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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씨남정기 · 서포만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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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사 한권의 책 시리즈에는 <사씨남정기>가 포함되지 않아 범우사판의 이 책으로 읽었습니다. 입시를 위해 <구운몽>과 이 작품은 필독 항목이어서, 작품 전편을 다 읽지 않으면 고득점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이 책에는 후반부에 <서포만필>도 포함되어 있어서, 국어교과서에 그 이름만 거론되는 고전을 일부나마 맛볼 수 있었다는 다른 장점도 있었고요. 사실 범우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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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사 한권의 책 시리즈에는 <사씨남정기>가 포함되지 않아 범우사판의 이 책으로 읽었습니다. 입시를 위해 <구운몽>과 이 작품은 필독 항목이어서, 작품 전편을 다 읽지 않으면 고득점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이 책에는 후반부에 <서포만필>도 포함되어 있어서, 국어교과서에 그 이름만 거론되는 고전을 일부나마 맛볼 수 있었다는 다른 장점도 있었고요. 사실 범우사르비아문고는 당시 어린 제 기준에는 "나쁜 책"에 포함된 여러 오컬트물이 수록되어 있어서 접근하기가 좀 꺼려졌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그런 선입견을 깨고 이 시리즈에만 수록된 여러 명작들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범우사르비아 문고는 학생들을 위한 문고판치고는 역주가 많이 (각주 형식으로) 실려 있고, 텍스트의 가독성이 높은 편이어서(그렇다고 아동용 윤문이 지나치게 이뤄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 기준으로는 성인용이었다고 봐야) 입시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 말고도 <삼국유사>, 심지어 <목민심서>도 있었는데, 이가원 선생 등 일류 학자들이 국역한 솜씨라서 그 신뢰성도 나무랄 데 없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서인이었던 김만중의 시선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사씨와 교씨를 인현왕후, 희빈 장씨에 그대로 대입하고 보면 어린 독자에게는 역사 인식의 왜곡을 가져 올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최종적으로 서인이 승리하고 민후가 복위했기에 이 소설 역시 권선징악의 확실한 주제를 (작가 입장에서야) 당당히 부각할 수 있었습니다만, 갑술환국으로 서인 일당 전제 체제로 바뀐 결과를 역사의 굴절로 보는 입장에선 이 소설이야말로 망국적 파당정치의 폐단이 문학적으로 나쁜 방향의 응축을 빚은 대표적 산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희빈 장씨에 일종의 페미니스트 선구의 입장을 부여하려는 쪽에서는, 이 작품 주제의 지독한 봉건성, 캐릭터의 무한 평면성까지 엮어 마음껏 비판에 나설 빌미를 편안하게 제공받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 점을 감안하여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해석할 것을 권하는 아동물도 요즘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역경을 헤치고 사악한 무리들의 술수와 모략을 극복하여 마침내 생래의 정당한 권리와 명예를 회복한다는 테마야말로, 시대와 이념을 초월하여 독자가 보편적 호응을 보낼 수 있는 영원한 공감 영역입니다. 더군다나 현대의 독자가 잊어서는 안 될 점이, 이 소설은 그 창작 동기가 (당연히도) 여성이었던 모친의 심심파적을 위해 효심 가득한 아들의 의도적 계획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대립이라는 소모적 비건설적 논쟁 때문에, 보다 더 큰 의의를 지닐 본연의 이슈가 행여 함몰되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구운몽>과 더불어 이 작품은 (물론 공연한 정치적 논란을 우회하기 위한 도피적 풍유였겠으나) 중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문제는 숙종부터가 북벌론의 충실한 신봉자였던 효종의 적손이요, 아직도 송시열 등 골수 성리학통 인사들의 전횡이 해소되지 않은 무렵이었다는 점입니다. 서인 일각에서 이즈음 발달된 문물과 정치적 안정을 자랑하던 청조의 시스템을 어떻게 중립적으로 바라보았는지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류 문장가였던 서포의 문학관에 대해서는 정규 교육 과정에서 귀가 따갑게 들었기에, 그의 송강 극찬은 소속 당파를 떠나서 다소 식상하기까지 합니다.


v*****7 2016.09.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문학의 자주성을 역설한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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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중기의 문인 김만중(金萬重)의 수필시화 평론집이라고 할 수 있다. 비평의 객관성 추구를 기본과제로 삼으면서, 만필이기에 허용될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이용해 관념의 허위를 비판하고 국문문학을 적극 옹호했다. 주된 내용은 우리나라 시에 대한 시화(詩話)이며, 소설이나 산문에 관한 것도 있다. 그밖에 불가(佛家)·유가(儒家)·도가(道家)·산수(算數)·율려(律呂)·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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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중기의 문인 김만중(金萬重)의 수필시화 평론집이라고 할 수 있다. 비평의 객관성 추구를 기본과제로 삼으면서, 만필이기에 허용될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이용해 관념의 허위를 비판하고 국문문학을 적극 옹호했다. 주된 내용은 우리나라 시에 대한 시화(詩話)이며, 소설이나 산문에 관한 것도 있다. 그밖에 불가(佛家)·유가(儒家)·도가(道家)·산수(算數)·율려(律呂)·천문(天文)·지리(地理) 등에 대한 기사들도 실려 있어 지은이의 사상적 편력과 박학다식함이 잘 나타나 있다. 문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책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문체 비교, 통속소설관, 번역문학관, 시가관, 국어관의 확립을 통한 '국민문학론' 등 선구적인 이론들을 밝히면서 중국 문화의 추종과 무분별한 한문학 모방을 나무랐다.요즘처럼 문학이나 비평마저도 사대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때에 이런 글은 통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인상깊은구절]
송강(松江)의 〈관동별곡〉과 〈전후미인곡(前後美人曲)〉은 우리 동방의 〈이소(離騷)〉이다.그러나 그것을 중국 글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악사(樂士)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수되거나 한글로 기록되어 전해질 뿐이다. 어떤 사람이 〈관동별곡〉을 칠언시(七言詩)로 번역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인도 승려 구마라습은 “인도에서는 대개 말로 꾸미는 것(辭華)을 대단히 숭상하여,부처를 찬양하기 위해 지은 인도의 노래는 무척 아름답다.그런데 그것을 중국 글로 번역하게 되면 다만 그 뜻만 알게 할 뿐이지 그 사화(辭華)는 전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당연한 이치다.사람의 마음이 입을 통해 나타난 것이 말이고,말에다 운율을 가미한 것이 노래요,시요,문장이다.사람의 언어가 비록 같지 않으나,말을 잘하는 사람이 자기네 고유 언어를 가지고 운을 잘 맞추기만 한다면,충분히 천지 를 움직이고 귀신에게까지도 통할 수 있는 것이다.이는 비단 중국의 경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 나라의 시와 문장은 고유한 언어를 버리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빌려다 쓰니,설사 아주 비슷하게 표현한다 해도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것일 뿐이다.나무하는 아이들이며 물긷는 아낙네들이 지껄
z******8 2001.05.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