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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레스코프 [레이디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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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 가난하지만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젊은 아가씨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쉰 살이 넘은 부유한 지노비 보리스이치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을 했다. 결혼 후 5년이 지나도록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아이가 생기질 않았는데, 지노비와 20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도 아이가 없었던 걸 생각하면 문제는 남편에게 있었지만, 시아버지 보리스 치모페이치는 카테리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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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

 

가난하지만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젊은 아가씨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쉰 살이 넘은 부유한 지노비 보리스이치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을 했다. 결혼 후 5년이 지나도록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아이가 생기질 않았는데, 지노비와 20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도 아이가 없었던 걸 생각하면 문제는 남편에게 있었지만, 시아버지 보리스 치모페이치는 카테리나만 들들 볶았다. 가뜩이나 저택에만 처박혀 사교적인 모임 따위 하지 않고 엄격한 생활에 맞춰 사는 게 성격과 맞지 않아 그녀의 내면에 쌓인 인내가 언제 터질지 모를 화로 바뀌고 있었다.

 

카테리나가 시집온 지 6년째 되던 봄, 홍수로 인해 집안 소유의 제분소에 타격을 입어 지노비는 수습에 매달리느라 집에도 오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졌고, 시아버지 역시 아들 대신 업무 처리에 바빠 카테리나는 저택에 홀로 지내는 신세가 됐다. 처음엔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점점 편해졌고 자유로워졌다. 정원에서 산책을 하던 그녀는 하인들이 모여 떠들썩하게 노는 것을 보고 한두 마디 말을 섞다가 이 집에 온 지 얼마 안 된 잘생긴 하인 세르게이를 보고 전에 없던 욕망을 느낀다. 그녀의 마음을 느꼈는지 그날 밤 세르게이는 카테리나의 방을 찾아왔고, 두 사람은 남편과 시아버지가 없는 저택에서 마음껏 정을 통하며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다.

 

 

 

"다른 여자들이 어땠는지 나는 알 바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 단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물론 내가 너를 원하기도 했지만, 네가 나를 유혹했기 때문이고, 또 네 술수 때문이란 사실은 너도 알고 있겠지.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만약에, 세료자 네가 나를 배신하거나, 내 대신 다른 여자를 택한다면, 나는, 결코 살아서는 너와 헤어지지 않을 거야." p.41

 

 

 

1800년대 중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었다. 대를 이을 아이를 낳기 위해 늙은 남자에게 팔려가듯 결혼을 해야 했던 여자의 삶은 인내와 외로움의 시간이었다. 더욱이 문제가 남편에게 있음에도 구박을 받는 카테리나의 모습에서 마치 조선 시대의 여인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후손, 아들을 낳기 위한 도구로서의 삶이 머나먼 타국의 카테리나와 닮아 있었다.

 

그러다가 세르게이와 깊은 관계가 되면서 카테리나는 억눌러왔던 자유로움과 욕망이 둑이 터지듯 폭발했다. 집안 하인들이 알든 말든 남편과 쓰는 침실에서 마음껏 욕망을 분출했고 전에 없던 깊은 사랑을 느꼈다. 이제는 세르게이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카테리나는 그 욕망에 푹 빠져있었다. 그래서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시아버지가 세르게이를 때리고 가둔 뒤 그녀를 벌하겠다고 했을 때, 자신이 관리하는 쥐약을 사용해 시아버지를 죽여버렸다. 그리고 남편이 모든 걸 알고 돌아왔을 때나 존재를 몰랐던 공동 상속자가 등장했을 때도 그녀는 그들을 죽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카테리나를 보며 자유로움이 박탈된 결혼생활이 그녀를 극단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전에는 강에 나가 놀다가 옷을 입은 채로 목욕을 했을 정도로 자유롭게 살았는데, 이후에는 커다란 저택에서 외로이 살며 자신을 재단하는 눈으로만 보는 사람들을 마주해야 했으니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시선에 함부로 대응할 수조차 없었기에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여있다가 세르게이로 인해 마침내 터져버린 것 같았다. 욕망으로 발화되긴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유의 부재로 인한 행동이었고, 다시금 빼앗길지도 모를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사랑을 위해 여러 사람을 죽인 카테리나가 해피엔딩을 맞이하진 않았다. 살인을 저질렀으니 당연히 벌을 받게 된 그녀의 마지막이 하필이면 또 사랑 때문이었다. 그때쯤 되면 마음 떠난 남자에게 매달리기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살 방법을 강구해도 됐을 텐데, 처음으로 모든 것을 내준 남자의 변심을 참을 수 없었던 행동이 기어코 자신의 삶마저 비극으로 내몰아 조금은 안타까웠다.

 

 

 

 

 

쌈닭

 

부대장 부인의 집에 세 들어 살던 "나"는 우연찮게 집을 방문한 레이스 상인 돔나 플라토노브나를 만난다. 나를 처음 만났음에도 돔나는 오랜 친구라도 되는 듯 자신이 겪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덕분에 그녀와 가까워졌다. 그 때문인지 돔나는 나를 만날 때마다 하소연을 하며 온갖 이야기를 했다. 위험에 빠진 레카니다 페트로브나를 도와주려다가 창녀로 만들어버린 이야기, 보따리를 잃어버렸는데 제대로 찾아주지 않은 수사관에 대한 이야기, 훔친 사라사를 팔던 청년에 대한 이야기, 사랑 없이 살던 남편과 쌈닭처럼 싸우던 일화 등이었다.

 

 

 

"공동묘지를 뒤져 보면 아마 아직 선량한 사람들이 존재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들은 별 소용이 없어. 어쨌든 살아 있는 것들, 현재 떠도는 놈들은 모두 한결같은 종족이야. 혐오스러울 뿐이지." p.125

 

 

 

돔나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좋지 않은 기억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겪은 사람들에 대한 하소연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돔나 역시 썩 좋은 사람이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특히나 레카니다를 가엽게 여기면서 남편에게 돌아가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대뜸 남자를 소개해 주는 게 이치에 맞지 않았다. 돔나의 행동에 레카니다가 화를 내는 게 당연한데도 억울해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돔나는 자신에게 조금 더 관대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량이 짧은 <레이디 맥베스>의 두 배 이상의 길이였지만 줄거리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저 돔나가 "나"로 지칭되는 화자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주내용이었다. 돔나의 이야기가 어찌나 길고 또 끊임없이 이어지던지, 중간에 화자가 말을 끊어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마치 이야기 자판기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푸근한 아주머니의 푸념 섞인 이야기라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s********5 2020.08.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