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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표지 그림이 정겹고, 단권으로 되어 있으니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듯해서 선택했다. 그러나 약간 망설였다. 요즘의 만화들은 대부분 원색으로 되어 있는데, 이 작품은 흑백이었다. 그림들을 보니 한 컷 한 컷 모두 수채화풍으로 그렸는데, 왜 흑백일까, 혹시 어두운 내용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답답한 세상에서 책에서까지 무거운 주제를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주저했지만……. 한 권 정도야, 라는 마음으로 빌린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작가의 정성과 함께 흑백 작품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한 컷 한 컷 작가가 붓으로 그린 수묵화이다. 펜으로 그린다고 해서 정성이 부족하고, 붓으로 그렸다고 해서 더 걸작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작가의 정성이 느껴져서 더 진지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작품은 1970~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자전적인 작품이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느 대목이 허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작가와 가족들의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작품 속에서는 외삼촌들의 못된 행태가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외삼촌이나 사촌들이 그대로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흑백 작품이 어울린다고 한 이유는 1970년대에 교직 생활을 시작했던 나의 경험으로 볼 때 1980년대까지는 졸업앨범이 흑백이었다. 심지어 대학교 앨범도 10쪽 이내만 원색이고 나머지는 흑백으로 처리했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흑백이 어울리지 않겠는가? 서예 작품을 원색으로 꾸미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처럼…….
둘째, 묘하게 희망이 느껴지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작품은 성인이 되어서 프랑스로 이주한 작가가 프랑스로 초대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다음부터 시골에서 살 때 어렵기는 했지만 낭만적이던 생활, 서울로 이주한 뒤 외삼촌에게 사기를 당해서 집안이 부도가 나고 고생하던 이야기, 그러면서도 친정과 관계를 끊지 못하는 어머니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작가가 프랑스로 이주한 이유는 지긋지긋한 가난, 그런 친척들에 대한 환멸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은 9남매의 막내였다. 오빠가 다섯 명, 언니가 세 명이었으니 부모님까지 열한 명의 대식구였다. 그러나 외삼촌에게 사기를 당해 집안이 망한 후에 오빠와 언니들은 대부분 뿔뿔이 흩어지고, 집에는 셋째 언니 이슬과 넷째 오빠 준이와 작가만 남았다. 다른 남매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 나갔던 것이다. 기막힌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작중 화자인 주인공은 여섯 명의 오빠와 언니들에 대해서 큰 언급이 없었다. 그 사연을 전하기에는 너무 괴로웠던 탓일까.
얼마나 답답한 내용이겠는가? 짓누르는 환경들로 인해 가슴이 터질 듯한 분위기를 느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엷은 미소 속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작가의 능력일까? 딸이 떠난 후 세상을 떠난 아버지, 딸이 보고 싶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겠지만 그 역시 작가에게는 아픈 추억일 것이다. 그런 아버지가 저승에서 아리따운 여성을 만나 사랑가를 부르는 장면을 꿈에서 본 작가의 마음을 생각하고, 나도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는 환희를 느꼈다. 저승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수없이 많았을 이 땅의 우리 누이 이슬이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무너져 가는 가정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런 언니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동정을 곳곳에서 느꼈다. 이슬이도 완벽한 인격체는 아니었다. 집안의 기둥이었지만, 여기저기 썩어가기 시작했다고 할까. 아버지는 그런 딸의 마지막 길에 노래를 불렀다. 젊어서 마을의 소리꾼으로 유명했지만 한동안 노래를 잊었던 그의 마지막 노래였다.
"추월은 만정허여 산호주렴 비쳐들제 청천의 외기러기는 월하에 높이 떠서 뚜루루루루루루 길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왕후 반기 듣고 기러기 물러 말을 한다. 오느냐 저 기러기가……. (147쪽)"
『아버지의 노래』라는 제목도 이 대목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 『서편제』에서 헤어졌던 남매 송화와 동호가 밤을 새워서 소리를 하고 북장단을 맞추면서 한을 풀었듯이, 이슬이의 한도 아버지의 노래를 들으면서 씻겨나갔으면 좋겠다.
언니를 보내고 한 달 뒤인 1994년 4월 작가는 프랑스로 떠났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이 땅의 누이들이 이슬이 같은 삶을 살았을까? 우리 어머니, 누이, 어쩌면 제자일 수도 있는 수많은 누이들을 위해서 잠시 기도를 했다.
넷째, 이미륵 교수의 『압록강은 흐른다』가 생각났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에 독일로 간 작가가 자신의 성장기를 쓴 자전적 소설이다. 독일에서 독일어로 발표해서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후에 한국어로 번역되어서 국내에 소개되었다. 『아버지의 노래』는 프랑스에 정착한 작가가 2012년에 프랑스어로 출간하면서 몽펠리에 만화 페스티벌 NMK에 초청받아서 '문화계 저널리스트들이 뽑은 언론상'을 수상하면서 알려지면서 2013년에 국내에서 발표되었다.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성장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 외국에서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부디 이 작품이 많은 독자들을 만남으로써 『압록강은 흐른다』를 뛰어넘는 명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작품에 대해서 이두호 화백과 최호철 화백은 이렇게 말했다. 두 화백의 추천사에서 공감을 느끼는 대목을 소개한다.
"새콤달콤하면서도 맑고 깨끗한 그 맛! 할 소리 다하는 내용에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그림이 그렇다. 만화가 김금숙은 요즘 만화가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매력을 가졌다. (이두호, 만화가, 전 세종대학교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 교수)"
"이 만화는 사람이 무엇을 이루어냈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기분을 느끼고 사는지에 대해 담고 있다. 서로 기분을 느끼고 나누는 사이를 '친구'라고 한다면, 나는 『아버지의 노래』를 읽으면서, 작가와 친구가 되었다. (최호철, 만화가, 청강문화산업대학 콘텐츠스쿨 만화창작전공 교수)"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이 책의 중심 내용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서 대학 시절까지이다. 왜 프랑스에 정착했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상세하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읽은 내용만으로도 아픈 마음들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학생 이상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고, 특히 1990년대 이전에 학창 생활을 한 이들은 더 큰 공감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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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꼬깽이'를 연재하며 어린이 독자와 만나고 있는 김금숙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장면 만화 <아버지의 노래>를 만났습니다.
프랑스에서 이 책이 먼저 출간되었고 한국에선 올 3월에 출간되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더 들뜨고 불안하고 조금 무섭고 긴장도 되었다고 했습니다. 만화로 이렇게 우리의 일상과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음에 어쩌면 낯설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에요. 저는 읽어보니 우리네 이야기가 잘 전달되는 담담함 속에서 먹먹함이 느껴졌어요.
2010년 4월 10일 파리, 파리에 사는 나를 보기 위해 오신 어머니와 옛 이야기에 빠집니다. 1971년 4월 구순이가 태어나고 구순이가 바라본 가족들의 이야기.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데 사실 우리네 생활도 그렇잖아요.
친누나를 사기친 큰외삼촌을 미워하고 경찰에 고발하고 싶지만. 가족인데, 가족인데 어쩌냐고... 그 엄마의 맘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 아들의 맘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가장 맘 아팠던 것은 이슬이 언니였어요. 당뇨로 시력도 잃고 어렵게 얻은 아들만 남겨두고 하늘나라에 잘 갔을까요. 개미가 득실한 밥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모습을 보고 정말 삶이란게 무엇을까 싶더라고요. 그렇게 이슬이 언니는 30살에 눈을 감았어요. 그런데 구순이는 개미가 득실한 밥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언니를 왜 그냥 뒀을까요.
얼마전에 [엄마 나 또 올게] 라는 책을 읽었어요. 그 책은 분류를 하자면 에세이인데 그 책을 읽으면서도 우리네 어머니가 사셨던 그 시절의 어려움, 안타까움을 보면서 맘이 많이 아팠었거든요. [아버지의 노래]는 만화지만 우리네 삶을 고스란히 잘 그려내고 표현해서 [엄마 나 또 올게] 못지않은 가슴 먹먹함이 느껴졌습니다.
만화로써 좀 더 친근하게 우리곁에서 머물 수 있는 작품을 또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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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서 '꼬깽이'라는 만화를 연재하는 김금숙 작가의 아버지의 노래가 발간되었다.
책을 처음 만난 느낌은 아.. 표지의 나무가 참 좋다 라는 느낌이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어떠한 평가도, 지식도 없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책의 표지로부터 받는 느낌을 소중히 생각하는 편이다. 확실히 좋은 책은 표지로부터, 매력을 풍기며, 그 매력때문에 책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한국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나, 특히 수묵화에 관심이 있는 나는 표지에 먹으로 그려진 소나무 한그루만으로도 이 책을 좋아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나무의 중후한 느낌과는 달리 표지의 작은 여자아이는 눈을 흘기며 다소 심술궂은 표정을 하고 엄마와 서있다. ^^ 그 표정이 참 재미있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성장사와 가족사를 담고 있다. 시대적인 아픔과 함께 가족간의 관계에서 오는 아픔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다 읽고나서는 애잔한 슬픔 비슷한 것이 남아 있었다.
오진희 작가가 '짱뚱이'시리즈를 통해 시골에서의 향수와 어린시절의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을 아름답게 그렸다면, 김금숙 작가는 마냥 행복했던 어린시절뿐 아니라 성장과정에서 겪었던 혼란이나 어려움, 인간에 대한 실망감과 그리고 그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우리네 삶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이름의 소녀 진주가 될뻔한 구순이는 동네 면서기의 권유로 구순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구순의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셨지만 판소리로 동네에서는 꽤나 이름난 분이셨고, 잔치가 있을때면 어김없이 초대되어 흥을 돋우셨으며, 약초에 대해서도 박식해서 동네 사람들이 아플 때 두루두루 도움을 주는 분이셨다.
아버지는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으나 처남의 사기로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고 삶의 무게에 지쳐 건강도 잃게 되고, 노래도 잃어버리게 된다.
당뇨병으로 고생하던 구순의 언니인 이슬이 아이를 남기고 세상을 뜬 한달뒤 구순은 예전부터 꿈꿔온 프랑스로 떠난다. 프랑스로 떠난 뒤 일년후에 아버지는 세상을 등지셨고, 다시는 아버지의 그 좋은 판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 만화가가 된 구순을 방문하신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신 후 구순은 꿈속에서 사랑가를 부르시는 아버지의 노래를 듣고, 태몽인듯한 꿈을 꾸며 이야기는 끝난다.
아.. 책을 읽고나서의 무거운 느낌은 무얼까 한참을 생각했다.
사람에게 기대하는 많은 가치들이 깨어져가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인생에 배신감을 느끼고, 힘겨워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삶을 붙들고 있는 그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속에서 우리는 다시한번 인간에 대한 소망을, 희망을 품게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돈'이 무엇보다 소중해진 현대의 삶속에서 우리는 제대로된 인간을 키우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그런 사회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무엇이 가치있는 것인가. 소중한 것을 느끼며, 감사하며, 그리고 담아두며,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그런 인생들이 이 세상에 가득가득하기를 소망해 본다.
구순의 뱃속에서 자라는 아이는 할아버지가 부르던 그 구성진 사랑가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며, 삶의 무게때문에 우리 어른들이 놓쳤던 행복을 가슴가득 품고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소망이 아닐까 싶다.
선대들이 겪었던 시대의 아픔과 무게를 통해 이제 우리 아이들은 풍요보다 더 큰 가치인 평화와 공존, 그리고 행복을 온전히 누리기를, 그래서 마음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진짜 부자인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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