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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골병든' 사람들은 어떻게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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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가 통째로 퇴짜를 맞았다. 올해부터 모 잡지에 두 달에 한번씩 칼럼을 쓴다. 책과 대중문화를 통해 세상을 읽는 시선을 보여주자는 것이 기획의도다. 편집진은 이번 글에 대해서 단조롭고 식상하다는 '혹평'을 내놨다. 과감히 잘렸다. 마감은 이미 지났다. 비상이다. 편집진과 수차례 메일을 오가며 토론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토론이 오갈수록 주제가 날카로워지고 구성도 확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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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가 통째로 퇴짜를 맞았다. 올해부터 모 잡지에 두 달에 한번씩 칼럼을 쓴다. 책과 대중문화를 통해 세상을 읽는 시선을 보여주자는 것이 기획의도다. 편집진은 이번 글에 대해서 단조롭고 식상하다는 '혹평'을 내놨다. 과감히 잘렸다. 마감은 이미 지났다. 비상이다. 편집진과 수차례 메일을 오가며 토론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토론이 오갈수록 주제가 날카로워지고 구성도 확 바뀌었다. 닥쳐서 수정을 거듭한 끝에 겨우 글은 나왔다.

 

출산으로 따지면 난산 중의 난산이다. 겨우 살려낼 수 있었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한계를 시험 당한다. 결과물을 만드는데 급급하다 보면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글을 내기도 한다. '이게 아니구나' 얼른 깨닫고 돌아오면 괜찮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만든 '활자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리는 우를 범한다. 결과적으로 원고를 퇴짜 맞은 것은 내 글쓰기에서 '약'이 됐다. 내 글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어떻게 쓸 것인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었다.     

 

'좀 쓴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글쓰기'

 

어떻게 써야 하는가. 별로다. 어떻게 쓰는가. 괜찮다. 전자는 권위적이다. 후자는 소탈하다. 있는 그대로다. 나는 어떻게 쓰는가. 너는 어떻게 쓰는가. 그들은 어떻게 쓰는가. 뿌리부터 살피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별로라니깐. 어떻게 사는가. 김형경이 말했다. 행복한 사람은 안쓴다. 일기 따위. 당신은 어떻게 사는가. 나는 어떻게 사는가. 톨스토이는 말했다. 행복하면 엇비슷하다. 얘깃거리 없다. 불행하면 제각각이다. 얘깃거리 많다. 이 말, 내 맘대로 바꾼다. 재미없으면 엇비슷하다. 재미있으면 제각각이다. 필자 이름 불러본다. 김영진. 안수찬. 유희경. 전인진. 손수진. 김중미. 최훈. 반이정. 성귀수. 김선정. 임범. 김진호. 듀나. 이들은 어떻게 사는가. 영화평론가. 기자. 시인. 판사. 작가. 카피라이터. 철학자. 목사. 글로 골병드는 직업들. 글쓰기에 묻은 서사. 골병의 서사. 그것부터 보시라. (서문, 5쪽)

 

서문 첫 장을 읽자마자 완전히 사로잡혔다. 군더더기 없이 단문으로 끊어치는 기술이 글을 어떻게 살려낼 수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서문이 이 정도인데 이 책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내공과 비법은 얼마나 대단할까. 기대감이 한껏 치솟는다.

 

책에는 각 분야의 글쓰기 고수들이 등장해 '어떻게 쓰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느 글쓰기 책과 달리 이 책은 글을 쓰는 방법을 전수하는 것이 아닌, 글을 쓰는 이의 서사에 주목한다. 글로 먹고 사는 이 사람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글을 쓰는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내면의 소용돌이, 세상과 타인에 대한 정밀한 관찰, 마감 직전의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세우는 악전고투. 글은 이 모든 과정의 집약체다.

 

살면서 누구나 한두 번쯤 겪는 그런 밤이면 명치에서 토악질처럼 글이 솟구쳐 오른다. 뭇사람들은 이런 일을 평생 몇 번만 겪는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이런 일을 거의 매일 겪는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것과 사랑하고 실연하며, 투쟁하고 갈등한다. 타자로 인해 자아가 매일 뒤흔들린다. 그들은 매일 토악질하며 글을 쓴다. 이 대목에 이르러 글은 '자아'를 넘어서는 '타자'의 문제다. 글쓰기는 타자에 대한 감응의 표현이다. 좋은 그을 쓰려면 삼라만상을 향한 감성의 더듬이를 벼려야 한다. 주변의 이웃, 그들을 엮는 관계에 민감하게 감응해야 글을 쓸 수 있다. 세상 모든 길이 서로 만난다. 자아를 성철하는 길과 타자에 감응하는 길은 어느 경지에 이르러 서로 섞이고 스민다. 둘의 팽팽하고도 적절한 긴장 가운데서 글이 탄생한다. (안수찬 기자, 35쪽)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이란 결국 '글쓴이'의 삶으로 평가된다는 말이 있다. 안수찬 기자는 "글쓰기는 자아 노출의 공포와 열망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일"이라며 "글을 지탱하는 것은 문장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자아"라고(34쪽) 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에 담기는 자아를 훌륭하게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쉽지 그게 그렇게 간단하면 뭐하러 글쓰기 책을 읽겠나. 자아를 갈고 닦는 것은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다. 꾸준한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글쓰기 선수들이 제안하는 방법은 세상과 타인을 보는 시선을 키우는 것이다. 

 

모든 인사이트(insight)가 이렇게 내면의 심리적 욕망을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 욕망 자체도 단순한 하나의 일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사이트는 굉장히 다층적이다. 그 다층적 인사이트에서 지금 내가 팔려고 하는 것과 가장 잘 어울리고, 다른 경쟁 제품을 누루고 마음을 열 수 있게 하는 건 뭔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할수도 있다....(중략)...인사이트는 정답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다. 술을 팔기 위해서 사람들이 술자리에 두고 있는 의미가 '친목'에 있다는 걸 발견하는 것도 카피의 실마리이고, 또는 사람들이 소주를 마실 때 툭 쳐내서 덜어내거나 팔꿈치로 툭 치거나 하는 행위들을 하고 있다는 발견 또한 큰 실마리가 아니겠는가...(중략)...이렇게 사람들을 관찰하고 공부하고 생각하며 소위 '내공'이라는게 차곡차곡 쌓여 '이거다!'하는 유레카의 순간이 자주 찾아오게 된다면, 당신은 카피 쓰는 일이 훨씬 쉬울 것이다. (손수진 카피라이터, 110쪽)

 

정보나 자료는 단기간의 노력으로 더 얻어낼 수 있지만 관점은 그렇지가 않다. 다시 말해 칼럼은 당장 뭘 열심히 한다고 해서 써지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니 평소에, 젊을 때, 아니 어릴때부터 책 많이 읽고 세상 경험 많이 하고.... 이런 공자님 말씀은 생략하고, 내 경험에 비추어 몇 마디 덧붙인다면 이런거다. 나는 세계관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성정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관점도 남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정 안에 있는 걸 발견해나가는게 아닐까. 사람의 관점이 다 같은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다를 때가 많다. 문제는 그게 어떻게 다른지 스스로도 설명을 못하니까 남들과 같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남들과 같다고 여기고 거기에 묻어가지 않고, 그 미세한 차이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이는게 중요하다. (임범 칼럼니스트, 216쪽)

 

글쓰기의 세계에 백종원의 '만능간장'같은 비법은 없다. 맞춤형 레시피가 따로 없다. 딱 들어맞는 공식도 없다. 기사, 칼럼, 시나리오, 평론, 시 등 분야는 다르지만 글쓰기 고수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시야를 키우라는 것이다. 똑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은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이면에 놓인 본질을 성찰할 수 있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 습관을 들여야 한다. 결국은 기본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x******0 2016.06.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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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쓰는가] 여러 분야의 글쓰기 방법 전수 -김중미,안수찬,듀나 외 10인
"[나는 어떻게 쓰는가] 여러 분야의 글쓰기 방법 전수 -김중미,안수찬,듀나 외 10인" 내용보기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확 끌렸다. 요즘 내 관심사 중 큰 비중을 글쓰기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건 글로 먹고 살든, 글쓰기를 즐기든 연필 한 번 잡을 일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가 아닐까 한다. 독특한 것은 글쓰기 하면 보통 소설가, 시인, 수필가 등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에는 법조인,
"[나는 어떻게 쓰는가] 여러 분야의 글쓰기 방법 전수 -김중미,안수찬,듀나 외 10인" 내용보기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확 끌렸다. 요즘 내 관심사 중 큰 비중을 글쓰기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건 글로 먹고 살든, 글쓰기를 즐기든 연필 한 번 잡을 일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가 아닐까 한다. 독특한 것은 글쓰기 하면 보통 소설가, 시인, 수필가 등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에는 법조인, 카피라이터, 번역가, 신문기자, 목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글 쓰는 노하우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소설가나 시인의 글쓰기 방법은 늘 관심 있던 분야라 재미있었고, 카피라이터나 시나리오작가, 법조인의 글쓰기는 생소하지만 흥미로웠다.

 

 

  이 책을 함께 쓴 분들의 공통점은 하얀 화면의 까맣게 반짝이는 커서를 생각보다 많이 의식한다는 것이다. 커서가 깜박이는 것은 ‘어서 두드려 주시오.’ 하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마감 시간을 향한 카운트다운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글로 먹고 사는 일. 고달프지만 참 매력적인 것 같다. 다른 어떤 자본도, 기술도, 물자도 필요 없이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을 꺼내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그들을 게으르다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볼 때가 있다. 10잔의 커피, 꽁초로 가득 찬 재떨이, 밤낮이 바뀐 생활..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건 편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감에 쫓기며 글을 생산해내야 하는 그들의 생활 역시 중노동이기 때문이다.

 

 

  정말 좋아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새삼 글 쓰며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그리고 나도 곧 그 대열에 들어가리라 다짐한다. 아니, 이미 들어와 있는지도.. 나도 매일 하얀 바탕에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니까.

 

 

 

--- 본문 내용 ---

 

 

◇ 영화평론가 김영진

 

- 당신은 어떻게 쓰는가, 라고 누가 묻는다면 마감 때문에 쓴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마감을 독촉하는 편집자의 건조한 목소리와 이제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고 하는 담당기자의 절박한 호소가 자판을 두드리는 내 손가락에 다급한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공식 매체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거의 언제나 나의 글은 주문 생산형이었다. (13쪽)

 

 

◇ 기자 안수찬

 

- 지금 하얀 모니터에 검은 커서가 깜빡인다. 뭘 써야 할지 막막하다. 빚쟁이처럼 아우성치는 커서를 오른쪽 끝으로, 저 아래로 밀어붙여야 글이 된다. 그 압박은 누군가를 밤새게 만들고 누군가를 술 마시게 한다. 그래도 돌아앉으면 또 커서의 압박이다. … 이럴 때, 나는 중얼거린다. “끊어 치자.” 이 하나로 글쓰기의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 모든 문장을 단문으로 줄이는 것이다. … 끊어 치기는 만병통치약이다. … 문장을 끊어 치지 않으면, 손가락이 글을 지배한다. 커서의 압박에 시달리다 보면,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쓰는 일이 생긴다. 손가락이 글을 지배하면 문장이 길어진다. 일단 길어진 문장은 제 관성으로 더 장황한 글을 만든다. 장황한 글에서 생각과 느낌은 흩어지고 희미해진다. (37-38쪽)

 

- 세상의 모든 필자는 제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히길 원한다. 세상 모든 독자는 모든 글을 함부로 성의 없이 읽는다. 독자가 글에 완전히 몰입하길 원하는 필자의 기대는 대부분 배신당한다. 독자는 글을 대충 읽으려 한다. … 독자를 글에 푹 빠뜨려야 한다. 독자를 글 속에 파묻히게 하려면 시공간과 인격의 디테일을 보여줘야 한다. “그는 슬펐다.”라고 설명하지 말고, “그는 눈물을 흘렸다.”라고 보여주는 방식이다. … 인터뷰를 할 때, 상대의 말만 받아쓰면 설명하는 기사가 될 뿐이다. 상대의 말과 함께 눈빛, 표정, 행동, 시공간을 함께 적으면 보여주는 기사를 쓸 수 있다. 디테일 취재가 쉬운 것은 아니다. 더듬이가 많아야 가능하다.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더듬이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40-41쪽)

 

- 인용문은 꼭 필요할 때만 악센트처럼 집어넣어야 한다. 따옴표가 많으면 독자가 몰입할 수 없다. (52쪽)

 

 

◇ 시인 유희경

 

- 언어 사용법을 익히는 최선의 길은 다작을 하는 것이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많은 습작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찾고 그 특징을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익혀야 한다. (77-78쪽)

 

- 최소한의 공간을 최대한의 길로 만들기 위해서, 나는 감추고 드러낸다. 시는 자발적인 독서다. 그러므로 어렵다. 주춧돌로 건물의 전체를 상상하게 만드는 일. 그게 시의 미학이고 시인의 의도이다. (81쪽)

 

 

◇ 변호사 정인진

 

- 법관은 판결로만 말한다고 한다. 그 말이 맞다면 판결은 법관이 가지는 유일한 언어다. 법관은 사법권이라는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판결이라는 기호 체계를 부여받은 셈이다. 즉 글쓰기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87쪽)

 

◇ 카피라이터 손수진

 

- 광고란 것이 지갑을 열기 위한 유혹이고, 카피는 그 유혹의 말이라면 카피를 잘 쓴다는 건 유혹을 잘한다는 것일 터. … 유혹의 대상을 잘 알아야 한다. … 절대 쉽지 않은 이 ‘통찰’은 짝사랑하는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갈 방법을 고민하는 것과 흡사하다. … 그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과 버릇을 일깨워줌으로써 상대방은 나를 다시 보게 된다. 굳이 영어 많이 쓰며 젠 체하는 광고계에서는 그걸 ‘인사이트insight'라고 부른다. (107-108쪽)

 

 

◇ 동화작가 김중미

 

- 세상은 변했고 그 변한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도 변했다. 올바름의 가치가 변했고,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어린이문학과 청소년문학은 약한 이의 편에 서야 한다고 믿는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면 그 아이들이 서 있는 현실을 바로 보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 작품의 무대를 사람들이 외면하고 미처 보지 못한 곳으로 삼는다. 그곳이 바로 희망이 싹트는 곳이고 이 세상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뿌리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어린이들 안에는 착한 마음이, 측은지심이, 연대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글을 통해 아이들 안에 있는 선한 마음을 일깨워주고, 결핍을 알게 해주고, 외로움과 가난, 그리고 옳고 그름을 알게 해주고 싶다. (139-140쪽)

 

 

◇ 철학자 최훈

 

- 철학자 고 김태길 선생은 <글을 쓴다는 것>이라는 수필에서 함부로 글을 쓰지 말라고 말햇다. “글이란, 체험과 사색의 기록이어야 한다. 그리고 체험과 사색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 ) 암탉의 배를 가르고, 생기다 만 알을 꺼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따라서 한동안 붓두껍을 덮어두는 것이 때로는 극히 필요하다. 하고 싶은 말이 안으로부터 넘쳐흐를 때, 그때에 비로소 붓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성급하게 붓두껍 여는 것을 이렇게 변명한다. 적어도 지식의 확산과 활발한 토론이라는 차원에서는 이런 신중함이 지나치면 방해가 된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 몇 명에게라도 도움이 되고 담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글쓰기라는 실천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145-146쪽)

 

 

◇ 미술평론가 반이정

 

- 비평이 품질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작업이라면 문제점이 발견된 지점에서 분노와 좌절을 느끼되, 개선책을 떠올려서 자기 존재와 과제를 연장할 수 있다. 그것이 비평이다. (179쪽)

 

 

◇ 번역가 성귀수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 새벽 한시에서 세시까지의 간격은 다른 대여섯 개의 눈금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보다 훨씬 넓고, 깊다. (183쪽)

 

- 나는 단언한다. 훌륭한 번역을 하려거든 먼저 그대의 염통을 통통 튀게 하라! 책상 앞의 그 멍청한 ‘부동자세’를 상쇄시킬 만큼, 하루 두세 시간은 가급적 격렬하게 움직여라! (184쪽)

 

 

◇ 시나리오작가 김선정

 

- 누군가 재미난 시나리오 한 편을 써보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가장 먼저 이 방법을 추천해주고 싶다. 자신이 생각한 이야기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일단 옆의 친구에게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주라고. (202쪽)

 

 

◇ 칼럼니스트 임범

 

- 한 선배와 함께 일할 때였다. 회의를 하고 초고를 써갔더니, 글을 본 선배가 내게 되물었다. “너라면 이렇게 할 수 있니?” 그 말을 듣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끄러워하는 내게 선배는 말했다. 여기쯤 웃겨야 하니까, 이렇게 해야 재미있을 거 같으니까, 그런 공식에 의지하지 말고 이 인물이라면 과연 어떻게 할지 캐릭터에 더 골몰해서 써보라고. 그는 우리가 만든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작가인 제 의지가 아닌 그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해보라고. (205쪽)

 

- 내 생각에 칼럼의 정수는 글쓴이만의 관점이다. 다른 글과 달리 칼럼일수록 이 관점이 중요하다. 설득력이 뒷받침된다면 그 관점은 독특할수록, 남다를수록 빛이 난다. 문장 좋고, 논리 정연해도 관점이 평이하다면 그 칼럼은 재미가 없다. (215쪽)

 

 

◇ 목사 김진호

 

- 시공간에 관한 가장 복잡한 문제는 ‘지금’과 ‘여기’의 해석에 관한 것이다. (244쪽)

 

 

◇ 소설가 듀나

 

- 다음은 이름을 만든다. 나는 이 작업을 끔찍해하는 편이다. 일단 한국 이름들은 기억하기 힘들다. 의심나면 최근에 본 한국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라.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구별을 위한 도구로 이름을 써야 하는데, 그 도구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266쪽)

 

- 자, 이제는 진짜로, 진짜로 쓴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오자, ‘아, 일을 해야 하는데, 아래한글 아이콘 클릭하기가 진짜로 싫다!’의 핑계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엉덩이는 살짝 무거워졌고, 일단 아이콘을 클릭해 불러들이면 클릭하기 전에 걱정했던 것만큼 일이 힘들지는 않다. (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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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0 2014.02.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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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밥 먹는 사람들은 이렇게 쓴다
"글밥 먹는 사람들은 이렇게 쓴다" 내용보기
얼마 전 회사 포탈 시스템을 검색하던 중 공고문 하나를 발견했다. 사내 사보기자 모집 공문이었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지원서를 써 보냈다. 일주일 뒤 연락이 왔다. 합격! 자기소개와 경력에다 지금껏 글을 쓰며 얻은 나름의 감투를 잘 포장한게 도움이 됐나? 그렇게 해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내 사보기자로 선정됐다. 며칠 전 본사로 신입기자 워크숍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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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 포탈 시스템을 검색하던 중 공고문 하나를 발견했다. 사내 사보기자 모집 공문이었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지원서를 써 보냈다. 일주일 뒤 연락이 왔다. 합격! 자기소개와 경력에다 지금껏 글을 쓰며 얻은 나름의 감투를 잘 포장한게 도움이 됐나? 그렇게 해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내 사보기자로 선정됐다. 며칠 전 본사로 신입기자 워크숍도 다녀왔다.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라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내 습벽 때문이다. 과연 나는 사보에 기사를 잘 써낼 수 있을까? 서평이나 영화평 정도를 끄적였던 내가 기사를 발굴,기획하고 사진과 글을 조합해서 매달 한 편 정도는 써 내야 하는데 부담감이 만만찮다. 그럼에도, 할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자신감과 해보자는 무대포 기자정신이 벌써 꿈틀거린다.

 

글쓰기를 배우는 모든 사람들은 공통된 소망을 품게 마련이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먼 훗날 달리기를 꿈꾸듯, 세상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알아주고 내 글에 고료를 챙겨주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원고지나 모니터 위에 습관처럼 쓰던 글이 어느날 갑자기 금전으로 환산된다는 걸 경험하는 순간, 우리는 글쓰기의 신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글쓰기로 돈을 버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계적 생산수단이 아닌 지적 생산수단을 소유하게 됐다는 명백한 반증이다. 글쓰기는 자기실현의 장치인데, 그것으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게 또 얼마나 큰 희열인가? 작가들의 직업만족도가 최고점을 찍는덴 이유가 있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우리들의 환상과 선망은 여기에 기원한다.

 

우리 시대 직업적 글쓰기로 밥을 먹고 사는 13명 필자들의 글쓰기 노하우를 묶어 펴낸 <나는 어떻게 쓰는가>는 바로 이 환상과 선망에 대한 작가들의 답변이자 고백으로 읽힌다. 필자라고 통칭하긴 했지만, 그들의 명함은 다채롭다. 영화평론가, 기자, 시인, 동화작가, 카피라이터, 철학자, 시나리오 작가, 칼럼니스트, 소설가 등이다. 때로 이들은 직업과 병행해 글을 쓰기도 한다. 변호사나 철학자, 미술평론가, 목사 등의 직업군은 전업작가라 말할 수 없고, 글쓰기가 부업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등장한 필자들은 눈에 익다. 듀나는 전설적인 익명의 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이고, 반이정은 개성 뚜렷한 미술 평론가요, 임범의 칼럼은 내가 평소 즐겨 읽고 좋아한다. 그들은 모두 신문이나 인터넷 등의 매체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색깔있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이 책이 독특한 것은 평소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는 필자들이 자신의 글쓰기 자체를 되돌아보고 있어서다. 그들은 편집자의 요구에 맞춰 이 책에서 `어떻게 쓰는가' 라는 부문에 초점을 맞춘다. 글쓰기의 노하우라고 했지만, 정확히 `직업별 글쓰기 론' 정도가 맞다. 삶의 체험 현장처럼 이 책은 `글쓰기 체험현장' 을 표방한다. 그들의 글쓰기는 아마추어가 범접할 수 없는 전문성을 드러낸다. 그 난이도 높은 세계에서 그들은 나름 글쓰기의 고충과 기쁨을 고백체의 문장으로 선 보인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은 다양한 영화 잡지를 옮겨다니며 글쓰기를 다듬어 왔다. 동료기자들에게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자주 듣던 어느날, 자신의 글이 데스크에서 자주 손질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대학원생 티를 못벗고 평론투의 글이 허영기로 가득해 난해했던 거다. 얼마 후, 그는 자신의 글이 지나치게 과시적이고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그는 영화평을 쓸 때 논리적 분석이 아닌, `표면에서 얻은 인상의 실마리를 끈질기게 파고들어 뭔가 덩어리를 만들어 내는' 글쓰기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영화을 본후 기계적 논리에 대입하기 보단, 감성의 덩어리를 부풀려 내는 일과 더불어 `멋 부리지 말고 간명하게 쓰자' 하는게 최종적인 그의 글쓰기론이다.

 

기자 안수찬은 글쓰기의 비법 한가지를 소개한다. 바로 `끊어치는 것이다' 끊어치기를 글쓰기의 배터리라고 표현한다. 문장을 주어 - 목적어 - 서술어라는 기본단위로 하나의 문장을 끝내야 한다. 끊어치기는 만병통치약이다. 그는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끊어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끊어치기 예찬은 쉴새 없다. 문장을 끊어치면 손가락 대신 생각과 마음이 글을 끌고 간다. 끊어 치면, 자아의 느낌과 생각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처음 느끼고 뜻했던 바대로 문장을 배치하고 글을 이어갈 수 있다. 끊어치면, 독자는 필자의 세계에 보다 쉽게 몰입한다. 긴 문장은 독자의 시선과 호흡을 방해한다. 안수찬 기자의 끊어치기론은 글쓰기 교과서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내용이다. 현장 전문가에게 다시 들으니 확신이 선다.

 

"이쯤에서 반박하고 싶을 것이다. 세상에는 유장하고 화려한 문장으로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들의 길을 따르면 안되는가? 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훌륭한 자아'를 갖춘 사람들이다. 그들은 뭘 어떻게 써도 좋은 향기를 담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고매한 자아를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다면, 무조건 끊어 쳐라. 간단하고 빠르게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다." 37-38쪽, 안수찬, <나는 어떻게 쓰는가>

 

시인 유희경은 시를 읽고 쓰는 게 어려운 이유를 해설한다. 시 혹은 시인은 발화telling해서는 안되고, 그저 보여주어야showing한다. 시가 뜬구름 잡는 식으로 세계를 형상화 하는 것은 바로 설명이 아닌 보여주고 있어서다. 이 짧은 논평은 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미술 평론가 반이정은 글쓰기의 과정이란 `분석 대상과 텅 빈 모니터를 번갈아 응시하면서 "이 정돈 쓸 수 있어"와 "갈피가 안 잡혀서 못할 것 같아"라는 상반된 고백을 내면에서 끊임없이 외치고 듣는 일이다'고 표현한다. 하여, 글쓰기란 자신을 향한 협박이자 격려가 된다고 풀이한다. 글쓰기를 숙명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백배 공감할 고백이다.

 

특히 인상적인 두 명의 필자가 있었다. 18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최근 은퇴해 칼럼니스트로 살아가는 임범과 <국가대표>와 <미녀는 괴로워> 등의 시나리오 집필에 참여한 작가 김선정이다. 먼저 임범은 18년 기자 생활을 하며 안 써본 글이 없고, 수많은 기사를 써 보았지만 제일 쓰기 힘든 글로 칼럼을 지목한다. 그는 마감이 다가오면 3,4일 전부터 원인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고, 소재를 못 찾아 마감 전남 밤을 꼬박 지새거나 잠을 청해놓고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토로한다. 글쓰는 자의 비애가 따로 없다. 그렇게 오랜 시간 글을 쓰고도 그런 고통스런 과정을 여전히 경험하고 있는 그에게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는 독자들이 있을 게다. 시나리오 작가 김선정은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선배 감독으로부터 들은 한 마디 말을 되새긴다.

 

"선정아, 지금 네가 쓸 수 있는 것, 딱 거기까지가 오늘의 너야, 그걸 인정해야 해 " 208쪽

 

마음을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린다. 글이 왜 이 모양이야, 하고 불평하기 전에 한번 되새겨야 할 조언 아닌가 ? 중국 작가 위화는 글쓰기를 `경험'에 비유한다. 혼자서 뭔가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없듯이, 직접 써보지 않고서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고 말한다. 무언가를 쓰기 전까지 우린 어제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다양한 형식의 글을 쓰고 있는 이 책의 필자들은 마치 글쓰기의 매력과 그 고통을 동시에 즐기고 있는 사람들 같다. 그들은 매번 글을 쓸때 마다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고 절망한다. 이 절절한 고백을 듣게 된 것은 차라리 위안이 됐다. 글을 십 수년 씩 쓰는 전문 작가들도 우리처럼 글 때문에 울고 웃는구나. 이걸 작가들의 육성으로 확인하는 일은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내가 지원한 사보기자는 자신의 업무 외에 각 부서에서 콘텐츠 기사를 발굴하는 보조 기자다. 직장내의 부업인 셈이다. 원고료는 들어오겠지만 큰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귀찮은 일을 지원했나? 그냥 좋아서다. 그날 워크숍에 참여한 이들과 보낸 한 나절이 참 기억에 남는다. 모두 글쓰기의 열망이란 공통 분모 때문일까? 차 한 잔을 놓고서도 쉴새 없이 쏟아지던 이야기들과 짧은 만남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몇 해 내가 블로그에 차곡차곡 써 올린 글 들 덕분에 해가 갈수록 감투 하나씩을 얻었다. 그간 글쓰기는 사적인 영역에서 내가 키워온 필살기였다. 이제 그런 사적인 즐거움이 모여, 어느덧 공적 글쓰기에 도전하게 됐다. 나름 성장이라면 성장이다. 그리고 성장을 스스로 확인하는 일은 기쁘다. 서평과 영화평, 여행글을 가끔 쓰던 내가 기사문을 써 낼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없다. 하지만, 어떤 장르의 글을 쓰건 좋은 글의 조건은 같다. 이 책에서 기자 안수찬은 그걸 `사람을 즐겁게 기쁘게, 슬프고 애달프게 하는 글, 즉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라 표현한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필자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그 방법론에 집중한다. 직업적 글쓰기는 전문성과 열정을 동시에 갖추고, 고료에 맞는 원고를 산출해내야 하는 고통스런 작업이다. 글을 밥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은 특별한 내공을 갖추어야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모든 직업적 필자들의 내공은 길러지는 것이다. 오늘보다 나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믿음이 철저히 통용되는 공간이 글쓰기의 영역이다. 글의 힘이 막강할 수록 전문 필자에 대한 선망은 커가기 마련이다. 황홀한 글쓰기의 세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작가들은 훌륭한 본보기이자 동병상련의 파트너가 된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글쓰기를 단련하는 과정에 지름길은 없다. 세상에 쉽게 쓰인 글도 없다. 세상 모든 필자들은 오늘도 하얀 모니터 혹은 원고지 위에서 소리없는 전쟁을 치른다. 하여, 이 책은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전문필자들의 처절하고 화려한 무용담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s*****7 2013.05.28.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글 잘 쓰고 싶나? 그럼 이 책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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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다. 핵심을 콕 찍어 주고, 문장도 산뜻하고 간결하게 쓰는 사람들 말이다. 외국말보다 토박이 우리말을 더 살리고자 애 쓰는 사람들은 존경하기도 한다. 머리로 쥐어짜는 글보다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은 더욱 살갑다.   김영진 외 12명이 쓴 〈나는 어떻게 쓰는가〉에는 그 비법이 담겨 있다. 각자 쓴 글은 개성이 넘친다. 어떤 이는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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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다. 핵심을 콕 찍어 주고, 문장도 산뜻하고 간결하게 쓰는 사람들 말이다. 외국말보다 토박이 우리말을 더 살리고자 애 쓰는 사람들은 존경하기도 한다. 머리로 쥐어짜는 글보다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은 더욱 살갑다.

 

김영진 외 12명이 쓴 〈나는 어떻게 쓰는가〉에는 그 비법이 담겨 있다. 각자 쓴 글은 개성이 넘친다. 어떤 이는 영화평론가 입장으로, 어떤 이는 기자로서, 또 다른 이들은 변호사와 동화작가 등, 13인 13색의 모습을 드러낸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을까? 그들 모두 각자의 직업을 갖고 있지만 글감보다도 먼저인 게 있었다. 언제나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인격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그것 없이는 앙꼬 없는 찐빵과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글이 무미건조하다는 건 그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것은 기자 안수찬도, 목사 김진호도 마찬가지임을 고백한다. 보통 사람들은 모든 글을 자기 글로 생각지 않는단다. 그래서 깊이 읽지 않는단다. 하지만 삶 속에서 사랑하고, 실연하며, 투쟁하고, 갈등하는 글일 대할 때 모두들 자아가 뒤흔들린다고 한다. 그것보다 진솔한 삶의 고백이 없는 까닭이란다. 

 

또 하나 이 책을 통해 배우는 게 있다면 그것이다. 좋은 글은 한 번에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그러니 여러 습작을 하도록 부추긴다. 물론 단순한 베껴 쓰기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모델로 삼을 만한 글을 자신의 것으로 삼도록 하라고 타이른다. 그 속에서만 자기 것이 새롭게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끊어 치기는 너무나도 중요할 것 같다. 기자 안수찬이 강조하는 것도 그것이다. 자기 글을 끊어 치는 게 오장육부를 잘라내는 듯 고통스럽기 그지없다고 한다. 하지만 뭔가 싹둑싹둑 썰고 끊고 후려 칠 때 감동적인 연애편지가 솟아나듯 멋진 글이 솟아오른다고 한다. 그 글이 리듬을 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내 생각에 칼럼의 정수는 글쓴이의 관점이다. 다른 글과 달리 칼럼일수록 이 관점이 중요하다. 설득력이 뒷받침된다면 그 관점은 독특할수록, 남다를수록 빛이 난다. 문장 좋고, 논리 정연해도 관점이 평이하다면 그 칼럼은 재미가 없다. 당연한 말 아니냐고? 당연한 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215쪽)

 

칼럼니스트 임범이 한 이야기다. 그만큼 읽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칼럼이 있다는 것이다. 미세한 입장 차이를 나만의 관점으로 만드는 게 바로 그 비결이란다. 그런데도 여러 신문을 보면 다르단다. 수사와 비유는 요란하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관점이 없는 '재미없는 칼럼들'이 많다고 말이다. 그에 비해 '독특한 관점'은 칼럼의 생명과도 같다고 한다.

 

사실 '판사'하면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그만큼 존경도 받고 말이다. 그런데, 변호사 정인진이 쓴 글을 읽다보니, 판사가 안고 있는 고충이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다. 판사들이 써야 하는 '판결문'이 그것이다. 그걸 위해 날을 지새우고, 밥도 제 때 못 먹고, 노는 것이랑 휴식마저 때를 넘길 때가 많다고 한다. 절로 판사가 되는 것도, 절로 존경받는 게 아닌 셈이다.

 

결론적으로, 나도 이 책에서 새로운 모델을 발견했다. 내 개성에 맞고, 내 취향에 맞는 '글쓴이' 말이다. 짧고 산뜻하고 또 살갑게 글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곧잘 끊어 치고 있는 '그 사람', 이제부터 10년 동안은 그 사람의 글을 습작해야 겠다.

 

누가 그렇게 말했지? '글쓰기는 자아 노출의 공포와 열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일'이라고. 아무쪼록 글로 자신을 알리고 또 글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어서 시원한 출구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들여다 봤으면 한다. 13인 13인색의 다양한 글쓰기 모델이 있으니 말이다. 하여 자기 취향에 맞는 작가도 발견하길 바란다.

s*****e 2013.04.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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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려면 '어떻게' 살 지를 고민하라!
"잘 쓰려면 '어떻게' 살 지를 고민하라!" 내용보기
글을 쓰는 일은 어렵다.   늘 첫 글자를 시작할 때면 자판 위에서 손가락이 굳어버린다.   이 책을 봤을 때 무척 반가웠다. 참으로 많은 종류의 글쓰기책을 읽어왔지만, 한 가지 노하우를 배웠다 싶으면 또 다른 길목에서 막힌다. '글쓰기 관련 책'들을 하도 많이 읽어서 가끔은 내가 글을 쓰기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건지 글쓰기에 관한 자료를 모으려고 책을 읽
"잘 쓰려면 '어떻게' 살 지를 고민하라!" 내용보기

글을 쓰는 일은 어렵다.  

늘 첫 글자를 시작할 때면 자판 위에서 손가락이 굳어버린다.

 

이 책을 봤을 때 무척 반가웠다.

참으로 많은 종류의 글쓰기책을 읽어왔지만,

한 가지 노하우를 배웠다 싶으면 또 다른 길목에서 막힌다.

'글쓰기 관련 책'들을 하도 많이 읽어서

가끔은 내가 글을 쓰기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건지

글쓰기에 관한 자료를 모으려고 책을 읽는 건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13인의 글쟁이 얘기를 묶은 책이다.

각각에 대한 호감도를 떠나서

내 생활과 직결된, 또는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과 긴밀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읽었다.

 

하나는, 기사 쓰기다.

한겨레 안수찬 기자는 문장을 '끊어 치란다'. 

무조건 짧게. 이렇게.

 

끊어 치기는 만병통치약이다.

감동적인 연애편지를 쓰고 싶은가. 끊어 쳐라.

괜찮은 소설을 쓰고 싶은가. 끊어 쳐라.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될 기사를 쓰고 싶은가. 당연히 끊어 쳐라.

 

십수번 끊어 치라는 말을 듣고 나니 어느 정도 뇌리에 박힌다.

끊어칠 것. 명심해야겠다.

 

독자에게 상황을 설명하지 말고, 독자를 그 상황에 밀어 넣으라고 말한다.

"그는 슬펐다'가 아니라 "그는 눈물을 흘렸다"라고 보여주어야 한다.

디테일을 꼼꼼히 챙기고 독자를 안내할 것.

 

보여주자.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 말인지.

이제까지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머리를 쥐어뜯어 온 게 후회스럽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말 속에 훌륭한 문장이 숨어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서 구할 것, 생활의 기본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카피 쓰기. 카피라이터 손수진이 이야기한다.

 

- 카피라이터에게 자신만의 문체는 필요 없다.

 자신만의 생각과 발상이 필요할 뿐이다.

 

- 카피를 잘 쓴다는 것은 유혹을 잘 한다는 것이다.

 

- 카피라이터는 두 명의 '갑'을 모시고 있는 '을'의 신세다.

 

- 대부분의 카피라이터는 다른 카피라이터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라이터(writer)'들을 질투한다는 사실이다.

어제 새로 '온에어'된 저 광고 카피를 내가 썼다면

저렇게 멋지게 쓰지 못했을 것 같아 부러워 죽을 것 같고,

시를 읽으면 내가 쓰는 카피는 속물적이고 얄팍한 글자에 불과한 것 같아 부끄럽고,

소설을 읽으면 저렇게 치밀한 구성과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소설가가 천재 같고,

잡지를 읽어보면 젊은 에디터들의 재기에 속이 부글부글 질투가 난다.

칼럼을 읽으면 내가 쓴 카피 너무 유치하고 쓸모가 없는 것 같고,

만화를 보면 이런 기발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아마 난 안 될 거야'라며 머리를 감싸고,

영화를 보면 내가 쓴 카피는 지나가는 엑스트라의 한마디보다도 평범하다.

 

고로? 열심히 읽고 보고 질투하시라. 이 모든 질투가 더 나은 카피를 고민하게 만든다.

 

세 번째, 동화 쓰기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가 얘기한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뭐 하나 화려하고 특별한 문장도 단어도 없는데,

마음을 꾹 누르는 묵직한 감동을 받았다.

 

글은 말이 아니라 삶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글보다 앞서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삶, 오늘의 아이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보지 못한다면

어린이문학이든, 청소년문학이든 가능하지 않다.

 

이 말이 마음 깊숙이 와 박히는 건 작가가 그처럼 살아냈기 때문이다.

카피를 쓸 때 자신만의 문체보다는 자신만의 생각과 발상, 삶이 필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가는 또, 낱말이나 문장을 선택할 때는

될 수 있으면 간결하고 쉬운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끊어 치는 글쓰기의 다른 표현이다.

 

이 밖에 칼럼쓰기, 소설·시 쓰기를 비롯해

법조문 쓰기, 설교문 쓰기, 평론 쓰기와 등 독특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글쟁이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 여러 취향을 접할 수 있다.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하다.

 

얼마 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쓰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나니,

그들은 하나 같이 작가의 인생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 '어떻게 쓸 것'인가를 알기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쓰는 일'과 '사는 일'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건가 보다.

 

 

 

 

 

j********1 2013.06.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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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심이 있는데 작가들은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서 본 책이에요. 분야별 작가들이 글을 어떤 생각으로 쓰는지, 무엇을 중점으로 하는지 적혀 있어요. 일부 작가는 글이 잘 안 읽혔지만, 생각을 깊게 하게 되는 말들도 있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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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심이 있는데 작가들은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서 본 책이에요. 분야별 작가들이 글을 어떤 생각으로 쓰는지, 무엇을 중점으로 하는지 적혀 있어요. 일부 작가는 글이 잘 안 읽혔지만, 생각을 깊게 하게 되는 말들도 있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k********0 2025.06.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