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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무렵 뒤늦게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규명하고, 이를 역사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결성되어 활동하였다. 그 결과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문인들 가운데 김동인을 비롯하여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인물들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명단에 올랐다. 이 책의 저자는 김동인 자녀들의 의뢰를 받아, 그 처분을 무효로 하는 재판에 변호사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김동인에 대한 평가 결과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하는 청구가 기각되어, 저자는 김동인이 일제 강쩜기에 친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나름의 ‘항변’을 하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집필했음을 밝히고 있다.
실상 역사 혹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일단 뒤늦게나마 일제 강점기의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평가가 내려진 점은 역사적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하겠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그러한 평가에 대해 이러저러한 이견이 제시될 수 있을 터이며, 저자의 이 작업도 결과에 대한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상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현대문학사에서 중요한 작가로 거론되었던 김동인의 작품들에 대해서 상식 수준에서 알고 있는 정도였다. 특히 일제 말기 문인들의 활동을 소개한 내용은 저자의 의도와 달리, 당시 문인들의 친일 행위와 그들의 역할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사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한국근대사에 대한 방대한 저술을 남긴 역사학자 강만길의 특정 저술을 인용하면서 민중사관이라고 간단히 정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 일본의 경제적 역할을 강조하는 경제학자 안병직에 대한 평가는 매우 우호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초창기 사회주의 경제학을 학문적 방법론으로 활용하다가, 후에 자료를 중시하는 실증주의를 내세운 안병직의 성과는 주로 일본 재계에서 마련한 지원을 근거로 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그가 만든 낙성대연구소의 연구 결과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논리를 보강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활동을 학계에서는 ‘신친일파’의 논리로 평가하기도 한다. 더욱이 안병직을 ‘강직한 성품’으로 평가하면서, 그 논리를 추수하는 저자의 관점이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이해된다.
실상 김동인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명단에 올랐다고 해서, 그가 남긴 문학적 업적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역사적으로 문인들을 이끌고 전장에서 이른바 ‘복지황군위문’에 참여했다거나, 일제 말기 친일 신문에 친일을 독려하는 글을 남겼다는 것은 기록으로 남은 ‘친일 행위’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김동인의 활동을 ‘먹고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김동인의 입장을 ‘변호’가 아닌 ‘항변’이라는 입장에서 정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의도와 달리 일제 말기 문인들의 친일 행위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들을 내세우면서 김동인을 비롯한 당시 문인들의 역할에 대한 '항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내용은 그들의 친일 행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더욱이 위원회에 참여했던 이들과 법정이나 사석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를 드러내는 논쟁이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데, 저자는 단지 ‘어쩔 수 없었다.’라는 상황 논리만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위원회에서는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를 좇아, 당시의 친일 행위에 대해 역사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 김동인의 친일 행위에 대한 판정은 저자가 주장하는대로 ‘단죄’가 아닌, 해방 이후 미처 정리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미루어졌던 한국 근대사에 대한 ‘역사적 평가’일 뿐이다.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김동인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명단에 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문학적 업적이나 문학사에서의 그의 역할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내용 역시 저자의 주장에 대한 동의나 반대 여부를 떠나, 일제 강점기를 바라보는 상이한 관점에 대한 하나의 기록으로서 의미가 지닌다고 하겠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