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화와 식민 지배를 이야기할 때 "한국도 식민 지배만 아니었으면 자력으로 충분히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주장을 흔히 접합니다. 저 역시 우리나라의 저력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가지 못한 길을 강하게 확신하는 듯한 저 주장에는 어떤 근거가 있는지, 다소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식민 지배를 끝내고 사회 내외에 스민 그 흔적을 극복해야 하는 지금, 우리는 '~할 수 있었다'라는 말보다는 "당대 조선은 하지 못했고 일본은 해 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책은 일본 중세와 근세를 돌아보며 그 자문에 답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무역과 무기를 앞세운 유럽 세력과의 교류를 통해 선진 문물을 일찍 접한 것이 행운이라면, 그 행운을 도약의 기회로 바꾼 건 일본의 실력이라던 1권의 주장이 그 힌트이지 않을까요.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썩 조명받지 못했던 유럽 가톨릭의 영향까지 알아보면서, 과거의 세계관에 대한 저의 인식이 생각보다 훨씬 협소했다는 점도 깨달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아직 깨닫고 통찰한 바가 미숙해서 여러 번 더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
|
이 책 저자의 전작인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를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을 구입해서 읽는데에 망설임이 없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이후, 역사책 제목으로 <~ 이야기>라는 게 많아진 것 같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 등등. <~ 이야기>라는 제목이 클리세 같기도 하지만, 역사를 접근하는 마음 가짐을 대학교 강의 듣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편안하게 주고 받는 느낌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 나는 책을 읽으면, 영감을 받은 페이지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습관이 생겼다. 미래의 일이겠지만 나도 좋은 책을 쓰고 싶은 생각에 중요 부분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다시 책을 읽게 된다면 빨리 정리하고 싶어서이다. <일본인 이야기 1>을 다 읽고 난 뒤에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포스트잇이 가장 많이 붙여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이 책은 단순히 일본사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일본사를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사, 더 나아가 세계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이천년 전에도 지구 위에 사는 모든 나라들이 조금씩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거리가 멀면 멀수록 그 영향은 실시간이 아니라, 백년 단위, 천년 단위로써 영향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대항해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1500년대 이후, 그 전과 비교해 거의 실시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짧은 시간 내에 서로에게 영향을 주거나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은 1500년대 이후의 일본사부터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저자는 5권까지 이 시리즈를 이어나가겠다고 머리말에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 370쪽의 내용이 마음 속에 남는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국사를 배우지 말고 세계사를 배우자. 나또한 십여년 전부터 고등학교에서는 국사를 배우지 말고 그냥 역사를 배웠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한국사라도 한국사만 배우면 편협된 시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
|
이 책은 일본의 16~17세기 그러니깐 전국시대부터 에도시기 초반부를 다루고 있다. 우리(우리나라)에 있어 이 시기는 임진왜란(정유재란)으로 기억되곤 하지만 그건 우리를 주연으로 본 관점이고, 상대방(일본)을 주연으로 바라볼 때 해양세력과의 조우함이 메인일 것이다. 해양세력과의 조우함이라는 이슈 속에서 한, 중, 일은 어떤 자세를 취했고 그 포지션이 역사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몇백년 후의 후손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알고 있다. 생각보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국제적인 나라였구나 하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되었고 바로 옆 이웃나라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대적인 변곡점에 대한 민감성이 없었던 조선이라는 나라와 위정자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비판적인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책이다. 다음 권이 기대된다. |
|
15~17세기 세계 정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내용이 많아 보입니다. 자주 딴 길로 빠지는 부분이 여럿 있습니다. 소제목은 카톨릭인데 어느 순간 작가는 서적과 의학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곤 합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맥락을 잃기 쉽더군요. 책 제목이 왜 "이야기"인지 알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연구 많이 하신 분이 썰 푸는 걸 듣는 기분입니다. 생생하고 신박한 관점도 있지만 중구난방으로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권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가 하면 글쎄요... 저는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
|
'어쩌면 우리의 삶은 우연에 결정되는지도...' 드디어 결정했다. 어차피 모두 만날테지만 누굴 먼저 만날지가 고민이었습니다. 게다가 다음달 용돈까지 끌어다 탕진한 거대한 책상자 3개를 개봉한게 바로 어제 오후가 아니던가요. 또 다시 책을 샀다는 것은 아내가 알아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자칫했다간 용돈이 삭감될지도 모르지요. 제발 그것만은.... 제가 먼저 만나기 한 책은 김시덕 교수의 '일본인 이야기'입니다. 이 주제는 총 5권의 시리즈로 기획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일본의 내전인 전국시대가 막을 내리는 16세기부터 조선을 집어삼키고 중국마저 잡아먹으려다 자멸하는 20세기 중반까지의 일본을 다룬다고 합니다. 저떄가 바로 내가 가장 기대하는 일본의 사정인데요. 완간될때까지 기다릴 생각에 눈앞이 아득해집니다. 교수님 제발.... 6개월에 한 권씩 나오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이 책 1권은 16세기와 17세기 사이의 일본의 내부와 외부를 다룹니다. 김시덕 교수는 이 시기를 일본의 첫번째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라고도 하는데요. 읽고 있어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흥분하게 만드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주제는 나에게 각별하며 강렬하게 다가오지요. 16~17세기의 일본 내외부의 상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우연'입니다. 포르투갈인이 가져다 준 철포는 때마침 군웅할거의 내전 시대에 가장 적확한 신무기였지요. 일부 통찰력이 있는 다이묘들만이 그 진가를 알아봅니다. 그중 철포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전술화시킨 '오다 노부나가'라는 다이묘가 있는데요. 그가 결국 끝없는 내란시대를 종결하는 기틀을 만듭니다. 또 다른 우연은 그 이시기에 일본을 방문한 핵심세력은 군사집단이 아닌 선교사집단이라는 겁니다. 전자였다면 여타 아프리카 국가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진작에 식민지가 되었을텐데요. 극동이라는 지리적 천운이 따랐던 겁니다. 이러한 우연은 에도 막부 말에도 일본의 운명을만들어갑니다. 제국주의가 팽배한 이때 일본에 접촉한 서구 열강이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러시아가 아닌 네델란드라는 점입니다. 이 당시의 네델란드는 교역에 집중하던 때라 오히려 그들의 의학, 천문학, 회화 등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죠. 어쩌면 우리 인생도 이런 우연의 지배를 받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우연을 기대하며 '수주대토'의 어리석음을 반복할 수 없지요. 일본이 만들어낸 결과는 맞이한 '운'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실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
주제는 일본 전국시대, 저자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알기 어려운 서울, 강남의 역사를 되짚어 주던 김시덕 작가... 눈에 들어 온 이상 구매해 읽을 수 밖에 없는 조합이다. 사실 동아시아의 무수히 많은 역사적 시기 중에 일본 전국시대가 갖는 재미와 흥미로움은 굉장히 세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은 개인별로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많은 일본 드라마, 영화에서 자주 그려진다.
저자는 현재 일본의 사회,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과거 4세기의 이야기를 16~17세기 전국시대를 출발점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섬나라를 구성하는 바다의 역할을 엮어 일본이 근방에 위치한 대한민국, 중국과 어떤 차이점을 지닌 채 근현대사적 발전을 이루면서 제국 주의로 발전하는 지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전국시대를 전후해 포르투칼, 네델란드 등지에서 비롯한 서양문물이 중국과 다르게 침략세력이 아닌 선교세력인 점이 일본 근대화의 큰 원인이며, 위기나 우연을 통해 얻은 경험들을 어떻게 기회로 바꿨는지에 대한 논의도 신중하게 풀어내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글로 풀어 진 내용들은 독자 들을 이해시키는 부분에서 가독성이 떨어져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유튜브를 통해 육성으로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가지고 있는 지식을 설명하는 실력은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과 동일하게 적용되는 듯해 조금 아쉬웠지만 역사라는 큰 과제에서 도시, 근대화와 관련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