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자랑할 만한 거장 만화작가이신 이희재 선생님과 <삼국지(삼국연의)>의 만남.
|
|
이희재 삼국지 1
이 책은
이희재는 만화가이니, <이희재 삼국지>라는 말은 이희재가 삼국지를 만화로 그려냈다는 것이다.
만화로 보는 삼국지. 글로 읽는 삼국지와는 뭐가 다를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장을 열었다.
물론 이런 마음도 있었다. 만화니까 아무래도 가볍게 읽을 수 있겠지
그러나 만화라고 해서 무조건 가볍게 넘어가라는 법은 없다.
이 책이 그렇게 가볍게 읽고 덮을 책이 아니라는 것을 첫 페이지,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바로 삼국지의 정체를 먼저 분명히 하고 시작하는 것. 춘추 시대와 전국시대를 거론하면서 삼국지의 시대적 위치를 말하는 저자의 자세는 이 책이 결코 가볍게 넘어갈 책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 주고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이희재 삼국지>는 모두 10권이니, 1권인 이 책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1권의 제목인 ‘형제의 의를 맺다’는 웬만한 삼국지 독자들에게 익숙해진 말이다.
그러니 이런 제목의 스토리를 어떻게 이미지로 형상화하는가, 그게 만화로 읽는 삼국지의 관건이다.
먼저 형제의 의를 맺게 되는 유비, 관우, 장비의 모습을 살펴보자.
일단 얼굴에서 눈을 살아있게 그려 놓았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지 알 수 있다는데, 여기 이 만화에서도 인물들의 모습을 눈으로 특징을 잡도록 그려 놓았다.
유비, 선한 기운이 느껴지면서도 또렷한 정기가 드러나 보인다.
관우, 또렷한 눈 위쪽에 굵은 눈썹을 달아 놓았다. 한가락 하게 생겼다.
거기에 가지런히 내려뜨린 수염, 게다가 풍성하기까지 한 수염은 미염공 소리 들을만큼 매력적이다.
장비, 아무렇게나 그린 듯한 얼굴이라 오히려 더욱 생기가 넘친다. 역시 눈은 살아있다.
그런 삼형제를 주축으로 하여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림을 그리는 데 정성을 들였음을 알 수 있는 몇가지 징표가 있다.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각 컷마다 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의 움직임이 그려지는데, 거기 배경을 소홀하게 넘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저 인물만 등장시켜도 그 컷은 꽈악 찰 것이기에 굳이 그 배경- 나무라던가 멀리 보이는 전투 장면 등 –을 그리지 않아도 될텐데, 저자는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다 그려 놓았다.
1권에서 이야기는 황건적의 난으로부터 시작하여 십상시의 난으로 진행하고, 동탁의 등장에 이어 그를 제거하기 위해서 제후들의 동맹이 맺어지는데, 거기까지다.
다시 이 책은
만화는 글로 읽을 때에 비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만화의 울타리 안으로 제한하는 단점이 있다. 글로 읽었을 때는 더 풍부했을 장면들이 만화로 형상화 될 때에는 한 컷 속으로 제한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내용은 졸작이 되기고 하고 걸작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졸작은 아니다. 아직 걸작이라는 평을 내리기 주저하는 것은 열권 중 이 책이 첫 번째 책이기 때문이다.
졸작이 아니라는 조심스런 평을 하는 이유는 저자가 보여주는 상상력의 모습이 독자들이 해봤을 상상을 넘어선다 생각이 들기에 그렇다. 삼국지를 글로 읽는데서 잠시 벗어나 그림으로 삼국지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책 읽기의 즐거움이 아닐까! |
|
<이희재 삼국지 1 : 형제의 의를 맺다>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6) [My Review MMCCXIV / 휴머니스트 50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마흔세 번째 리뷰는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인상 깊은 <이희재 삼국지 1>이다. 올해는 '만화 삼국지'를 섭렵할 모양이다. 20여 년만에 <고우영 삼국지>를 읽다보니 그간 '만화'로 쓰인 <삼국지>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손에 잡히는대로 리뷰를 할 예정이다. 만화가 이희재가 그린 <삼국지>는 고우영 화백이 지은 <삼국지>와 '또 다른 맛'이 난다. 고우영 화백이 '재미'를 추구하는 편이라면 이희재 만화가는 '정통'을 추구하는 편이다. 그래서 만화를 읽지만 '한 편의 대하소설'을 읽은 듯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그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깊고 진한 여운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희재 삼국지>가 '저본'으로 삼은 텍스트가 다름 아닌 <이문열 삼국지>라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이문열 삼국지>의 내용을 오롯이 담아 놓은 듯한 인상을 느낄 수 있다. 암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삼국지>가 다름 아닌 '이문열의 것'이었으니 어쩌면 이는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럼 그 선택이 탁월했는지 책속으로 풍덩해보자. <이희재 삼국지 1> 관점 포인트 : 스토리라인은 정통 <삼국지>의 내용 그대로다. 애초에 <이문열 삼국지>가 정통을 저본으로 삼고 이야기를 풀어갔으니 <이희재 삼국지>도 그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하지만 '만화형식'인 까닭에 과감한 생략과 함축을 통해 군더더기를 잘라내야만 했다. 그런데도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부족한 대사와 묘사는 '한컷 한컷'에 담긴 등장인물의 행동과 표정에 다 담고 이야기를 속도감 넘치게 이끌어 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문열 삼국지>를 완독하기 힘든 분들이라면 <이희재 삼국지>로 갈음해도 좋다고 추천드리는 바다. 1권의 전체 줄거리는 황건의 난이 일어나자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는 도원결의를 맺고 의병을 모아 황건적 토벌에 나선다. 한편, 또 다른 영웅 조조도 온몸에 붉은 갑주를 두르고 토벌에 나선 뒤, 유비군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천하를 다툴 영웅지재가 있음'을 직감하고 서로의 존재를 각인하게 된다. 유비군은 30여 차례나 토벌에 성공하며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정작 조정은 부패한 환관들이 장악하고 있었기에 유비는 고작 현위직(오늘날의 구청장 정도의 직위)을 제수하고 촌구석으로 부임하러 간다. 하지만 부패한 조정은 매관매직을 한 뒤에 뽕을 뽑으러 유비를 찾아오고 순순히 뇌물을 바치지 않자 협박과 모함까지 한다. 이에 불같은 성미의 장비가 유비를 감찰하러 온 독우를 나무에 매달아 매질을 하며 혼쭐을 내주지만, 그로 인해 유비는 '도망자 신세'가 되어 유주자사 유우에게 몸을 의탁한다. 그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을 때, '황건적의 잔당'이 다시 일어나자 유비군은 또다시 의병을 모아 황건적을 토벌한다. 이렇게 공을 세워 지난 죄값을 치루고 나니 겨우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한편, 궁궐 안에서는 환관들이 꿍꿍이를 벌이고 있다. 영제가 노환으로 죽게 되자 후임으로 하진의 여동생 하태후의 소생 변과, 후궁 왕씨의 소생 협 가운데 나이가 더 어린 '협'을 등극시킨다. 이가 바로 '소제'다. 이렇게 어린 황제가 등극하자 정국은 다시 환관들에게 권력이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소제'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 '변'을 제거하려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태후부터 죽여야 했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대장군 하진은 군대를 이끌고 환관들을 제거하려 들었다. 이에 환관들은 재빨리 하태후의 치맛속으로 파고들며 목숨만 살려달라 구걸한다. 애초에 백정 출신으로 생각이 짧았던 하태후는 자신들에게 권력의 자리에 오르게 해준 옛 정을 생각해서 애걸복걸하는 환관들의 구명줄을 잡아주지만, 죽다 살아난 환관들은 그럼에도 하진을 없애려 든다. 권력은 이토록 비정한 것이다. 결국 대장군 하진은 환관들의 꾐에 빠져들어 죽임을 당하자 환관들을 제거하려 불러들였던 여러 군웅들이 일거에 궁궐로 들어가 환관들을 모조리 다 잡아 죽이고 만다. 이를 '십상시의 난'이라 부르고, 주축은 바로 '원소'였다. 허나 이런 혼란한 틈을 뚫고 환관 몇몇은 '소제(협)'와 '진류왕(변)'을 납치해서 궁궐밖으로 달아나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붙잡혀 죽임을 당하고, 어린 황제(소제)와 왕(진류왕)은 원소 등의 호위를 받으며 환궁하게 되지만, '십상시의 난'이 났음에도 관망만하며 궁궐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량태수 동탁이 대군을 이끌고 나타나 어린 황제와 왕을 낚아채려 한다. 이때 용감하게 나서서 황족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준 이가 바로 '진류왕(변)'이다. 동탁은 이런 당당한 진류왕의 모습에 반해서 멀지 않은 훗날에 '소제'를 폐위하고, '헌제(변)'를 옹립하는데 앞장 서게 되는데, 무슨 까닭이었을까? 사실 허수아비 임금을 내세워야 신하된 처지에서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무소불위 권력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렇기에 황제답지 못한 '소제'를 그대로 황위에 두고 동탁이 권력을 쥐고 흔들면 그뿐이었을텐데, 동탁은 이상하게도 '똑똑하고 당당한 황제의 위엄을 갖춘' 진류왕을 다응 황제로 손꼽고, 실제로도 '헌제'로 등극하게 만든다. 그것은 헌제가 후궁 왕씨 소생이긴 하지만, 일찍 어미를 여의고 '동태후'라는 할미 품에서 자랐던 탓이 크다. 동태후와 동탁, '같은 성씨'이지 않은가. 그래서 동탁은 자신이 헌제의 외척세력이 되어 끝내 '황위 찬탈'까지 꿈꿨던 속셈이었던 것이다. 암튼, 동탁은 헌제를 옹립하고 권력을 자기 멋대로 휘두르기 시작한다.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죽여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인걸이 참 많았다. 처음엔 '여포'가 등장해서 동탁의 걸림돌이 되자, 동탁은 '적토마'로 여포를 꼬셔서 자신의 양아들로 삼았고, 사도 왕윤은 조조에게 '칠성검'이란 보검까지 헌납하며 동탁 암살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이때 달아난 사예교위 조조는 암살 실패한 직후 고향으로 낙향해서 '반동탁연합'을 획책하게 된다. 1권의 내용은 여기까지다. 나가는 글 : <삼국지>의 줄거리는 너무 유명한 탓에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희재 삼국지>는 무슨 주제를 중심으로 줄거리를 이어나가고 있을까? 다름 아닌 '성공'이란 두 글자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을 평정하고 세상을 평안하게 만들 수많은 인물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런 수많은 인물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것은 다름 아닌 '성공'인 것이다. 이는 <이희재 삼국지>가 <이문열 삼국지>를 저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문열은 스스로도 '보수 성향'이라고 밝혔고, 대한민국의 보수가 주장하는 것도 다름 아닌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럼 반대진영의 진보가 주장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분배'다. 이는 달리 말하면, 보수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실력에 따라, 능력에 따라' 가질 수 있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고, 그러니 더 많은 이득을 얻고 싶다면 '성공'을 한 뒤에 승자가 독식하는 세상을 꿈꾸라는 말이기도 하다. 반대로 진보적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공평하게, 불만이 있으면 원만히 해결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성장을 위한 경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도덕'을 강조하고, 그로 인해 선한 마음가짐을 갖고 모두가 불평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것이란 말이다. 보수의 관점에 걸맞게 쓰여진 것이 <이문열 삼국지>라면, 진보의 관점에 맞춰서 쓰여진 것이 <황석영 삼국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독자마다 자신의 성향에 맞게 읽으면 더 즐겁고 행복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희재 삼국지>도 '성장 위주의 보수적 관점'에서 읽으면 제맛일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정답이 아님을 밝히는 바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분석일 뿐이다. 하지만 굳이 추천을 한다면 '분배 중심'의 서사를 하는 <삼국지>를 읽기를 권한다. '성장 중심의 서사'를 읽다보면 '성공'을 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도 않고 최소한의 도덕관념 또한 전혀 고려치 않는 '인간말종'의 모습을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삼국지>를 읽으면 난세의 간웅이라 불리는 조조를 욕할 수 없게 된다. 조조란 영웅이 '성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무엇을 기준으로 욕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오히려 이런 구도에서는 유비가 답답하게만 보일 뿐이다. 온갖 인의도덕을 앞세우며 점잔은 있는대로 다 빼면서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후한 말의 혼란이 무엇 때문에 일어난 것이냔 말이다. 바로 '도덕'이 무너지고 '질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냔 말이다. 그래서 유비는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도덕'을 앞세웠고, 속된 야망조차 겉으로는 내비치지 않았다. 그래서 유비는 가진 것도 없이 만천하를 움켜지는 기재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런 유비의 출세 과정을 '성공 기준'으로 삼아 바라보게 되면, 무능의 극치를 보여줄 뿐이었다. 나중에 '제갈량'을 얻고 난 뒤에야 겨우 나라다운 나라꼴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쪽으로 <삼국지>를 읽든 둘 다 교훈과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권력을 차지하고 성공을 이룩하기 위해 여러 군웅들이 각자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대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어느 쪽으로 공연(?)을 하든 '꿈보다 해몽'이라는 심정으로 <삼국지>속 이야기를 풀어내면 모두에게 알맞은 재미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
<이희재 삼국지 9 : 출사표를 올리다>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7) [My Review MMCCCXXXIV / 휴머니스트 58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예순세 번째 리뷰는 이릉대전에서 크게 패배한 유비는 제갈량에게 뒷일을 맡기고, 제갈량은 유비에게 충심을 보이며 출사표를 내미는 <이희재 삼국지 9>이다. 관우가 죽자 유비는 복수를 다짐하지만, 사실 곧바로 동오의 손권을 상대로 복수전을 펼친 것은 아니다. 한중왕에 오른 유비는 아직 조조를 상대해야 하는 바쁜 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조조가 죽고 조비가 헌제에게 선양을 받아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유비도 '촉한의 황제'에 즉위한 뒤에야 비로소 '복수전'을 떠날 차비를 마친다. 물론 제갈량은 동오는 동맹으로 손을 잡아야 할 대상이지, 사사로운 감정으로 복수를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며 만류하지만, 유비는 때마침 찾아온 장비의 통곡 소리에 관우의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허나 얼마 되지 않아 또 하나의 비극이 펼쳐진다. 관우형님의 복수를 하려 군사를 정비하던 장비가 부하 장수의 배신으로 인해 전투도 치루기 전에 비명횡사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유비는 이 소식을 듣고 졸도를 할 지경이었지만,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만은 꺾지 않았다. 그렇게 삼국지 3대 대전 가운데 하나인 '이릉대전'이 펼쳐진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이희재 삼국지 9> 관점 포인트 : 소설 삼국지에서는 '이릉대전'에서 초반에 유비군이 연전연승을 하는 것으로 보여준다. 그 승리의 주역이 죽은 관우와 장비의 아들들인 '관흥과 장포'가 대활약을 하는 것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릉대전이 한창일 때 관우의 혼령이 이끌어 자신을 죽인 오나라 장수 반장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관흥과 마주치게 한 뒤에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 있게 하고, 파죽지세로 밀고 오는 유비군을 달래기 위해 장비의 목을 가지고 항복했던 범강과 장달을 유비에게 보내며 화친을 꾀하지만, 유비는 분노를 참지 않고 두 사람을 장포에게 맡기자 장포 역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하여 두 사람의 목을 베어 장비의 영전에 제물로 바친다. 이때 마량이 유비에게 복수는 이쯤에서 멈추고 동오와 손을 잡고 함께 조비를 치는 것이 합당하다고 건의했으나 유비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결국 손권을 멸하는 것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이에 손권은 육손을 총사령관으로 내세워 유비의 100만 대군을 막으라고 명하자, 육손은 '이릉'을 목전에 두고 성안에 틀어박힌 채 수비만 할 뿐 도통 나가서 싸우려 들지 않는다. 때는 한여름으로 뙤약볕을 막지 못하는 평지에 진채를 세웠는데 육손이 맞서 싸우지를 않자 더위와 갈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에 유비는 진채를 길게 이어진 강가 숲속으로 옮겨 해결하고자 했는데, 육손이 이때를 노려 '화공' 작전을 펼치며 유비의 '장사진'을 단박에 무너뜨리고 만다. 이에 깜짝 놀란 유비는 진채에 불이 옮겨 붙고 육손의 대군을 막지 못하고 괴멸되자 겨우 몸만 빼내어 '백제성'으로 숨어들고, 때마침 달려온 제갈량에게 유언을 남기며 숨을 거둔다. 하지만 이 역시 정사 삼국지에서는 완전 다른 내용으로 전한다. 애초에 유비의 100만 대군은 많아야 10만이 채 안 되는 8만이라 하고, 이에 맞서 싸우는 육손군도 최소 6만에서 많게는 10만이라고 한다. 그러나 유비가 초반에 파죽지세로 손권군을 밀어붙이며 멸망 직전까지 갔다는 사실은 거짓이다. 그리고 관흥과 장포도 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다. 심지어 황충조차 이 전쟁에 참전한 기록이 없다고 할 정도니, 소설 삼국지의 내용은 시작부터 끝까지 '허구적 창작 작품'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릉대전 자체가 허구라는 얘기는 아니다. 유비의 공격에 손권은 초반에 허둥거리다 육손을 내세워 '장기전'으로 유비군을 지치게 만들고 난 뒤에 빈틈을 노려 대반격을 가해서 유비를 패배시키고 비통한 마음에 불귀의 객이 되게 만든 사실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나관중의 스펙타클한 서사는 일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관도대전'과 '적벽대전'도 모두 나관중의 손을 거쳐 화려하게 둔갑(?)한 작품인 것은 마찬가지다. 실제 역사서에는 모두 짤막한 문장으로 나열되어 있을 뿐인데 말이다. 그 담백한 역사서술을 화려하고 생생한 묘사와 인물 간의 심리전을 극적인 서사로 펼쳐냈으니 정녕 천재 작가라고 해도 물색 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바로 그 재미로 소설 삼국지를 읽는 것이고 말이다. 한편, 유비가 세상을 뜨면서 제갈량에게 중임을 맡기니 촉한은 전쟁을 멈추고 동오와 손을 잡고 조비를 상대하려 한다. 왜냐면 이릉대전으로 촉한과 동오가 모두 지쳐있는 빈틈을 노려 조비가 다섯 갈래로 촉한을 공격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제갈량은 조운과 마초, 위연 등을 몰래 보내 네 갈래 공격은 막아내지만, 조비의 부추김을 받아 동오의 손권이 쳐들어오는 길목은 아직 막지 못했다. 이에 제갈량은 등지를 보내 손권과 다시 손을 잡고 조비를 공략하자고 약조를 받아낸다. 이렇게 한 차례 조비의 공격을 막아낸 제갈량은 느닷없이 '남만 정벌'을 공표한다. 맹획을 일곱 번 잡았다가 풀어주길 반복하여 정벌에 성공하자, 이번에는 대대적인 조비 공략을 위해서 '출사표'를 내놓았다. 무려 여섯 번이나 말이다. 나가는 글 : 오늘날에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 '단단한 각오'를 내비칠 때 '출사표를 던지다'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많이 퇴색된 표현이 되고 말았다. 왜냐면 제갈량이 여섯 번이나 출정했다고 모두 실패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제갈량이 쓴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가 없다고 전하지만, 나는 한 번도 눈물이 난 적이 없다. 아마도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제갈량이 보잘 것 없던 처지일 때 유비가 몸소 세 번이나 찾아와 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유비의 꿈'을 충직한 신하인 제갈량 자신이 '대신' 이루겠다는 다짐이 주요 골자이긴 하지만, 그 내용 말고도 차고 넘치는 '한자말'로 구구절절 읊조리고 있기에 뭘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나불거리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내용이 '격식'을 따지고 '품위'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기에 눈물 따위를 흘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제갈량의 첫 출정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아직 사마의가 조비의 의심을 사서 군권을 갖지 못한 상태였고, 제갈량보다 한참 모자란 조진 장군이 총대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제갈량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허나 병참보급을 위해서 필히 막아내야 할 '가정'이란 요충지를 마속이 시건방을 떨다가 빼앗겨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자 제갈량은 모든 병력이 굶어죽기 전에 퇴각을 해야 하는 불운을 겪는다. 이렇게 1차 출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보급 문제'는 제갈량을 끝까지 발목 잡게 되고, 결국 출정할 때마다 번번히 실패하는 꼴을 면치 못하게 된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바로 '읍참마속'인데, 사실은 마속을 죽이긴 하지만 목을 참해서 죽이지 않고 옥에 가둬두고 천천히 죽어가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마속이 옥중에서 제갈량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의 가솔을 보살펴 달라고 간청하였고, 마속을 아들처럼 여겼던 제갈량도 이 간청을 받아들여 마속의 아들들을 잘 보살폈다고 한다. 다만 막속이 저지른 죄에 대한 감형은 없었다. 심지어 제갈량 스스로도 패배한 과실을 엄중히 물어서 '승상'직을 내려놓고 '우장군'으로 지위를 격하시켜 패배의 책임을 다했기 때문이다. 출정 당시에 다른 장수들은 마속이 실전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가정'을 지키는데 적임이 아니라고 충고했지만, 제갈량이 이를 묵살하고 마속을 절대적으로 신임하며 중임을 맡겼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제갈량이 아들처럼 여긴 마속을 '자신의 후임자'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기 위해 큰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비리'를 일삼은 셈이다. 이렇게 보면 제갈량도 사리사욕을 챙기는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도 있지만, 제갈량이 '내정'에서는 훌륭한 업적을 남긴 것에 반해서 '실전'에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제갈량의 업적은 '정사 삼국지'에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실 '박망파 전투'를 비롯해서 '적벽대전', '한중공략' 등등 제갈량이 참전했다는 기록이 전혀 없다. 박망파 전투는 유비의 작품이며, 심지어 삼고초려를 하기 전에 벌어진 전투였다. 그러니 제갈량이 활약할 수조차 없는 전투였고, 적벽대전의 성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노숙과 주유의 공이 크다. 노숙은 손권과 유비의 동맹을 이끌었던 주인공이고, 주유는 조조와의 결전에서 승리를 이끈 주인공이었다. 소설 삼국지에서 보여준 제갈량의 활약은 모두 소설 속의 허구적 묘사일 뿐이다. 그리고 유비가 서촉을 차지하고 조조와 '한중공략'에 맞서 싸울 때에 제갈량은 '성도'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정작 조조와 대면하고 맞서 싸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유비였단다. 역사상 조조와 제갈량이 서로 대면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제갈량은 한 것이 무엇인가? 촉한의 내정을 빠른 시일내에 초과달성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반면에 전쟁에서는 별다른 공을 세우지 못했고, 큰 활약을 한 적도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소설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천재적인 전략'을 펼치며 모든 전장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으며 무조건 승리로 이끌어내고, 심지어 천변의 재주까지 가지고 있어서 '하늘의 운수'에 통달하고 '동남풍'까지 맘대로 부리는 귀재로 묘사하는데, 이는 나관중의 '허구적 장치'로 소설을 읽는 재미를 극대화하는데 탁월함을 나타낸 것일 뿐, 실제 제갈량의 재주는 아니라고 한다. 그렇기에 소설 삼국지를 '역사'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앞서도 강조했다. 그럼 소설 삼국지를 왜 읽어야만 하는 걸까? 다름 아닌 수많은 영웅들의 다채로운 인생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남을 속이고 이득을 챙기는 모략'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이런 '모략적 처세술'에 어릴 적부터 노출되어 있어서 남을 속이고 이득을 챙기는 것도 훌륭한 지혜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그런 지혜도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배워야 할 지혜임에는 틀림 없다. 그렇지만 '절박한 생존'을 다투는 일이 없을 때에는 그런 저급한 지혜를 사용해서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삼국지>는 온통 전쟁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에 매 순간이 '절박한 생존'을 요구하는 혼란한 시대를 담았다. 그렇기에 그런 저급한 지혜마저 엄청 화려하고 멋지게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 평화로운 시대에는 어떤 지혜를 써야 할까? 그래서 우리가 소설 삼국지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바로 '유비'다. 그는 절박한 순간에도 저급한 지혜로 위기를 모면하기보다는 '신의'와 '인'을 내세우며 기다릴 줄 아는 처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역사속 유비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그도 당시 다른 영웅과 마찬가지로 '저급한 처세술'을 사용하며 촉한의 황제까지 오른 입지전적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나관중이 묘사한 유비는 다르다. 소설 속의 유비는 때를 기다리고 또 기다려 결국 '올바름'으로 '그름'을 이기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모습과는 많이 왜곡된 모습이지만, 차라리 이렇게 왜곡된 유비의 모습을 통해 배우는 지혜가 그나마 낫기 때문이다. 이제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10권이 남았다. 기대해주신다면 감사하겠다. 다음에 계속. #리뷰 #에세이 #이희재삼국지 #휴머니스트 #이릉대전 #출사표 #읽어야할이유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
|
<이희재 삼국지 8 : 중원이 셋으로 나뉘다>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6) [My Review MMCCCXXXIII / 휴머니스트 57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예순두 번째 리뷰는 비로소 삼국정립은 완성했지만 익숙한 주인공들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는 <이희재 삼국지 8>이다. 소설 삼국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도 '유관장 삼형제'가 빠진 대목에 이르면 책을 읽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급기야 책에서 손을 놓는 독자들도 꽤 많다고 한다. 솔직히 나도 그랬다. 학창시절에 <삼국지>를 읽을 때면 늘 유비가 '입촉'을 하는 대목에서 멈추곤 했다. 그 뒷내용에 제갈량이 대활약을 하는 대목이 나오는 걸 알고 있지만, '팥소가 없는 찐빵'을 먹는 듯 읽는 맛이 시들하기 때문에 점점 읽기가 싫어지곤 했다. 그래서 소설 삼국지를 '완독'한 것은 놀랍게도 20대 후반이었다. 하지만 역시 소설을 끝까지 읽어야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법이다. <이희재 삼국지 8>에서 비록 관우는 생을 마감하지만,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관우가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우'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이희재 삼국지 8> 관점 포인트 : 지난 편에서 유비가 드디어 서촉을 정복하고 '한중왕'에 오른다. 이에 조조는 대노하며 유비를 공략하는데, 먼저 관우가 버티고 있는 형주를 공략하기 위해서 '번성'에 집중한다. 하지만 천하의 관우가 버티고 있는 형주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조조는 관우를 상대하며 우금과 방덕을 보냈지만, 둘 다 관우의 상대가 못되어 우금은 포로가 되고, 방덕은 패배한 장수라는 이유로 죽음을 바란다. 이렇게 쓰디쓴 패배를 당한 조조는 '형주 공략'을 위해 손권에게 손을 내미는데, 이게 관우의 목숨줄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손권도 이미 유비와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에 조조와 손을 잡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유비와 잡고 있는 손을 꼭 잡을 까닭도 딱히 없었기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관우의 딸'이 혼기가 꽉 찼으니 '손권의 아들'과 정략결혼을 하여 함께 조조와 맞선다면 큰 이득이 될 거라는 제갈근의 조언을 받아들인다. 허나 관우는 이를 단 한 마디로 거절한다. "범의 딸을 어찌 개의 아들에게 시집보낸단 말이냐. 그대가 군사(제갈량)의 형만 아니었어도 당장 목을 베었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이 말로 인해 관우는 자신의 목숨줄을 끊어 짧아지게 만들 줄이야. 사실 손권의 혼인 제안은 관우에게 있어서 손해볼 일이 아니다. 손권은 대대로 '동오의 제후'였고, 관우는 '한중왕 유비의 신하'였지 않은가. 아무리 관우가 한중왕에 오른 유비와 '호형호제'하는 막연한 사이였다고 하더라도 손권은 관우보다 급이 높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랬다면 관우는 거절을 하더라도 '완곡'히 했어야 마땅하다. 더구나 조조가 군사를 보내 형주를 넘보고 있는 실정이 아니었던가. 일찍이 제갈량도 조조와는 험악하더라도 손권과는 막역하게 지내라 충고했었는데, 관우는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양쪽의 적국 모두를 '적대시'하는 만용을 부리고 만 셈이다. 결과적으로 관우는 이렇게 만용을 부리다 죽음을 면치 못하고 말았다. 손권도 불같이 화를 냈다. 모처럼 내민 화해의 손을 야멸치게 거절한 것으로도 모자라 '모욕'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손권은 여몽을 총대장으로 삼아 '형주 공략'의 선봉으로 보낸다. 졸지에 관우는 양쪽 모두와 전쟁을 벌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허나 관우도 지략이 뛰어난 장수였다. 말을 타고 싸우는 전장에서도 늘 품에 <춘추좌씨전>을 품고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서 읽었을 만큼 똑똑한 면모도 있었다. 그래서 관우는 조조를 상대로는 '강공'을 펴며 형주로 쉬이 내려오지 못하게 했고, 손권을 상대로는 '길목'을 막고 대군을 진입조차 하지 못하게 꽉 틀어막는 전략을 펼쳤다. 그래서 소수의 병력으로도 양쪽의 전장을 모두 막아내는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한 셈이다. 여기에 '봉화대'라는 연락망을 깔아서 손권의 기습에 철저히 대비하는 지혜로 발휘했던 것이다. 손권군 총사령관인 여몽이 이것이 골치였다. 대규모 수군을 빠르게 접안시키고 형주의 길목인 '육구'를 통해 대병력으로 밀어붙이려 했는데, 봉화대로 침략의 소식이 전해지면 관우도 '수비병력'을 급파해서 여몽의 기습을 차단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관우도 여몽의 실력을 인정했기에 적극적인 수비대책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변수가 생긴다. 여몽이 병으로 총사령관 자리에서 물러나고 '육손'이라는 젊은 장수가 총사령관이 되었다는 첩보를 관우가 받게 된다. 관우는 여기서 엄청난 실책을 하고 만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고 새파랗게 어린애가 총사령관이 되었다면 더욱 신중하게 더 많은 첩보를 얻어 조심성을 높였어야 하는데, 관우는 '방심'한 것으로도 모자라 '개무시'하는 전략을 짰고, '봉화대' 하나만 믿고 대다수의 병력을 조조군 공격에 나서게 만들었다. 영특한 육손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감시망'을 뚫어 봉화대를 하나둘 무너뜨린 뒤에 형주성을 차레차례 점령해버린다. 이렇게 관우는 '본진이 털렸다'는 소식을 전하고 뒤늦게 철군하지만, 이미 형주성을 굳게 지키고 있는 육손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형주성 안에 있던 식솔들의 안부가 걱정이었던 관우의 병사들은 육손에게 점령 당했지만 안전하다는 소식을 듣고 탈영을 하고 만다. 이렇게 육손에게 눈 뜨고 코 베인 관우는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어 '맥성'에서 버티면서 서촉에서 구원병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지만, 이때를 놓치지 않고 손권군이 사방에서 공격을 해오니 관우는 더 버티지 못하고 맥성에서 나와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히고 만다. 이렇게 손권 앞에 끌려온 관우는 패장이 되었으니 죽이라고 말하지만, 손권도 조조와 마찬가지로 관우와 같은 '만인지적의 영웅'을 탐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항복을 하고 충성을 다짐하면 살려주겠다고 꾀어 보지만 실패하고 만다. 거기에 덧붙여서 관우는 손권을 또 모욕하기 시작한다. 이에 분을 참지 못한 손권은 어차피 관우는 순순히 항복할 인사가 아니라는 신하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참수'하고 만다. 당장의 분을 풀긴 했지만 손권은 뒷일이 걱정이었다. 관우를 죽였으니 유비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권은 그 화를 조조에게 떠넘기고자 '관우의 수급(목)'을 소금에 절여 조조에게 보낸다. 조조는 관우의 얼굴을 보며 부드럽게 바라보았지만, 관우의 두 눈이 번쩍 뜨이며 무섭게 노려보자 조조는 그 자리에서 졸도를 했다나...암튼, 조조는 관우의 몸을 대신해서 '나무 몸통'을 만들어 관우의 시신을 정중히 모시고 장례를 성대히 치뤄 관우의 넋을 보냈다. 그러자 관우의 넋은 여몽에게로 달려가 여몽을 급사하게 만들었다고 전한다. 그뒤 조조도 관우의 혼령에 시달리며 시름시름 앓다가 220년에 죽는다. 나가는 글 : 소설 삼국지에서는 '관우의 죽음'으로 여몽도 죽고, 조조도 죽고, 뒤이어 장비도 죽고, 황충도 죽고, 유비도 죽는 비운의 스토리가 이어진다. 정말 '관우의 원혼'이 이들을 하나하나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일까? 사실 '정사 삼국지'에 전해지는 관우에 대한 사료는 빈약하다 못해 1천 자 정도라고 한다. 200자 원고지 5매 정도, A4 용지 1장 정도의 적은 분량이 전부라는 말이다. 이를 나관중은 '소설 삼국지'에서 관우를 스타급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관우 숭배'를 하며 신으로 모실 정도고, 지식인들도 관우의 충성과 의리가 남다르다며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낼 정도다. 심지어 국가차원에서는 '관성 대제'라고 불리며 거의 황제급으로 대우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관우에게는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관우가 유비, 장비와 함께 의형제를 맺고 황건적 토벌을 위해 의병을 일으키기 전에는 고향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을 친 살인자였다. 그렇다고 관우가 죄 없는 사람을 살인강도한 전과자였다는 얘기는 아니고, 의롭지 못한 짓을 저지르는 '악인'을 보고 참지 못하고 단칼에 베어버렸던 의로운 살인자(?)였던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관우에게서 첫 번째 매력을 찾을 수 있다. 관우가 '정의로움' 하나만큼은 끝내준다는 사실이다. 불의를 보고 참지 않는 성격을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진리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에는 결코 있을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범죄자'에 불과하지만, 현재의 관점에서 보아도 관우의 '정의로운 모습'은 참을 수 없는 매력포인트가 분명하다. 살인을 용납할 수는 없으니 '폭행' 정도에서 그치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그럼 두 번째 매력은 무엇일까? 곤궁한 처지에 빠졌어도 '의리' 하나는 끝내주게 지키는 지고지순한 매력이다. 물론 좋게 말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고집불통'에, 앞뒤 꽉 막힌 '꼰대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바른말만 하는 '바른생활의 싸나이'가 고집을 부리니, 이게 또 매력적으로 보인다. 제 잇속만 챙기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목숨을 바쳐 국가에 충성하고,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더 챙기며, 한 번 맺은 '의리'는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변치 않고, 아무리 더 좋은 조건으로 회유를 해도 굴하지 않고 꺾이지 않으니, 그게 또 매력적인 것이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조폭 냄새'가 풀풀 나지 않은가? 의리 지키는 건 좋은데 오직 '자기집단의 이익'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혹여라도 '자기집단'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으면 냉혈동물보다 더 차갑게 외면하는 일면도 보이기 때문이다. 손권의 아들과 혼사를 논할 때도 그렇다. 때와 상황에 맞춰서 때때로 유연하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최선일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조차 의리 따지고, 의리 따지고, 또 따지는 꽉 막힌 모습은 그야말로 꼰대, 꼴통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더 많겠지만 마지막 세 번째 매력은 무엇일까? 그건 '만인지적'이라 불릴 정도의 용맹함이다. 말 그대로 만 명의 적을 상대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지략과 용맹을 갖춘 장수를 일컫는 말이다. '정사 삼국지'에서도 관우와 장비를 일컫어 '만인지적'이라면서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비장(날으는 장수)'이라 불렸던 여포와 비교하면 어떨까? 소설 삼국지에서는 호뢰관 전투에서 여포와 유비 삼형제의 대결을 선보이기도 했다. 여포가 방천화극을 꼬나들고 연합군의 장수를 일격에 죽이고 있자 장비가 앞장서서 나가 장팔사모를 휘두르며 싸우니, 이를 지켜보는 관우가 불리하다 여겨 청룡언월도를 옆구리에 끼고 부리나케 달려가 싸움에 합류했으며, 곧이어 유비도 쌍고검을 들고 싸움에 합류하니, 그때서야 버거움을 느낀 여포가 빈틈을 엿보다 몸을 빼내어 달아났다. 유관장 삼형제는 그 뒤를 바투 쫓았으나 여포가 탄 말이 '하루에 천 리를 간다'는 적토마였던지라 끝내 놓치고 말았다. 이를 두고 '인중여포 마중적토'라는 고사를 남겼으니, 사람 중에는 여포가 최고이고, 말 중에는 적토마가 최고라는 뜻이다. 이런 서사를 참고한다면 '만인지적'은 '비장'에 비해 한 단계 낮은 급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포는 지략이 부족하고 배신을 밥 먹듯이 해서 대중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관우는 다르다. 그의 용맹은 정의로움과 의리와 함께 하니 더욱 찬란히 빛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관우를 살펴봤는데 어떤가? 오늘날의 여러분 시선에서도 관우는 충분히 매력적이라 느껴지는가? 아니면, 대부분 꾸며낸 허구 속 설정이라는 '팩트'에 기반해서 실망감이 앞서는가? 그도 그럴 것이 관우의 업적이라 불리는 술잔이 식기 전에 '화웅을 죽인 업적'은 손견이 죽인 것이 정설이고, 안량과 문추를 베었다는 이야기도 '문추를 죽였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없으며, 유비 형님을 찾아 '오관육참장 했다'는 이야기는 소설에만 나오는 뻥이며, 관우가 독화살에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화타'가 치료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다. 관우가 독화살에 맞아 치료한 시기는 이미 화타가 조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우가 엄청 멋있게 묘사된 내용은 거의 전부 '소설 속 허구적 묘사'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설 삼국지를 읽으며 '역사 공부'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 재미난 이야기를 읽고 '역사적 호기심'이 생긴 것이라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관우의 모습은 '실제로 있을 법한' 허구적 묘사에 불과하지만, 너무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관우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정의로움', '의리', 그리고 '용맹함' 정도는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 계속. #리뷰 #에세이 #이희재삼국지 #휴머니스트 #관우의죽음 #관우의매력 #만화삼국지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
|
<이희재 삼국지 4 : 관도에서 갈린 운명>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6) [My Review MMCCCXXV / 휴머니스트 53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네 번째 리뷰는 조조와 원소가 운명의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유비 삼형제는 흩어졌다 모이길 반복하며 떠돌이 생활을 면치 못하는 <이희재 삼국지 4>다. 진수의 <삼국지>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비교하며 읽으며 '팩트 체크'를 하는 것은 이제 한물 갔다. 소설 <삼국지>를 읽으며 역사 공부가 가능한지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AI 인공지능으로 언제든 '검색'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는데, 누가 그 방대한 분량을 일일이 따지며 읽겠느냔 말이다. 그러니 이젠 <삼국지>와 <삼국지연의>를 별개의 감상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소설을 읽고 '역사'에 관심을 높이고, 역사를 읽으며 '소설'이 지닌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삼국지>를 헤아릴 수 없이 읽은 나이가 되자 둘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더 무의미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이희재 삼국지 4> 관점 포인트 : 조조의 품에서 벗어난 간신히 벗어난 유비는 서주에서 세력을 정비하며 '원술의 북상'을 기다렸다 끝장을 낸다. 그렇게 원술은 한껏 욕심을 부려 '황제'가 되었지만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비명횡사하고 만다. 이렇게 여포에 이어 또 한 명의 영웅이 사그라들며 서서히 '관도대전의 서막'이 열리게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주에서 모처럼 '재기'를 도모하던 유비가 조조군에 괴멸 당하며 삼형제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었다. 조조 입장에서 유비가 원소와 손을 잡고 양방향에서 협공을 당하는 것이 가장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조는 여포 토벌 당시에 서주의 백성들이 유비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그렇기에 유비가 서주에 뿌리를 탄탄하게 내리고 세력을 강하게 키우기 전에 짓밟아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그런 까닭에 유비가 재정비를 하기도 전에 조조는 10만 대군을 이끌고 유비를 공략하기 바빴다. 조조로서는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조조가 서주를 공격하려 원정을 나섰을 때 '본진'에 해당하는 허도를 원소가 찌르기라도 하면 조조는 꼼짝없이 대군을 회군해서 허도를 지키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유비도 이를 간파하고 원소에게 동맹을 제안하고, 조조가 서주 공략에 나서면 허도를 공격해주십사 요청했던 것이다. 그런데 원소는 그릇이 작은 인물이었다. 천기를 읽어내는 재주가 없어서 고작 '귀염둥이 셋째 원상이 고뿔에 걸렸다'는 이유를 대며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만다. 유비가 조조의 대군을 서주에 묶어둔 사이에 원소가 70만 대군을 이끌고 허도를 공략해서 헌제를 가로챌 수만 있었다면, 천하를 차지한 것은 조조가 아니라 원소였을텐데 말이다. 암튼 원소는 그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고 만다. 덕분에 유비는 죽을 맛이다. 조조는 인재가 많고 유비는 동원할 수 있는 군사 수가 턱 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장비는 단 한 번의 기습공격 실패로 '피트 아웃' 당하고, 유비는 원소 진영으로 '피트 인' 했으며, 관우는 유비의 처와 식솔을 데리고 '하비성'에서 옴싹달짝할 수 없는 곤궁한 처지에 몰리고 만다. 여기서 조조는 '인재 욕심'을 부려서 관우를 자신의 부하로 삼고자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우는 다시 '유비의 품'으로 가버리고 만다. 소설에서는 이 대목에서 '오관육참장'이니 '단기천리'니 하면서 관우의 명성을 드높이지만 '정사'에는 없는 '허구적 묘사'에 불과하다. 관우가 안량과 문추를 단 칼에 죽였다는 내용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문추를 죽인 기록은 있지만, 안량과 맞대결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관중은 왜 이렇게 관우를 띄워 주었는가? 이유는 딱 하나다.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유비를 낙점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비와 의형제를 맺은 관우와 장비의 '분량'을 늘일 수밖에 없었고, 기왕 늘이는 것이라면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띵호와~ 아니겠는가. 그래서 호뢰관에서 화웅과 대결할 때에도 관우는 조조가 권하는 술 한 잔조차 "이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의 목을 가져오겠다"는 명대사를 남긴 것이다. 이 역시 '정사'에는 없는 기록이다. 애초에 반동탁연합군에 '공손찬'이 참가했다는 기록 자체가 없다. 그러니 아무런 지위가 없던 유비가 '공손찬 소속의 별군'으로 참가했다는 묘사조차 믿기 힘든 대목이다. 그래서 반동탁연합군이 동탁군과 싸워서 빛나는 전공을 세운 군웅은 '손견'이 유일하다. 그러니 여포를 상대로 유비 삼형제가 나서서 대등하게 싸웠다는 내용조차 '사실'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소설 <삼국지>는 '그 자체'로 즐기면 될 뿐이다. 기왕 유비가 주인공이니 악당 조조가 천하를 차지하고 온갖 패악질을 다할 때, 착한 영웅 유비가 나서서 조조를 혼쭐 내줬다는 내용에 심취해서 읽으면 그 뿐이다. 왜냐면 고전소설 나름의 '주제'와 '교훈'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조와 원소의 운명을 가르는 '관도대전' 와중에도 유비와 관우, 장비, 심지어 조자룡까지 등장하여 이야기를 맛깔나게 진행시키는 것이다. 이런 맛깔난 '진행'이 아니라면 아무리 '관도대전'이라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진지하고 지루할 따름이다. 진수의 <삼국지>가 그렇다. 한편, 손책은 장강 일대를 평정하고 '소패왕'이라는 별명답게 엄청난 활약을 한다. 하지만 조조와 원소가 한창 싸우고 있는 '관도대전'의 판세에 캐스팅보트를 선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기에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기는 노련함까지 보여줬지만,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조조와 척을 지게 되고, 그로 인해 '사소한 원한'을 쌓은 것이 화근이 되어 자객의 습격을 받아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우길'이라는 도사마저 죽음으로 내몰았다가 끝내 자신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고 만다. 이렇게 해서 동오에는 손견, 손책에 이어 손권이 등장하게 된다. 나가는 글 : 결국 '관도대전'의 승패는 조조의 완승으로 끝맺게 된다. 원소는 70만 대군과 수많은 인재를 거느리고도 10만도 채 되지 않는 조조에게 패배하며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후계자를 둘러싼 내홍을 겪으며 '원씨 가문'은 아예 멸족이 되다시피 역사속에서 사라져버리고 만다. 이제 조조는 명실공히 '하북의 패자'가 되어 중원을 독차지하게 된다. 이제 남은 군웅이라고는 동오의 손권과 형주의 유표, 익주의 유장, 한중의 장로, 서량의 마등과 한수 뿐이다. 그리고 아직도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지 못한 유비가 남았다. 시리즈 4권이 지나도록 유비는 '근거지'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가진 것 없는 유비의 곁에 관우와 장비, 미축, 손건, 간옹, 그리고 새로 합류한 조운, 관평, 주창 등등 점점 세를 불려나간다. 이런 유비의 행보를 보면서 '끈끈한 유대감' 밖에 남지 않은 무리라면서 '조폭 집단' 같다는 혹독한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많다. 뭐, 나중 일이긴 하지만 관우와 장비의 죽음 때문에 유비는 '사사로운 정'을 내세워 국가간의 전쟁을 선포하는 군주답지 못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 '결정적 증거'라면서 '빼박 조폭'이라고 주장한다. 딴에는 그렇다. 한 나라의 수장이 '동생의 죽음'을 이유로 국가대전을 벌이며 온 국민들을 전장터로 내몰면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냔 말이다. 이런 유비의 모습을 보고 '의리의 사나이' 정도면 모를까? '착한 영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도 유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나관중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악당으로 자리매김한 조조에 비해서도 유비의 역량은 한참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비가 세운 촉한은 삼국 가운데 가장 먼저 망하지 않느냔 말이다. 조조, 손권, 유비 중에서도 '유비'가 가장 먼저 죽는다. 가장 일찍 죽는 '주인공'도 주인공이라 부를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관중이 살던 시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원말명초의 시기 말이다. 한족에게는 치욕스런 시대였을 것이다. 오랑캐라 불리던 '몽골족'에게 나라를 송두리채 빼앗기고 온갖 차별정책으로 유린 당했던 한이 서려있던 시절이었다. 나관중은 이런 시대를 살며 '한족 동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 한족 최고의 전성기는 언제이고, 최고의 영웅은 누구였을까? 강력한 제국으로는 당나라 태종을 꼽을 수 있겠지만, 당은 여러 민족을 아우르는 정책을 내세웠다. 물론 '한족' 중심이었기에 최강국이었다는 명분은 세울 수 있었지만, 오랑캐를 혼쭐(?) 내줄 수 있는 영웅으로는 마땅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족 최고'이자, '한족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는 '한나라 유방'이 적임이었다. 그래서 유비의 외모마저 바꿔 버렸다. 유방이 귀가 컸다는 기록이 있었기에 유비의 귀도 어깨까지 내려오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주인공이 정해졌다. 한고조 유방을 꼭 닮은 '유비'로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천하 통일의 주역은 단연 '조조'였기 때문이다. 유비의 촉한은 별다른 역량도 뽐내지 못하고 제풀에 망해버렸다. 이래서는 주인공답지 못하다. 그럼 주인공이 죽고 나라가 멸망한 다음에도 길이길이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정통성'이다. 비록 살아생전에 이루지는 못했지만 죽고 망한 뒤에도 오롯이 살아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정통성'을 세워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촉한정통론'이다. 비록 천하 통일한 것은 조조가 세운 '위나라'지만, 1000년 뒤 오랑캐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한족'이 되살려내야 할 나라는 '한족의 뿌리'인 한나라이고, 후한이 멸망한 뒤에는 '촉한'으로 이어지고, 그 뒤를 '송'과 '명'이 이어간다는 정통론을 다시 세운 셈이다. 그런 남은 것은 '촉한정통론'이 옳다는 그럴 듯한 이야기가 마련되어야 했다. 역사사실 자체를 바꿀 수는 없으니 '소설의 허구성'을 빌어서 바꾸면 된다. 허구적 사실에 기대어 '유비 정통'을 세워려니 자연스레 '조조 역적'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래서 날조(?)한 이야기가 바로 '여백사 사건'이다. 조조를 동탁을 암살하려 했던 의인이자 영웅이 아닌 자신의 목숨을 살리려고 아버지뻘 되는 사람조차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여버리는 냉혈한이자 '간웅'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희생자가 생겼다. 유비를 영웅답게 만들기 위해 관우를 너무 띄워주다보니 상대적으로 '장비'는 술주정뱅이에 사고뭉치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오로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말이다. 아무리 영웅이라도 '빈틈'이 있어야 인간미가 보이는 법인데 '정통성'을 세울 인물에게 빈틈을 보이게 할 수는 없으니, '주변 인물' 가운데 한 명을 모지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게 바로 '장비'였던 것이다. 그러면 장비는 모지리가 되어도 충분(?)할 인물이었는가? 도원결의 당시에 장비는 15살로 중2병이 한창일 나이였단다. 하지만 공부도 착실하게 잘 했고, 무예도 출중했고, 계책도 잘 쓰는 팔방미인이었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술'을 마셨다는 기록 자체가 아예 없었단다. 그러니 소설 속에서 장비가 술을 마시고 실수를 저지른 기록은 전부 뻥이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뛰어나게 성공한 계략은 장비의 본래 실력이고 말이다. 그리고 장비가 한 실수로 묘사된 것들은 대부분 '유비'와 '관우'가 했을 거라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유비를 위한, 유비에 의한 '촉한정통론'을 소설 속에서 어떤 의도 썼는지 살펴보면서 읽어나가는 맛도 <삼국지>를 새롭게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다음에 계속. #리뷰 #에세이 #이희재삼국지 #휴머니스트 #촉한정통론 #억울한장비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
|
<이희재 삼국지 3 : 천하를 쥐려는 손>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6) [My Review MMCCCXXIV / 휴머니스트 5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세 번째 리뷰는 고전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1컷의 만화로 절묘하게 요약하는 <이희재 삼국지 3>이다. 이희재 화백의 만화는 믿고 보아도 좋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한 컷'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내는 마술사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큰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요약본 <사기>도 읽고, 청소년을 위한 <사기>도 읽었지만 꽉 막혀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용이 이희재 화백의 <사기>를 읽으니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희재 삼국지>를 읽으면 웬만한 소설 <삼국지>를 읽다가 헷갈렸던 대목이 단박에 이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믿어도 좋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이희재 삼국지 3> 관점 포인트 : <삼국지>의 핵심 인물은 어차피 조조, 유비, 손권이다. 이 세 인물이 '위촉오' 세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주역이며, '천하삼분'을 이룩한 진정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삼국지>는 이 세 인물 이외에도 수많은 군웅을 등장시키는 대목부터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것도 10권짜리 분량이라면 절반이 넘는 5~6권까지 말이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나관중이 천부적인 이야기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상 주인공은 단연 '조조'이지만, 그의 일대기를 보여주면서도 쓱 앞으로 내민 소설상 주인공은 '유비'를 내세웠다. 그리고 도원결의부터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일사천리로 유비의 고군분투를 하나하나 일일이 열거한다. 독자들은 유비의 성장에만 집중시킨 결과 '다른 영웅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언제 유비가 등장하는지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유비는 이렇다할 '근거지'도 마련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며 지낸다. 훗날 제갈량을 만나 형주와 익주를 얻기 전까지 말이다. 이 책 <이희재 삼국지 3>의 시작은 헌제가 곽사와 이각에게서 탈출하여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는 대목부터 시작하여 유비가 조조의 품에서 극적으로 탈출해서 다시 서주로 향하는 대목으로 마무리하였다. 여기서도 유비는 도겸에게 서주를 양도 받지만 굴러들어온 여포에게 서주를 내어준다. 조조가 언제 쳐들어올 지 모르니 '여포의 힘'을 빌어서 조조를 막아보겠다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허나 조조의 책사 순욱의 꾀에 빠져 유비는 '황제의 명'을 받아 원술을 치러 간 사이에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고 만다. 그러자 유비는 어쩔 수 없이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게 된다. 그렇게 유비를 예주에 묶어놓은 사이에 조조는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먼저 조조는 장수를 토벌한다. 허나 눈치 빠른 가후는 장수에게 항복을 권유했고, 조조는 손쉽게 장수의 세력을 손에 넣은 듯 싶었다. 허나 조조가 승리에 취해서 장수의 형수인 '추씨(죽은 장제의 처)'를 탐하다 전위도 잃고, 아들 조앙과 조카 조안민까지 죽임을 당하며 조조는 구사일생으로 목숨만 건져 도망치고 만다. 한편 서주를 차지한 유비를 내쫓은 여포는 그 사이 원술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 서주의 유지였던 진규, 진등 부자가 여포의 사신을 자처하여 조조를 찾아온다. 그리고 조조에게 여포를 공격해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 조조는 여포와 원술을 모두 토벌할 계책을 세운다. 이때 원술이 스스로 황제를 자처했다. 그리고 여포가 차지하고 있던 서주를 탐낸다. 애초에 여포를 서주에서 몰아내려고 작심한 진등은 여포를 부추겨서 원술과 다투게 만들었고, 조조는 여포를 돕는 척 하면서 원술을 몰아부치게 한다. 이에 원술은 수춘에서 오래 버티지만, 끝내 함락 되었고 원술은 회수를 건너 도망가고 만다. 이에 조조는 원술의 뒤를 쫓아 끝장을 내려 하지만 '군량'이 모자라 추격할 여력을 얻지 못한다. 조조는 늘 '군량'이 부족했다. 왜냐면 언제나 10만 이상의 대군을 이끌고 나아가는 모양새였지만, '곡창지대'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황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기의 조조 세력은 막강했지만 사방에 적을 둔 형국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조조에게 위기가 아니라 훌륭한 인재를 활용해 묘책을 활용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래서 조조는 '한 뼘의 땅'보다 '한 명의 인재'를 더욱 탐냈고, 그렇게 얻은 인재는 반드시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알았다. 이는 조조가 천하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조조가 원술에게 승리를 하고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장수가 유표와 손을 잡고 조조를 위협했다. 조조는 여포는 서주로 보내고, 유비는 소패로 보내면서, 은근히 유비에게 여포를 견제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사이 조조는 군사를 돌려 장수와 유표의 연합공격을 막아내며 후퇴하는데 성공한다. 조조가 서둘러 후퇴한 까닭은 허도를 비운 사이에 원소가 공격해온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조는 원소에게 '대장군'이라는 직위를 보내면서, 원소가 공격해야 할 상대는 조조가 아니라 공손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그렇게 북방의 위협을 막은 조조는 다시 서주 공략에 나선다. 이번에야말로 '여포'를 몰아내고 '서주'를 차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가는 글 : 조조는 그야말로 '사방이 적'이다. 더구나 조조가 차지한 '연주' 지역은 원소가 차지한 '기주'나 원술이 차지한 '수춘'에 비하면 곡창지대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래서 조조는 대군을 이끌면서도 늘 '병참 문제'에 시달렸다. 그래서 조조는 '둔전제'를 적극 활용하면서 군사들이 접경지역에 머물면서 '농사일'도 하면서 '국방'도 지키는 전략을 잘 써먹었다. 한마디로 '현지조달'로 병참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조조는 승세를 유지하면서도 '병참 문제'로 곤혹을 치루고 때로는 병사들이 굶주려서 다 이기고도 패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조조의 이야기 대목에 '군령'을 엄히 다루면서 굶주리는 병사를 기발한 방법으로 독려하고, 자치 패배할 위기를 역전시켜 승리를 거두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 책에도 원술토벌대가 수춘성을 공략할 때 시일이 지체되자 군량이 떨어졌고, 조조는 '군량담당관'에게 식량배급하는 됫박을 작은 것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가 굶주린 병사들이 불만을 터뜨리자 '군량담당관'이 작은 됫박으로 장난을 친 것이라며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굶주린 병사들에게 3일 안에 수춘성을 함락시키라는 명을 내리고, 조조가 성벽을 메우고 오를 푸대자루를 손수 나르는 모습을 보이며 독려하자 병사들이 감격하며 사기를 진작시켰고 결국 수춘성을 함락했다는 일화를 전한다. 또한 행군하다 목이 마른 병사들에게 '저 산 너머에 석류가 있다'는 거짓말로 위기를 극복하는 등 조조의 지혜가 돋보이는 일화가 참 많다. 그렇기에 <삼국지>의 진정한 주인공은 유비가 아닌 조조일 수밖에 없다. 그럼 조조를 제하면 유비가 주인공일까? 아쉽게도 그렇지가 않다. 강동의 호랑이로 불리던 '손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동탁연합이 실패한 직후 유표의 부하였던 황조에게 기습 공격을 당해 일찍 죽었지만, 손견의 아들인 '손책'이 뒤를 이으며 장강 동쪽의 '강동 지역'을 석권하며 오나라를 세우는 기틀을 마련한다. 이렇게 손견과 손책의 활약이 유비보다 돋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사방이 적인 조조보다는 수월한 편이었으나 손책 또한 '기반'이 빈약한 편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원술의 뒤치닥거리만 하는 처지였다. 그러다 아버지 손견이 입수했던 '전국옥새'를 원술에게 빌려주고(?) 지원 받은 소수의 군사와 아버지를 따르던 장수(황개, 정보 등)가 손책의 뒤를 따르고, 손책과 의형제였던 주유까지 합류하면서 손책은 진정한 강자로 자리잡게 되었고, 강동땅을 차례차례 점령하며 '소패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이렇게 조조와 손책이 나름의 근거지와 기반을 마련하는 동안 유비는 어떤 처지였을까? 서주에 웅크리고 있는 여포 토벌에 성공한 뒤에 조조의 소개로 '헌제 알현'을 한 뒤, '유황숙'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한 황실의 부흥을 믿고 의지했던 조조가 충직한 신하가 아니라 황제의 자리를 넘보는 '역적'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헌제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세력으로 '유비'를 꼽은 것이다. 그리고 '조조 암살'을 적은 혈서를 받고 동승을 주축으로 여러 충신들이 돌린 연판장에 유비도 이름을 적었지만, 유비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날개 꺾인 새'였고, 조조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처량한 신세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유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하루는 조조가 유비를 초대해서 술자리를 마련했는데, 대화를 나누던 중 조조는 "천하의 영웅은 조조와 유비, 둘 뿐이다"라는 말을 던졌고, 때마침 천둥번개가 치자 유비는 그 소리에 놀라 들고 있던 술잔을 쏟고 엉엉 눈물을 쏟는 연기를 한다. 때마침 만총이 원소와 공손찬이 싸워 원소가 승리하고 공손찬이 자결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 소식을 접한 원술이 전국옥새를 원소에게 바치겠다고 북상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이 말을 들은 유비는 또다시 엉엉 울며 눈물을 쏟으며 "공손찬 형님의 복수도 하고, 원술이 원소와 합류하지 못하도록 자신이 막겠다며 군사를 빌려 달라"고 조조에게 청한다. 조조는 이런 울보가 자신과 천하를 놓고 겨룰 영웅일리 없다며 '방심'을 하고, 유비에게 군사를 내어주고 원술 토벌을 명한다. 이렇게 조조의 감시에서 벗어난 유비는 곧장 관우와 장비, 그리고 처와 식솔들을 모두 데리고 서주로 달아나버린다. 이제 유비는 다시 영웅의 기개를 활짝 펴고 제대로 보여줄 것인가? 다음에 계속. #리뷰 #에세이 #이희재삼국지 #휴머니스트 #조조 #손책 #유비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
|
<이희재 삼국지 2 : 저마다 천하를 품다>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6) [My Review MMCCCXXII / 휴머니스트 5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한 번째 리뷰는 읽을수록 새로운 고전 '삼국지'를 쉽고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희재 삼국지 2>다. 무려 넉 달만에 다시 리뷰하게 되었다. 연초에 세운 계획이 건강으로 한 번 어그러지고, 계획에 없던 이벤트로 또 한 번 어그러지고,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이래저래 핑계만 늘어놓다가 이제서야 칼을 빼들었다. 혹시라도 그런 분은 없겠지만 <이희재 삼국지> 리뷰를 애타게 기다리셨던 분들에겐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2권의 줄거리는 반동탁연합군이 결성된 것으로 시작해서 유비가 서주를 얻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아시다시피 한 황실이 쇠퇴하고 천하에는 영웅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저마다 세력을 만들고 경쟁하는 '군웅할거 시대'로 접어든 대목이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황제를 볼모로 잡고 득세를 한 영웅이 바로 '동탁'이었다. 허나 동탁은 천하를 움켜쥐고도 가지지 못하는 위인이었다. 아니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바로 '인심'을 얻지 못하는 비열한 족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인심을 얻지 못한 동탁의 최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이희재 삼국지 2> 관점 포인트 : 동탁은 황제마저 갈아치우며 오직 '자신의 영달'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권세를 누렸다. 그러자 천하의 영웅들은 동탁을 '타도의 대상'으로 지정하고 반동탁연합군을 결성했다. 십상시가 국정을 어그러뜨리고 황건적이 천하를 혼란스럽게 하더니 한 황실은 결국 기울어져 동탁처럼 '역적의 무리'가 득세하는 어지러운 세상이 된 셈이다. 이렇게 나라 전체가 어지러워지면 반드시 등장하는 위인이 있었으니 바로 '영웅'이다. 동탁조차 한 황실의 혼란을 바로 잡겠다고 나타났던 영웅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너도나도 다 영웅이라 부를 순 없고, 너무 많은 영웅이 등장해서 저마다 '무력'으로 권세를 잡겠다고 나서니 이들을 '군웅'이라 싸잡아서 불렀다. 한마디로 중앙집권체제가 무너지자 각 지방에서 군벌들이 등장해서 서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지방세력 가운데 한 명이었던 '동탁'이 하진의 명을 빌미로 중앙정계에 입성하더니 내시들의 반란에 의해 하진이 죽은 틈을 타서 '권력의 빈자리'를 차지해버렸다. 그리고는 어린 황제 '소제'를 내쫓고 '헌제'로 황제를 갈아치우니 조정신하들은 동탁의 위세가 무서워서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이런 동탁의 무도한 전횡을 참지 못하고 여러 제후들이 '반동탁연합군'을 결성하고 낙양으로 집결하게 된다. 이에 동탁은 여포를 앞세워서 연합군을 상대하려 들지만 '손견의 활약'으로 동탁은 낙양을 지키지 못하고, 헌제를 앞세워서 낙양을 불태우고 장안으로 천도를 강행한다. 소설에서는 관우가 화웅을 베고 장비가 여포를 혼쭐 내는 등 유관장 삼형제가 대활약하는 장면을 연출하지만, '정사'에는 없는 기록들이다. 동탁이 장안으로 내빼고 난 뒤에야 연합군은 낙양을 탈환하지만 이미 낙양이 모두 불타서 잿더미가 된 뒤였다. 여러 제후들은 동탁의 뒤를 쫓아 장안으로 공격할 생각은 하지 않고 되돌아갈 궁리만 하고 있었고, 손견은 그 와중에 '전국옥새'를 발견하고 본거지인 장사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원술과 원소가 손견을 붙잡고 옥새를 내놓으라고 하지만, 손견은 모르는 일이라며 딱 잡아떼고 험악한 분위기로 연합군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허나 조조는 동탁을 토벌하려던 애초의 목표를 잊었냐며 여러 제후들에게 일갈하며 혼자서라도 동탁을 추격하겠다고 나서지만, 동탁이 감춰둔 매복에 걸려서 조조는 군사를 모두 잃고 겨우 목숨만 건져서 연주로 퇴각한다. 한편, 장안에 도착한 동탁은 권세를 더욱 강화하며 자신을 따르지 않는 신하들을 온갖 트집을 잡아 숙청을 일삼자 사도 왕윤이 이런 전횡을 참지 못하고 '연환계'를 쓰려 한다. 그 유명한 '초선'을 이용해서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하는 '미인계'를 썼던 것이다. 사실 초선도 정사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물론 동탁과 여포 사이를 갈라지게 만든 '여인'이 있긴 했지만, 그 여인은 사도 왕윤이 기른 여식이 아니라 '동탁을 시중들던 궁녀'였다고 한다. 나관중은 이런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미인계'를 연출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여포가 동탁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자 '동탁의 부하'였던 곽사와 이각은 책사 가후의 조언에 따라 장안성을 공격해서 사도 왕윤을 자결케 하고 헌제를 볼모로 삼고 권력을 차지한다. 그러나 하나의 권력을 둘이 사이좋게 나눠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곽사와 이각은 서로 헌제를 볼모로 삼으려 경쟁을 하다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게 되니, 그 틈을 타서 헌제는 장안을 탈출해서 낙양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이때 낙양에서 헌제를 맞이한 군웅은 다름 아닌 조조였다. 사실 원소의 책사 저수가 조조보다 먼저 천자를 옹립하라고 권했지만, 원소는 천자 옹립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왜냐면 동탁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헌제보다 유주에 머물고 있던 황족 유우에게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제를 폐위하고 유우를 새로운 황제로 삼으려는 속셈이었으나, 이를 먼저 눈치 챈 유우가 자결을 하는 것으로 '역모(?)'는 일단락이 되었다. 그렇게 천자인 헌제는 조조의 호위를 받으며 조조의 근거지인 허창(훗날 허도)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조조는 한 황실의 충직한 신하가 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헌제를 위해서 조조는 전재산을 아끼지 않고 쏟아붓지만 애초에 가진 것이 넉넉하지 못했던 조조는 '세력확장'에 더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제마저도 '세력확장'에 도움이 된다면 아낌없이 부려먹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헌제의 명이라면서 주변 군웅들에게 새삼 '조조의 위치'를 드높이곤 했기 때문이다. 결국 조조는 스스로 '승상'이란 지위에까지 오르게 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스스로 오른 셈이다. 물론 단 한 사람의 아랫자리였지만 조조는 그 한 사람에게마저 절대적인 충성을 다짐하지 않았다. 이것이 조조를 '역적의 대명사'로 만들게 된 이유다. 한편, 조조가 이리 득세를 하자 주변 군웅들은 조조에게 잘 보이려 무던히도 애쓴다. 서주 태수였던 도겸도 마찬가지다. 조조는 출세를 하자 아버지인 조숭을 성대하게 모시려 했다. 그래서 조숭이 조조가 있는 연주로 가기 위해 마침 '서주 지역'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이 소식을 접한 도겸이 조조의 아버지 조숭을 정성껏 접대하고 화려한 선물까지 주어서 직접 휘하 장수를 시켜서 호위하도록 했다. 근데 이것이 패착이었다. 하필 호위를 맡긴 '장개'라는 장수가 황건적 출신이었던 것이다. 장개는 조숭이 갖고 있는 보물이 탐이 나서 죽이고 빼앗아 달아나버렸다. 그러자 조조는 아버지의 원수는 도겸이라면서 '서주 공략'을 명한다. 이때 도겸을 도와 조조군과 싸운 장수가 바로 유비이고, 도겸은 이 고마움을 유비에게 서주를 넘겨주는 것으로 대신하려 했다. 허나 유비는 한사코 사양했고, 도겸은 어쩔 수 없이 서주 앞에 있는 작은 성 '소패'에 유비가 머물도록 안배한다. 애초에 근거지가 없던 유비는 이마저 거절할 수가 없어 소패에 잠시 머문다. 한편, 서주 공략에 나섰다가 유비의 방해를 받고, 여포의 복병을 맞아 군사를 되돌릴 수밖에 없었는데, 치열한 공방전 끝에 조조는 연주를 되찾고 여포를 쫓아내버린다. 장안에서 이각과 곽사에게 쫓겨 연주를 빼앗았던 여포가 연주마저 잃고서 몸을 맡긴 곳은 다름 아닌 유비가 막 도겸에게서 서주를 인계받았을 때였다. 그리고 유비는 여포를 환영하며 서주를 가지라고 하는데... 나가는 글 :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는 단연 조조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나관중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유교적 관점'을 내세워서 조조를 무도한 인물인 역적으로 만들고 새로운 주인공으로 '유비'를 앞세운다. 그래서 역사책은 읽지 않지만 소설책은 읽는 독자들의 심리를 잘 살려서 수천 년의 역사 가운데 가장 유명한 '100년 간의 기록'(180~280)을 탄생시켰다. 이것이 바로 '고전 삼국지'의 진정한 매력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독자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역사기록'을 만들긴 했는데, 그것이 온전한 '팩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선 조조를 역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사실 조조는 진정한 영웅이다. 난세에 태어나 천하를 통일하는데 기틀을 세운 위대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조는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고, 조조가 세운 위나라는 그 기틀 위에서 촉한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위나라도 어린 황제가 뒤를 이으며 사마의의 후손인 사마염에 의해 진(晉)나라를 세우게 되고, 280년에 동오를 멸망시키며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결국 한 황실이 무너지는 걸 막는 것보다 새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만백성에게 더 이득이 된다는 생각으로 개혁을 밀어붙였고, 경쟁하던 여러 군웅들을 하나하나 정복하며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위인도 조조였고, 다른 경쟁자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늘 압도적인 세력으로 성장시킨 것도 오로지 조조 덕분이었다. 그러니 조조는 '창업 군주'로 손색이 없는 영웅 중의 영웅이었다. 그런데 나관중 덕분에 조조는 한순간에 '역적'으로 매도 되었고, 촉한을 세웠으나 실패했던 군주인 '유비'가 만고의 충신으로 되살아나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는 실력자를 억누르고 실패자에게 권위를 준 셈이다. 천만 다행으로 근래 들어서 '조조'를 다르게 보는 시각이 부쩍 많아졌고, '유비의 무능력'이 새삼 조명되면서 새삼 '소설 삼국지연의'를 다시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왜냐면 혼란한 시절일수록 소설 속의 '유비의 도덕적 우월감'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리 실력 좋은 '능력자'라고 하더라도 애초에 자긱 것이 아닌 것을 빼앗은 사람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조는 오늘날에도 '역적의 대명사'가 되어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 삼국지연의'는 조조를 중심으로 읽어나가야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유비가 추구하는 '선한 이미지'를 교훈으로 삼고 주제를 이해하려 들어야 제맛이다. 이 책 <이희재 삼국지>는 이런 두 주인공을 적절히 교차시키며 '소설 삼국지연의'의 줄거리를 쫓으면서도 '소설 삼국지연의'가 담고 있는 주제를 놓치지 않고 있는 수작이다. 더구나 만화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내용 이해'가 훨씬 쉽다. 다만 소설의 줄거리는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기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여러 군웅들이 다툼의 귀결이 '명분'을 따르기보다는 '실리'를 따르고, 핵심적으로는 '힘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적자생존, 약육강식이 밑바탕에 더욱 진하게 깔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다음에 계속. #리뷰 #에세이 #이희재삼국지 #휴머니스트 #만화삼국지 #이문열삼국지 #미인계 #조조역적 #유비정통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
|
삼국지는 초한지, 수호지와 더불어 역사고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작품이다. 보통 진수의 정사 '삼국지' 보다는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가 널리 알려져있다. 이문열이 편찬한 삼국지가 대표적으로 많이 읽히는데 삼국지 연의는 누가 편역하는가에 따라 작가 개인의 주관이 들어가기 때문에 호불호는 조금 갈리는 편이다. 이런 중국고전 소설의 특징은 서양고전인 오디세이아나 히스토리아 보단 덜하지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생소한 지명 또한 많이 나와 한번 읽고 이해하기란 쉬운일이아니다. 두 번 세 번 읽어야 큰 맥락이 잡히며, 인물들의 특징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고전이다. 작가들은 아마 이런 고민에 봉착한 독자들의 편의를 주기위해 보다 쉽게 접근하여 고전의 매력을 느끼게 하기 위해 만화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책을 편찬하기도 한다. 이문열은 우리나라 대표 만화가인 형민우랑 작업하여 편찬하였으며, 황석영은 이충호랑 작업하여 삼국지를 출판하였다. 고 고우영 작가 또한 고우영 삼국지를 편찬하였다. 만화의 큰 장점은 읽기 쉽다는것이다. 이해가되지 않는 장면이나 상황들은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 작업 또한 만만치 않다. 길게 텍스트로 늘여진 이야기들을 한 컷으로 표현하고 상황에 맞는 대사를 넣는 것은 순전히 작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만화는 장면을 연출하고 텍스트로 설명하기 보단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때문에 더 힘들다. 이는 작가의 주관이 많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이희재 삼국지는 작가 이희재가 앞서 언급한 고전에 접근하기 어려운 독자들의 고민을 덜어주기위해 작업을 하였다고 한다. 현제는 사마천 사기를 작업하고 있다고 하니 고전에 대한 열의 또한 대단하다고 보인다. 책의 머리말에 서술에 놓았듯이 작품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작업을 하였다고 하였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황들은 작가개인적인 주관을 장면으로 연출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고 하였으며, 삼국지 연의에 등장하지 않는 각종 야사들도 표현하여 읽는 재미를 더한다. 등장인물들 묘사는 한번에 누군지 알아볼수 있듯이 유비는 유비답게 인자하게 묘사 하였으며, 관우는 믿음직하게 장비는 망나니처럼 여포는 거대한 장수처럼 조조는 교활하게 표현함으로써 인물만 보아도 그 인물이 가지는 인간적인 면을 한눈에 알아볼수 있다. 많은 인물들이 나옴에 따라 그 인물들의 이름은 중간중간 다시 언급해 주어 이해를 돕고 있다. 이희재는 대표적인 진보만화 작가로 알려져있다. 그는 과거 보수작가로 널리알려진 이문열작가와 협업을 통하여 이문열 이희재 만화삼국지를 출간한 적이 있어 논란이 된적이 있다. 이문열작가의 주관적 시선이 작품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것이다. 그는 인물과 사건, 전체적 이야기의 흐름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이문열의 시각은 많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하였지만, 아마 이번에 작품 출간한걸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번 작품은 더욱 진정성과 애착이 느껴진다.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으로 쉽게 삼국지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삼국지를 읽었으나 완독하지 못하였을 독자들은 전략, 전술, 임기응변, 처세술, 인간관계 등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고전 삼국지의 매력을 바른 만화를 추구하는 이희재 삼국지로 쉽게 다가가길 바란다. |
|
중국 사대기서에 속하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원작에 충실한 완역소설 모두를 읽는다는 것은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찾게 되는 것이 만화삼국지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만화가 갖는 장점인 빠른 전개로 인해, 만화 삼국지들이 사랑받는 것이리라.
나 역시 몇 개의 만화 삼국지를 소장하고 있다(아니 소장했었다. 우리 딸이 이렇게 빨리 클 줄 모르고 줘버렸으니. 흑흑.). 먼저 『전략 만화 삼국지』세트(전60권)가 떠오른다. 한 질을 구입하여 퇴근 후 며칠 밤을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덕분에 낮엔 해롱해롱하던 기억이.). 그 다음에 황석영 이충호의 『만화 삼국지』(전15권, 애니북스), 『고우영 삼국지』(전10권, 애니북스, 이건 현재도 소장하고 있다.)가 소유했던 삼국지 세트들이다. 그러고 보니 삼국지를 만화로 배운 셈이다. 이런 나에게 또 하나의 삼국지가 찾아왔다.
금번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이희재 삼국지』(전10권)인데, 이희재 화백은 이문열 이희재의 『만화 삼국지』(전10권, 아이세움, 현재 절판)를 출간했었다. 아마도 그 책을 금번 새롭게 계약하여 출간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그 첫 번째 책 「형제의 의를 맺다」는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 그 뒤 곧장 일어난 초나라와 한나라의 싸움에서 다시 중원을 통일한 한나라의 유방. 다시 200여년이 흘러 왕망의 반란을 정리하고 왕조를 이은 후한 광무제. 이후 120여년이 지난 시대, 바로 이 시대가 삼국지의 배경이 된다.
십상시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조정과 못살겠다며 봉기한 민중들. 새 세상을 만들어 보자며 일어난 황건적을 토벌하려는 움직임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황족의 후예로서 누상촌에 살며 돗자리를 짜 팔던 유비, 고향에서 썩은 관리를 죽이고 떠돌이 콩장수가 된 관우, 혈기왕성하며 정의감이 넘치는 돼지고기 장수 장비, 이렇게 셋이 도원결의를 하며 영웅들의 승부에 함께 하게 되는 이야기. 세상을 얻기 위한 영웅들의 서사 삼국지 이야기를 이희재 화백의 멋진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게다가 그래픽노블 책들을 많이 출간하고 있는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만화이기에 더욱 기대된다(어느 잡지의 출판사인터뷰를 보니, 휴머니스트에선 굳이 그래픽노블이란 용어에 집착하지 않는데, 사내에서는 외국 만화를 번역한 경우와 한국만화를 구분하기 위한 정도로 그래픽노블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이 책은 만화라 부르는 것이 더욱 좋겠다.).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만화 삼국지, 이제 막 1권을 읽었지만, 그 뒤의 이야기들도 만나봐야 할 듯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