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사실 기선제압을 잘 못한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에게 무협지의 호쾌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좀 기가 세지지 않겠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2020년 초 처음으로 무협소설을 읽었다. 사실 몇 개의 무협소설을 읽고 재미도 느꼈고 실망도 느꼈다. 읽은 무협소설 몇 권은 다음과 같다. 정협지, 수박, 대설, 탈명검, 검궁인 삼국지이다. 정협지는 무협소설이라기 보다는 연애소설 같았고, 소설의 스케일이 크지 않았다. 수박이라는 소설은 한국의 무예를 표현하려고 노력한 점이 보였고 재미면에서는 발군이었지만 뭐랄까 살짝 아쉬움이 느껴졌다. 주인공이 너무 천재다. 대설과 탈명검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인 창세기전과 연관이 있는 책이다. 창세기전이 이 두 작품의 스토리를 표절했다고 예전부터 소문이 나서 진짜인지 궁금했다. 비슷한 부분도 있고 비슷하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표절이라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뭔가 비슷한 느낌이었다. 단순한 재미만을 위한 스토리와 복수에 대한 이야기는 뭔가 두 소설이 쌍둥이처럼 느껴지게 했다. 검궁인 삼국지는 요 근래 읽어서 리뷰를 길게 써서 생략한다. 무도연지겁은 그러던 중 우연히 중국무협소설동호회에서 번역한 책이란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책을 내다니. 약간 나도 바라는 이야기이기에 이번에 사서 읽었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동호회를 만들어 스타워즈 소설들을 번역해서 출판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내 게으름부터 고쳐야겠지만...) 이 책은 이 전에 읽은 무협소설과 좀 느낌이 달랐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살짝 한 단계 위의 느낌이었다. 일단 두 사람의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서로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 준비한다. 그게 자세가 될 때도 있고 말빨이 될 때도 있고 자신의 배경이 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의 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꾸준한 속도로 다음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있다. 솔직히 전에 읽은 무협소설들은 다음 이야기가 약간 짐작이 되었었다.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그런데 이 책은 아직까지는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흥미가 생긴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끝까지 읽으면 정말 내가 읽은 최고의 무협소설이라고 할지 아니면 다른 무협소설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지금 1권의 느낌만 말하면 내가 읽은 무협 소설 중 최고의 무협소설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