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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한창 재롱을 부릴 때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그때는 퇴근이 늦기도 했고 출장도 잦았다. 그 날 그 날 집으로 퇴근할 때는 잘 몰랐는데 며칠 지방으로 출장을 갈 때면 딸아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분명 아내를 사랑하고 애정의 깊이가 줄어들지 않았는데 아내보다 딸아이가 더 보고 싶었다. 스스로 신기할 정도로 딸아이가 보고 싶은 것은 그때 딸아이도 나를 그만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었을까. 어쨌거나 사랑하는 아내보다 더 보고 싶은 존재가 있다는 것이 완전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이는 아빠가 보고 싶고 함께 놀고 싶다. 아빠랑 마냥 놀고 싶은데 아빠는 출근을 해야 한다. 출근을 한 뒤 무슨 일을 하는지 퇴근까지 늦다. 어둠이 내린 추운 겨울밤인데 아직 아빠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빠는 어디까지 왔을까. 아이는 아빠의 하루를 상상한다. 차가운 바람이 씨잉씽 부는 거리, 털목도리를 두른 아빠가 지하철을 타러 간다. 아이랑 떨어지기 힘들기 때문일까,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갑자기 아빠의 그림자가 흐느적거리며 일어난다.
아빠가 깜짝 놀라 가방을 떨어뜨린다. 회사의 무게를 떨쳐냈지만 아이가 선물한 컵 고양이 장식도 떨어진다. 순식간에 아빠와 그림자는 합체가 된다. 아빠는 컵 고양이한테 함께 도시를 지키자고 말한다. 회사 대신 아이의 마음과 함께한다. 아빠는 도시의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서 도시 구석구석을 내려다본다. 목도리를 망토처럼 두른 아빠가 멋지다. 눈보라가 휘날리기 시작한다. 아기를 업고 붕어빵을 파는 아줌마의 포장마차가 쓰러지려고 한다. “아빠, 도와주세요!” 아이의 소리를 듣고 아빠가 포장마차를 번쩍 들어 컵에 싣는다. 아주머니와 아기를 무사히 구조한다. 택배 아저씨의 오토바이가 쓰러지려고 한다. “아빠, 도와주세요!” 아이의 소리를 듣고 아빠가 오토바이를 번쩍 들어 컵에 싣는다. 아빠와 고양이는 쉬지 않고 추위에 떠는 사람들을 구조한다. 사람들을 태울 때마다 컵은 조금씩 커진다.
지금은 커다란 배로 변했어요. 눈이 그치자 사람들은 밤하늘을 구경해요. 조금 춥긴 하지만 즐겁고 신기해요. 아빠는 쉬지 않고 사람들을 구조했어요.
하늘에 떠 있는 노란 배는 달 같고 아빠의 푸른 목도리는 은하수 같다. 더없이 평화로운 풍경이다. 갑자기 배가 기우뚱한다. 사람들이 놀라서 비명을 지른다. 아빠가 사람들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소리치고 쏜살같이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다. 목도리로 커다란 보름달을 감싸서 끌고 온다. 목도리를 배와 연결하자 멋진 달 풍선이 된다. 사람들은 신이 나서 노래하고 춤을 춘다. 배는 다시 두둥실 떠오른다. 다들 무사히 집으로 가고, 고양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든다. 이제 아빠도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빠는 현관문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현관문으로 들어오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기 때문일 텐데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낮에 사람들을 구한 아빠가 슈퍼맨이기 때문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여긴다. 아빠가 왔다고 맞이하지도 않는다. 그냥 잠든 척한다. 슈퍼맨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아빠도 잠든 아이를 보는 순간 슈퍼맨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여기는 아이에 맞춰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 그러고는 깊은 마음을 담아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