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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氏가 오고 있다 (by 황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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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학하고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종종 자신이 가장 아름다울 때를 기억하는 사람이 나라서 내 존재가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기 자신을 자신보다 많이 본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해보면 20대에 만나 벌써 50대가 되었으니 부모님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이고,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한 사람이기도 하다. 아내를 처음 보았을
"느낌 氏가 오고 있다 (by 황혜경)" 내용보기
나는 복학하고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종종 자신이 가장 아름다울 때를 기억하는 사람이 나라서 내 존재가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기 자신을 자신보다 많이 본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해보면 20대에 만나 벌써 50대가 되었으니 부모님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이고,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한 사람이기도 하다. 아내를 처음 보았을 때의 눈부셨던 기억을 아직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20대와 30대와 40대를 함께 보내고 50대를 같이 하다 보면 사랑은 사랑 이상의 끈끈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을 함께 하면서 두꺼워진 믿음과 신뢰. 서로의 일상이 되어준 유대감 같은 것들이 사랑보다 덜 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의 소중함과, 나를 구성한 겹겹의 시간들에 함께 한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이 바로 이러한 것이었다. '일상'.
소위 '일상의 정치성'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큰 개념이나 담론으로 확대해서 이해하거나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소소하고 담담하게 일상이라고 말해도 그 의미가 퇴색하거나 작아지지 않는, 단단하고 힘이 있고 견고한 한 사람을 만났다.
73년생의 시인이 2010년에 등단을 했으니 서른이 넘어서 늦은 나이에 시인이 된 셈인데, 오히려 그래서 그동안 켜켜이 쌓아왔던 그녀의 모든 삶들이 시가 된 것 같아서, 20대의 사진첩을 오랜만에 꺼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진첩 속 나는 지금의 나와는 사뭇 다른 생경함을 주지만, 눈부시게 아름답고 빛난다. 물론 그땐 내 자신이,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운 줄 모르고 살았지만 말이다.
이제와 돌아보니 그땐 아름다웠고, 그런 일상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내가 된 셈이니, 지금의 나를 좀더 사랑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적어도 미워하거나 외면하지는 않게 될 것 같다.
종종, 오래된 시집, 누군가의 첫 시집을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n 2025.10.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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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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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느낄 것이다간 밤에 꿈을 꾸었다. 대학에서 시를 가르친다는 모 교수가 조교와 함께 우리가 있는 교실에 찾아왔다. 그는 졸업식 때에나 입을 법한 붉은 법복을 걸치고는 두꺼운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업은 재미없고 지루했다. 사람들이 모두 조금씩 시간에 무감각해질 때 모 교수는 즉석에서 사람들에게 시 한 편씩 써보라는 말을 건넨다. 괜찮은 시를 몇 편 골라 모두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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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느낄 것이다


간 밤에 꿈을 꾸었다대학에서 시를 가르친다는 모 교수가 조교와 함께 우리가 있는 교실에 찾아왔다그는 졸업식 때에나 입을 법한 붉은 법복을 걸치고는 두꺼운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수업은 재미없고 지루했다사람들이 모두 조금씩 시간에 무감각해질 때 모 교수는 즉석에서 사람들에게 시 한 편씩 써보라는 말을 건넨다괜찮은 시를 몇 편 골라 모두 앞에서 읽어보자고 한다나는 시를 썼다사람들도 각자 시를 썼다시가 쓰여진 페이퍼가 모 교수에게 건네졌다가 다시 각자에게 되돌려졌다그러나 나와 내 옆 자리의 어떤 사람은 시를 돌려받지 못했다모 교수는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나의 시를 읽었다세 행 정도 읽어 내렸을 무렵 잠에서 깼다기묘한 꿈이었다나는 아침 출근 길 지하철에서 내가 꿈 속에서 썼던 시를 떠올려보려 애썼다간신히 떠올린 몇 개의 문장은 시의 언어라기 보다 장황한 산문의 언어였다시를 읽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시를 쓴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므로 시를 읽으며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라는 마음은 스스로에 대해 겸손하지 못한 태도였다그러나 황혜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를 읽을 때 분명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라는 불성실한 말을 내뱉었다문장은 난해했고 단어는 논리와 의미 없이 어지럽게 배열되어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겉으로 불성실해 보이는 감정의 표현을 끈질기게 헤아려 보니 그 속에는 자신만의 고유한 리듬을 잃지 않으려 성실하게 살아가는 시인의 삶이 그려져 있었다보이지 않던 것을 엿보았을 때엿보아진 것이 나의 리듬과 같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나는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황혜경 작가가 머리 속의 원형이 궁금했다그녀가 5년 전에 낸 첫 시집 <느낌 氏가 오고 있다는 자신의 생각에 침잠하려는 내향성과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감각에 용기를 내어 다가서려는 비자발적 외향성이 삶에 스며드는 언어로 쓰여져 있었다알기 어려운 것을 조금 더 알아간다는 것이 기뻤다.

황혜경 작가의 시를 읽으며 10년 전의 어떤 문학평론이 떠올랐다한강 작가가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이전.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된 강지희 평론가의 글이었다강지희 평론가는 <환상이 사라진 자리에서 동물성을 가진 ‘식물-되기’라는 코드로 한강 작가를 읽어냈다여성의 육체는 처절한 고통과 저항을 내포한 식물이기도 하면서동물적인 식욕과 성욕을 보존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황혜경 작가는 가까워지려고 다가오는 자를 경계했다거리가 좁혀질수록 너의 영향력은 커지고 나만의 취향은 손상된다그 때문에 나는 황혜경 작가를 관습화된 식물로 이해했다그러나 시집을 다 읽자 뒤 표지 작가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나는 네가 보고프다당신들이 보고 싶다내게 사랑을 나눠 준 당신들에게 나는 이제야 오고 있다.’ 제자리에 못박혀 꽃이 되려는 그녀에게도 타자를 느끼려는 식욕과 성욕이 있던 것은 아닐까그것을 느껴버린 순간의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https://marill00.blog.me/221312256563


YES마니아 : 로얄 m******0 2018.07.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