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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신지기는 동혜의 뫼신을 지키는 무사들의 집단이야. 우리 푸른물은 뫼신지기들을 키워 내는 검술관 중 하나고." (p.347)
윤현승의《뫼신사냥꾼》을 읽고 싶었지만 도서관에 비취되어 있지않아 희망도서로 신청 한달의 기다림 끝에 빌려올수있었다. 뫼신지기가 뫼신을 지키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뫼신사냥꾼은 말 그대로 뫼신을 사냥하는 사람을 말한다.《뫼신사냥꾼》을 처음 만난것은 도서출판<대원씨아이>를 통해서다. 상,하로 나뉘어져 있는《뫼신사냥꾼》을 읽었고 후에 '새파란상상'에서 같은 이름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읽고 싶은 마음에 희망도서로 신청하게 된 것이다. 구렁이 뫼신 매화에게 아버지(한종균)를 잃은 한세희,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세희를 푸른물 검술관의 한수민 사범이 구해 검술관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1권은 흑호가 승천하는 용을 잡아먹는 광경을 '버들'이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흑호는 어떤 사연으로 뫼신들을 사냥하게 된 것일까?
검은 호랑이의 외모를 가진 흑호나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이무기 타천, 그 둘의 공통점은 뫼신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푸른물 검술관'은 뫼신지기들을 배출해내는 곳이며 동혜에선 나암곡의 푸른물 검술관외에 계현곡의 영음관 검술관이 있으며 옥류에도 뫼신지기를 길러내는 검술관이 하나있다. 그들은 뫼신을 지킴으로서 사람을 지킨다고 말한다. 어릴적 귀신들에게 부모를 잃고 자신도 죽기 직전 '버들'은 이원도사에게 구함을 받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 버들이 무당(박수)이 된 목적은 오로지 귀신들을 죽이기 위함이라고. 흑호가 뫼신사냥꾼이 된 것은 사랑하는 이를 잃었던 것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함이라고, 흑호가 사랑했던 이는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목숨을 잃은 것일까? 단순한 죽음으로 복수를 꿈꾸지는 않았을터, 원한관계가 되려면 그것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동혜 최고의 무사 정수민과 옥류 최고의 무사 송음당효의 대결은 정수민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한세희의 아버지 한종균이 여의주를 줍은 것이 불행의 시작일까? 여의주를 탐낸 뫼신 매화에게 한종균은 목숨을 잃었고 아들 세희는 불행 중 다행히 정수민을 만나 구함을 받았다. 뫼신이 뫼신을 잡아먹음으로서 더 강해질수있는 것일까? 흑호가 왜 그토록 강함을 원하게 되었는지 이유도 알게 되었다. 재미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흑호가 세희를 구해주었다는 사실이다. 흑호가 힘을 얻기위해 선택한 방법이 뫼신들을 먹어 영혼을 취하는 것이었다면 휘모리는 고기를 취해 힘을 얻는 방법을 택했다. 인간이었던 휘모리가 어떻게 뫼신의 손에서 자랐으며 뫼신사냥꾼이 되었는지 "휘모리는 귀신 들린 외모로 태어났다며 사람들이 흰아미산에 내다 버린 걸 아릿가시가 거둬 키운 아이란다." (p.478) 인간 휘모리와 뫼신 아릿가시가 어떤 인연으로 맺어졌는지 알게 해주는 말이다.
저마다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생명을 너무나 쉽게 해친다. 타천, 흑호, 휘모리, 버들 등 저마다 각자의 이유는 있겠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이의생명을 너무 쉽게 취한다는 것에 생명경시풍조가 느껴지는 듯 했다. 이 책이 사필귀정으로 마무리 할런지 아니면 현실처럼 악인이 승리를 할런지에 대해선 말할수 없지만 그래도 나름의 정의가 승리하길 개인적으로 바라게 된다. 그렇다고 강(强者)이 악이란 말은 아니며 약(弱者)이 곧 정의는 아니라는 말도 하고 싶다. 타천이 많은 사람들과 뫼신들을 해치면서까지 얻으려는 것은 무엇이며 흑호와 원한관계를 맺게된 이유는? 적의 적은 동지라는 말이 있으며 그들은 적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합했다. 저자 윤현승의 다른 저서를 살펴보니《라크라모사》를 시작으로《하얀늑대들》,《다크문》,《살해하는 운명카드》,《더스크 워치》등 내가 읽었던 작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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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있었구나!’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이다. 평소에도 글을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지만 이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소설을 선보였다. 요즘 영화며 만화며 여기저기서 판타지가 대세이지만 정작 우리나라 전통 판타지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우리나라 소설계는 순수 문학과 서양 판타지를 필두로 하는 장르 소설로 양분되어있다. 특히 환상 문학의 독자 계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판타지의 등장은 소설계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올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뫼신 사냥꾼이 놀라웠던 점은 한국형 판타지도 얼마든지 세련될 수 있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동양풍 판타지라고 해도 대부분 무협을 바탕으로 둘 뿐, 우리나라의 전통 가치관이 반영된 경우는 드물다. 뫼신 사냥꾼은 도깨비, 신령, 구미호 등 잊혀져가고 있는 우리의 설화들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어렸을 적 전래동화를 읽고 있는지, 주인공의 성장 소설을 읽고 있는지, 거대한 전쟁 소설을 읽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하나의 소설에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뫼신 사냥꾼이 좋은 소설이라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싶다.
뫼신이란 우리나라의 산과 땅을 지키는 신령스러운 동물들이다. 호랑이, 구미호, 도깨비 등 우리네 조상들의 친구이자 산신들과 함께 살고 있는 세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뫼신들을 지키는 사람들을 뫼신지기라고 한다. 뫼신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싸우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런데 왜 책의 제목이 뫼신지기가 아니라 뫼신 사냥꾼일까? 주인공의 갈등을 이해한다면, 선과 악의 대립을 이해한다면 금방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웬만하면 책을 직접 읽어보고 생각해보시길 추천한다. 나머지는 내 서평을 읽고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남겨 놓겠다.
윤현승 작가의 특기는 하나의 사건을 시간의 순서와 인물의 관점에서 꼬아 서술하는 것이다. 장대한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풀어내면서 스피디한 전개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뫼신 사냥꾼에서도 그 실력은 어김없이 드러나고 있다. 같은 사건을 겪어도 그것을 대하는 주인공의 입장, 조력자의 시선 그리고 적대자의 관점도 모두 다르다. 서로가 바라보고 있는 각기 다른 모습 속에서 사건의 전체적인 틀을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색다른 경험이다.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하는데, 뫼신 사냥꾼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6권의 긴 이야기 속에 제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 흔들림 없이 제 역할을 해낸다. 슬픈 과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복수를 선택하는 주인공 세희, 뫼신 사냥꾼을 쫒는 천재 박수 버들 도령, 매력적인 아홉꼬리여우 소소리에서 불로불사를 꿈꾸는 상미까지. 무수한 뫼신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악인조차 우리가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해주어 매력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선과 악을 떠나 반해버릴 수 밖에 없는 캐릭터가 잔뜩이다.
자세한 줄거리 역시 다른 독자들이 직접 책을 읽으면서 따라갈 수 있도록 얘기하지 않겠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1,2,3부에 걸쳐 이야기의 강약 조절이 뚜렷하고 사건은 결말을 향해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능숙한 필력으로 6권 내내 독자를 쥐었다놓았다 하고 있다. 1부-뫼신사냥꾼 처음에는 구수한 전래 동화를 들려주는 듯 하다가 긴박한 전투까지 숨 쉴 틈 없이 독자를 몰아붙인다. 그런가 하면 2부-뫼신지기 에서는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느긋하게 쉬어가는 여유를 보인다. 마지막 3부-뫼신 잔치에서는 클라이막스를 향한 거침없는 전개와 모든 갈등이 폭발하듯 해결되면서 마무리를 짓는다. 장편소설을 읽을 때 종종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적어도 뫼신 사냥꾼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듯 싶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는 복선 하나하나, 캐릭터 한명 한명이 사건을 완성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읽어볼 때 ‘아! 이땐 이런 내용이 숨어 있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 장의 제목들도 속담을 변형시킨 듯 지어졌는데 어떤 내용인지 생각해보면 무릎이 탁 쳐지곤 한다. 이야기를 가만히 곱씹어 볼수록 놓쳤던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물 사이의 관계며 기발하게 변형시킨 전래동화 등 설정이 많은 만큼 독자도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책을 음미하면서 읽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아쉬운 점은 마지막이 열린 결말인지 2부를 암시하는 내용인지 알쏭달쏭 하다는 것이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구체적이라는 점. 마치 ‘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가 더 있어. 용용 죽겠지’ 라고 새룽거리는 작가의 장난이 들리는 듯 하다. 여운을 남기고 싶었더라면 조금만 더 독자에게 맡겨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요소를 지나치게 압축시키지 않았나 싶다. 가령 용 은철쭉이 승천하는 과정이나 아홉꼬리여우 소소리의 이야기는 독자들을 매혹시킬 부분이 충분히 있는데도 소설의 구성상 자세히 나올 수 없었던 점이 안타깝다.
6권의 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참 잘 쓴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재미와 주제의식을 동시에 잡은 책은 참 오랜만인 듯 싶다. 사실 전권 7만원 대가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1권만 사보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도 추천한다. 단지 비싸다는 이유로 이렇게 잘 만든 이야기를 놓치기엔 조금 억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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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양 판타지는 동양의 과거 세계에 대한 그림자를 반영했을 뿐이다. 무협소설에서의 “강호”는 실재하는 세계라기보다는 무협소설 속의 세계로 존재하는 것이다. 강호는 수많은 작가들의 상상이 모여서 그 중에서 살아남아 후대로 내려온 부분들의 교집합인 것이다. 이것은 중세 유럽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듯한 에픽 판타지 역시 진짜 중세 시대가 아니라 작가들의 상상에 의한 가상 세계라는 점에서 동일한 것이다. 이와 같은 동양적 판타지의 공간의 시도는 지금까지 여러차례 시도되었지만, 그 핵심적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 자체를 에픽 판타지에서 빌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동양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꾸려낸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또는 우리 전설에서 변형이 거의 되지 않은 형태를 그대로 사용하여 그저 옛날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만들어지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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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승 작가님는2001년 동양의 세계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소설 '흑호'를 출간했습니다.
2007년 '흑호'의 리메이크 작 '뫼신 사냥꾼' 1부가 출간되었지만 그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 후 5년을 기다린 끝에 뫼신 사냥꾼 6권까지 완성이 되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판타지라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다.
배경만이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 삶 전체가 한국적인 것에 녹아있는 소설은
'뫼신 사냥꾼' 말고 전후무후 할 것입니다.
뫼신, 도깨비, 구미호 등 한국적인 친숙한 소재에 이야기를 붙여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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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전에. 이 리뷰는 최대한 스포일러를 줄인 리뷰이나, 민감한 독자라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을 미리 적는 바이다. 오리엔탈 판타지. 퇴마록 이후 지금까지 듣기 힘들었던 말임에 틀림이 없다. 그나마 왕은 웃었다만이 장르의 명맥을 이어가는 도중 흑호가 낳은 뫼신사냥꾼이 등장했다. 단순한 이야기로 엄청난 몰입도를 불러온 1부나, 모든 사건이 하나로 이어지는 과거편인 2부에 비해, 클라이막스인 3부가 다소 힘이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뫼신사냥꾼이 멋진 작품임에는 변함이 없다. 필자는 한때 서구권 하드보일드 작가들에게 빠져 습작을 왕창 뽑아낸 경험이 있다. 그 결과물이 어느정도 완성된 원고로 굳어져갈 때, 원고 속에서 한국 특유의 정한을 읽은 필자는 허탈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동양적 세계관에 빠져들며 읽은 춤추는 자들의 왕이나, 동서양 융합을 노리며 알게 된 이스타란 앤 웨스타니아 등의 작품들은 필자의 마음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그 후 마이너 장르에 가까운 오리엔탈 판타지에 애증을 가지고 붙어있는 한 명의 팬으로서, 단순히 깔끔한 하나의 소설로서, 윤현승이라는 작가를 쭉 지켜보던 작가로서. 이 작품을 추천한다. 트위터(@mackere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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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판타지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이영도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였다면, 이번에는 뫼신 사냥꾼이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가장 한국적인 세상을 창조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영도님의 눈마새, 피마새는 다분히 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있어, 무거운 느낌이 든다면, 뫼신사냥꾼은 매력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며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즐기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내용 면에서도 원본인 '흑호' 를 보면 좀 지루함을 느낄 구성이었으나, 단락을 바꾸고 내용에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흥미진진한 구성으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져, 윤현승 작가님의 필력이 훨씬 발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윤현승 작가님은 요즘 유행하는 검기와 마법이 난무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신선한 소재와 매력적인 스토리 전개로 독자들을 빨아들입니다. 뫼신지기에서 뫼신사냥꾼으로 다시 뫼신지기로 다시 태어나는 주인공 세희의 활약상을 기대하며 보셔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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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사고 나서 바로 책을 읽진 않았다. 고등학생으로서 7만원이란 돈은 정말 큰 돈이었는데 그 큰 돈으로 샀다는 뿌듯함과 내 것이라는 만족감으로 일주일은 버틴 것 같다. 처음 받았을 때는 두툼한 6권의 책을 이겨낼 힘이 부족했던건지 북 박스가 찢어져서 와서 교환을 한 번 했다. 부푼 기대감이 살짝 줄어든 감도 있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고 바로 다음 날 받을 수 있었다. 교환받은 것도 정상적이진 않았다. 1권 중 2페이지가 붙어있었다. 가위를 들고 정성껏 잘랐던 걸로 기억한다. 꽤 깔끔하게 분리된 페이지를 보고 한 권씩 상태를 점검한 후 그제서야 일러스트로 눈을 돌렸다. 으아아. 괴상한 소리를 내며 하나씩 하나씩 보는데 언니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 것도 같았다. 뭔 상관이냐. 지금 즐거워 죽겠는데! 게다가 흑호 일러스트가 하나 더 있었다. 으아아아. 기분 최고다! 정신 없었다. 책을 읽어볼 생각은 들지 않았고 정신없이 책 외관만 봤다. 조심스럽게 책장 한켠에 꽂아두고 그 날은 잠들기 전에도 한 번 쳐다보고 잤던 것 같다.
이 주가 지나자 슬슬 책 내용이 궁금하기 시작했다. 망설임없이 1권을 빼내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전에 차례부터 읽는 습관이 있다. 차례를 읽고 어느 정도 전개를 예상한 후 읽는 습관이었다. 차례를 본 순간 감탄했다. 속담을 책 내용에 맞춰서 살짝 바꾼 것이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그 속담을 생각하니 정말 절묘했다. 작가님께서 차례에 공을 들인게 느껴졌다. 가장 재밌던 차례가 ‘버들이 뛰니 촉명도 뛴다’ 였다. 버들을 따라잡으려는 촉명이 눈에 선 했다. ‘촉명이 버들이 따라잡다 가랑이 찢어진다’ 도 말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낄낄댔다. 등장인물들은 하나 같이 다 개성적이었다. 새대가리라고 불리우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새뫼신, 장난을 좋아하는 도깨비들, 미워할 수 없는 여우뫼신, 포기를 모르는 늑대뫼신과 용뫼신, 수많은 뫼신지기들, 박수 버들 등등 말투가 생동적이어서 그런지 음성지원이 되는 듯도 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잘 가다가 마지막에 묻혀버린 인물들이 있었다. 또 5권 분량의 사건이 1권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쉬웠다. 타천을 이기고 시간이 지나 싸리비의 말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사는 얘기를 들으며 어라? 하다가 박촉명이 싸리비를 따라갔다가 「동혜실록」을 쓸 분량이 두배나 늘었다고 한 대목에서 어라라? 하니 뫼신사냥꾼 이야기는 끝이 났다. 열린 결말 같았다. 좀 더 그들을 지켜보고 싶었는데. 작가님만 보실 수 있겠지? 하고 아쉬워했다. 정수민의 시점도 보고싶었다. 동혜 최고의 무사, 천재 정수민. 과거에서 나오는 게 다 였지만 이야기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관심이 가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미 내가 볼 수 있는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들은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겠지. 박촉명은 언젠가 「동혜실록」을 완성하고 또 다른 서적도 낼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유쾌했다. 우리나라 전통을 소재로 해서인지 통하는 부분마다 웃었다. 휘모리가 말해주는 각색된 이야기에 설득 될 뻔도 했다. 소소리의 툴툴대며 맞받아치는 말도 웃으면서 읽었다. 새삼스럽게 하얀 늑대들의 카셀의 입담이 생각나 작가님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 그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말투며 행동거지에 반했다. 세희의 과거도 어떻게 풀어가실까 추측했는데 휘모리를 통해 끌어내는 과거에 뒷통수를 맞아버렸다. 스토리는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왔다갔다하는 상황이었지만 읽기엔 문제가 없었다. 세희의 과거는 휘모리와 적절한 타이밍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스며든 것 같다.
혹시 책의 줄거리를 읽고 읽을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은 질러라! 재미있다며 호들갑 떨지언정 절대 후회하진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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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나왔던 뫼신 사냥꾼 1,2권을 재미있게 보아서, 작가분을 믿고 덜컥 세트로 구매했는데,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내용은 아니네요. 옴니버스 식으로 뫼신 사냥꾼을 소개하는 1부, 1부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의 과거사가 밝혀지는 2부, 이들 인물들이 모여 쾅하고 갈등이 해결되는 3부인데, 뒤로 갈수록 힘이 빠져요.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뫼신과 도깨비 같은 한국적인 소재 때문에 재미있었던 1부와는 달리, 2부와 3부에서는 다른 소설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뭔지 잘 모르겠네요. 물론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 작가들보다 윤현승 작가님이 훨씬 윗길이지만, 어디서 본 듯한 음모에, 빤히 보이는 결말에 나중에는 읽으면서 아, 재밌다 이런 생각이 안 들었어요. 1부의 재기발랄했던 문체도 어느새 사라져버렸고. 그 왜 원피스나 다른 질질 끄는 일본 만화들 보면 그렇잖아요. 욕하면서도 초반부의 매력을 못 잊고, 그 캐릭터들이 궁금해서 계속 책장을 넘기잖아요. 이 것도 2부, 3부는 그랬어요. 별로 결말이 궁금하지도 않고, 그냥 기계적으로, 그래도 읽은 책이니 끝은 보자 이런 느낌? 1부만 못한 2부, 3부에 조금은 아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