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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포스터를 보고 별로 끌리지가 않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우연히 친구와 보게 된 이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고 슬펐고 감동이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오늘 포털 사이트를 보니 엄청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1961년 1월 18일에 태어난 이용구..머리는 조금 모자라고 말투는 우스꽝스럽지만 자신의 하나뿐인 딸을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 그런 평범한 대한민국 부성애를 가진 남자 주인공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용구는 감옥에 들어가고 만날 수 없는 딸 예승이를 그리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쁜 죄를 저지른 무서운 사람들이 갇히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이렇게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질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용구의 부성애와 딸 예승이의 귀여운 애교 외에도 깨알같은 재미를 주는 7번 방의 동료죄수들이 있다. 영화를 보고 감동과 재미를 느낀 분들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왜냐하면 영화에서는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등장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내면심리 묘사가 책에서는 조금 더 여유있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 흔한 한류스타나 아이돌 스타 한 명 나오지 않는 영화인데도 이렇게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그 이류를 이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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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삶’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환경이든 간에 ‘비정상적인 것’이 자기 주변에 있으면, 누구나 불편함을 느끼고 그런 ‘비정상적인 것’이 자신의 주변에서 신속히 제거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과 같은 부류의 다수를 ‘정상’으로 생각하고, 자신과 다른 부류의 소수를 ‘비정상’으로 구별한다. 여기에는 ‘다름’을 인정하는 아량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이런 상식적인 우리의 경계 나누기(demarcation)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7번 방의 선물』에 등장하는 주인공 용구는 분명히 비정상적인 인물이다. 『7번 방의 선물』에서는 용구가 지능이 낮다는 ‘사실’ 때문에 장애자로 분류되고 나머지 우리는 비장애자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우리가 자기 주변에서 그런 사람과 마주할 때 느끼는 ‘정서적 상태’ 때문에 용구가 비정상적인 인물로 분류된다(이 점은 특히 강조되어야 한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용구가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수용하는 곳인 형무소에 가더라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경찰청장은 이런 경계 나누기를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발견한다. 우리는 용구와 같은 인물이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는 인색하면서도, 그래서 용구를 비정상적이라고 단정하면서도, 그런 용구에게 부당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용구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에는 분개한다. 현실에서 그런 인물에 대해 느끼는 우리의 감정은 그런 인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는 우리 마음속의 양심 혹은 도의심과 상충하기 일쑤다. 우리는 자기 주변에 그런 ‘비정상적인 사람’ 있으면 뭔가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끼지만, 그런 ‘비정상적인 사람’이 내 주변에서 멀어져 어느 정도 객관적인 거리가 확보되면 원래의 평온함을 되찾고 그 확보된 거리만큼만 너그러움과 아량을 베푼다. 용구가 형무소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인물들도 우리에게는 ‘비정상’의 부류에 속하지만, 실제로 자신들만의 테두리를 정해놓고 자신들을 ‘정상’의 범주에 두고 자신들과 다른 사람을 ‘비정상’의 범주에 두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그래서 처음에 그들은 자신과 다른 용구가 수감되자 동질감을 표현하기보다 오히려 차별화를 선택한다. 이를 통해 『7번 방의 선물』은 우리에게 꼭 맞는 옷처럼 친숙하고 편안한 ‘경계 나누기’가 실제로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이며, 주지적(主知的)인 것이 아니라 주의적(主義的)인 것이어서 허구적인 것임을 고발한다. 『7번 방의 선물』의 이후 구상은 주인공 용구를 통해 이런 경계 나누기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주인공 용구는 (오히려 낮은 지능 덕분에) 이런 경계 나누기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해서 이런 경계 나누기를 무(無)로 돌리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어떻게 보면 용구는 허구적인 경계 나누기에서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음으로써 그런 경계 나누기를 해체시키는 '초월적 인물'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작품 속의 모든 인물들은 용구와 접촉하고 용구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들이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경계 나누기의 허상에서 놓여나게 되고 진정한 치유(healing)를 경험하며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삶의 모습으로 개심한다. (이 사실은 『7번 방의 선물』을 읽는 독자에게도 적용된다. 작품 초반에 용구가 당하는 부당함-억울하게 형무소에 가는 것-에 대해 느끼는 분노와 연민이 우리의 허구적인 경계 나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작품 후반에 용구가 당하게 되는 또 다른 부당함-억울하게 사형에 처해지는 것-에 대해 느끼는 분노와 연민은 이런 허구적 경계 나누기의 부조리에 대한 것임에 분명하고 또 그러해야 할 것이다.) 『7번 방의 선물』은 우리 자신과는 다른(그것이 외모든 지능이든 배경이든 기질이든 간에)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필요를 우리에게 일깨운다. 『7번 방의 선물』은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 있는 우리의 안일한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리고, 우리의 허위적인 경계 나누기를 해체시킨다. 우리가 이런 허구적 경계 나누기를 통해 ‘비정상’의 부류에 포함시킨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동정의 시선이 아니라 ‘다름에 대한 인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