해 왔었던 것 같다. 그런 막연함이 오히려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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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탄이라고 하면 국민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국가로만 막연히 알고 있었다. 그 막연함이라는 단어를 심층적으로 파헤쳐보지 않고,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면 도대체 얼마나 행복한 거지?'라며 막연히 동경했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겠거니.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부탄의 행복은 완벽함에 가깝다고 생각해 왔었던 것 같다. 그런 막연함이 오히려 유토피아라는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가 가진 소망을 투사하여 행복해 보이는 모든 것을 부탄이라는 나라의 행복 안에 채워넣은 것은 아닌가하고 말이다.

 

처음에는 부탄의 유토피아를 상상하면서 책을 펼쳐 들었다. 부탄의 행복이 과연 무엇일까? 그 비결을 알고 싶어서 말이다. 

 

아마 지은이 리사 나폴리도 나와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과거의 불행한 사건 때문에 인생의 소중한 부분이 뭉텅 잘려나간 채 맞이할 독신 생활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게다가 현실의 압박에 찌들어 하루하루을 보내는 데 급급했던 그녀에게 손을 내민 부탄 여행의 기회는 행복한 나라로의 여행을 꿈꾸는 자체만으로도 행복에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녀가 방문한 부탄은 속세에 찌들지 않은 순수함을 오래도록 보존하고 있는 국가였다. 하지만 국가의 폐쇄성에 기인한 낙후함 역시 공존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했다. 불행을 낳는 근본적인 원인인. 욕망이라는 놈을 펼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욕망이 자라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마주쳤다. 

 

2. 그런데 그랬던 부탄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더욱 행복해지고 싶다는 개인적 욕망이 차츰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을 바라보면서 불현듯 <행복한 라디오>를 읽는 동안 작년에 읽은 <카일라스 가는 길> 생각이 났다. 

 

라사는 어느새 쾌락의 도시가 됐다. 매춘 전문 홍등가도 있고 매춘이 가능한 발마사지 업소도 수십 군데 이른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원칙적으로 매춘은 불법이지만 자기 헌신을 통해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티베트의 영혼’을 무너뜨리기 위해 중국정부는 쾌락의 병균을 은밀히 퍼뜨리고 있다. 수많은 한족들이 물밀듯 티베트로 몰려들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현대적 빌딩과 마켓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달라이 라마의 망명으로 속이 텅 빈 포탈라궁은 암표상들이 둘러싼 관광 상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카일라스 가는 길 27p-

 

물론, 부탄과 티베트는 다른 경우다. 티베트 자치구는 중국 정부에 의하여 강제로 개발 당하는 입장이고, 부탄같은 경우는 왕실과 정치인들이 어떻게 국민의 행복에 대하여 고민을 거듭한 결과로 문호개방을 자발적으로 하게 된 경우다. 특히, 부탄 왕은 왕족의 권리를 스스로 내려놓고, 입헌군주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그리하여 국회의원과 사회지도자를 선출하는 투표를 실시했다. 그렇게 부탄에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 이것은 행복으로 가는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이러한 민주주의와 함께 문호개방도 시작되었다. 개방 정책은 필연적으로 자본주의 물결이 조금씩 부탄의 내부로 흘러들게 하였다. 그러한 물결 가운데서도 TV, 드라마로 상징되는 미디어가 가장 빠르게 부탄에 침투했고, TV와 라디오의 영향으로 자기 나라에서 사는 삶보다는 미국 드라마 속의 화려한 삶을 동경하고, 그러한 성공을 꿈꾸며 부탄을 탈출하려는 젊은이의 숫자가 증가하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3. 글쎄. 부탄과 전혀 관계가 없는 제삼자의 눈으로 봤을 때, 어떻게 발전하는 것이 부탄의 행복 증진에 도움이 되는지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껏 살아온 자본주의에 숨겨진 단점이 어떤 것인지 충고 정도는 해줄 수 있다. 그리고 <행복한 라디오>를 쓴 리사 나폴리는 급격히 변화하는 부탄의 모습에 마주하며 최대한 올바른 쪽으로 사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충고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부인의 도움은 한계가 있다. 국가와 개인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자기 생각이 확실해야 하는 법이다. 부탄의 행복한 사회는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부탄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관을 엿보면 바른 방향으로 자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네팔계 부탄인들의 처우개선만 좀 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말이다.  

 

290. 평화와 안전과 행복이 없다면,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갖지 못한 것입니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지금까지 우리 국가와 국민이 지켜 온 근본적인 가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단순하고도 영원한 목표를 추구한다면, 그리고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 미래의 자손들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303. 우리의 과제는 학교가 인간관계, 환경, 가족 대신 성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경제적 동물을 배출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소유한 물질은 인격과 별개라는 것을 자녀에게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우리 부탄 왕국은, 이제 한 세대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거대한 힘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이 강력한 힘은 우리에게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유익한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는 뿌리 깊은 우리의 문화유산뿐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국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세력도 있습니다. 

 

4. <행복한 라디오>는 일기 형식으로 서술 된 에세이지만, 작가 내면의 생각만 담은 책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과 대화까지 고스란히 살려서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특히, 등장인물의 상징성에 큰 흥미를 느꼈는데, 많은 등장인물 가운데 나왕이라는 인물에게서 부탄의 젊은 현재를 상징하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고, 화자이자 주인공. 또한, 실제 저자인 리사 나폴리에게서 온순한 민주 자본주의의 상징을, 매킨지앤컴퍼니에게서는 악덕 자본주의를 발견할 수 있었다. 


k*******7 2013.03.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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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디오, 쿠주 FM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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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디오, 쿠주 FM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쿠주 잠포!” (종카어로 안녕하세요!)   나는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행복한 라디오』 라는 제목만 보고도 관심이 갔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아는 보편적인 라디오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특별한 라디오 쿠주 FM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의 저자인 리사는 운명의 끈에 이끌려(?) 부탄에 있는 라디오 방송국-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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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디오, 쿠주 FM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쿠주 잠포!” (종카어로 안녕하세요!)

 

나는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행복한 라디오라는 제목만 보고도 관심이 갔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아는 보편적인 라디오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특별한 라디오 쿠주 FM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의 저자인 리사는 운명의 끈에 이끌려(?) 부탄에 있는 라디오 방송국-바로 쿠주 FM 90: 젊은이의 소리-에서 한 달 가량 일하게 된다. 그녀가 부탄에서 생활하며 겪은 이야기, 특히 라디오 방송국에서 겪은 이야기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이 책은 부탄’, 그것도 변화하는 부탄에 대해 그 어느 책보다 잘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부탄에 대해 잘 몰랐다.

승려가 많은 나라, 가난하지만 국민의 행복지수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나라.

이것이 부탄에 대해 내가 아는 전부였다.

부탄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과 궁금증이 있었기에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나는 리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부탄의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변화하는 부탄의 중심에는 쿠주FM이 있었다. 사실, 부탄이 변하는 것에 대해 나는 기분이 나쁘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씁쓸함을 느꼈다. 순박했던 시절에 그들이 더 행복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TV와 인터넷 등 각종 문명의 혜택을 접함으로써 타인, 타 국민들과 자신들을 비교하게 되고, 물질적으로 더 가난한 자신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았다. 단언컨대, 리사가 말한 것처럼 물질적으로 풍족하다고 행복한 것은 절대 아니다. 부탄은 물질에 집착하지 않아 행복했던 나라였는데, 미디어가 그들을 점점 불행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됐다.

과연 국가의 현대적인 진화가 국민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까? 책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다.

책 중간 중간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부탄의 풍경사진을 보니 정말이지 꼭 한 번 부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절로 들었다. 그만큼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들이었다. 그런 풍경들을 보고 있으니 현재 변화하는 부탄의 모습이 더욱 안타까웠다. 앞으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 머지않아 이런 자연 풍경들이 훼손될까 두렵다.

썰물같이 몰려들어오는 각종 미디어, 전제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의 전환, 그리고 그 가운데에 해결되지 못한 네팔계 부탄인들의 난민문제.

부탄은 지금 잘 가고 있는 것일까 마치 나의 조국인양, 이상할 정도로 계속 걱정이 된다.

앞으로 부탄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저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었으면 한다.

부디, 그러길 소망한다.

 

t****s 2013.03.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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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H를 아시나요? 그럼 GNP는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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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단 하나. 국민 총행복지수(GNH)를 측정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남부 아시아의 중국과 인도 사이 히말라야산맥 동쪽에 있는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이다.   p.33 부탄의 국왕은 화폐 가치의 복잡한 행렬로 이루어진 국민 총생산(GNP: Gross National Product)을 대신하여 한 국가의 척도를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냈다. 그는 여기에 국민 총행복(GNH: G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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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단 하나. 국민 총행복지수(GNH)를 측정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남부 아시아의 중국과 인도 사이 히말라야산맥 동쪽에 있는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이다.

 

p.33 부탄의 국왕은 화폐 가치의 복잡한 행렬로 이루어진 국민 총생산(GNP: Gross National Product)을 대신하여 한 국가의 척도를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냈다. 그는 여기에 국민 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떤 의미로든 국민의 희생을 대가로 하는 경제 발전은 진정한 발전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국민 100명 중 무려 97명이 ‘나는 행복하다’고 답했다는 나라. 불과 얼마 전까지 외부와의 교류를 하지 않은 고립된 나라였고, 여행이 허가된 지금도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다. 주산업은 여전히 농업이고, 세계에서 교통 신호등이 없는 유일한 나라이고, 문화 보존 정책의 일환으로 국민은 전통의상만 입어야 한다. 텔레비전 보급이 허가 된 것도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부탄이란 나라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p. 34

소유가 아닌 존재, 돈 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나라. 그것이 내게 다가온 부탄의 모습이었다. (중략) 부탄에서는 실제로 그런 삶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화려한 구호나 마케팅이 만들어 낸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출판 기념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의 제안에 이끌려 그녀는 부탄으로 가게 된다. 그녀에게 주어진 역할은 부탄의 라디오 방송국 쿠주FM에 방송 전반적인 기술을 알려주는 것. 자신을 괴롭히던 미디어를 떠나고 싶었던 그녀가 그 미디어 기술을 알려주러 부탄으로 향한다니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대학 졸업하면서부터 줄곧 언론사에서 일해 온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우주선 챌린저호가 폭발했을 때, 사이비 종교 집단이 인질을 잡고 경찰과 대치하던 중 그 건물이 불길에 휩싸일 때. 언론인이라는 이유로 객관적인 자세로 그저 바라보기만 하며 그 장면들을 방송에 내보내야 했을 때 그녀의 심정이 어땠을까?

그런 그녀가 정리해고 당해 잠시 일을 쉴 때 마침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났는데, 당시 TV에서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전에 마구잡이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는 것을 본 이후 뉴스 매체보다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얻기로 한다. 날씨가 궁금할 때는 창밖으로 손을 내밀거나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심각한 사안에 대해 알고 싶을 때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행복한 라디오>> 이 책에는 바로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인터넷이나 방송, 잡지 같은 매체에서 보여주는 포장되고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탄의 모습이 아니라 그녀가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마치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하고 있는 친구의 블로그에서 그들의 일기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자,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다가 이제 변화를 시작한 나라 부탄에서 자신 삶을 실패한 삶이라 생각했던 그녀가 변화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n******u 2013.03.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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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이란 나라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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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밖에 머물 수 없어 갈까말까 망설이던 파티에 잠시 들렀다가 한눈에 반할만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가 가이드를 해줄 테니 함께 부탄에 가자고 권한다. 가고 싶은 맘 굴뚝같지만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포기할 만한 용기는 없다. 그랬더니 얼마 후에 이 남자가 부탄에 와서 새로 생긴 라디오 방송국이 자리잡게 도와달라는, 경력상으로도 솔깃한 제안을 해온다. 그래서 직장에서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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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밖에 머물 수 없어 갈까말까 망설이던 파티에 잠시 들렀다가 한눈에 반할만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가 가이드를 해줄 테니 함께 부탄에 가자고 권한다. 가고 싶은 맘 굴뚝같지만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포기할 만한 용기는 없다. 그랬더니 얼마 후에 이 남자가 부탄에 와서 새로 생긴 라디오 방송국이 자리잡게 도와달라는, 경력상으로도 솔깃한 제안을 해온다. 그래서 직장에서 6주간의 유급휴가를 (놀랍게도) 어렵지 않게 받아 부탄으로 날아간다. 가는 길은 멀었지만, 부탄에 발 딛는 순간부터 모든 일이 순조롭게 굴러간다. 소꿉장난하듯 소박하고 순진한 나라라 라디오 방송국은 뭘 해도 화제 만발에 대성공이고, 외국인은 어디를 가나 대환영에 특별 손님 대접이다. 교류하는 사람들도 남달라서, 공주랑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오고, 국왕의 동생은 지나가다 길거리 카페에서 만나며, 외교부 장관인 집주인에게 초대받는 식이다. 중간에 의도치 않게 멋진 남자도 소개받고, 외국인들이 많지 않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가며, 방송 덕분에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현지인을 만날 기회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남들은 여행자세금을 하루에 200달러씩 내며 수천 달러를 들여야 겨우 볼 수 있는 부탄을, 저자는 거저 초청받아 가서 간단한 일들을 도와주며 속속들이 들여다볼 기회를 얻는다.

 

이런 판타지 같은 줄거리가 읽는 내내 전혀 거슬리지 않았던 것은 순전히 저자의 절제된 글솜씨와 균형잡힌 시각 때문이었다. 저자는 40대 초반의 미국 여성으로 CNN, 뉴욕타임스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곳에서 일해온 저널리스트지만, 이런 소개에서 연상되는 전형적인 이미지에서는 많이 벗어나있다. 이혼을 비롯한 몇 번의 실패 경험을 강단있게 극복하지 못하고, 본령은 잃은 채 정보조립공장처럼 변한 미디어업계에 지쳐 스스로 행복을 얻지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글은 호들갑스럽거나 감상에 허우적대거나 나이브하지 않다.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이지 몰라도 뭔가를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그냥 겪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담담하게 글 줄기가 되어 흘러간다. 하지만 숙련된 저널리스트답게 디테일과 전체 맥락, 매사의 양면, 공과 사의 비중을 거의 강박적으로 맞춰가며 균형을 유지한다. 그래서 마지막 샹그릴라라고 불린다는, 바깥세상으로부터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던 신비의 나라를, 외부인치고는 꽤나 구석구석 살펴가며 내부의 시선까지 반영해 골고루 전해준다.

 

이 책에서 부탄이란 나라를 바라보는 전반적인 기조는 아이러니이다. 저자는 부탄에 가서 개인적으로 문명사회에서 늘 그리워하던 시간적 여유나 인간다운 관계, 그림같은 풍광과 훼손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자신처럼 부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의와 관심이 결과적으로 부탄을 세상에 알리고 물질문명에 노출시켜 고유한 문물을 잃게 만든다는 데 혼란스러워한다. 실제로 부탄의 수도인 팀푸는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수도라고 하고, 책에서만 봐도 저자가 부탄에 가기 전과 다녀온 후 몇 년간의 급속한 변화가 생생히 느껴진다. 게다가 부탄의 젊은이인 나왕이 아메리카 드림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 쓰다 실패하는 일화나 부탄의 상품화 잠재가치를 발굴하기 위해 총리가 맥킨지에 큰 돈을 주고 컨설팅을 의뢰해 국민의 총행복을 현금화하자는 결론이 나왔다는 대목에서는 실로 아연해진다. ‘외국 문화가 고유한 기반을 지속적으로 잠식해 들어오는 이 독특한 왕국의 미래에 모성적인 보호본능을 느꼈다는 저자의 말이 비단 오만한 미국인만의 생각 같지는 않다.

 

다 읽고나서 책을 다시 살펴보니 책의 표지와 재질이 책의 분위기와 온도를 절묘하게 물성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이 책의 실물 표지를 보고 만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느낌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나처럼 부탄하면 단순히 가장 행복한 나라국민총행복지수’ 같은 타이틀을 떠올리고 언젠가 기회되면 가보고 싶은 독특한 불교국가 정도로 생각하는 독자라면 분명 대리만족과 더불어 얻을 게 많은 책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p****a 2013.03.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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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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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부탄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작은 나라이고,왕족의 결혼식이 해외토픽으로 알려졌다는 사실 말고는 들어본 바가 없었다. 저자인 리사 나폴리는 뉴욕 출신 여성 언론인으로,CNN,<뉴욕 타임스> 등에서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한때 강도를 만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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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부탄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작은 나라이고,왕족의 결혼식이 해외토픽으로 알려졌다는 사실 말고는 들어본 바가 없었다. 저자인 리사 나폴리는 뉴욕 출신 여성 언론인으로,CNN,<뉴욕 타임스> 등에서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한때 강도를 만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기도 했고,정신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던 그녀가 한 파티에서 만난 세바스찬이라는 남자로부터 부탄의 라디오 방송국 창립 멤버로 일해보라는 제의를 받게 되는데,그동안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던 그녀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된다.

 

이 책은 라디오 방송을 위해 부탄으로 가게 된 저자가 그곳에서 겪은 일상들을 소개하고,더불어 뉴욕으로 다시 부탄의 왕족을 초대하기까지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의 부탄은 몇 십만 명 밖에 되지 않는 인구에,왕족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고,왕이 민주주의를 실천하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이 바라지 않고,국내총생산 대신 국민총행복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를 만들고,관광객들에게 세금을 물리는 나라로 각인되고 있었다. 저자는 부탄에 온 첫 날부터 불편을 겪기 시작하는데,우선 제대로 된 대화가 되지 않는 점이었다. 그리고 달걍을 구하지 못해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등의 불편함이 이어졌다. 그러나 곧 부탄의 문화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라디오 방송에도 적응하기 시작하고,이후 부탄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제도를 받아들이는 대변신을 하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 부탄의 여러 모습을 소개하면서 조금씩 저자에게 변화된 감정을 드러낸 부분이 보이는데,부탄을 처음에는 나라 같지 않은 나라로 묘사하다가 라디오 방송 이후 행동이 변하기 시작하고,그러면서 스스로 정당을 만들어 투표권을 행사하고 여러 문물과 제도를 도입하는 부분에서는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저자가 뉴욕으로 왕족을 초대하고 난 후에는 상황이 변한다. 처음에는 여러가지 문화와 제도에 놀랐지만,곧 너무 많은 차이에 당황하게 되고 급기야 뉴욕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며,이후에는 부탄의 숨겨진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저자는 부탄에 대한 심정을 대변한 듯한 일부 부탄인들의 말로 대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탄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단면도 느껴볼 수 있었다.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며 급속하게 발전하기 시작했지만,이후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했던 일을 생각해본다면,국민의 97%가 행복하다는 부탄의 경우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서 부탄 정부 임원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특정 부탄인의 인종차별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고 다른 목적으로 방문했다고 둘러대는 부분은 그래서 씁쓸함을 남긴다. 과연 부탄은 문물을 받아들인 이후에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타이틀을 보유할 수 있을까?

 

2013/3/21

 

l*****3 2013.03.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