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7)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47%
  • 리뷰 총점8 41%
  • 리뷰 총점6 12%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9.0
  • 40대 7.0
  • 50대 9.0

포토/동영상 (2)

리뷰 총점 종이책
21세기, 살아있는 추사의 인생 조언을 듣다.
"21세기, 살아있는 추사의 인생 조언을 듣다." 내용보기
“나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네가 남기고 간 문장 하나가 좀처럼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 책은 추사의 한 줄 문장으로 시작된다. 아마도 추사의 제자쯤으로 보이는 자가 추사에게 한 말.   “나를 닮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당돌한 도전에 대한 추사의 조언이 이 책의 골격을 이루었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년)는
"21세기, 살아있는 추사의 인생 조언을 듣다." 내용보기

 

나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네가 남기고 간 문장 하나가 좀처럼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 책은 추사의 한 줄 문장으로 시작된다. 아마도 추사의 제자쯤으로 보이는 자가 추사에게 한 말.

 

나를 닮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당돌한 도전에 대한 추사의 조언이 이 책의 골격을 이루었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18세기 말에 태어나서 19세기 외척 세도 정치기에 활동한 조선 예원의 마지막 불꽃같은 존재이다. 조선이 고유문화를 꽃피운 진경시대의 세계화에 성공한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진경시대의 학문 조류인 북학 사상을 본 궤도에 진입시킴으로써 조선 사회의 변화 논리에 힘을 실어준 장본인이다.(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김정희는 정권에서 밀려나 절해고도 대정(제주)으로 유배길에 오른다.

유배길의 참혹함과 서늘함이 마음에 구멍을 뚫어 휑하게 하지만 추상같은 기개로 외로움과 이겨나가며 지기들과 교우, 스승과의 만남, 떠나보낸 인연들에 관한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직은 밝혀지지 않은 나를 닮고 싶은 에게..

 

추사(秋史)의 조언은 크게 다섯 문장의 글로 전해진다.

 

절해고도로 가는 험난한 유배길에서 떠올린 자신의 오랜 신념인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

 

내가 있어야 할 위치를 깨닫게 해 준

사물의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라.

 

목표를 이루고 싶은 너에게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뜻을 이루기 위한 너의 진심과 정성을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에술과 인생의 길을 밝히려거든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

 

책 속에서 만난 김정희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책의 중반까지는 추사의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이 자칫 속물로 비쳐지기까지 했다. 작가는 왜 이렇게 적나라하게 추사의 모습을 까발렸을까? 생각하며 글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작가의 의도를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는 존경해 마지않는 화가이자 서예가 김정희 선생의 처세와 학문에의 길을 통해 독자에게 인생 항로의 키를 쥐어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절해고도로의 유배길에 오르며 의금부도사가 낮게 말한다.

 

험한 길 지나왔다고 마음 놓으면 안됩니다. 평탄한 듯 보여도 이제 절반입니다. 갈 길은 여전히 멉니다.”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은 이제 또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현실의 차가움이 아닌 마음의 엄정함. 두려움에 감정적인 굴복이 아닌 차갑고 냉철한 대처. 그러므로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은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운 깨달음이기도 했다.(p.34_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

 

이 책에서 김정희는 서신을 받을 그이에게 착한 이가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교과서적인 윤리와 선비의 순결은 개나 줘버리라는 듯, 현실적인 처세를 말하고 있다. 때문에 읽는 도중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활시위도 당기지 못하는 제자 초의를 위해 무관 시험 합격 청탁 편지를 쓴 김정희를 보며 후세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한학 이한덕은 3대에 걸쳐 집안끼리 교유하며 지내는 사람입니다. 한학 현상은 수역 현재명의 조카로 공부가 뛰어납니다. 이런 사람들은 부탁하지 않아도 공론이 있을 듯 하지만 별도로 신경을 써서 낙방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p.140_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그는 이러한 청탁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긴 듯 하다. 사람을 사귈 때에도 훗날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며 사귀었다고 말하는 추사.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더 정감이 간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예인에 대한 지나친 공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존경 받는 선비들 중에는 이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면서도 자신의 지조를 지켜나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공자의 관심사는 미생고가 곧은 사람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내게는 그 사람에게 호감을 사는 것, 그리하여 향후 그에게서 어떤 값진 대가를 얻어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것이 내가 마음이 흔들릴 위험마자 감수하고 초의와의 추억을 길게 언급하고 청탁 편지까지 소개한 이유다.(p.141_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책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인간적인 추사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그의 벗들에게 유배지로 찾아와 달라는 애교 섞인 협박부터, 먹을 것을 탐하여 아내에게 간식 목록을 적어 보내며 밀봉하여 보내 달라고 하는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이 있는가 하면, 중국에 있는 스승과의 첫 만남부터 스승의 죽음에 애닮아 하는 여린 제자의 모습까지,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살아있는 추사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그의 모습이 얼마나 솔직한지, 누군가에게 보내는 이 서신에 이렇게 적고 있다.

 

차마 너에게 올바른 것이 이긴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내가 올바르기만 했다고도 말하지 못하겠다. 어떤 사람이 올바르기만 했겠는가? 나는 올바르기도 하고 그르기도 했다. 그르기도 하고 올바르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너의 그 차가운 피와 인정을 누군가는 기억하고 아낀다는 것이다.(p.43_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

 

책 말미쯤에 그는 자신의 모습을 비교적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는 겸손이 아니라 이 책 속에 나오는 추사의 실제 모습으로 다가온다.

 

너도 알다시피 백 번을 양보한다고 해도 나는 결코 온화한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는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붓 한 자루, 먹 하나도 가려 쓰고, 아랫목이 그립거든 문부터 찾아 열라는 엄포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며, 가까운 이들끼리 당연히 주고받는 일상적인 관습도 맹렬과 진심을 담은 까다로운 미학으로 변화시켜 살아온 사람이다.(p.181_너의 세한도를 남겨라)

 

세상에 맞서 당당함과 뻔뻔스러움을 잃지 않은 추사이지만, 유배지에서 부인의 부음을 듣고 그간의 부끄러움과 고통을 토해내며 쏟아낸 시어에는 애틋함이 절절히 흐른다.

 

어떻게든 월하노인 저승 법정 세워놓고

내세에는 남편 아내 처지 바꿔 태어난 뒤

나 죽고 천 리 밖에 그대 혼자 남게 하여

나의 이 슬픈 심정 그대도 알게 하리.

(p.189_너의 세한도를 남겨라)

 

추사 김정희의 인간적인 진면목과 지극히 현실적인 처세 금언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그렇다면 대관절 누구를 위하여 쓴 서신일까 

마지막 장에 저자는 그 사람을 밝히고 있다.

그만을 위하여 붓을 들어 직접 베껴 쓴 동몽선습의 첫 장에 추사는 이렇게 적고 있다.

 

천지만물 가운데 사람이 가장 귀하다.

그 사람 가운데 네가 가장 귀하다.

 

이어 마지막 장에 쓴 추사의 글을 보면 이 귀한 서신집을 받는 이의 실체가 드러난다.

 

열심히 읽고, 가르침에 따르고. 정밀하게 생각하고, 힘껏 실천하라. 그래야 사람의 도리에 이를 것이니 부디 열심히 공부하라.

초승달이 뜨고 사흘이 지난 밤, 아비가 쓰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에 쓴 추사의 글은 허균의 홍길동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가슴 절절함이 묻어난다.

추사가 왜 그렇게 감추어도 좋았을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어 가며 인생의 숨은 귀결을 가르치려 하였는지..

 

서얼이라는 장벽은 이제 천 리 길의 처음에 선 너를 수도 없이 좌절하게 만들 것이다. 소심하나 예민한 너는 그 사실을 뼛속 깊이 느끼고 있다. 그리하여 너는 수선화를 그리고 난을 치며 나를 닮고 싶다는 문장을 남기며 소리 없이 울먹였던 것이다.(p.204~205_편지를 끝내며)

 

서자를 위한 아비의 마음이 시대의 희생양, 현대의 서얼들에게 주는 인생 비기로 지금, 내 가슴을 후벼 놓고 있다.



k*****m 2013.04.25. 신고 공감 6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내용보기
나에게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금은 애잔하고 마음 한켠이 말랑말랑해지는 아픈 분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너무 높아 가까이 갈 수 없는 대단한 위치에 올라선 분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정다감한 분도 아니었다. 고집이 세고 성격이 불같아서 아빠는 우리를 한 번도 안아주신 적이 없다고 했다. 다정하게 말 한마디 건네 신적도 없고, 엄마 몰래 용돈 한번 찔러주신 적도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내용보기

나에게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금은 애잔하고 마음 한켠이 말랑말랑해지는 아픈 분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너무 높아 가까이 갈 수 없는 대단한 위치에 올라선 분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정다감한 분도 아니었다. 고집이 세고 성격이 불같아서 아빠는 우리를 한 번도 안아주신 적이 없다고 했다. 다정하게 말 한마디 건네 신적도 없고, 엄마 몰래 용돈 한번 찔러주신 적도 없는 아빠. 냉정하고 무뚝뚝하고 무섭기만 했던 나의 아버지는 오빠와 사이가 좋지 못했다. 딱 하나뿐인 아들, 그 아들에게 바라는 것이 많았던 것일까? 아님 바라는 게 많았는데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셨던 걸까? 딸들을 생각하는 것과 아들을 생각하는 것. 물론 아버지께 여쭤보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알다가도 모를 애증관계로 서로를 힘들게 하고, 다치게 하고 그러면서 위로 받는 사이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그런 아빠와 오빠관계를 보고 자라서 인지 나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아들은 사이가 나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남편은 어릴 시절 보아왔던 내 아버지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누구보다 다정다감했고, 누구 보다 애정 표현도 남달랐다. 아이들은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고,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다. 삼부자는 똘똘 뭉쳐 같이 운동을 하고, 같이 악기를 배우고 같이 책을 읽고 같이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매일 매일 꼭 안아주고, 매일 매일 꼭 뽀뽀를 하는 삼부자는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넘어선 사람들(?)이다.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나는 딸이 없어서 엄마와 딸의 관계가 어떤 건지 잘 모른다. 내가 엄마를 생각하는 것과 내가 내 딸을 생각하는 것. 그건 분명 다른 뭔가가 있겠지만 딸이 없는 나는 그 뭔가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생각한다. 만약 나에게 딸이 있다면 나는 어떤 것을 남기고 싶을까? 만약 딸이 있다면 딸이 나를 향해 “나는 엄마를 닮고 싶어요.”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아들이 아버지를 향해 “아버지를 닮고 싶어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추사 김정희는 행복한 삶을 살다간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아들이 아버지를 향해 닮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으니까. 아버지처럼 혹은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는 요즈음 부모들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분명 우리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위기와 절망에 처한 너, 걱정과 불안 앞에 흔들리는 너, 목표를 실현하고 싶은 너, 사람에게 신뢰를 얻고 싶은 너, 예술과 인생의 길을 알고 싶은 너.

모두 5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표현하는 방법과 비유하는 방법이 지금과 달라 조금이라도 딴 생각을 할라치면 다시 돌아가 읽어야 했다. 무엇을 의도하는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 글들이라 편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 놓고 어렵지도 않았다. 읽는 것이 익숙해지니 속도가 붙는다. 또한 각 장마다 추신이 붙어 어려운 옛글을 지금 식으로 간단하게 요약까지 해 준다. 그래서 옛글을 내가 제대로 읽었는지 체크할 수 있어 좋았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지만 사랑의 표현 방식은 확연히 다른 것 같다. 지금의 부모가 지나치게 달라붙어(?) 아이의 인생을 조종하려 든다면 옛날 양반들의 부모는 많이 다르다. 냉정하면서도 다정하게,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차가우면서도 따스하게 충고의 완급조절을 잘 하셨던 것 같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도, 너무 멀리 멀어지지도 않는 적당한 길이의 거리를 자식들을 바로 성장하게 만든다.

 

1.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

2. 사물의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라.

3.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4.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5.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

 

 

이 다섯 개의 가르침 안에는 또 각각의 다른 가르침이 존재한다. 그 중 나는 사물의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라는 부분이 참 좋았다. 대뜸 과거에 당장 급제하는 방법을 묻는 사람들이 있다면, 유배 생활을 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자리 현혹되어 실의에 빠졌다면,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가 어디인지를 모르고 헤매고 있다면, 머뭇거리고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면 추사 김정희식의 이 책이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 남편과 이야기를 했다. 아빠인 자신이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혹은 글. 바쁘다는 이유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에게 작은 편지로라도 남겨야 할 말이나 글을 생각해 봐야겠다고...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엄마인 내가 내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그걸 생각해 보고 실천할 수 있는 내가 되는 것은 어떨까 하고..



YES마니아 : 로얄 k*****3 2013.04.17. 신고 공감 6 댓글 16
리뷰 총점 종이책
추사, 21세기의 자기계발서로 재림하다.
"추사, 21세기의 자기계발서로 재림하다." 내용보기
이 책을 즐겁게 읽기 위하여 지난 주 고등학교 2학년 문학 수업 시간에 가르친 내용 가운데 '작품을 잘 이해하려면 작가의 생애와 경험, 가치관과 같은 전기적 사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있었다.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라는 책의 저자인 '설흔'이라는 필명을 보며 이 사실을 떠올린 것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대체 이 책의 갈래를 어떻게 규정해야
"추사, 21세기의 자기계발서로 재림하다." 내용보기

이 책을 즐겁게 읽기 위하여

지난 주 고등학교 2학년 문학 수업 시간에 가르친 내용 가운데 '작품을 잘 이해하려면 작가의 생애와 경험, 가치관과 같은 전기적 사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있었다.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라는 책의 저자인 '설흔'이라는 필명을 보며 이 사실을 떠올린 것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대체 이 책의 갈래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고민한 결과였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소설을 썼다는 설명이 있다. 심리학으로 출발한 소설가답게 이 책은 백년 하고도 수십년 전에 살았던 추사가 작가에게 빙의되어 자신의 말을 하는 듯 추사의 내밀한 감정과 그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논평들을 솔직하고 과감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서술 방식을 먼저 이야기한 것은 이 책의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에 그것을 아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추사가 작가에게 빙의가 된 듯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추사의 솔직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었다는 말도 되지만 결국 그것은 작가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작가에 의해 심히 가공되고 재해석된 내용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심지어 그것은 거짓에 이르기도 한다. 20세기 초반 유행하던 강신술이 모두 사기극으로 판명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역사적인 인물이 겪었던 사건이나 지녔던 사상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어느 정도 글쓴이의 자의적인 해석이나 세공된 표현들이 가미되게 마련이지만 이 책은 그 정도가 다소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사상을 곡해했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현대적인 어휘를 사용한다거나(독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였겠으나) 고증이 되지않은 잘못된 어휘를 사용하는 점 등이 그 판단을 뒷받침한다. 또 그가 겪었던 일화들을 통해 교훈을 도출하려 하는 과정에서 다소 논리적인 비약을 하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추사 한 사람만을 소재로 한 권의 책을 쓸 정도라면 충분한 숙고와 판단이 이루어졌을 터이기에 비판적인 마음을 접고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기는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닮고 싶었지만 나로부터 떠나간 아들에게 쓰는 편지

이 글의 출발은 절해고도의 유배지에 아버지를 닮고 싶고 아버지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호된 꾸지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떠나간 아들에게 회한의 심정을 담아 쓴 편지글이다. 총 다섯장의 큰 주제 아래 각각 네다섯 가지의 구체적인 설명글이 딸려 있고, 각 장에 추신이 덧붙어 있다. 이 추신은 큰 주제를 간명하게 요약해주는 역할을 한다.

 

추사가 유배를 오면서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던 계기를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고 표현했다. 글, 그림, 글씨 등 다방면에서 인정을 받는 문재이면서 관직과 지체도 높았던 위치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며 위기와 절망에 처했을 때, 상황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서늘한 사고력과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에 덧붙여 차가움의 이면에는 늘 따뜻함과 고고함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따뜻한 아랫목(원하는 바)을 원한다면 문(원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책)부터 찾아서 열라고 충고하는 한편, 문을 찾았다면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할 것을 권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인 자신만의 <세한도>를 남기라면서 말이다.

 

21세기에 자기계발서의 저자로 왕림하신 추사

이 책의 서평단에 응모하게 된 것은 위기와 절망을 겪고 있는 청년(혹은 청소년)들에게 주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라는 짧은 서평에 끌렸기 때문이다. 사실 국어선생이면서도 추사 김정희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거의 없어서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추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크게 필요가 없는 듯하다. 심리학도 출신인 작가가 정말 세밀하게, 정말 내밀한 추사의 마음 속속까지 자세히 서술해 놓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장을 던진 후 그것을 여러번 되풀이해서 설명하는 서술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거기에 각 장의 끝에 그 장의 내용을 간명하게 정리해 둔 부분까지 따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책 읽기가 서툰 학생들도 쉽게 정리하며 읽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이 글은 추사가 쓴 글이라고 지레 겁먹고 저어하기 보다는 완고하고 꼬장꼬장하지만 자식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아버지의 편지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열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s*************k 2013.04.22. 신고 공감 4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추사 김정희를 닮고 싶은 아들에게 전하는 " 나를 닮지 말라"는 이야기
"추사 김정희를 닮고 싶은 아들에게 전하는 " 나를 닮지 말라"는 이야기" 내용보기
" 나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바로 그 문장 말이다  " 로는 책은 시작한다. 갑자기 시작된 고백같은 그말이 어찌나 어리둥절하던지 바로 들어가는 글이라 당황스럽게 시작했다.   추사 김정희가 유배 되었던 제주 귤중옥이라는 곳에 아들이 다녀가면서 아비에게 닮고 싶다는 말을 듣고 떠난보낸후 자기 인생에 대한 기억을 되짚으면서 아들에게 편지를 써내려간다
"추사 김정희를 닮고 싶은 아들에게 전하는 " 나를 닮지 말라"는 이야기" 내용보기

 

 

 

" 나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바로 그 문장 말이다  " 로는 책은 시작한다. 갑자기 시작된 고백같은 그말이 어찌나 어리둥절하던지 바로 들어가는 글이라 당황스럽게 시작했다.

 

추사 김정희가 유배 되었던 제주 귤중옥이라는 곳에 아들이 다녀가면서 아비에게 닮고 싶다는 말을 듣고 떠난보낸후 자기 인생에 대한 기억을 되짚으면서 아들에게 편지를 써내려간다.

고고한 절개의 표상인 세한도를 그린 김정희로 유명한 분의 글이라 딱딱하고 도덕적인 이야기만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읽으면서 어찌나 몰입도가 뛰어난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아들이 아버지를 닮고 싶다는 말은 가장 존경의 표시이면서 큰 책임이 따름을 김정희도 이글에서 토로하면서 자기반성도 하고 아들에게도 따금히 충고한다. 그러나 도덕적 논리만을 이야기 하지 않고 살아오면서 겪었던 진실한 마음을 글로 나타내고 또한 서얼이라는 멍에를 지고 가야 하는 아들에게 격려도 아끼지 않는 아비로서의 따스한 맘이 곳곳에 녹아 있다.

 

또한 세한도를 그리게 된 배경도 이야기속에서 나온다 .

 

 

 

그가 아들에게 말하는 다섯가지 가르침

 

 

 

제1장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

 

 

절해고도 제주로 유배로 떠나는 배안에서 온갖 풍상과 만나지만 이길이 문명의 신대륙으로 가는 길이었으면 하는 절망을 하고 있을때 떠오른 문장하나 , 내안의 냉정한 나를 일깨워준 늙은 고양이라고 자신을 이야기하면서 위험과 절망의 순간에도 냉정한 손과 마음을 지키라는 의미로 그문장을 이야기한다.

그럴러면 많은 견문과 세상을 접하는 것을 잊지말라고 이야기한다.

 

 

모름지기 지붕 밖에는 푸른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방 안에 누워 지붕만 바라보며 자기가 바라보는 천장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안다. - p. 38

 

2장 사물의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라

 

수선화와 화첩에 얽힌 정약용선생과 유배지 귤중옥을 소개시켜준 오성준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면서 자아를 잃어버려 절망에 빠진 자신에게 오성준이 건네수선화와 자신이 정약용선생에게 선물한 수선화는 각자의 위치가 다름을 인용하여 아들에게도 어떠한 물건의 위치가 쓰임새에 따라 달라짐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므로 사물의 위치를 바로 잡아야함은 본인의 냉철함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꼭 바른길, 자신이 정한길을  가라고 말이다.

 

수선화는 오성준과 정약용 선생에게서 제 위치를 찾은 사물이었다. 질박한 그대로 , 고고한 그대로, 처연한 그대로 위치를 찾은 사물이었다.

 

3장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서얼 출신 (북학의)를 지은 박제가의 만남으로 인해 중국에 대해 알게 되었고 중국이라는 아랫목을 열어준 스승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세한도를 그려주게 된 이상적과의 만남도 아랫목을 가기위한 길이였다고 한다. 박제가, 이상적은 서얼,역관이라는 조선시대의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김정희가 가기위한 길의 안내자이면서 그들 또한 그들이 원하는 길을 가기위해서 김정희또한 안내자였음을 잊지말라고 한다 . 그러므로 아들에게도 아랫목을 가려면 신분을 막론하고 그길에 도움되는 문부터 찾으라고 말한다.

 

" 나도 너도 이상적처럼 하기를 바란다.나처럼 하기를 바란다. 문도 찾지 않고 밖에서 서성이거나 윗목에 앉아 떨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바른 길을 두고 굽은 길로 가 끝도 없는 가시밭길로 빠져들지 않기를 바란다 "  페이지 116

 

4장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허유( 소치)라는 제자를 통해서 추사의 그림을 배우고 싶어 유배지 까지 쫓아와서 곁에서 보필하면서 배움의 자세를 잊지 않았던 이야기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진심과 열정을 다하라고 이야기한다.

 

'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하는 법이다. 하물며 너는 호랑이도 아니다. 그러니 어찌해야 할까? 그러므로  나는 나를 닮고 싶어하는 너에게 이렇게 쓴다.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페이지 167

 

5장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

 

 

                             출처 : 네이버  김정희, 1844년 국립중앙 박물관

 

지인 이상적에 대한 호의에 보답하는 의미로 그린 그림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벗들, 스승 ,일찍 죽은 아내에 대한 마음까지 담겨있는 자신의 세한도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들인 니가 그그림속에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또한 소나무 잣나무의 기개처럼 이절해고도에서 유배를 꿋꿋이 견뎌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음을 나타낸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내삶과 너의 삶이 다르듯이 니가 그리는 그림과 내가 그리는 그림이 달라야 함을 잊지말라고 , 많은 스승들과 지인들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들이 아닌 추사 김정희가 되었다고 그래서 아들인 너도 너만의 그림, 인생을 살아가라고  당부한다.

 

서얼출신으로 살아가야 하는 아들의 고달픈 인생길을 알기에 책에서도 신분이 낮은 박제가, 이상적, 소치, 박계첨을 예를 들면서 힘든 천리길에 길동무는 되어주지 못하지만 그들이 힘들었던것을 옆에서 보았고 이해하면서 도와주었기에 나처럼 도움을 줄 인간관계를 형성해가는것을 뒤에서 응원하겠다는 아비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무거운 이슬, 돋아나는 풀, 깊은산, 길게 지는 해, 네가 머무는 곳에 향을 남기는 사람, 네가 없더라도 향으로 네 자취를 남기는 사람

 

                                    페이지 205 중에서

 

 

 

 

 

 

 

 

 

 



m******6 2013.04.22. 신고 공감 3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추사 김정희, 위인보다 사람이 먼저다.
"추사 김정희, 위인보다 사람이 먼저다." 내용보기
위인이기 전에 사람, 김정희.  어려서 위인전을 읽을 때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역사적인 사건일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의 아주 개인적인 생활, 가족과의 이야기 절친한 동무와의 일화인 경우가 더 많았다. ‘위인(偉人)’이 된 '한국을 빛낸'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계 인사들, 그리고 헐리우드 히어로 영화에서조차 그들을 더 돋보이게 한 것은 ‘그도 역시 사람이었어.’를 느끼게 하는
"추사 김정희, 위인보다 사람이 먼저다." 내용보기

 위인이기 전에 사람, 김정희.

 어려서 위인전을 읽을 때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역사적인 사건일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의 아주 개인적인 생활, 가족과의 이야기 절친한 동무와의 일화인 경우가 더 많았다. ‘위인(偉人)’이 된 '한국을 빛낸'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계 인사들, 그리고 헐리우드 히어로 영화에서조차 그들을 더 돋보이게 한 것은 ‘그도 역시 사람이었어.’를 느끼게 하는 부분에서였던 것 같다.

  

 글과 그림, 서예에 능통했던 학자이자 예술가로서, 또 명망 있던 관리로서의 김정희는 애초에 이 책에서 찾고 싶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일단  아버지를 모해한 자의 음모로 제주도에 유배된 죄인 아닌 죄인, 누군가의 아들이자 누군가의 지아비, 자신을 닮고 싶어하는 이의 아비, 나이도 직업도 재주도 다른 이들의 동무, 어디선가 그를 연모하고 있을 지 모르는 이의 정인. 사람은 결코  <세한도>의 작가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이 많은 이름표를 가진 김정희를 만난다는 것이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기대했던 것이고 읽은 후에도 후회가 남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지금도 유명인이라고 존경해 마지않는 사람들에게도 사실은 ‘사람’이기에 누구나 갖게 되는 지위와 역할이 있고 고뇌와 갈등이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짐짓 아무리 먼 시대의 그라고 하더라도 어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장 사적인 소통, 편지.

 

 이 책은 추사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가 남긴 역사적인 평가가 아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소설가가 그 대신 써 내려간 편지글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작가의 목소리나 편집자의 손길이 더 많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진짜 추사와 지인들의 시귀들이 인용되기도 하지만 어쨌건 나머지 부분들은 편지를 빙자한 소설일 뿐이다. 추사가 살아있었다면 결코 이렇게 말하지 않았으리라는 걸 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석규가 분한 세종대왕이 '지랄, 우라질, 젠장' 욕 3종세트를 실제로 썼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가. 다만 그 속에서 그 인물을 상상해보는 데 또 그만한 자극제도 없다. 

  유배로부터 시작되는 그의 과거와 오늘을 미래에게 이야기 하는 식이다. 자신에게 꾸지람을 듣고 '아버지를 닮고 싶다'는 글만 남기고 육지로 올라간 아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말이다.  냉철하고 근엄하고 신중한 선비같지만 그는 스스로 이야기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거세게 몰아붙이는 사람만은 아니다. 스스로를 고고한 학으로 여기는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진창도 마다 않는 사람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고개도 조아리는 사람이다.  

 중국에서 스승을 만나게 되는 것이나, 초의와 다산과 같은 사람을 대하는 것이나, 동무와 제자를 만나는 것에서도 그는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한편으로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는다. 작가는 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아마도 이런 면을 조금 더 부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이 꽤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목표가 있다면 정확하고 구체적인 '문'을 찾아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해 결국은 얻고 마는 그 전략적인 추진력을 말이다.

 

 감동이란 건 감수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표현과 묘사를 볼 때 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차갑고 냉철한, 그러나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에서도 일어난다. 우리가 존경하는 많은 학자들과 지식인들에게 받는 감동은 주로 후자 쪽이다. 일생을 통해 일관성 있게 지켜온 높은 정신세계를 통해 감동을 받는 것이다.  가상의 편지글에서 추사의 생각을 좇아가다보면 분명 그 시대 사람으로서 지금은 '꼰대'처럼 느껴지는 지나친 근엄함도 있지만 한편으로 그의 초상화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유쾌함이나 약간은 계산적인 면모도 있었다. '나를 닮고 싶은 너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지혜가  본문 속에도 '추신'이라는 형식 속에도 담겨 있지만 그것은 어려운 것도 괴리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거리감이 없어서 마치 자기계발서처럼 보이는 문장들도 있었다.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사람이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혹은 그 다음에라도 ‘나를 닮고 싶은 너’를 단 한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갖고 있는 물질이나 겉치레가 아닌 정신이고 내면이라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혜이고 가치라면 그것이야 말로 ‘살아야 할 이유’가 되지 않을까.

 계속되는 낙방으로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면 늘 생각하기 싫어도 순간 순간 떠오르는 건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은 이렇게 많은데... 내 주변에 단 한사람이라도 이런 내가 부러운 사람이 있을까. 나를 닮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언젠가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당신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물어보고 싶기도 했다. 아직 확인은 해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나를 닮고 싶은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곧 거만해 져서는 ‘이렇게 이렇게 살아야 하는거야.’라고 훈계 아닌 훈계를 신나게 떠들어내지나 않을까. 

 그는 아들에게 솔직히 고백한다. 나락으로 떨어진다거나 추락하는 것 따위는 없다고. 그 자신이 있는 귤향이 나고 감로수가 나는 유배지 그곳이 내가 정확히 있어야 할 위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사실 너에게 질문하고 너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곧 나에게 되묻는 것이라는 것. 누군가 나를 닮기를 바란다거나, 나를 닮고자 하는 사람이 설혹 조언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사물의 올바른 위치' 곧 나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평생을 걸어도 어렵겠지만 다시 한번 다짐한다. 노예같은 삶을 살지 말자. '수처작주하면 입처개진이라' 머무는 곳마다 주인으로 살면 그곳이 바로 진리니라.

 

끝으로, 추사가 평양 기생 죽향으로부터 받은 별칭 ‘황혼의 물안개’에 설레하고, 그네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부인에게 '떨리는 붓으로'  편지를 쓰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글 한 편 옮겨 본다. 죽향과 주고받은 시귀다. 꾸며낸 것이라 하더라도 소름끼치게 생동감이 넘쳤던  ‘사람, 김정희’를 느낄 수 있던 대목이라..... ^^

 

버들가지 늘어뜨린 문

구름같은 녹음에 가려진 마을

홀연히 피리 불며 지나가는 목동

강을 채우는 황혼의 물안개 - 죽향의 시

손만대면 봄이 되는 대나무 가지 하나

시의 뜻으로 그려내니 마음의 실이 하늘하늘

뜰에 내려서니 소상강 물빛이 되어

분수에 넘는 맑은 기운이 낮 꿈을 꾸게 하네 - 추사의 답시



j*****n 2013.04.23. 신고 공감 2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추사의 마지막 편지, 그 속에 담긴 귀중한 지혜
"추사의 마지막 편지, 그 속에 담긴 귀중한 지혜" 내용보기
세한도 인쇄본을 펼쳐 본다. 세한도는 많은 사연을 담은 그림이다. 그림에 어떤 기법이 쓰였는가, 무엇을 나타내는가 하는 것을 뒤로 하고, 있는 그대로 그림을 볼 뿐이다. 다소 삭막한 느낌이 든다. 추사를 말하는 많은 글들을 만났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해도 실제로는 그리 알지 못한다. 차가운 느낌의 먼저 든다. 꼿꼿한 선비의 느낌만이 강
"추사의 마지막 편지, 그 속에 담긴 귀중한 지혜" 내용보기

세한도 인쇄본을 펼쳐 본다. 세한도는 많은 사연을 담은 그림이다. 그림에 어떤 기법이 쓰였는가, 무엇을 나타내는가 하는 것을 뒤로 하고, 있는 그대로 그림을 볼 뿐이다. 다소 삭막한 느낌이 든다. 추사를 말하는 많은 글들을 만났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해도 실제로는 그리 알지 못한다. 차가운 느낌의 먼저 든다. 꼿꼿한 선비의 느낌만이 강하게 다가온다. 쉽사리 틈을 보이지 않을 만큼 완벽함을 추구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또 하나의 추사에 관한 글을 만난다. 편지글 형식이다.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몇 문장을 읽자마자 다시 책을 덮었다. 추사라는 단어가 내뿜는 기운이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한다. 전후 좌우 사정을 세세히 밝히는 뒷이야기가 아니라 상황에 따른 이야기들이 자리잡고 있다. 추사가 겪은 일들과 그가 지은 글들을 함께 엮고 그가 만난 사람들을 함께 배치시키며 각 상황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를 가르친다. 단순히 자료를 모으기만 해서 이루어진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매우 치밀하게 짜인 글이다. 자식에게 주는 말의 형식은 더욱 강하게 그 의미를 전달하는 효과를 낸다. 그러한 가르침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글을 여러 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추사의 시와 편지들에 담긴 의미들을 되새겨야 했기에 읽기는 느려질 수 밖에 없었다. 추사가 남긴 글에 상상을 더한 글이라 할지라도 허투루 넘길 수가 없었다.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유배 생활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생각을 하나씩 펼쳐 놓는다. 유배지를 찾았던 아들 이야기, 중국 학자들과의 만남, 다산과 초의와의 만남, 이재 권돈인과 황산 김유근과의 교유, 이상적과 소치 허유와의 만남 등 여러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과의 만남과 그들의 행동 속에서 자식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찾아 정리한다. 매서운 꾸지람과 그 뒤에 숨은 따스한 정, 그리고 일에 대한 무서운 집념과 열정이 함축되어 보여진다. 오로지 저자의 힘이다.

 

‘나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남긴 아들의 글로 시작한다. 닮음의 의미를 찾아 이야기를 풀어낸다.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 사물의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라,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 등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뉜 글은 제목 만으로도 전하고자 하는 뜻을 내보인다. 각 장은 추사가 겪은 일들을 담는다. 추사의 글에서 찾아내어 저자가 의미를 부여한 것들이지만 추사의 뜻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유배지에 도착한 추사, 유배 생활을 시작하는 추사의 모습에서 유배자의 슬픈 현실을 본다. 그러나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어지는 글에서 추사의 폭넓은 생각과 일에 대한 접근 방법을 볼 수 있다. 특히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라는 3장이 흥미를 끈다. 추사가 중국 학자들을 찾게 된 이유와 방법이 소개된다. 박제가를 통하여 중국 학자들을 알게 되고, 옹방강의 벗 강덕량이라는 학자의 호인 추사를 자신의 자로 사용함으로써 좀 더 용이하게 중국 학자들과 교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일 게다. 이는 이상적과 소치가 추사를 만난 것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과연 ‘나는 아랫목을 그리워하는가, 문을 찾는 일을 하였는가, 내가 있는 곳이 저절로 따스한 아랫목이 되기만을 바란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각 장 말미에 추신이 이어진다. ‘위기와 절망에 처한 너에게, 걱정과 불안 앞에서 흔들리는 너에게 , 목표를 실현하고 싶은 너에게, 사람에게 신뢰를 얻고 싶은 너에게, 예술과 인생의 길을 알고 싶은 너에게’로 되어 있다. 각 장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너에게’ 주는 가르침이다. 추사의 생각과 행동에서 뽑아낸 것들이다. 차갑기만 느껴지던 아비의 모습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아들의 앞날을 염려하고 스스로 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주는 조언들이다.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오래 전의 추사가 던지는 말들이다.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두어야 할 것들이다.

 

글은 세한도로 마무리된다. 세한도 속에 담긴 의미를 재해석한다. 세한도 속의 집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수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추사와 연관된 모든 이들이 함께 한다고 한다. 이상적에게만 준 그림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주는 그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한도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라는 강한, 그리고 매우 중요한 말을 남기며 글을 맺는다. ‘나를 닮고 싶어하는’ 아들에게 ‘추사 자신을 닮기’보다는 아들 스스로의 모습으로 바로 설 것을 요구한다. 앞서 ‘너의 세한도’를 만들어 가기 위한 여러 가지 자세를 말했다. 세한도 인쇄본을 다시 펼쳐 본다. 새롭게 보인다.

 

추사의 삶과 거기서 찾은 삶의 자세가 오버랩되며 잘 어울리는 글이다. 새로운 느낌이다. 늙은 고양이라 자칭하는 자신을 태워서라도 자식에게 가고파 하는 추사의 마음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서얼로 험난한 세상에 맞서야 하는 아들을 생각하며 ‘그래도 네 스스로, 너 만의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을 당부하는 아비의 마음을 읽는다. 행동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는 말 속에 진한 아픔이 묻어난다.

 

너에게 보내는, 내 아들에게 보내는, 잘났으나 실은 못난, 모든 것을 알면서도 실은 하나도 모르는 아비의 편지이니까.

k*****6 2013.04.1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수선화 피는 봄날 추사 김정희를 만나다
"수선화 피는 봄날 추사 김정희를 만나다" 내용보기
수선화 피는 봄날 추사 김정희를 만나다 마당한 쪽에 수선화가 한창이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에 씨를 뿌리긴 했지만 수많은 꽃들 중 수선화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한사람 때문이다. 조선 후기를 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그 사람이다. 추사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추사를 거론을 책을 보면서 추사 김정희가 수선화를 특별히 좋아하고
"수선화 피는 봄날 추사 김정희를 만나다" 내용보기

수선화 피는 봄날 추사 김정희를 만나다

마당한 쪽에 수선화가 한창이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에 씨를 뿌리긴 했지만 수많은 꽃들 중 수선화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한사람 때문이다. 조선 후기를 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그 사람이다. 추사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추사를 거론을 책을 보면서 추사 김정희가 수선화를 특별히 좋아하고 제주도 유배당시 머물던 곳에 많이 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수선화를 찾아보았고 또 구하기까지 해서 지금 내 집에 꽤 많은 수선화가 있다. 당시로써는 귀한 꽃이었던 수선화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이 땅에 뿌리내리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은 이유가 뭘까?

 

어쩜 나의 추사 김정희에 대한 호기심은 그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권문세도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총명함을 나타내며 이른 시기에 출새가도를 걸었던 김정희는 당시 사대부들이 관심을 가졌던 시, 서, 화에 금석문까지 자신이 가진 장점을 한껏 발휘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세상 넓은 줄 모르며 그 자신을 뽐냈다. 그런 그가 인생 말년에 나락으로 떨어져 두 번에 걸친 유배를 가야했다. 유배길을 그에게 무엇을 말해줄까? 그토록 당당했던 사람이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을 받을 처지로 전락한 그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추사 김정희에 대한 연구는 역사학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심도 깊은 연구가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추사 김정희에 갖는 관심사는 그가 이뤄냈던 학문적 업적도 물론 이겠지만 당시 그의 삶에서 보여준 지식인의 삶의 자세와 태도에 있지 않을까 싶다. 몇해 전 푸른역사에서 발간한 이상국의 ‘추사에 미치다’와 같은 책들은 그동안 추사 김정희를 다뤘던 시각을 달리하며 김정희의 삶을 조망한 것이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발간한 설흔의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역시 비슷한 시각으로 김정희의 삶과 사상에 접근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제주도로 유배가 아버지 추사 김정희가 자신을 닮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 형식의 이 책은 김정희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그가 관심 가졌던 다양한 분야뿐 아니라 특히 그가 지향한 삶의 자세와 가치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롭게 추사 김정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설흔이라는 저자의 살상력의 무한함이 돋보이는 글 속에서 평소 김정희의 삶에 대한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전개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잘 알려진 겉모양의 김정희가아니라 자신이 처한 조건에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속내를 유추해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나이되, 내가 아니었다. 내가 곧 가문이었고, 가문이 곧 나였다. 그것이 바로 나라는 사물이 있어야 할 제대로 된 위치였다.’ 이 말에 담긴 김정희의 속내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당시 권문세도가의 촉망받는 아들로 태어나 자신보다는 가문이 더 크게 보였을 무게감이 이해될만하다. 이 책을 이런 부분뿐 아니라 저자의 상상력은 그와 인연을 맺었던 당시 사람들을 불러와 김정희가 추구했던 삶의 바탕에 무엇이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이 점이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아닌가도 싶다. 세한도에 담았다던 이상적을 비롯한 중국의 스승과 벗들 박제가, 정약용, 권돈인, 김유근, 조인영 그리고 초의와 소치에 이르기까지 당야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텅한 김정희의 속내를 보여줌으로써 김정희가 김정희이겠끔 만드는 매력적인 점이다.

 

또한, 저자의 바람대로 인생이라는 천리 길을 떠나는 아들에게 삶의 지침이 될 만한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이며 심도 깊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내용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혹독한 관리의 손을 기억하라, 사물의 위치를 올바로 기억하라,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 등 다섯 가지 가르침이 김정희가 살던 그 시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현대인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지침으로 삼아도 충분히 좋을 것들로 세겨 둘 만 하다고 본다.

 

관리의 차가운 손으로 자신의 삶을 살았던 김정희의 감춰진 따스한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이 책은 수선화가 한창인 봄날 삶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봄바람처럼 훈훈한 기운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본다.



m*****8 2013.04.0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아비가 아들에게
"아비가 아들에게" 내용보기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추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추사체, 세한도, 고증학자, 초의와의 교분, 아내에게 쓴 애틋한 제문...   어떻게든 월하노인 저승 법정 세워놓고 내세에는 남편 아내 처지 바꿔 태어난 뒤 나 죽고 천 리 밖에 그대 혼자 남게 하여 나의 이 슬픈 심정 그대도 알게 하리.-189   추사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조선
"아비가 아들에게" 내용보기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추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추사체, 세한도, 고증학자, 초의와의 교분, 아내에게 쓴 애틋한 제문...

 

어떻게든 월하노인 저승 법정 세워놓고

내세에는 남편 아내 처지 바꿔 태어난 뒤

나 죽고 천 리 밖에 그대 혼자 남게 하여

나의 이 슬픈 심정 그대도 알게 하리.-189

 

추사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서예가이자 학문으로도 일가를 이룬 위인이다. 함부로 그의 학문과 예술을 논할 이가 없었기에 추사의 전기는 별로 남겨져 있지 않다. 최완수의 <김추사 평전> 이후 오르기 힘든 그 산에 주저 없이 오른 이가 바로 유홍준이다. <완당 평전>. 유홍준의 완당 평전을 그 때 분명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웬만해선 깨뜨리기 힘든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추사의 속내는 자유롭게 들여다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완당 평전>을 읽고 한승원의 소설 <초의>를 읽어보아도, 잘 봐주었자, 추사는 절해고도 제주도에 유배된 고고한 할아버지...가끔 떼를 쓰는...정도로 밖에 정의할 수 없는 참으로 난해한 인물이었다.

어디서부터 그의 견고한 벽을 깨뜨려야 부드러운 내면을 읽어낼 수 있을지...

이렇게 저렇게 고민만 하다 세월이 흘러가 버리는 동안, 드디어 그 벽을 허물어뜨릴 묘안을 들고 나타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설흔이다.

“세상에는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라고 유홍준은 <완당평전>에서 썼지만, 그가 놓아준 디딤돌을 밟고 후학들은 거침없이 추사를 탐험해 나가기 시작했다.

 

유홍준의 <완당평전>에서 “문자향, 서권기”를 기억했다면, 이 책에서는 세 가지의 키워드를 기억해야 한다.

냉혹, 개성, 인연.

 

아버지를 닮고 싶어하는 아들이 몇이나 될까?

추사는 두 명의 부인을 두었으나,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소실을 보았는데, 그녀에게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김상우이다. 대를 이을 아들-적자가 없자, 나중에 양자를 들이기는 하지만, 추사의 진짜 아들은 김상우 하나 뿐이라 할 수 있다.

설흔은 추사가 남긴 글과 그림 등을 통해 추사와 아들 김상우의 관계에 주목하여 추사의 진면모를 새롭게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제목이 바로 그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추사가 아들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글이다. 물론 설흔의 픽션이지만.

조선 시대에 서자라 함은 (저 홍길동의 유명한 말을 기억하는가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바로 그런 처지의 인물이 아니었던가.

상우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겠으나, 서자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여러 면에서 제약이 많았던 듯 보인다.

사실, 아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걸 보고 있을 때, 추사는 얼마나 기뻐했겠는가.

무뚝뚝할지라도 아비는 아비. 추사 나이 35세 되던 해, 추사는 서자 상우를 위하여 <동몽선습>을 직접 필사하고 보기 좋게 장정하여 한 권의 책으로 제본하였다.

<동몽선습>은 어린이 교과서였기 때문에 목판본이 아주 흔하다. 그런데도 아들을 위하여, 그것도 돌이 되지 않은 아이를 위하여 책을 만들었으니, 그 글을 쓸 때 아비의 자식 사랑이 어떠했는지 알 만하지 않은가.

그런 아비의 사랑을 알아서인가, 상우는 아비를 닮고 싶다 말하였다.

그러나 아비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싸늘하기 짝이 없다.

이 책에 따르면 말이다.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라

사물의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라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

 

 

아들의 앞날에 무엇을 그리도 걱정하였는지, 아이 때 그리 애지중지하던 마음은 입 밖으로 새어나와 말이 되지 않았다. 따갑고도 엄정한 질책의 말들만 아들에게 내려졌다.

그렇지만 글의 말미에 덧붙인 추사의 말은 비록 설흔의 입을 빌어 탄생한 말이라 해도 온기가 돈다. 따스하다.

아들 상우도 차마 아비가 하지 못한 말, 가슴 속 한 마디는 듣고 새겼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들아. 마당에 나비 쫓는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보이면 무정하게 내쫓지 마라. 그 고양이는 바로 나이니까. 너에게 보내는, 내 아들에게 보내는, 잘났으나 실은 못난, 모든 것을 알면서도 실은 하나도 모르는 아비의 편지이니까.-206

 



YES마니아 : 골드 s*******e 2013.08.05.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내용보기
"삶·사람·사물을 대하는 기정희의 지혜"     쉽지않은 책이었다.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이라는 단편적 지식만으로 책을 접했다. 처음부터 난감했다. 글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한번에 파악하기에는 나의 식견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몇페이지 넘기지 않아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나.. 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단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글의 경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내용보기

"삶·사람·사물을 대하는 기정희의 지혜"

 

 

쉽지않은 책이었다.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이라는 단편적 지식만으로 책을 접했다. 처음부터 난감했다. 글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한번에 파악하기에는 나의 식견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몇페이지 넘기지 않아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나.. 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단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글의 경중을 결정해 버리는 바보같은 실수를 범하고 싶지 않았기에 다시한번 한줄 한줄 머릿속에 담아냈다. 그 유명한 추사 김정희 선생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첫술에 배부를수 없다는 말이 꼭 들어맞았던 책이다. 당시의 시대상과 추사 김정희선생의 힘든 상황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어야 글쓴이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 일 수 있을 것 같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추사 김정희 선생에 대한 약간의(?) 조사와 이해 이후에야 책을 읽는 속도가 다소 빨라지기 시작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19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학자였다. 세도정치를 비판해서 유배생활을 하는 등 굴곡많은 삶을 살았던 그가 제주도 유배지에의 고충과 인생의 시련을 고스란이 이 책에 담고있다. 더욱이 너무도 사랑했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점에서 애착이 갔다. 물론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로만 이루어 진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작가의 상상력이 추사의 글과 어우러진 책이일 테지만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뇌와 성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했다.

 

전체적으로 이 책속에서 느껴지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이미지는 가부장 적이며 냉정한 듯 느껴진다. 그렇지만 한구절 한구절 그의 글을 음미하다보면 아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과 따뜻한 마음이 스물스물 느껴졌다. 또한 삶과 사물 등에 대한 감성적인 서술방식을 통해 추사 김정희 선생에 대한 또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아들에게 전하는 5가지 충고에 숨어있는 깊은 의미를 아직은 다 알지 못할 것 같다. 이 책을 한번 더 읽음으로서 그 의미에 한발짝 다가갈 수 도 있을테지만, 시간 또한 추사 선생의 가르침을 깨닿게 해 줄 고마운 도우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j*******0 2013.04.2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 설흔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 설흔" 내용보기
1. 2009년 즈음 설흔 작가의 책 두 권을 읽었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라는 실용소설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책이었다. 꽤 긴 시간이 흐른 2013년의 오늘. 그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될 것 같은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를 읽었다.  위인의 이름과 삶을 복원하고, 위인의 삶에서 얻은 가르침을 뽑아내는 목적은 그들에게서 교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 설흔" 내용보기

1. 2009년 즈음 설흔 작가의 책 두 권을 읽었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라는 실용소설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책이었다. 꽤 긴 시간이 흐른 2013년의 오늘. 그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될 것 같은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를 읽었다. 

 

위인의 이름과 삶을 복원하고, 위인의 삶에서 얻은 가르침을 뽑아내는 목적은 그들에게서 교훈을 얻고 싶다는 욕망의 투영일 것이다. 그런데 <추사>에 이르러서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내가 들려줄 대답은 "너는 내가 될 수 없다. 그러니 너는 너만의 세한도를 그려라." 로 말끔히 정리되는 분위기다. 

 


 

 

2. 공자의 <논어>. 자한편에 실린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 즉,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의미는 어려울 때 손을 내미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라는 뜻과도 같다. 그리고 세한도에는 그러한 변치 않는 사랑, 우정, 존경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겨있다. 

 

제주도에 위리안치 된 김정희에게 제자 이상적(1804~1865)이 조선에서는 매우 접하기 어려운 중국의 서적인 <만학집>,<대운산방문고>,<황조경세문편>를 자신의 유배지인 제주도까지 배를 타고 건너와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감사의 의미를 표함으로써 남을 드높이고, 동시에 자신까지 높아지는 일거양득의 노림수도 있는 작품이었다. 

 

102. 당벽과 모난 성격을 지닌 박제가는 내게 있어 문이었다. 내게 아랫목인 중국을 온전히 알고 중국인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를 거쳐야만 했다. 조강과의 만남은 그런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사람들은 그와 나의 전설에 동했지만, 나는 문으로서의 그의 역할에 동했다. 천 리 길을 시작함에 있어 그보다 좋은 문은 없었다.  

 

3. <추사의 마지막 편지>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인간관계의 모든 '기브앤 테이크'든 뭐든 간에 기본적으로 그 안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마음이 있어야만 사람은 자신이 머물고자 하는 아랫목(꿈, 목표, 목적)을 위해 문(목적을 이끌어주는 데 도움이 될 사람)을 찾을 수 있고, 그 문을 열어젖힐(그 사람을 설득시킬)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더 나아가 각자가 찾고자 하는 아랫목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는 실천력에 대한 용기까지 부여해주는 책이기도 했다. 추사 김정희가 서얼인 아들에게 건네주는 편지를 받아본다면 분명 우리는 추사에게 당신을 닮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한숨을 짓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 자신의 세한도를 그릴 수 있는 경지를 찾아서 마침내 이룰 수 있을 것이다.

 

108.

내가 태어난 곳은 미개한 나라

진실로 촌스러우니

중국의 선비들과 사귐에 부끄러움이 있네 

 

4. 이 시에서 미개하고 촌스럽다는 의미란 <동양고전의 바다에 빠져라>에서 읽는 대로라면 성리학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질구레하게 예식에 대한 다툼으로 사람을 죽이는 세태를 말함이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성리학에 대하여 거칠게 논쟁하여 양명학이나 고증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등장했는데 말이다. 

 

그가 쓴 시를 봐서도 알겠지만 추사 김정희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 성리학의 허례허식에 찌든 조선의 현실을 벗어나려했던 서얼 중심의 학자들이 청나라의 고증학을 받아들여서 조선의 실학으로 발전된 시점이라서 그런지 그의 삶 속에는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처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행위를 중히 여기는 가르침도 것도 있었지만.

 

그 외에 "사물의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라."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처럼 자신을 높이기 위한 실리적인 이득을 취하고자 한 가르침이 많이 담겨 있는 실용적인 소설이었다.  

 

199. 너는 내가 되려 한다. 나를 닮으려 한다. 그래서 너는 내 글씨를 흉내 내고 내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짓이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나는 박제가와 옹방강과 완원에게 배웠지만 그들이 아닌 내가 되었다. 그러므로 네가 나를 닮은 삶을 살기를 조금도 원하지 않는다. 


k*******7 2013.04.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