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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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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페이지는 정의가 복수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책에서 말했다. 나는 그 문장을 이해하려 곱씹었고 마침내는 그에게 동의할 수 있었다. 맨 얼라이브는 지극히 개인의 여정이다. 그의 일생에는 그를 위협한 두 사람이 있었고 그는 그 두 사람을 괴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기로 선택했다. 그를 괴롭혔던 남성들에게 그는 다른 것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길 원했다. 그리고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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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페이지는 정의가 복수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책에서 말했다. 나는 그 문장을 이해하려 곱씹었고 마침내는 그에게 동의할 수 있었다.

맨 얼라이브는 지극히 개인의 여정이다. 그의 일생에는 그를 위협한 두 사람이 있었고 그는 그 두 사람을 괴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기로 선택했다. 그를 괴롭혔던 남성들에게 그는 다른 것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길 원했다. 그리고 그들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그가 어떤 남성이 될지를 고민했다. 사회를 위해서는 정의라는 게 필요할지 몰라도 개인에게는 이런 것이 필요하다. 정의나 복수는 일개 개인이 쫓아야 할 것이 아니다. 하물며 사회조차도 개인에게 정의나 복수를 행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정의와 복수가 아닌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타인이 그렇게 거듭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그를 단절할 수 있고 스스로가 그들과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의와 복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두 가지 모두 해악을 가하는 인간에게 분노를 느끼고 정당한 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데 인간을 단죄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시작하면 우리는 이내 타인과의 연결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은 우리-선한 존재-와는 달리 악하다는 생각은 무엇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흑백논리에 갇혀 우리가 끝없이 생겨나는 괴물들 틈에 살게 할 뿐이다.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하는 건 그들이 단순히 나쁜 짓을 저지른 괴물이 아니라 그렇게 거듭난 존재임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들 사이에서 자라난 또 다른 사람인 걸 이해해야 한다. 그럴 때야 우리는 비로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계층에 따라 가치를 매겨 부당한 취급을 하는 것과 다르다. 사회에서 남성에게 끝없이 용서할 틈을 주는 것과는 다르게, 반성 없이 자꾸만 해를 끼치는 남성들 뒤에 그런 사회가 있음을 이해하는 것에서 모든 게 시작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불평등한 사회에서 정의를 외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타인임을 이해하는 데서 모든 게 시작되는 것이다. 남성은 사회의 악도 괴물도 아니다. 그들은 타인이어야 한다. 나와 동등한 타인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동등한 타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정의가 사라지길 바란다. 나는 한때 남성을 괴물로 본 적도 있지만,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나는 그들이 계속해서 해를 끼치는 존재로 거듭나는 데에 이 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있음을 이해한다. 나는 남성과 단절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여성주의와 함께 변해가고 있는데 다수의 여성주의자는 남성을 괴물로 보기를 택했다. 남성적인 사회와 남성을 향해 정의를 쫓지만 그들 또한 사람이고 변할 수 있고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까먹은 채로 그들이 꿈꾸는 더 나은 사회에 남성이 배제되었지만, 그들은 우리의 곁에서 살아간다. 만약 모든 남성이 사라진 세상에서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그곳에서도 또 반성 없이 해를 끼치는 존재가 거듭해 나타난다면, 그때도 그들을 원래부터 그랬던 괴물로 취급하여 이분법적으로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나눌까?

나는 스스로 선한 사람이라 믿지만, 악인과 정반대의 곳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스스로 피해자였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방관자였다. 한때 나 또한 모든 남성을 괴물로 보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내 가해자들은 여성이었다. 누구도 명확하게 선한 존재도, 악한 존재도 아니다. 그들 모두 사람이었고 나 또한 사람일 뿐이다. 우리 중 누구도 괴물은 없다. 누구나 타인을 해할 수 있기에 근절하려 노력하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하는 사람들. 나는 남을 해치는 악인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런 악인들을 계속해 만들어내는 사회를 바꾸려 조금이나마 힘을 더한다.

나는 타인과 단절되어 자신을 보고 싶지 않다. 정의나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더 나은 사회와 구성원들, 나 자신을 소원할 뿐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게 되면 분명 나를 이퀄리스트라 조롱할 수도 있겠지만 몇몇은 내 하찮은 글솜씨에도 맥락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나에게 남성은 그저 타인일 뿐이다. “남자들이란” 그래, 이런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다양한 존재인 게 분명하다. 그들이 그저 남성이 아니라 사람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우리가 그저 여성들로 설명되는 존재가 아니듯이 모두가 그저 사람이길 바란다.

s******2 2020.03.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