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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라는 말은 근래에 생긴 것 같지만 실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한다. 바로 조선통신사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일본에서 이야기되는 것에는 약간 다른 시각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공국의 사절로 간주하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부 한국 학자들이나 국민 가운데서도 비슷한 인식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조선통신사 전문가인 저자는 이러한 다른 시각을 접하고 얼마나 놀랐을까? 책 마지막 ‘답사를 마치면서’에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열거하고 있다. 자신의 발로 직접 확인하지 않은 역사는 단지 ‘자신에게 던져진 사실의 기록’일 뿐 p395 문헌을 통해서 뿐 아니라 조선통신사의 걸음을 좇아 발로 뛰고 눈으로 직접 보며 서술하였다. 안타까운 점은 일본 노정 지역에 대한 선행연구는 많은데 국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역에 조선통신사가 머물다 갔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지역민들도 있다는 것. 먹고 살기 바쁘다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공감은 된다. 그리고 기념관이나 표식이 있어야 기억을 할 수 있지 관련 학자나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옛 문헌을 찾아 읽는 것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조선통신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한일 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국내 자료가 상대적으로 많이 미흡하다면 일본측 주장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조선통신사 사행록이 일본 체험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음에 반해, 국내 노정이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는 한계도 있기는 하다. 이 책을 바탕으로 국내 노정에 대한 더욱 면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해당 지역에는 그것을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표식들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책을 바탕으로 답사를 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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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두툼한 책이고, 내 예상과는 서술의 관점이 조금 다른 책이기도 했다. [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라는 제목에서 내가 예상했던 것은, 조선통신사에 관한 다소 학술적이고, 책상에 앉아서(?) 쓴 정적이고 연구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나는 이 책에서 "조선통신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 같은 것을 찾기를 예상했던 것인가 보다. 왜냐하면 역사시간에 얼핏 배우기는 했으나 조선통신사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으므로... 그러나 막상 내가 읽은 이 책은 조용한 연구실의 책상에서 나온 작품이 아니다. 이 책은 매우 활동적이며 현장에 직접 따라나서고 싶은 충동이 더러 일어나는, 살아있는(!) 답사책이다. 내가 이 책의 제목만 훑어보고서는 책이 얇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조선통신사에 관련해서 역사교과서에서 다루는 비중이 아주 적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통신사에 대해서 뭐 그닥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쓴이가 현장을 둘러보고 직접 찍은 사진들과 현장 답사의 경험담이 주가 된 이 책은 꽤나 두툼했다.
글쓴이 한태문은 책 앞날개의 소개에 의하면 "현재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논문과 글을 여러 편 써온 분이다. 이 책에 앞서 "조선통신사 옛길을 따라서"를 쓴 바 있다. 그러나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일본 지역 답사기는 많은데 비해 국내 답사기가 없음이 안타까워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것이라 한다. 크게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1부 "조선통신사 길라잡이"에서는 조선통신사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이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에 대해 예상했던 부분일터이다. 조선통신사가 무엇이고, 조선통신사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리고 그 노정이 어떻게 되는지 등이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중심은 2부와 3부다. 2부는 "부산을 향하여", 3부는 "서울을 향하여"인데 통신사들의 여정을 글쓴이가 그대로 밟아가보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글쓴이가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들을 회상하고, 그 흔적을 더듬어보는 답사기인 것이다. 이 부분에서 글쓴이는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세세하게 한곳한곳 더듬어 나간다. 통신사의 흔적을 찾아서 나섰지만 남겨진 유적이 거의 없는 곳들도 있고, 더러는 보존이 잘 된 곳도 있었다.
글쓴이가 답사한 곳들이 내겐 낯선 곳이 많아서 앉아서 읽기에는 성에 덜 차는 책이었다.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아니 글쓴이의 답사여정을 직접 따라가봐야 더 좋을 책이었다. 조선통신사가 걸었던 길을 오늘 다시 되짚어볼 기회를 마련해 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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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는 1428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의 왕이 일본의 실질적인 최고 통치자인 바쿠후의 쇼군에게 보낸 외교사절로, ‘서로 신의로 통하는 외교사절’이란 뜻이다. 이 책은 약600여 년 전, 하루 약 20km씩 걸어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온 여정을 작가가 직접 조사하여 작성한 것이다. 작가 한태문 교수는 현재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조선통신사 관련하여 논문이나 저술을 다수하였다. 그의 열정이 작가의 짧은 프로필부터 흠뻑 묻어나는 듯하다. 시작은 부산에서 KTX를 타고 사행의 출발지인 창덕궁에서 양재까지의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 책을 들었을 때는 그 방대함에 놀랐지만, 첫 페이지를 펴보고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바로 알아 낼 수 있다.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사행길을 찾아가기 위해 여러 번의 사행 자료들을 모아 나열하고 정리하여 독자에게 내 놓았다. 창덕궁에서 ‘이 걸음은 북경에 가는 것과 달라 내가 애처롭게 여긴다. 너희는 모름지기 협력하여 잘 갔다 오기 바란다.’는 임금의 명을 뒤로 하고 첫 번째 쉬는 곳인 인천의 남관왕묘에서 여행하기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한강 나루와 양재역을 거쳐 용인, 죽산, 충주, 문경, 예천, 안동, 의성, 영천, 경주, 울산, 동래를 거쳐 부산에 도착한다. 그리고 또다시 부산을 거쳐 양산, 밀양, 청도, 대구, 상주를 거쳐 서울로 올라와 사명을 무사히 마침을 아뢴다. 지역별로 한 단원을 이루며 작가는 조선통신사가 지난 길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찾아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역사도 함께 나열되어 진다. 길가에 방치되다 시피한 무수히 서있던 영세불망비들이며, 사행길에 대한 흔적은 길 뒤쪽 음지에서나 주위 깊게 찾아봐야 하고, 이제는 시골 동네에도 역사를 제대로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사가 없는 부분이고, 역사적으로도 크게 중요하게 인식되어지지 않는 부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한 인식도 많이 소홀했으리라. 『작은 물방울에서 대하의 흐름은 시작된다. 문화의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깨닫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이 실천으로 이어질 때 전통문화라는 대하는 생명을 가진다. P.108』 단순히 ‘조선통신사’라는 단어에 흥미를 느껴 책을 펴보았는데 책 안에는 조선통신사의 사행길에 대한 역사 이외에도 각 지역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인물과 유적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작가의 생각이나 바램도 첨가되어 있어, 읽는 내내 한자어나 역사적 인물들이 많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근래 읽었던 여행서들보다 더 깊은 감동을 주는 여행서이면서, 동시에 아이와 함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자료를 많이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선인들부터 적대시했던 일본이라는 나라에 신의라는 포장된 명복으로 떠나야했던 사행길의 여정들과 그 여정안에서의 고된 시간들이 고스란히 마음으로 느껴졌다. 어느 지역에서는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어느 지역에서는 잠이 불편하지만 기생과 함께하고, 어느 지역에서는 상한 음식으로 사람들이 토사광란에 시달리는 등 지금은 몇 시간이면 고속열차를 타고 다녀올 수 있는 부산을 수많은 사람들이 종일을 걸어서 힘겹게 다녀와야 했던 사행길. 모든 것이 부족 했을 테고, 늘 사투를 벌여야했던 날들이었을 것이다. 그러하니, 돌아온 이들의 기쁨은 어찌 이루말하겠는가.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의 책이었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은 책이었다.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고, 한 편의 긴 드라마를 보는 듯 등장인물들의 인생 또한 흥미로웠다. 조금더 시간이 흘러 내 아이가 역사에 대해 크게 인식을 할 수 있을때쯤 함께 읽어보고 토론하고 그 길을 밟아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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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를 한류의 원류라고 알고 있다. 일본과 임진왜란 이후에 국교가 단절되어 있던 상황에서 일본에서는 한국문화와의 교류를 원하던 시점에 조선통신사는 일본을 방문하다. 그리고 일본에 가서 가는 곳마다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문화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갔던 이야기만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고, 국내에서의 동선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책 『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는 조선통신사의 국내에서의 행보를 다루었다는 점이 특이 하다. 서울을 출발하여 부산까지 도달했던 그들의 행복은 오늘날의 국토대장정과 비교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들이 부산까지의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머물렀던 지역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담았다. 역사적인 고증을 통해서 적었고, 사진자료도 제시하여서 이해를 도왔다. 사진뿐만 아니라 선인들이 지었던 시나 글귀들도 담아두었다. 책을 따라서 읽다보면 어느새 그 당시 조선통신사의 일행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로 이 책 『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에 담겨 있는 문화재들을 쫓아 국토대장정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하였다. 대부분 잘 모르는 문화재들일 등장하여 읽는 내내 낯설었지만, 책에 소개되어 있는 설명을 공부하고 찾아간다면, 새로운 경험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 문화재는 문화재를 담았지만, 현재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위치만 확인되는 경우에는 요즘의 사진을 담아 두었다.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실제로 바로 뛴 저자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박제상 부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야기를 다루면서 ‘망부석’이야기를 담아 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불에 타서 복원중니 숭례문의 그림을 보는 것도 기억에 남았다. 조선통신사가 걸을 그 길을 걸으면서 우리 선인들의 국토대장정에 관심이 있고,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숨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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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의 국내노정 답사기
난 여행을 참 좋아한다. 직접 가는 여행도 좋고, 책을 통해서 조선시대로 혹은 그 이전 시대로 과거 여행을 떠나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사실은 예전부터 참 궁금했었던 것이 있다. 연암의 열하일기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인데, 조선시대, 혹은 그 이전의 사람들은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국내 여행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이나 일본은 어떻게 갔으며, 가는데 기간은 얼마나 소요가 되었고, 여행을 하면서 먹고, 자고, 싸는 지극히 생리적인 문제들은 또 어떻게 해결했을까 등등 궁금한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 책은 이런 나의 목마름에 어느 정도의 갈증의 해소시켜 주었다. 조선통신사의 국내노정 답사기, 사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땐, 한양에서 일본까지의 전 여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받고 나서, 우리나라 노정만을 다루었음을 알았다. 그래도 큰 수확이었다. 조선통신사의 사신행차 노정이 오늘날 국토대장정의 원류가 되었다고 하니, 그 사실만으로 참 신기했다. 그러고 보면, 국토대장정을 기획한 이들 또한 참 대단한 것 같다. 어떻게 조선통신사의 노정을 보고 국토대장정을 기획할 수 있었을까? 이야말로 진정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아니겠는가?
통신사, '서로 신의로 통하는 외교사절'(19면) 조선통신사는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파견되었지만, 흔히 임진왜란을 경계로 그 이후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약 200년간 12차례 행해진 후기의 외교사절을 지칭한다. 조선통신사는 한일문화 교류의 공식통로 역할을 수행하였다.(23면) 각 분야에서 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의 재능을 가진 400~500명으로 구성되었다.(26면)
책을 펼쳤는데 시작부터 좋았다. 길, 떠남의 공간이자 돌아옴의 공간, 지향의 공간, 자기 성찰의 공간, 인연을 맺고 연결하는 소통의 공간, 길이란 한 글자에 참으로 많은 공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나는 여기에 새로운 만남의 공간, 고행의 공간을 더 추가하고 싶다. 600년 전, 조선통신사는 일본과 소통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출발하여 하루에 20km씩 20여일을 걸어 부산에 도착했다. 자동차로 5시간 30분, 고속철을 타면 1시간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무려 20여일 동안이나 걸어야만 도착할 수 있었다. “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는 책의 표지 지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통신사의 서울에서 부산, 부산에서 다시 서울까지의 노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천을 떠난 사행은 풍산에서 점심을 먹고, 안동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관례였다.(147면) 의성, 영천을 떠난 사행은 경주에서 머물고 울산을 지나서 마침내 부산에 도착하였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조선통신사에 대한 개괄이다. 조선통신사의 의미와 인물들의 구성, 노정(27~28면)에 대해 소개해 놓았다. 2부와 3부가 책의 핵심 내용에 해당되는데, 2부는 서울 즉 한양에서 부산까지의 노정을 다루었고, 3부는 다시 부산에서 한양까지의 노정을 다루었다. 2부와 3부가 이렇게 나뉜 데에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하행 노정과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상행 노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이들 조선통신사 일행은 왜 하행노정과 상행노정 길을 달리 했던 것일까? 이 책은 조선통신사 국내노정에 관하여 읽을거리, 볼거리, 사진, 그림, 도표 등 알찬 내용을 가득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 전역이 국토 박물관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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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생시절, 조선통신사는 그야말로 단 한폭의 그림 하나로 설명이 가능한 존재.. 즉 '일본에 간 조선의 외교단체' 라는 인식에서 더하고 덜 할것 없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교과서에서 일본에 문물을 전하고, 국교를 이어주는 통신사에 대해서 '일본에게 무언가를 배푼다'는 인식을 받았고, 이러한 교육은 한국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일본인들에게 선진문화를 배푼 자긍심이 있는 나라(민족)"라는 일종의 우쭐거림의 근거가 되어준다.
그러나 그들이 어떠한 직책이었는가? 그들은 일본에 무엇을 하러 갔는가? 그리고 한반도에서 일본까지 어떠한 여정을 하였는가? 무엇보다 통신사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통신사의 직책을 맡았는가? 하는 질문에는 대부분이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이다. 학교의 공교육에 충실했을뿐 그 이상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조선통신사의 가치는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 '조선통신사 행렬도' 그 이미지에 국한된다.
화려한 깃발, 수많은 행렬, 행렬을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통신사가 탄 가마를 마치 신줏단지 모시듯 받들며 행진하는 일본인의 모습.. 마치 스승을 떠받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에서 우리는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고 그것에서 만족하며 이에 더이상 아는 것을 필요치 않아한다.
물론 나도 그러한 사람중 하나로서,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부산에 조선통신사 축제가 벌어지는 것도, 부산에 이와 관련된 역사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정리하자면 나는 수박 곁핱는 얄팍한 지식으로, 모든 것을 아는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그저 곡학아세의 무리들에 끼어 무의미하게 입만 놀린 꼴이었다. 이에 이 책을 접한것은 나의 자만을 뒤돌아보는 반성의 계기를 마련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국왕의 명령을 받아 수도 한양에서, 한반도의 마지막 거점, 부산에 이르는 조선통신사의 행렬을 뒤쫓고, 이를 학술적인 지식을 토대로 하나의 '정의'를 내리려는 저자의 노력을 엿보고, 무엇보다 조선통신사가 어떠한 행렬을 이루어 부산까지, 그리고 다시 한양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공식'투어'의 전반적인 지식을 접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 주었다.
이 책 속에는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진실도 상당히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일본으로 가는 통신사행렬을 마치 '죽으러 가는길' 과 같이 생각해 그 직책을 맡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결국 귀향을 가게 된 사실이라던가, 통신사 행렬이 국왕의 명령에 수행되는 공식적인 행렬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역관들이 그다지 호의적으로 그들을 대하지 않았다라는 정보라던가.. 그리고 어명을 받는 수행원의 신분이라는 이유로 사리사욕없는 '딱딱함'을 지닌 통신사가 결국 지방에서 이불펴고 기다리고있는 지방의 애첩의 눈에 피눈물? 을 흘리게 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까지.. 의외로 자세하고 재미있는 단편적인 정보들이 지금도 나의 뇌리에 남아있다.
그러나 저자는 수많은 지역을 답사하고, 그 관련자료를 열람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가며, 이러한 활동에 장애가 되었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한국인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거론한다. 그는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정리함은 물론, 그 여정에 관련된 지역의 문화재를 돌아보고, 또 사람들이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하는가? 하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그러나 많은 문화재는 그야말로 먼지더미에 묻혀, 그 진가를 몰라보는 사람들의 틈에서, 하루하루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것이 많았다. 그리고 특히 저자는 수십억원을 들여 스피드 발굴과 복원을 행하는 지방정부의 빠름~빠름~ 행정에도 깊은 분노의 목소리를 낸다.
일본은 배우는 입장에서, 조선통신사 행렬을 자신들의 문화적 가치로 인정하고 이를 발굴하고 계승하는데 활발하다. 더욱이 한.일간의 조선통신사 행렬에 대한 연구협약을 제의한 것도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였다는 사실은 나에게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로 다가온다. 역사와 문화를 지키는 것은 수십억의 지금을 들이거나, 수많은 박물관이나 체험관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한국인들이 자신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또 관심을 가지느냐에 달렸다는 당연한? 사실을 재확인 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