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표지에 두 아이가 있다. 왼쪽의 아이는 앞표지, 책등, 뒤표지에 모두 등장한다. 뒤표지에는 할 말이 있는 듯 뒤돌아보는 모습이다. 왼쪽 아이에 비해 오른쪽 아이는 머리가 헝클어져 있고 무엇인가 가득 들고 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옛날이야기인 것 같다. 제목이 ‘하루거리'이다. 하루거리 무슨 뜻일까? 처음 듣는 단어의 궁금증을 안고 책장을 넘긴다. 면지는 분홍빛이고 아무런 메시지가 없다. 분홍빛 면지는 책표지에 있는 아이들 행색으로 책의 내용이 어두울 것이라는 걱정을 상쇄시켜준다. 제목화면에 있는 그림에는 아이들이 모두 등장한다. 앞표지의 모습이 아웃포커스로 그려져 아이들의 모습이 더 상세해졌다. 오른쪽 아이는 친구들 무리에 있지 못하고 혼자 떨어져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 하며 책속으로 들어간다. 순자는 절름발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동생들과도 흩어져 큰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나물을 해다가 팔러 다니고 날이 저물면 밀린 집안일을 한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순자에 비해 네 명의 친구들은 나무를 타기도 하고 밤에 별을 보기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 중 한명의 여자 아이는 순자가 자꾸 신경 쓰이는가 보다. 순자를 계속해 주시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순자에 대한 한 아이의 관심이 다른 아이들에게로 가 이제 함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별 난 데서 꼼짝 않는 순자의 모습을 친구들은 하루거리를 앓는 것이라 짐작한다. 하루거리는 몸살처럼 별안간에 춥고 으슬으슬 떨리는 병이다. 꼭 하루걸러 도지는 병이라서 ‘하루거리’라고 한다. 친구들이 순자의 모습에 관심이나 있을까했는데 한 명의 시선이 순자를 계속 따라가다 두 명, 세 명, 네 명 차례대로 순자에게로 향한다. 그 후 친구들의 시선은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바뀌게 된다. 순자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던 아이, 분이가 다가간다. 순자가 물 길러 간다고 하니 분이는 좋은 약수터를 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약수터에서 분이는 순자에게 아프지 않게 빌라고 하지만 순자는 죽게 해달라고 빈다. 당황한 분이는 도와주겠다고 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친구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순자의 하루거리를 고쳐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낫지 않고 하루걸러 아픔이 지속된다. 다시금 죽고 싶다고 하는 순자에게 친구들은 죽는 약을 만들어주기로 한다. 박씨를 알약처럼 보이게 만들어 죽는 약이라며 준다. 순자는 그걸 먹어버린다. 하지만 이튿날 죽지 않았다며 친구들 앞에 나타나고 친구들은 몸이 튼튼해 죽지 않았다고 다행이라고 한다. 이후 친구들과 해가 저물도록 놀고 함께 별을 본다. 다음 날 순자의 하루거리는 별똥처럼 뚝 떨어졌다. 마지막 면지는 오늘날의 아이들 모습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옛날 아이들보다 더 깨끗하고 세련된 옷차림이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더 먹먹하게 만든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마음의 병을 고쳐줄 누군가가 옆에 있는지 책을 덮으며 생각하게 한다. 순자가 하루거리에 걸린 것도 나은 것도 ‘관심' 때문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고 동생들과도 헤어져 큰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순자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일할 때도, 아플 때도 혼자이다. 순자는 보호자의 양육 태만에 의해 무시 받은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열등감이 열등 콤플렉스에 이르러 하루거리에 걸려 끝내 죽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을 것이다. 순자의 하루거리는 스스로를 비관하여 삶의 문제를 회피하게 만드는 마음의 병이다. 아들러는 이러한 열등감을 사회적 관심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순자는 친구들의 관심을 통해 병을 치유한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있다. 그 상처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이와 같은 친구가 한 명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
|
나 엊저녁에 별똥 떨어지는거 봤어. 우린 별똥 주워 먹어 봤다. 참말이니? 맛은 어떠니? 쫄깃쫄깃하니? 맑은 밤하늘에 별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일테지요. 하지만 책 속 동무들의 대화와 표정에서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건 꼭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 하루종일 들판을 뛰놀다 어둑어둑해지면 밥먹자는 엄마의 부름에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들어가던 시절이 나에게는 있었지요. 놀고 또 놀아도 또 놀고 싶은게 동심인데 그나마 나에게는 그런 시절이 있었음에 새삼 좋은 세상 살았네 하고 자랑스러워하니 무슨일인가 싶네요. 몸도 마음도 아파서 힘들어 하는 친구 순자를 돌아 봐주고 온갖 민간요법을 동원해 애써주는 동무들, 마침내 아픔을 이겨내고 모두가 즐겁게 마음껏 뛰놀게 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별 하나 꽁꽁 나 하나 꽁꽁~ 우리 아이들이 이렇듯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려운 일들이 중첩되는 요즘 세상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세지가 마음에 깊은 여운을 주네요. 이야기도 흥미롭고 그림속 아이들도 생생해서 짧지만 단편 동화를 읽은 느낌.. 가끔 동심이 그리울 때 펴보고 싶은 정다운 그림책이예요. 잘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