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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독자의 입장에서 인류 문명이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지난한 일이기도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세계사에 크고 뚜렷한 족적을 남긴 로마사는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사의 큰 줄기을 담당하고 있다.
고래로부터 로마사를 다루는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고 몇몇 작품은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각 저작이 갖는 고유의 특성은 저자로부터 비롯된 것일텐데 저자가 로마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견해로 인해 같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어 로마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저자에 의한 다양한 저작이 지닌 특성으로 인해 한 가지 책으로 로마사를 이해하려 하면 자칫 편협한 역사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작가의 저작을 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리비우스의 <리비우스 로마사>나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처럼 <몸젠의 로마사> 또한 로마사를 다룬 수작으로 평가되는데 전자들과는 다른 전개를 보인다. 테오도르 몸젠이 로마사를 기술하는 시각은 철저한 객관화라고 여겨진다. 리비우스의 글처럼 역동적이지 않고 기번의 글처럼 해학적이지 않아 자칫 딱딱한 사실의 나열에 집중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몸젠은 로마사를 기술함에 있어 신화적 전설적 요인을 깨끗이 배제하고 신뢰할만한 사료와 해당 시대의 상황에 비추어 현실적이라고 여겨지는 부분만을 취하고 있다. 문헌적으로 또는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은 알 수 없다'라거나 '~하다고 추측해야 한다' 등의 말로써 문서화된 역사적 사실과 거리를 두고 있다. 때문에 <몸젠의 로마사>에서는 대부분의 고대 로마사를 다루는 많은 서적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아이네이아스의 모험이라든지, 로물루스의 신화 등은 찾아볼 수가 없다.
몸젠은 로마의 건국을 (부족한 사료로 인해) 어느정도의 가정과 추측으로 제시하는데 기원전 1200년 경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반도로 이주한 인도-게르만 민족이 티베리스 강의 남쪽에 위치한 일곱 개의 언덕 가운데 팔라티움 언덕에서 몇몇 라티움 부족(렘네스, 티티에스, 루케레스)의 연합을 구성했고 점차 영역을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팔라티움 언덕에서 퀴리날리스 언덕의 부족을 연합하고 이후 주변부로 세를 확장하며 알바룽가까지 복속하게 된다. 로마 초기에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를 형성하지 못해 로마 왕에 의한 전제정치라기 보다는 복속한 부족들과의 연맹관계를 유지하는 수준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라티움 동맹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로마의 주변부에 위치한 삼니움, 에트루리아, 움부리아 등에 위치한 여러 부족국가들을 복속시켜야 했고 실제 로마의 건국(기원전 753년)으로부터 기원전 3세기에 이르는 초기 역사는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몸젠의 로마사 1권>은 로마의 초기 200여 년 가량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몸젠이 기술하는 로마사는 역사적 사건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방식(편년체)이 아닌 문화, 종교, 군대와 같은 특정 주제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동시대에 존재했던 여러 요소를 통합해 이해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반대로 해당 부분의 변천사를 파악하는 데는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단편적인 서적을 제외하고 로마사를 다루는 몇몇 서적을 읽어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사료에 저자의 의견을 가미해 반 역사, 반 소설같은 느낌이고, <리비우스 로마사>는 (아직 3권만 읽은 상태) 역사를 소설적으로 풀어낸 느낌, 그리고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소위 5현제 시대 이후의 방대한 로마사를 축약해 설명하며 저자의 해학을 가미해 재미를 준 느낌을 받았다. <몸젠의 로마사>는 아직 1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역사 교과서를 접하는 기분을 느꼈으며 역사적 사실과 상황을 무게감있는 객관화로 간결하게 설명한다고 느꼈다.
같은 역사를 다루는 책들을 읽음에 있어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개인적 감상으로는 재미의 측면은 <리비우스 로마사>와 <로마인 이야기>가 그리고 지식의 습득에 있어서는 <몸젠의 로마사>와 <로마제국 쇠망사>가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한다. 역사적 사건의 전달은 위 모든 책들이 공통적으로 담고 있기에 우선순위란 있을 수 없으며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이어지는 <몸젠의 로마사 2권>이 다룰 부분은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이어지는 로마의 이탈리아 통일인데 몸젠이 이 부분을 어떻게 서술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