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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너에게 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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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에는 모서리가 있다. 모서리는 물체의 형상을 급격히 변화시키며 가장자리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접촉하는 이의 기분을 서늘하게 한다. 모서리는 밑밑했던 평면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흥미 있는 무언가로 탈바꿈시킨다. 사람 역시 모서리가 있다. 여체의 도드라진 곡선들이 그러하며 사람에 따라서 모서리가 글로도 나타나고 월등한 신체능력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재능으로 드러
"서평, 너에게 나를 보낸다." 내용보기

모든 사물에는 모서리가 있다. 모서리는 물체의 형상을 급격히 변화시키며 가장자리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접촉하는 이의 기분을 서늘하게 한다. 모서리는 밑밑했던 평면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흥미 있는 무언가로 탈바꿈시킨다. 사람 역시 모서리가 있다. 여체의 도드라진 곡선들이 그러하며 사람에 따라서 모서리가 글로도 나타나고 월등한 신체능력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재능으로 드러난다. 나를 남들과 다른 존재로 자리잡게함과 동시에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모서리다. 끝없는 선의 연장선을 끝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힘이 모서리에는 있다. 장정일의 소설 나에게 너를 보낸다는 모서리를 향한 동경과 선망, 갈망의 이야기다.


인간들의 욕망과 방황 그리고 시대가 만든 비극이 잘 버무려진 이 책은 깊고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지고 있다. 감옥에서 요리책을 보고 주방장이 된다거나 안기부 직원이 청와대 사칭 사기꾼이 되는 등 모서리를 찾아 헤매는 군상들의 이야기는 뜬금없는 정반대로의 선회투성이라 정신이 없다. 처지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보이는 인물들의 행동은 그야말로 작가가 말하는 의 이야기이자 독자인 의 이야기다. 누군들 한번쯤 지금과 다른 선택지를 고른 만약의 나를 상상해 보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누군들 부조리를 보며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을 게워내지 않겠는가. 장정일은 책안에 자신을 담아냈으며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을지 모를 또 하나의 자신도 담아냈다.


동명의 영화로 잘 알려진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표현이 원색적이다. 때문에 자극적인 문구들의 표면적 의미에 집착하기 쉽다. 시대의 문제의식을 잘 담아냈다고 평가받는 소설 원작의 영화조차 섹스코드의 집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장정일은 자유를 얻기 위해 섹스코드를 사용했다. 많은 문화권에서 남녀 간의 성관념은 감추어야하는 금기다. 특히 유교문화가 강하게 뿌리내린 아시아권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다. 그래서인지 섹스는 문학에서 기존의 틀을 부수는 도구로서 종종 사용되어 왔다. 터부시되어온 인간이 가진 욕구를 긍정함으로서 의식적으로 형성되어 왔던 억압에 저항하는 것이다. 특히 성욕은 원초적인 속성으로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 있고 담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전하기 쉽다. 장정일 역시 노골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섹스코드를 책에 삽입해 놓았다. 장정일은 이를 통해 쳇바퀴 같은 일상과 책이 쓰인 시기의 문제의식, 군부독재로부터 저항하고자 했다.

 

형태가 시이건 소설이건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일맥상통하는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것 같다. 어스름하게 잘 보이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 맥동하는 것이 문학가의 일이고 바다의 일이 아닌가 싶다. 아니, 커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시작한 너에게 나를 보낸다가 절필로 끝나는걸 보면 아무 뜻도 없을지 모르겠다. 작가가 외설스런 표현들을 자주 사용한 이유도 일탈과 해방을 위한 도구라기 보단 그냥 좋아서일 수도 있겠다. 정해진 길보단 자유롭게 노는 것이 작가란 사람들이니까. 내게는 어디쯤에 모서리가 있을까 그리고 손잡이는 어디쯤에 기다리고 있을까.  

r******2 2016.08.04.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