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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여성에게 마음을 건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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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인생에 세 번 읽는다는 말이 있다. 어린이일 때와 엄마가 되어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그리고 할머니가 되어 손주에게 읽어줄 때. 그러나 이 말은 어린이 독자에 맞춘 말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야 그 말이 맞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모든 세대가 그림책을 읽고 즐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나온지 오래다. 그러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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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인생에 세 번 읽는다는 말이 있다. 어린이일 때와 엄마가 되어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그리고 할머니가 되어 손주에게 읽어줄 때. 그러나 이 말은 어린이 독자에 맞춘 말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야 그 말이 맞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모든 세대가 그림책을 읽고 즐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나온지 오래다. 그러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그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한 그림책은 없었다. ‘시니어’라는 말이 걸리지만 ‘시니어 그림책’이 반가운 까닭이다.

 

바람 차가운 겨울이다. 경자 할머니는 왼팔에 힘을 주고 다시 일어난다. 아직 온전치 않은 오른발을 절룩이며 거실 창가로 가서 목을 빼 밖을 본다. 새로 오기로 한 가사 도우미가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혀를 끌끌 차며 창밖을 뚫어지게 쳐다보 때 차임벨이 울린다. 초행길에 헤매느라 5분 늦게 나타난 민희 씨는 정중하게 사과한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화를 좀처럼 풀지 않는다. 지나친 노기에 속이 상한 민희 씨이지만 마음을 다잡는다. 어렵사리 시작한 경제 활동이 가사 도우미이니 잘 해내리라 마음먹는다. 한결같이 다정하고 성실한 민희 씨에게 할머니 마음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그간 남에게 잘 보이지 않았던 속마음을 터놓기도 한다.

 

겨우내 찌푸리고 있던 하늘이 해사하게 웃고 앙상한 나뭇자기마다 푸릇푸릇 새순이 돋아난다. 민희 씨가 할머니한테 시장에 같이 가자고 말한다. 다리가 아직 절룩거리고 무릎이 시큰거려 남한테 보이기 싫다는 할머니에게 민희 씨가 애원하듯 간절하게 이야기한다. 거실에 시클라멘이랑 제라늄 몇 개 갖다 놓고, 마당에 뭐라도 심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할머니는 남편이 꽃을 무척 좋아했다며 말한다. 남편이 보고 싶다고 꺽꺽하며 울기 시작한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던 경자 할머니였기에 민희 씨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그 슬픔을 그대로 느낀다. 5년 전 민희 씨도 남편을 잃었으니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할머니가 마음을 열자 민희 씨도 어떻게 가사 도우미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고백한다.

“어느 꽃샘바람이 매섭던 날이었어요. 날도 춥고 마음도 추워 잔뜩 웅크리며 바닥만 보고 걷고 있었어요. 그런데 보도블록 틈새로 민들레꽃 하나가 힘겹게 고개를 쳐들고 있는 거예요. 매서운 바람을 그 여린 얼굴도 다 받아 내면서….”

민희 씨는 울컥거리는지 잠시 말을 쉽니다.

“어린 시절 봄만 되면 시골 우리 집 마당은 온통 민들레 꽃밭이었어요. 울 엄마는 민들레만 보면 한숨을 푹푹 쉬셨지만 전 그 노란 민들레 마당이 너무나 좋았어요. 밤하늘 노란 별들이 우리 집 마당으로 쏟아져 내린 듯 신비롭고 아름다웠거든요.”

 

보도블록 틈새로 핀 민들레 덕분에 기운을 낸 민희 씨의 마음을 받아들인 경자 할머니 마음이 갑자기 급해진다. 어서 시장에 가자고 서두른다. 그런 뒤 꽃 가꾸기에 푹 빠진다. 햇빛이 잘 들이비치는 거실에는 벤저민과 파키라, 또 빛깔 고운 시클라멘이랑 제라늄 화분을 들여다 놓고 눈뜨지마자 달려가 얘기를 나눈다. 마당에는 영산홍과 철쭉, 남편이 좋아하던 제비꽃 수선화 개모밀덩굴꽃 들을 심는다. 초여름이 되어서는 오랜 동안 보지 못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친구들을 맞이하는 경자 할머니 얼굴에 해바라기꽃 같은 웃음이 일렁이고, 지켜보는 민희 씨 얼굴도 해님처럼 환하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20.04.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