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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거대한 사치다. 한 장만 붙여 놓아도 충분할 것을 무려 10장씩이나. 그러나 안다, 책과는 또다른 위로가 되리라는 것을. 이 작품집을 구하고 하나하나 뜯어 붙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의 스타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일단 귀여운 그림이 좋다. 그리고 아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른바 파스텔 색조라는 게 보여야 한다. 그림을 보고 있는 내 기분이 무엇보다 아늑해야 하는 것이니. 나는 무엇보다 아늑하려고 그림을 보는 것이니. 그리고 무엇을 그린 것인지 내가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싶은 그림들은 그런가 보다 하는 것이지 나를 건드리지는 못한다. 그러니 추상화에는 관심이 1도 없다고 해야겠다. 그저 포장지 그림이 예쁘다 싶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정도.
좋아하는 그림의 특징을 간단히 쓰고 보니 내가 아니라고 하는 그림들의 특성이 비로소 좀 잡힌다. 이참에 이걸 좀 정리해 볼까? 먼저 이른바 명화라는 그림들에 나는 별로 끌리지 않는다. 이름난 화가들의 이름난 작품들, 흠, 그렇군, 이 정도. 종교나 신화를 배경으로 삼은 그림들은 영 아니올시다이다. 심지어 그런 그림들은 좀 많이 무섭다. 마치 나를 심판하려는 것처럼 보여서다.(내가 또 죄를 짓기는 했지만) 인물화나 초상화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림 속 인물이 나를 보는 느낌, 딱 질색이다. 정물화도 무감하고, 풍경화는 좋아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나뉜다. 모네의 풍경화 정도라면 받아들일 만하다. 이쯤 적고 보니 나라는 사람, 전시관에 갈 만큼의 관람자가 아니라는 게 확연하게 보인다. 그래서 내가 미술관에서 그렇게 심심했구나.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그림들을 남들따라 다녔다는 증거가 여기에서 보인다.
이렇게 돌아돌아 마주한 이 책의 그림들, 내 취향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의 그림들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 준다. 마침 마땅한 벽이 있어 주루룩 붙여 보았다. 남은 공간 사이사이 내가 그리는 촌스런 그림들도 붙여 볼까 한다. 이렇게 나만의 화랑이 생겼다니 출판사의 의도를 잘 받아들인 것 같아 흐뭇하다. 이 작품집 시리즈 중에 한 권 더 마음에 드는 게 있는데 그건 살까 말까 고민 중이다. 내 처지로서는 그림값이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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