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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의 글들, 좀 묘하다. 상식적인 관점으로 읽으면 의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겠다. 희한한 상상을 하는군, 혹은 잘 비틀어 표현하고 있는 걸, 하는 마음으로, 읽는 입장 역시 약간 삐딱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마음에 들었다가 안 들었다가 했는데, 들었다 싶어서 누가 쓴 글인가 확인하면 무라카미보다 이토이 글이었다.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좋아하면서도 일부 이해하기 힘들다 싶었던 발상의 근원들이 이 책 속에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
책 제목인 소울메이트에 대해 생각했다. 정신적인 친구. 두 사람의 작가처럼 비슷하게 보고 비슷하게 생각하고 비슷하게 표현할 줄 아는 친구.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이 내 마음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친구. 있으면 좋겠다. 그럼 얼마나 든든할까. 어렸을 때는 그런 친구를 찾겠다고 펜팔 놀이도 참 많이 했었는데.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뭐하나.
나는 아무래도 무라카미의 글은 소설보다 에세이쪽인가 보다. 그의 상상보다는 담백한 사색이 더 끌린다는 뜻이겠지. 내 빈약한 상상 탓도 있을 것이고, 상상은 이제 쓸데없는 놀이라는 나이 든 자로서의 건조한 자각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고.
나이가 드니까 온갖 허물 다 받아주었으면 싶은 친구가 그립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친구를 얻으려면 내가 먼저 그 친구의 허물을 다 이해해 주어야 하는데, 이게 또 나이가 드니까 자꾸만 남의 허물에 인색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데 모순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 더 넉넉해진다고 믿고 싶었던 것은 정녕 인류의 희망사항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나만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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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선 하루키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공동집필이라는 특이한 형식인데 만화에서 보던 원작자 삽화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에세이 형식에서 어떻게 표현이 되어 있을 지 심히 궁금했었다. 내용은 두 공동작가가 짧게 짧게 마음가는 대로의 자유로운 흐름을 따라 서술한 것으로 보인다. 일관성있게 하나의 주제로 수렴해야지! 라는 과장된 집필의도는 없어 보이지만 놀랍게도 결국은 테마가 연결되어가는 점이 마치 친한 친구 두명의 선술집 대화와 같은 느낌이다. 가볍게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함축적 의미의 언어와 일상의 단편들을 다시한번 고찰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지는 책. 차한잔 하면서 금방금방 읽을 수 있는 화과자같은 별미였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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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이토이 시게사토가 알파벳 순의 랜덤한 주제를 번갈아가며 쓴 단편모음집 읽어보다가 점점 산으로 가게 되었다는 원제는 꿈에서 만납시다 라고 한다 2001년 2005년 이렇게 출간하였는데 역자를 바꾸어 재출간한듯하다 소울메이트로 예를 들면 스코어보드에 이름도 발표되지 않고 야외에서 공이 날라 올 때 에만 돌연 선안의 잔디밭에 나타나는 선심이란 인물의 존재다. 펜스의 양 날개, 문제 외(파울) 그라운드 현장(페어) 그라운드의 경계선상에서 서서 양쪽으로 한 발씩 내딛고 가만히 눈에 띠지 않게 숨을 쉬고 있는 저 두 인물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시합을 보고 있는 것일까. 저 사람들의 아들은 아버지가 가져다 주는 야구 관람표를 손에 들고, 친구A나 B를 데리고 관객석의 어딘가를 앉아있을 것이다. 이토이 사랑따위로 배를 채울 수 있단 말인가 거미 원숭이는 말했다. 이토이의 이런 따뜻한 시선이 좋네요. 관심받지 소한 조연 행인 1, 2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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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부터. 왜 좋아하는가를 이야기하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미 무라카미 하루키는 너무나 유명한 작가이기 때문에 좋아한다고만 해도 듣는이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 책도 표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만을 보고는 덥썩 골랐다.
그런데 실수했지!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혼자서 쓴 책이 아니라 문학평론가 이토이 시게사토와 같이 쓴 책인데, 그래서 원제인 <꿈에서 만납시다>를 한국에서 <소울메이트>라는 제목으로 붙여 낸 것일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를 읽으면서 ‘아 독특한 책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단편집도 아니고 에세이집도 아니”다. “외래어를 죽 늘어놓고 그에 대해 저(무라카미)와 이토이 씨 둘이서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에세이 같은 것을 만든” 것이다. 마치 단어장 같은 차례의 의미를 알았다. 이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더 (작가가 말한대로) “이상한 책”이었다.
무라카미의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들도 매우 좋아하는데, 엉뚱한 듯하면서도 선명한 생각이 느껴지는 게 재미있다. 이 책 역시 무라카미의 그런 면이 잘 드러나는데, 거기에 또 한 명의 작가인 이토이 시게사토 역시 그만큼 엉뚱한 면이 있다. 다른 글을 읽어 보지 못해서 원래 이런 식인지 아니면 이번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디까지 현실이고 어디까지 상상인지, 진심인지 비꼬는 건지 잘 모르겠는 대목들이 속출한다. 굳이 나눈다면 조금은 불편한 쪽이다. 역시 무라카미 쪽은 좀 더 익숙하다. 두 작가가 함께하지만 죽 읽다 보면 어디까지 교감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서문에서와 같이 두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매우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일본어에서 ‘외래어’란 조금 특별한 위치에 있을까? 여기에 나온 단어들을 고른 이유도 궁금했다. 단어 하나에서 출발하여 쓱쓱 재미있게 생각이 뻗어나가는 느낌으로 독자도 따라가면 되는 듯하다. 어떤 것은 재미있고 어떤 것은 매우 재미없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자유로운 느낌이라 글에도 그런 기분이 녹아 있다. 작가들은 이 책을 만들면서 참 재미있었겠다, 읽다 보면 점점 더 부러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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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하기에 앞서 잠시 출판사의 책 소개 부터 인용하고 싶다. '소울 메이트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문학평론가 이토이 시게사토가 공동으로 기획ㆍ집필한 책. 두 사람은 영어 알파벳의 A에서 Z까지의 단어 중에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그리고 가장 감명 깊었던 단어들을 나열한 후 거기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쓰고 있다. 대부분 짧은 글들이어서 빠른 스피드감과 날카로운 풍자, 위트가 느껴진다. 짧지만 풍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각 글들은 모두 독립된 별개의 작품처럼 보이지만 책을 끝까지 읽으면 그 모두가 보이지 않는 하나의 끈으로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소설이 아닌 일기 같은 글들도 섞여 있어 책 제목에서부터 속 내용에 이르기까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묘한 소설집이다. '소울 메이트'라는 제목에 낚이고 ('꿈에서 만납시다'라는 원제를 우리 나라 출판사에서 용케도 어필할 수 있는 이 제목으로 바꿨다) 하루키라는 작가 이름에 우리가 낚인 건 아닐까? 오죽하면 처음 읽으며 줄곧 들었던 느낌이 마치 대장 내시경 받기전에 마셨던 그 약물 맛 -포카리 스웨트에 미원 탄거 같은, 도저히 적응이 안되는 맛- 이라고 생각했을까? 철산 도서관 '마중물 독서회'에서 고른 이 책의 발제자가 하필 나였으니 두 세번 읽었지, 정말 한 번 읽고 치웠을 책이 될 뻔 했다. 다른 회원들 반응이라고 다를까? "가을 분위기 좀 느껴보려다가 깨졌다", "뭐라도 얻자는 기대가 무너졌다"는 실망, " 이런 책을 못 받아들일 만큼 나는 이미 고루해졌나?" 라는 자탄, 심지어 "하루키는 내 취향이 아니라는걸 확인했다"는 소신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또 어떤 멤버들인가? 독서에 있어서 만큼은 암중모색, 고군분투,칠전팔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아닌가? 차츰 호의가 섞인 반응들이 나온다. "멍하니 읽다가도 어! 때려주는데!라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어떤 작품은 허무 개그, 블랙 코메디를 보는 것 같았다", "시각화, 이미지화가 잘 되는 글이 많았다. 역시 하루키가 광고 카피라이터와 함께 이 책을 써서 인것 같다", "능숙하고 자유자재로 공을 다루는 스쿼시 선수를 보는 듯 했다. 어떤 영어 단어가 날아오든 그걸 이용해 작품을 써내니까", "앙코르 같은 작품에서 보듯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비트는 작품은 좋다", "데이트라는 작품을 읽으며 9년간 데이트 했던 남편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발상이 독특하고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배어있는 것이 느껴져 본받을만 했다" 등 등 이런 말은 호의일까? "하루키라면 나른하면서도 잰체하는 작품 분위기가 영 질색이었는데 이 소설집을 보니 너도 별 수 없이 저급한 생각을 하고 그런 시시한 감정을 배출하는 이런 책을 내는구나 싶었다. 작가의 헛점을 보니 재미있다"???
다른 회원들은 베르베르의 '나무'를 읽었기에 이 정도 기발함의 소설은 충분히 감당했다지만 나는 이 책이 어땠나? 솔직히 두, 세번 읽으니 좀 적응이 되고 기이한 꿈의 세계로 들어선 듯한 어지러움도 가라앉았다. 내용도 차츰 재미있게 다가왔다. '인터뷰'나 '엘리트' '디즈니랜드'에서는 날카로운 풍자와 관찰이, '올나이트', '커피컵'에서는 따스하고 귀여운 인간의 모습을 보았기에 특히 기억에 남는다. 모임을 마무리하며 한 회원이 "(뭔 얘기가 나올 것 같지 않은 이 책에서) 우리 정말 짜냈다. 우리 정말 애썼다"라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 편으론 사실과 논리에 맞아 떨어지는 책이거나 고운 감성의 글만 우리는 읽어왔던게 아니었나? 이지러지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우릴 비추는 거울, 그 거울 같은 책이 이 책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