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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것만이 읽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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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따금 평론집을 읽는 이유는 전문가의 식견을 빌어서 나의 세상읽기를 좀 높여보자는데 있다. 한동안 읽지 못했던 평론집을 오랜만에 들고 보니 기대감으로 마음이 두근거렸다. 제목에 나와 있는 미메시스란 모방이자 재현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미메시스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일과는 달리 순정한 기쁨이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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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따금 평론집을 읽는 이유는 전문가의 식견을 빌어서 나의 세상읽기를 좀 높여보자는데 있다. 한동안 읽지 못했던 평론집을 오랜만에 들고 보니 기대감으로 마음이 두근거렸다.


제목에 나와 있는 미메시스란 모방이자 재현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미메시스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일과는 달리 순정한 기쁨이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순정한 기쁨. 저자는 자신의 비평작업을 원본과 복사본 사이의 간극을 살피는 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저자가 책머리의 말미에 말한 쓴 것만이 읽은 것이었다.  라는 말은 내가 지금하고 있는 리뷰쓰기에 어떤 정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해서 기분 좋게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책은 5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부사를 찬양하는 글로 시작했다. 명사를 영리하고 꾀가 많아서 현실의 승리자가 되기 쉬운 속물로, 형용사를 착하지만 세상물정을 모르기 때문에 실패하기 쉬운 바보로, 동사를 이도 저도 아니어서 안주처를 찾지 못한 광인으로 규정해 놓은 뒤 그 사이를 사뿐사뿐 뛰어다니는 부사의 힘에 주목하라고 독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2부는 기억을 통한 글쓰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종호와 조은의 기억에 의한 글쓰기를 소설이라는 장르에 실은 것에 대해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시절을 구태여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글쓰기가 치유의 과정이 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글쓰기의 치유효과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고 싶은 대목이었다. 천명관과 조하형을 통해서는 상상력과 허풍이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천명관의 《고래》를 통해 저자가 말한 상상력이 어떤 방식으로 문학이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3부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을 저자의 눈으로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는 작품론이다. 나는 작가론이나 시대론보다는 이 작품론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처음에 말한 것처럼 전문가의 눈을 빌어서 나의 식견을 높여보려는 나의 잔꾀이다.

신경숙의 《리진》에서 왕비의 죽음을 해석하는 방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명성황후의 죽음으로 인해 황제와 그 신하들은 전쟁을 해보지 않은 채 시체가 되었다는 해석은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것이었다.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을 통해서는 작가란 우리 삶의 외부자와 소수자들을 위해 언제든 자기 팔자를 내줄 수 있는 존재라는 말이 내 귀에 들려왔다. 천운영의《생강》읽기를 통해 참회의 대상은 하느님이 아니라 망가져버린 피해자들이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영화 <밀양>의 전도연의 울부짖음과 교차되었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작가가 말한 불편한 진실은 우리 개개인이 이근안이며 그 사실을 누구도 미처 알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데 이런 대목에서 나는 평론집을 읽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미소 짓는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꼼꼼히 보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4부는 작가론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박현욱을 비롯해서 황정은, 김경욱, 한창훈과 윤대녕을 살펴보았는데 특히 한창훈과 윤대녕을 시인이라고 표현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 작가들은 좋은 것,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루저라고 부르는 소외된 소수자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5부는 시대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가수를 텍스트로 하여 우리 시대의 메타서사는 주체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고, 김정은의 “부자되세요”의 광고를 통해 물신주의로 흐르는 우리 사회를 읽고 있다. 그러면서 삶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야하는 이유이고 어떻게 사는가에 집중하고 있으며 결국은 서사를 통해 우리 삶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이번 평론집을 통해 꼭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 바로 천운영의 《생강》이다. 김소진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나름의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앞에서 저자가 쓴 것만이 읽은 것이라고 말해주어서 올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책을 읽고 그 느낌을 남겨둬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t******e 2013.01.09. 신고 공감 8 댓글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