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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요즘 소설책을 좋아해서 선물해줬어요. 제가 읽지 않아서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넘 재미있다고 해요. 여동생이 재미있다고 해서 줄거리가 무엇일까 궁금해 네이버에 찾아봤는데 이런, 드라마로도 나왔네요. 다음에 기회되면 동생에게 책즘 빌려달라고 해서 읽어봐야 될 것 같아요. 저는 소설책 보다는 고전소설을 더 좋아하는 편이어서 소설책 분야를 잘 안 읽게 되는데, 감동적인 책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 책도 포함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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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와 그 오랜만에 날 설레게 한 '연애소설'의 주인공인 해원과 은섭은 중고등학교 동창이다. 해원에게 은섭은 '같은 혜천읍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별로 말이 없던, 옆집에 살아도 마주치면 그저 인사하는 정도였던 동창(p,22)'이었던 반면 은섭에게 해원은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옆집에 살았지만 서로를 기억에 담기 시작한 시기부터가 다르다(물론 은섭이 더 더 꼬맹이였을 적부터 해원에게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미대입시학원 강사를 하던 해원이 여러 가지 상황에 지쳐 강원도 혜천읍 북현리(지도에는 없는 곳입니다)에 위치한, 이모가 운영하는(줄로 알고 있었던) ‘호두하우스’로 내려오고 옆집의 은섭을 다시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안녕? 오랜만이네." "어, 안녕. 오늘 온 거지?" "어떻게 알았어?" "오는 거 봤거든. 스케이트장에서." p.27
은섭은 그곳에서 '굿나잇책방'이라는 이름의 작은 동네서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어느밤, 이모와의 다툼으로 무작정 집을 나왔다가 책방에 들른 해원은 얼마 후 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십여년이 지나 그녀와 그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합의의 악수를 하고, 그녀는 도망치듯 그대로 책을 끌어안고 미닫이문을 나섰다. 그러고는 기와집 벽에 기대 숨을 돌렸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싶은 어리둥절한 마음이었다..(중략)..은섭은 해원을 보내고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중략)..잠들지도 않은 채 꿈을 꾼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무런 조건 협상도 안 했다. 이런 아마추어들 같으니! p.76
이후, 모든 연애소설의 진행이 그러하듯(연애소설이니, 남녀 주인공이 사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해원 역시 은섭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이내 둘은 꽁냥거리는 연애를 시작한다.
그의 사랑은... 눈송이 같을 거라고 해원은 생각했다. 하나둘 흩날려 떨어질 땐 아무런 무게도 부담도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마을을 덮고 지붕을 무너뜨리듯 빠져나오기 힘든 부피로 다가올 것만 같다고..(중략)..은섭은 마침내 결심이 선 듯 싱긋 웃었다. "그래. 가보자. 너를 사랑하면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알게 되겠지." p.198
400페이지가 넘는 글 중 절반이 넘어서기 전 시작한 그들의 사랑이야기 덕에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하면서도 뭔가 그들이 가진 상처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은근 긴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걱정은 아랑곳 없다는 듯한 은섭의 독백이 나를 웃음짓게 한다.
요즘의 나는 사랑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얻었고, 또 무엇인가를 잃었다. 잃었음을 알고 있는데, 새로 얻은 게 좋아서 무엇을 잃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p.303
#2. 굿나잇책방, 그곳에 모인 사람들 "음... 책방 이름이 왜 굿나잇인지 물어보고 싶었어." "글쎄...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 "인생이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더 있나? 그 기본적인 것들도 안 돼서 다들 괴로워하는데." p.54
흠..그런 이유였던 거야? 왠지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던 은섭의 작명 센스(나중에 알고보니 해원 앞에서 당황한 그의 임기응변이기도 했지만)가 돋보이는, 이 책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인 '굿나잇책방'
책방은 따뜻했고 유리문 너머 밤이 내린 겨울 들판이 격자 안에 풍경 사진처럼 들어찼다. 어둠에 잠긴 것들은 어둡고, 반짝이는 것들은 또 반짝여서 저마다 평화로웠다. p.87
그 곳에는 작은 독서모임이 있다. 초등학생 승호,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현지, 명여이모(해원의 이모다)의 친구이자 감수성 충만한 수정, 꾸준히 조명 교체를 주장하는 엘이디 조명영업을 하는 근상, 마지막으로 모든 음식을 구워 주시는(심지어 귤까지도!) 승호의 할아버지까지 그야말로 연령, 취향 다양한 모임이다.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이벤트를 고민하는 그들은 어느샌가 서로의 마음까지 보듬어 토닥이는 사이가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이런 독서모임에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껏 부러웠던 만남들이다.
#3. 그리고 굿나잇책방 블로그 비공개글 (posted by 葉) 이 책을 읽으면서 놓칠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은섭이 쓰는 블로그 비공개글이다. 그 날의 입고서적과 같은 책방일지로 시작해 책방 이벤트에 대한 계획, 큰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스케이트장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다가 어느샌가 H(해원)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 은섭의 일기이기도 하다. 그 글들을 통해 해원에 대한 은섭의 마음이 어떠한지 그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해원이 모르는, 그녀 앞에서 허둥거리며 스스로 괴로워(?)하는 그의 마음은 보는 사람을 미소짓게 만든다(물론 나중에 해원에게도 이 글을 들켜버렸지만..아, 불쌍한 은섭ㅎㅎ)
새벽 3시인데 건너편 호두하우스 H의 방에 불이 켜져 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잠이 안 와서 나와 있다고 했었지. 내 불면증이야 워낙 익숙한 거지만. 혹시 H도? 세상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야행성 점조직, 굿나잇클럽에 들어오라고 말해볼까? 하지만 나는 아마 말하지 못하겠지. 네, 못합니다. (웃는다.) 그래도 잘자요, 아가씨. p.31
산에서 H와 키스했다. 하마터면 정신이 나갈 뻔. 더 이상 농담으로 말할 수 없다는 건 심각하다는 뜻이다. 눈동자 뒤에 그녀가 살기 시작했다. 눈을 감아도 소용이 없다, 계속 보이니까..(중략)..그렇습니다. 그것은 내 서른한 살 인생의 첫 번째 입맞춤. (웃지마세요, 굿나잇클럽 여러분. 웃으면 반칙 - .) 나는 위험에 빠진걸까요. 내 마음이 제멋대로 나아가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그녀는 봄이 오면 돌아갑니다. 분명 그렇게 말했죠. 도대체 그녀는...이 겨울 나를 괴롭히려고 내려온 걸까요. 나는 기꺼이, 망해가야 하는 걸까요! p.192
...이틀 전 H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잤다. 그야말로, 잠만 잤지만. 내 가슴은 밤새 고장 난 펌프처럼 뛰고 의외로 H는 잘 자던데. (이럴수가.)..(중략)..H는 내 팔을 베고 잤다. 새벽녘 팔에 피가 돌지 않는 느낌에 잠을 설쳤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는 아가씨가 목동에게 머리를 기댔을 때, 밤하늘을 스쳐 가는 별 하나가 목동의 어깨에 내려와 앉은 것 같았다고 말했지만...나도 별이나 어여쁜 새 하나가 내 팔에 내려와 앉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는 않았네요. 팔이 저려 끊어지는 줄! pp.254-256
이도우 작가의 에세이('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를 읽고 찾아 읽은 글인데, 읽는 내내 마음이 설레고 따뜻했다. 해원과 은섭, 명여이모의 상처를 알게되며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서로에게 조심스레 약을 발라주는 듯한 이야기 역시 마음에 남았다. 그렇기에 이 글은 연애소설이기도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드라마 방영 기념 한정판이라는 홍보문구에 적힌 '인생 연애소설'이라는 표현 덕에 계속해서 ‘연애소설’이라 이름붙였지만).
오늘도 지도에는 없는 강원도 혜천읍 북현리에 위치한 굿나잇책방에는 따뜻한 전등이 달님처럼 켜지고 저마다 키핑해(흥미롭게도 이곳에서는 책을 읽다가 놓아두고 다시 찾아도 된다) 둔 책을 읽으며 속닥이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어떤 나라에 '잘 자요 책방'이 있었습니다. 산에는 고라니가 사는 마을입니다. 이 책방의 불빛은 달님처럼 노랗습니다... p.404
*연애소설에는 '장미'라는 1차원적인 발상에 흐뭇(?)해하는 Joy랍니다 : )
*나에게 적용하기 조용한 밤, 오롯이 책을 읽는 북스테이 해보기(적용기한 : 코로나19 상황이 지나가면?!)
*기억에 남는 문장 꽃마다 꽃말이 있는 것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들에게 어울리는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중략)..클로버의 꽃말이 행복, 행운이라면 카메라의 꽃말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 이말리 씨는 ‘찰나’라고 써놓았다. p.29
학창 시절 은섭은 한결같이 똑같을 사람처럼 보였다. 막연히,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할까..(중략)..그는 컬러사진 속에 혼자 세피아로 현상되는 느낌의 아이였다. 존재감이 없다고 느꼈으면서도 어쩌면 그게 존재감이었는지 모르겠다고 해원은 생각했다. p.38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해묵은 기억을 건드린다. 잊고 지내던, 하지만 실은 늘 수면 아래 간직된 기억들. p.43
밤이 깊었습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p.63 *이도우 작가의 책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가 떠오르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녀는 미로를 그리는 데 몰두했다. 쉽게 출구를 찾을 수 없도록 벽으로 막고, 어디로든 이어질 득하다가 막다른 골목을 배치하고. 하지만 결국에는 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출구 없는 미로는 반칙이니까. p.86
자신의 박동이 좀 더 빨라지는 걸 깨달으며 은섭은 당황했다. 이제는 혼자 쓰는 일지에 농담처럼 추억하는 오래된 감정이라 여겼는데. 한참 전에 사라져버려 빛바랜 에피소드로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겨울 또다시 되풀이되고 마는 것일까. 은섭의 심장이 괴롭게 뛰기 시작했다. p.104 *고등학교적 첫사랑이 '해원'이었음을 고백한 이후 은섭
조금은 설레던, 하지만 이제는 지나간 추억인 양 무심하게 들렸던 그의 목소리. 페이지가 덮인 이야기를 다시 펼쳐 묻기도 그랬고, 일방적으로 혼자 좋아했다가 혼자 지나갔다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궁금하기는 했다. p.122 *은섭의 첫사랑이 자신이었음을 알게된 이후 해원
"나는 그 말이 싫어, 오해라는 말." "뭐가 오해야? 그냥, 잘못했으면 잘못했다, 실수였다, 미안하다 그러면 되는 거지. 오해하셨네요, 뭔가 오해가 있으셨나봅니다, 오해를 풀어드리려고요...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까." "누가 뭘 오해했다는 건데. 그건 두 번 상처 주는 거야. 오해할 만큼 이해력이 모자랐거나 독해력이 떨어졌거나, 의사소통에 센스가 없어서 혼자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거 아니잖아. 오해는 없어, 누군가의 잘못이 있었던 거지. 그걸 상대방한테 네가 잘못 하는 거야, 라고 새롭게 누명 씌우지 말라고." p.132
"보지 말라고 하면 안 보면 좋잖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 안 해야 하는 거잖아. 왜 어기는 걸까?" p.134 *은혜 갚은 학의 전설을 이야기 하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날 읽으면 좋은 책. 이런 분류를 한 서점도 있네요"하고 현지가 말했을 때, 은섭은 눈썹을 슬쩍 치켜 올리며 대답하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날 무슨 책을 읽어. 종일 울어도 모자랄 텐데"하는 식이었다. p.230
"힘을 빼. 뭐든 힘을 빼야 배우기 쉬워." "그렇게 말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힘 빼는 거잖아." p.248
진심이나 진정성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세상에 좌절할 일이 없겠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으니 결국은 추릴 수밖에 없다. 모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기뻐하거나 실망하거나,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나도 마찬가지. pp.253-254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거고.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그걸 했을때의 인생을 영영 모르게 될 테니까. p.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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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주는 녹색 책은 다른 소설 홍보물 살짝 끼워준 건줄 알았는데 작품과 연결된 번외편이다. 느끼하고 달달한 로맨스소설은 사절이라, 이 책도 망설이고 있었지만 통속적인 소설이 아니라는 댓글들에 힘입어 구매. 사랑이야기라기보단 상처, 대면, 치유, 그리고 담담히 그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 그런 아릿한 인생의 의미에 관한 사색을 하게하는 책이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짜피 우리는 떠나. 그러니 그때까지는 부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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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저 마시멜로들 말야. 짚 발효시키는 통. 그거 진짜 이름 알아? 북현리로 내려왔다. 학창시절을 보낸 곳으로. 서울은 해언에게 친절하지 않았고, 이미 사람과 일에 치여 지칠 대로 지쳐버린 그는 모든 걸 두고 내려왔다. 해원은 과연 알았을까. 그곳에서 은섭을 만나고, 굿나잇책방을 만나고, 책방 회원들을 만나고, 그를 기다리고 있던 케케묵은 이야기들과 진실과 사과와 용서가 그를 비로소 자유롭게 해줄 거라는 것을. 서리 내린 겨울 산에서 고라니가 울 때,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한 줄기 버들잎을 보았고, 역사는 되풀이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너무하지 않습니까. 은섭은 자신의 감정을 과거완료형이라며 담담히 고백했다. 사실 그건 단 한 번도 완료된 적이 없었음에도. 그렇게 둘의 역사는 새롭게 쓰인다. 현재진행형으로 말이다. 어쩌면… 네가 요즘 나를 다르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의심. 전보다는 좋아해주는 걸까, 하는 의심. 의심은 확신이 되었고 그렇게 해원과 은섭은 사랑하기 시작한다. 눈송이 같은 사랑을. 소복소복 쌓이는 눈처럼, 서로를 향한 마음은 조금씩 실체가 되었다. 점점 더 마음은 커져만 가는데, 불안함 역시 함께 커졌다.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이라 더 조심스러웠던 시작. 걱정하는 해원의 마음을 눈치챈 걸까. 그래. 가보자. 너를 사랑하면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알게 되겠지. 평생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한 마리 외로운 늑대처럼 지내던 은섭에게,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해가, 해원이 나타났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방영 이후 다시 읽으니까 해원에게 박민영 배우가, 은섭에게 서강준 배우가 보여 아주 힘들었다. 달달함이 치사량 넘게 밀려와 혼자 바보처럼 히죽거리며 읽었다. 정말 솔직히, 설레어 죽는 줄 알았다. 우리도 사랑일까? 응, 사랑이지. 단 한 번도 마음을 연 적이 없는, 상처받기 두려워하던 은섭이 마음을 열 수 있었던 유일무이한 존재, 해원. <날씨가 좋아지면 찾아가겠어요>를 처음 읽었을 때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존경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얼마나 서로를 배려하고 위했으면, 서로를 의지해 관계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었을까, 했다. 잘 자요, 내 침대에서 잠든 사람.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떠나. 그러니 그때까지는 부디 행복하기를. 사람에게 상처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함께 시작했지만, 함께하니 치유되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랬다. 은섭에게 찾아온 봄은 해원이었고, 해원에게 찾아온 봄은 은섭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봄은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마시멜로일지도. 마시멜로의 꽃말은, 뒤늦게 깨달은 사랑이니까. 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잘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 굿나잇책방이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이러하듯, 내겐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그러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한 멋이 있는 잔잔한 책. 급격한 전개도, 자극적인 사건 하나 없어 누군가에겐 단조롭다며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우리 삶이 늘 스펙타클한 일들로만 꾸며진 게 아니니까. 온갖 스릴러와 액션에 익숙해진 나의 책장에 오랜만에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선물했다. 선물한 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해원이 그러했듯,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틈을 줄 수 있었으니까. 내 독서목록에도, 그리고 당신이 허락한다면, 당신의 독서목록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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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끌려서 구입하게 된 책 입니다. 우연히 구입한 책을 보니, 지금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 중이더군요. 드라마 포스터 역시 책 표지만큼이나 따뜻하고 매력적입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난무하는데 이야기가 따뜻하고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펼쳐지니 마음이 가볍습니다. 북현리의 공간을 찾아보면 실제 굿나잇 책방이 자리잡고 있을 듯 그려집니다. 북현리 사람들 역시 그곳에 살면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을지 모르겠다 싶습니다.
■ 만남 - 본문 12쪽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어깨엔 에코백을 멘 그녀가, 길을 걸왔다. .........눈을 감았다 떠도 그녀였다. 올해도 오지 않으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멀리서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녀라고 알아보는 은섭. 더 상세한 설명은 없어도 은섭만의 기다림이 보이는 글귀.
- 본문 31쪽 새벽 3시인데 건너편 호두하우스 H의 방에 불이 켜져 있다. ........ 은섭의 블로그 비공개글로 해원의 이야기를 남기는 부분은 고백이면서도 수줍지만 솔직하고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은섭이 느껴지는 가장 예쁜 구절이다.
- 본문 60쪽 # 그녀는 울었다. 울었고, 내 책방에 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H는 웃고 있었지만, 울었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위로하는 법을 잘 모르고, 내게 위로를 부탁하지도 않았으므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함. 은섭은 그런 해원에게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책을 빌려가도 해 주고, 위로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본다. 덧붙이는 말에 그녀가 내 파카를 입고 갔다고 남기는 그에게서 므흣해 하는 표정이 떠오른다.
- 본문 89쪽 # 마법에 걸린 책방 해원은 은섭의 통화를 듣고서 책방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신이 일자리를 대신해도 되지 묻고 해원은 책방에서 일하게 된다. 그래서 밤을 새우다시피 책방을 대청소했던 이야기가 남겨진 구절이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창회에서 은섭의 때아닌 첫사랑 고백아닌 고백, 해원은 설레기도 전에 마무리된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 굿나잇 책방의 북클럽에 회원들, 다재다능하고 마음까지 따뜻한 수정 이모, 무심한듯 따뜻한 현지, LED밖에 모를 듯 하지만 LED보다 따뜻한 근상 아저씨, 마냥 귀엽기만 할 것 같지만 속깊은 승호. 이들 모두가 세대를 대변하고 북현리의 작은 마을이 아닌 내 이웃에서 봤음직한 착한 사람들 이야기.
■ 사랑 자신의 과거이자 자신의 시작이 담긴 산을 오르고 오두막을 지나 은섭과 해원은 서로의 감정에 솔직해 진다.
- 본문 187쪽 "동창회 때 네가 예전에 나를 좋아했었다고 했던 말. 지금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게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어. 어쩌면, 아직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 해원은 비로소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가까이 있었다. 이상하지.... 예감은 틀리지 않고 의심은 늘 이루어지는 것. 그는 짙어진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를 감싼 팔과 담요 속에서 해원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의심이 또 이루어져서 어떡해?" "아, 세상에" 가장 따뜻하게 읽혔던 부분이다. 특별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대화 없이 그저 서로를 솔직하게 알아가는 중에 서로의 감정을 확인해 가는 ... 잔잔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 본문 207쪽 "기차역에서 해원이를 봤어. 가을 새벽이었고, 플랫폼에 단풍나무가 있었고, 그 펴에 해원이가 서 있었어. 그리고 기차가 철길을 따라 들어왔지." 더 할말도 더 깊은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없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랑의 시작이었다.
■ 삶 해원은 아픈 가족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고 크지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아픈 이야기.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가 가장 아프고 클 수밖에 없었던 시절 믿었던 친구에게서 더 큰 상처를 받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가 학교에 퍼지면서 고립되어 지냈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기억입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를 살폈더니 방영 초반부여서 그런지, 위기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로 이끌어가려는지 해원의 과거가 해원을 대신하더라고요. 그러나 책 속의 해원은 과거보다는 지금의 모습에 더 집중하고 과거와 화해하는 모습이 책 전반에 자신의 고백과 은섭을 통해 삶으로 드러납니다. 은섭 역시, 해원 못지 않은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며 쉽지 않은 인생사를 겪는데 은섭의 캐릭터는 '산'으로 보여지더라고요. 조용하면서도 모든 것을 품고 있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흘러가는대로 기다릴 줄 아는 모습. 시련도 고난도 있지만 봄도 가을도 가지고 있는 모습. 겨울은 겨울대로 소리없이 담아내는 산처럼 은섭의 캐릭터를 사랑도 그렇게 녹아내고 삶으로 살고 있습니다.
■ 자극적이지 않고 예쁘고 정갈하게 담은 언어들로 만들어진 한 그릇의 담백한 국수같은 소설입니다. 겨울이야기인데 봄이 미리 와서 피어놓은 매화같은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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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 임은섭 (30세) - 북현리에서 '굿나잇 책방'을 함, 독립출판사를 하는 게 꿈, 해원을 짝사랑함 그 여자 : 목해원 (30세) - 미술학원 강사, 겨울 동안 '굿나잇 책방'에서 매니저로 일함 ◈ 그 외 인물 ◈ 이장우 : 은섭과 해원의 고등학교 동창, 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김보영 : 해원의 베프였으나 오해로 멀어진 해원의 동창 심명여 : 해원의 이모, 베스트셀러 작가, 호두하우스를 운영 심명주 : 해원의 엄마, 남편을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서 7년 복무함 최수정 : 명여 이모의 동창, 굿나잇 책방 회원 권현지 : 하남 약국집 딸, 고등학생, 장래 래퍼가 되는 게 꿈 배근상 : LED 조명 기사, 굿나잇 책방 회원 정승호 : 할아버지와 사는 초등학생, 책방 회원 김효진 : 승호의 짝, 마니또 친구, 승호를 졸졸 따라다니며 도와줌 ◈ 간단 줄거리 ◈ 미술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던 해원은 아이들과 원장에게 환멸을 느끼고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호두 하우스 펜션을 운영하는 이모 곁에서 한동안 지내기로 하고 북현리를 찾는다. 호두 하우스 집 근처 노부부가 살던 기와집이 작은 서점 '굿나잇 책방'으로 바뀐 것을 보고 의아해 한다. 그렇게 닫혀 있는 책방을 기웃거리다 호두 하우스로 가는 해원을 논두렁 스케이트장에서 일하던 은섭이 발견하고 놀라며 설렌다. "겨울이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블로그에 비공개로 그녀를 향한 마음을 살며시 풀어 놓는 은섭..... 명여 이모는 호두 하우스를 방치한지 오래되고 폐업 신청을 해둔 터였다. 어느 날 보일러와 수도관이 터져 호두 하우스는 그야말로 호러 하우스가 되자 명여 이모는 군밤(기르던 강아지)을 데리고 친구 수정이네 집으로 가고, 해원은 은섭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 은섭이 스케이트장에서 일하는 동안 해원이 책방을 보기로 하면서 점차 해원은 은섭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데.... ◈ 나의 감상 ◈ 이 책이 곧 JTBC 드라마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책을 읽어보리라 마음먹었더랬는데 여러 가지로 나라도 어수선하고 나도 독감과 여행 준비로 바빠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면서 읽을까도 생각했지만 책의 무게가 싫어 비행기 안에서는 간편한 이북만 읽었다. 귀국해서도 주위 환경이 맘 편하게 책을 읽게 놔두지 않았다. 그렇게 드라마로 만나기 전에 책을 읽어야지 했던 것은 결국 펼쳐보지도 못하고 드라마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1~2회를 본 소감은 좀 밋밋하고 너무 심심한 거 아니야? 했다. 그래서 3~4회를 보기 전에 책으로 읽어보리라 마음을 먹고 책을 펼쳤다. 이번에 드라마 기념 특별 윈터 에디션이 나와서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예약을 해뒀던 책을 펼쳤다. 이왕이면 예쁜 표지의 책으로 읽고 싶어서...ㅋㅋ 드라마랑 설정이 좀 다르구나.... 드라마에서는 해원이 음악 학원 강사로 나오는데 원작에선 미술학원 강사로 나왔다. 대체적으로 비슷한 전개로 가지만 드라마는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 좀 더 다양한 사건과 인물을 창출해 내 학따(학교 왕따)라는 은섭의 여동생, 은섭을 좋아하는 시청 여직원(은섭이 그녀를 산에서 구해줌) 등을 등장시켜 드라마로서의 활기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원작은 참 잔잔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점점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마치 내가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마을 북현리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간절히 들게 했다. 특히 굿나잇 책방의 북스테이가 있다면 꼭 시간을 내서라도 신청해보고프다는 생각을 했다. 도서 키핑제도 맘에 들고, 매주 금요일 밤에 있는 회원들과의 모임도 좋았고 무엇보다 한시적이긴 했지만 북스테이를 열어 책을 두 권 이상 구입하면 수도관 동파로 고드름이 난 호두 하우스를 호러 하우스로 바꿔 숙박을 제공하고 스케이트장 이용 할인권으로 연계한 아이디어가 너무 좋았다.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조그마한 독립서점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내리는 밤, 은섭과 해원과 장우가 맥주캔을 기울이며 나누는 대화도 좋았다. 아, 이런 분위기의 내용을 얼마 만에 접하는지.... 비록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로 분류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지만 거의 일반 소설에 가까운 책이다. 이도우 작가의 베스트셀러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보다 나는 느낌이 더 좋았다. 은섭과 같은 긍정적이고 다정한 남자를 너무 좋아한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가 서정적인 마을 풍경과 어우러져 읽는 사람의 마음을 다독였다. 드라마는 어떻게 진행될까 심히 궁금하다. 앞으로 꼭 월, 화요일엔 본방을 사수하리라~ 은섭이 블로그에 쓰는 책방 일지에서 나오는 독립출판물이 진짜 있는 줄 알고 검색해보기도 했는데 그 책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책으로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내용이 흥미진진해 앞으로 책으로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과 『집에 있는 부엉이』라는 그림 동화책은 실제로 존재하는 책이었다. 그렇잖아도 그림책에 요즘 관심이 갔었는데 다음 기회에 책들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특히 『집에 있는 부엉이』에서 나오는 '눈물차'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가족들에게 눈물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서로 눈물차를 끓여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도우 작가도 아놀드 로벨의 부엉이, 개구리, 두꺼비, 메뚜기 시리즈를 꼭 찾아서 읽어보라고 강추했다. 해원은 사람에게서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은섭과 함께 생활하면서 서서히 치유한다. 그저 옆에서 묵묵히 따뜻한 차를 건네며 있어줬던 그 위로야말로 최고의 위로가 아닐까!!! 여자는 자고로 이런 남자를 만나야 사랑받고 산다는 느낌이 드는데....ㅎㅎ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새로운 낱말을 많이 알게 되었다. 무심코 지나치며 봤지만 정작 저것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몰랐던 단어들...... 해원이 들판의 마시멜로를 보고 이름이 뭐냐고 묻던 단어... 수면 위로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는 단어, 귤에 붙어 있는 하얀 실같은 것 등.... 곤포 : 건초와 짚 등을 운반과 저장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둥글게 또는 사각으로 압축, 결속하는 것.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귤락 : 귤 과육에 붙어있는 하얀 그물 모양의 껍질 살면서 한 번도 이런 단어가 궁금했던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왜 이런 단어에 대한 호기심이 그동안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책은 책대로의 느낌이 다르지만 요즘처럼 어수선한 시기에는 이런 힐링 로맨스로 천천히 가는 것도 지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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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끝나지 않길 바라는 그 착한 은섭이 마음에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줄줄 흘렸어요. 새로 바꾼 독서안경 덕분에 책의 글들이 모조리 살아난 듯이 내게로 달려왔는데 그건 아마도 은섭의 마음이 거기 실려 있어서 그랬나봅니다. 어딘가 혜천시가 있고, 거기 시청 앞에 북현리로 가는 버스가 올 것 같고, 그렇게 물어 물어 북현리에 가면 굿나잇 책방 문 쩔렁이면 은섭이가 나올 것 같아요. 이도우님 책을 다시 주문합니다. 칼로, 말로 사람을 베고, 오물로 눈물로 이웃을 곤혹스럽게 하는 이 무정한 현대의 삶에서 은섭은 참 고맙고도 의미 깊은 미소로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있네요. 이도우님께 감사하고, 그의 은섭, 이제는 나의 은섭에게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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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시작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요즘 방송을 통해서 접하는 떠들썩한 드라마들과는 온도차이가 많이 나는 줄거리 같아서 유심히 보다가, 탄탄한 원작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구입해서 읽었어요. 시각화된 매체를 먼저 보고 있는 탓에, 소설의 장면들이 드라마처럼 그려지면 어쩌나 살짝 걱정을 했었는데, 인물들의 설정이 드라마 극본화 되면서 좀 바뀐 부분이 있어서 온전히 소설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잔잔하고 선한 인물들의 인생과 굿나잇책방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삶을 사는 방식, 잊고 사는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선물처럼 줬습니다. 잘 자는 거 그거 잘 못해서 힘든 사람들 중에 나도 해당한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기도 했구요. 인물들이 주고받는 솔직한 대화와 은섭의 비공개 일지가 연결된 고리를 읽어나가는 재미는 이 소설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별책으로 제작된 일지는 소설이 끝난 후의 에필로그이자 어딘가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해원과 은섭을 계속 상상하게 합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 북현리 사람들 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하는 중입니다.
자극적인 내용의 읽을거리가 많은 요즘 세상에, 맑은 옹달샘의 물 한 그릇을 마신 기분이 듭니다. 곧 출간 예정인 작가님의 산문집도 기대를 갖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
| 이도우 작가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저에겐 나름 인생 책이었고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드라마 방영 소식과 함께 너무 반가운 마음에 책을 구입했습니다. 역시 좋아요... 잔잔하니 말랑말랑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드라마는 아직 초반이지만 책에서 보았던 대사들이 들릴 때 마다 반가운 마음도 들고 좋아요. 드라마도 잘 챙겨 볼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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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이도우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이미 『사서함 110호의 선물』로 인기를 얻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산골 소년의 이야기, 시골의 작고 오래된 단골 책방, 새벽녘 잠 못이루는 사람들의 SNS 글 등 이 모든 이야기를 이 작품 속에 담았다. 서로에게 많이 미안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시간이 흘러 비로소 용기를 내어 전하고 있다. 이 작품 속 이야기는 우리들의 일상 이야기이다.
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오고, 설날이 다가와서 당신이 이 마을로 며칠 돌아온다는 것.
-본문 중에서-
이 작품 속 여자 주인공은 '목해원' 그녀는 서리가 내리는 어느 겨울 날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작품 속 배경은 혜천읍 북현리 마을이다. 북현리 마을은 들판에 커다랗고 하얀 마시멜로들이 뒹굴고 있는 농촌 마을이다. 그녀는 왜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일까? 그녀는 미대를 나와 미대입시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다. 그녀가 가르치는 학생과의 불화로 인해 학원을 그만두고 펜션을 운영하는 그녀의 이모 곁으로 오게 된다. 그 장소가 헤천읍 북현리이고 펜션의 이름은 '호두하우스'이다. 그녀는 다가오는 봄까지 이 호두하우스에 머물러 겨울을 보낼 예정이다.
또 다른 남자 주인공은 '은섭' 그는 혜천읍 북현리 마을에서 '굿나잇 책방' 이라는 서점을 운영하며 각종 농사일도 도와드리며 살아간다. 해원이와 은섭이는 중고교 동창 사이이다. 은섭은 이 곳에서 매년 해원이가 오기를 기다린다.
은섭은 순간 중심을 잃고 휘청하다 아슬아슬 스케이트장 가장자리로 비켜섰다. 눈을 감았다 떠도 그녀였다. 올해도 오지 않으려나보다 생각했는데. -p.12-
해원이가 머물게 된 펜션 호두하우스에 머물게 된다. 이 펜션은 오래 전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북현민박집이었는데 해원이의 이모인 명여 이모가 물려받아 펜션으로 탈바꿈되었다. 그리고 해원이는 이모를 따라 열 다섯살 때 이 곳으로 내려와서 살게 되었다. 이모는 어린 해원이를 위해 이웃에서 갈색 개 를 데려왔는데 이 개의 이름이 '호두'였다. 몇 년 살지 못했지만, 그 호두의 이름을 따서 호두하우스라고 지었던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중요 인물인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해원이를 어렸을 때부터 보살펴 준 사람인 명여 이모이다. 그녀는 똑똑하고 공부도 잘했다고 한다. 그녀가 젊었을 때 세계여행을 하고 글을 써서 유명한 소설가도 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여기 고향으로 내려와 민박집을 이어받아 살게 되었다. 왜 갑자기 그녀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여기에 내려 왔을까? 그리고 왜 해원이는 엄마의 손이 아닌 이모한테서 자라게 되었을까? 이 의문에 대한 이유가 이야기 끝에 나오게 되는데 이 이유는 해원이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원에게 은섭이는 어떤 존재일까? 해원이는 은섭이를 그저 중고교 동창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저 얼굴만 알고 인사만 하는 그런 사이 말이다. 해원은 새삼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같은 혜천읍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별로 말이 없던, 옆집에 살아도 마주치면 그저 인사하는 정도였던 동창. 그나마 그는 중간에 고교도 그만두었던 것 같다. 졸업앨범에 그 애가 있었던가. 기억이 없다.
그럼 과연 은섭에겐 해원은 어떤 존재일까? 해원이 내려온 첫 날 그들은 만나는데 그들은 서로에게 어색하게 인사한다.
파카를 입은 은섭이 헬멧과 장갑을 벗자 불빛 아래 헝클러진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짧은 순간 서로가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인다는 것을 두 사람은 동시에 느꼈다. 해원이 먼저 어색한 밤공기를 깼다. "안녕? 오랫만이네." "어. 안녕. 오늘 온 거지?" "어떻게 알았어?" "오는 거 봤거든. 스케이트장에서 " -p.27-
그들은 이렇게 서로 어색하게 인사한다. 은섭은 매년 해원이를 기다려왔지만, 마치 아무렇지도 않게 덤덤하게 인사를 한다. 해원이에 대한 마음을 숨기고 그냥 친구인 것처럼 해원이를 대하는 모습에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는 '굿나잇 책방'을 운영한다. 그는 책방지기이다. 그는 1년 6개월동안 책방을 운영해왔다. 일주일에 엿샌ㄴ 책방 문을 열어왔다. 그러나 겨울 한철엔 큰아버지의 논두렁 스케이트장 일을 도와드리느라 책방 문을 못 여는 날이 많았다. 그는 책방지기로서 독립서적을 구입하고. 책방 굿즈도 만들며 책방을 열심히 운영한다. 비록 손님은 거의 없지만 책방지기로서 소신과 자부심을 가지고 책방을 연다. 매일 밤마다 SNS에 굿나잇책방 블로그에 비공개글을 올린다. 그 글 속에 해원에 대한 마음을 살짝 토로한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새벽 3시인데 건너편 호두하우스 H의 방에 불이 켜져 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잠이 안 와서 나와 있다고 했었지. 내 불면증이야 워낙 익숙한 거지만. 혹시 H도? 세상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야행성 점조직, 굿나잇클럽에 들어오라고 말해볼까? 하지만 나는 아마 말 못하겠지. 네, 못합니다.(웃는다.) 그래도 잘 자요. 아가씨. 세상에 흩어져 잠자리에 드는 굿나잇클럽 여러분도 잘 자요. 겨울 들판의 마시멜로를 보면 강원도 어딘가에서 바보 같은 대답을 한 인간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내년 겨울에 또 물어봐, 자꾸자꾸 대답할게 같은 멍청한 소리를 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여러분은 더 잘 할수 있을 겁니다. 저보다는 -p.27 굿나잇책방 블로그 비공개글에서-
글 중간 중간에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굿나잇책방 통신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요즘 시대를 반영해서 현실감있고 재미있게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그리고 이 블로그 글 속에 은섭이의 내면과 해원이에 대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어서 은섭이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해원이는 과거 은섭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현재의 은섭에게 조금씩 호감을 느끼지 시작한다. 해원에게 기억된 은섭의 모습은 아직 존재감이 없었던 아이에 불과했지만...
학창 시절 은섭은 한결같이 똑같을 사람처럼 보였다. 막연히,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할까. 성적이 톱을 달리는 학생도 아니었고 인기 그룹에 속하지도, 동급생과 잘 섞이지도 않았다. 그는 컬러사진 속에 혼자 세피아로 현상되는 느낌의 아이였다. 존재감이 없다고 느꼈으면서도 어쩌면 그게 존재감이었는지 모르겠다고 해원은 생각했다. -p.38-
그리고 해원은 은섭과 함께 읍내에 나갔다가 고교 동창 장우에게서 보영이 소식을 듣는다. 보영이는 고교시절 해원이의 단짝 친구였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해원은 보영이와 결별한다. '목해원이 왜 여기 이모 집에서 사는지 알아?' 오래된 수근거림이 싸늘한 저녁 바람에 묻어와 귓가에 맴돌았다. 단 한 사람. 단짝 친구에게만 고백했던 이야기였는데. 세상 끝날 때까지 지켜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게 보영이었다.다정하고 마음 약한 보영이. -p.43-
해원이는 그녀의 과거의 비밀을 지키지 못한 보영이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껴 그 사건 이후로 보영이와 결별하고 연락을 끊었다. 서로 화해하지 못하고 보영이는 해원이에게 용서를 빌 기회조차 잃은 채 그렇게 지난 세월을 살아왔다. 그런 보영이가 해원이와 연락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오해를풀고 용서를 빌고 화해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해원은 아직 보영이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직도 해원이는 그 때 일을 잊지 못하고 보영이를 용서하지 못한다. 해원이와 보영이는 화해하게 될까?
해원이는 호두하우스에 머물며 낡은 펜션을 수리하여 이모가 펜션 운영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 하지만 명여 이모는 펜션을 수리해서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두 사람의 의견이 충돌하여 말다툼을 하게 된다.
"어쨌든 네가 집에 돈 쓰게 하고 싶지 않아. 넌 신경 쓰지마." " 와-너무하네. 누가 들으면 나 호두하우스 물려받으려고 내려온 줄 알겠다. 영업은 그만뒀어도 이모 이 집에서 계속 살 거잖아. 수도도 새고, 보일러도 시원찮고, 여기저기 낡았는데.." "네가 날 위해 이 집을 고치고 싶어 한 거니? 네 속에 불난 거 씨름하느라 그런 거지! 도망 와놓고선 회피할 게 필요하니까." 부정할 수 없는 말은 늘 날카로운 법이다. 눈물이 핑글 돌아서 그녀는 꾹 참았다. -p.51-
이모와 싸우고 해원은 은섭에게로 간다. 그녀는 굿나잇 책방을 구경하며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푼다. 은섭은 해원이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그녀는 울었다.
울었고, 내 책방에 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H는 웃고 있었지만, 울었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위로하는 법을 잘 모르고, 내게 위로를 부탁하지도 않았으므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함. --p.60 굿나잇책방 블로그 비공개글에서--
해원은 외할머니 기일을 맞아 명여 이모와 함께 할머니 묘지를 찾는다. 과거 고교 시절, 자신의 과거를 가지고 수군거리던 아이들이 생각이 났다.
"그러니까, 과실치사 같은 거야?" "그게 애매하대. 급발진 사고라고 하면 과실인데, 해원이 엄마는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자백했다는 거지. "와-어떻게 그럴 수가. 보영이가 분명 그렇게 말했어?" "그렇다니까? 쉿! 이거 얘기한 줄 알면 김보영이 가만 안 있는다." "가만 안 있으면 어쩔 건데. 걱정되면 자기가 말을 옮기지 말았어야지. 그래는 맨날 혼자 양심 있는 척이더라. 할거 다 하면서."
-p.66-
이 사건으로 해원이는 보영이와 결별을 하게 된 것이다.
급발진 사고였다고 끝까지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엄마는 충분히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변명도 핑계도 대려고 하지 않았다. 고의적으로 남편을 향해 돌진한 건 아니었지만 분명 급발진도 아니었고, 그가 다칠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마치 그렇게 함으로써 그동안의 인생을 일단락하려는 사람처럼. 엄마는 감옥에서 칠년을 살다 나왔다. -p.71-
또한 해원이 엄마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갔다온 것도 알 수 있다. 이렇듯 해원이는 과거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원은 엄마가 급발진이라 주장하며 변명이라고 하길 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감옥에 갔다. 그런 엄마는 해원이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해원은 심난한 마음을 알고 다시 은섭을 찾아간다. 책이라도 한 권 사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가 은섭이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낮에 스케이트장에서 한바탕 일을 끝낸 은섭은 피곤하게 하품을 하며 밀대로 바닥을 닦고 있었다. (중략) 은섭은 청소를 마치고 노트북을 열어 온라인 주문을 확인했다. 책방 홈피와 블로그, 인스타크램을 연동해놓아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SNS 관리를 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p.73- 그리고 해원은 은섭의 일을 도와주고자 은섭이가 낮에 스케이트장에 가 있는 동안 대신 책방을 봐주시로 한다. 그리고 자신의 미술 실력을 살려 굿나잇책방 굿즈 삽화를 그리기로 한다. 이렇게 해원과 은섭이가 서로에게 조금씩 가까이 가고 있다.
그리고 은섭은 굿나잇책방에서 매달 독서모임을 운영한다. 독서모임 회원들은 명여 이모의 친구 수정 이모, 항상 전기난로에 귤을 구워주시는 할아버지의 손자 승호, 사춘기 십대 소녀 현지, LED 조명업을 하는 조명가게 아저씨 이렇게 은섭까지 포함해서 5명이다. 그들은 서로 모여서 해당 주제의 글을 읽고 마음에 드는 한 구절을 적어 글쓰기를 한다.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도 매달 모여 독서모임을 하며 서로 생각을 나누고 글을 쓴다는 것이 참 인상깊었고, 그들이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책방을 운영하며 독서모임까지 이끄는 은섭이 대견하게 생각되었다. 참 열심히 사는구나. "오늘은 원래 글쓰기 모임인데 바쁜 연말이라 다들 부담스러우셨나봐요. 그래서 대신 눈이 내린 풍경이 담긴 글을 읽고 마음에 든 구절을 적어 오는 과제를 내드렸습니다. 자유롭게 얘기 나누시죠."
겨울이 깊어가 한파가 찾아왔고, 보일러가 고장난 호두하우스는 한파에 꽁꽁 얼어붙게 된다. 그래서 해원은 은섭이네 집에서 당분간 지내게 된다. 이에 은섭은 해원이와 함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기뻐한다. 그 기쁨을 굿나잇책방 블로그에 적어놓았다. 그녀는 지금 같은 지붕 아래 잠들어 있습니다. 아까는 내 방에 들어와 책상에 놓인 구형 램프를 보고는 아름답다고도 말했습니다. 순간 행복해진 나는, 불현듯 덜컥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불꽃같이 고백하기를...같은 멍청한 말로 그녀를 당황스럽게 만들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저 고마워. 라고만. -p.157-
해원에게 보영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보영이가 먼저 해원이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보영이의 마음을 모른 채, 아직도 해원이는 보영이가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하다. 아직도 해원은 보영이를 용서하지 못한 것이다.
"여보에요." "...해원이니?" "나, 보영이야. 오랫만이지." "동창회 때 봤잖아." "그렇지만, 그날은 서로 말 한 마디 못 했으니까." "언제 시간 나? 같이 차한잔했으면 해서." "근데..요즘 날씨가 너무 춥다, 보영아." "다음에. 다음에 날씨 좋을 때 보자." "응..그럼 다시 연락할게." -p.164
제목인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라는 것은 이 대화 속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날씨가 좋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말그대로 날씨가 좋다는 의미일까? 아닐 것 같다. 날씨가 좋다는 것은 해원이의 마음이 맑음 상태가 아닐까? 해원이의 마음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것 같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엄마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등등 마음이 너무 복잡하기만 하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언제 같이 밥 먹자.' '나중에' 라는 의미와 같지 않을까. 보영이를 만나는 것을 미루고 회피하고 싶은 해원이의 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은섭은 해원이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한다. 은섭은 해원에게 자신이 입양됐다고 말한다. 지금 키워주시는 분이 양부모님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산에서 보았던 무덤은 사실은 자기 친아버지의 무덤이라고 말이다. 그녀에게 내 이야기를 했다. 입양됐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고교 시절 고약한 녀석들이 그걸 약점이라고 나를 꽤나 괴롭혔었는데. 정작 나 자신은 약점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그들은 내가 그걸 아프게 여기길 바랐었지. 어딜 가나, 어릴 때도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존재들은 있기 마련이다. 어째서 너는 불행해하지 않지? 어째서 그렇게 태연하고 덤덤하게 살 수가 있지? 너는 뒷산 오두막에서 실던 놈이 아니었던가? 네 아버지는 부랑자였잖아? 왜 너는 주눅 들지 않는 거지? 같은 질문들과 비난들. ..한참 생각해봤지만 역시 아니었다. 나는 양부모님을 좋아했고, 아버지를 먼발치에서 돌봐주셨던 큰아버지-고진만 아저씨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좋아하고 있었다. 내게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불행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날 산을 내려왔던 기억. -p.255
언제나 해맑게 웃고 매사에 긍정적이었던 은섭에게도 이런 아픈 과거가 있을 줄이야. 해원이도 엄마의 죄 때문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은섭이도 자신의 입양과 아버지의 죽음, 사람들의 비난 때문에 힘든 시절을 보냈다. 둘다 아프고 힘든 과거였지만, 해원은 그 상황을 회피하고 모면하고 도망쳐버렸다. 하지만 은섭은 그 상황에 직면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믿고 그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다들 자신이 불행하고 비참하다고 생각할텐데 은섭이는 오히려 자신이 불행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에게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으니깐 말이다. 해원은 은섭이도 이렇게 자신처럼 아픈 과거가 있음을 알고 그 슬픔에 공감하고 은섭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또 하나 드디어 해원이 엄마의 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다. 명여 이모는 은섭이에게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을 담은 고백록을 메일로 보낸다. 가족을 자기 손으로 해쳤다는 죄책감에 관해 말씀하셨습니다. 말씀대로 명백한 범죄입니다만 그 상황에 대해 저는 자세히 알지 못하니까요.제가 판단할 영역은 아니라 여기고 그냥 듣겠습니다. 자책과 죄의식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사라지지 않을 테고, 제도적으로 받는 벌 외에 스스로에게 내리는 벌이 있다면 그쪽이 더 길고 끈질길지도 모르겠습니다. -p.351
아마도명여 이모는 해원이 아빠를 급발진 같은 우발적인 사고로 죽이게 된다. 이를 알게 된 해원이 엄마는 동생이 유명한 작가이고 동생의 미래를 생각해서 자신이 그 죄를 뒤집어쓰게 된다. 그래서 여동생인 명여 대신 자신이 살해했다고 거짓 자백을 하고 감옥에 간 것이다. 이에 대해 해원은 엄마가 아빠를 죽인 것이라 생각하고 엄마를 원망하고 자신을 버리고 감옥으로 간 엄마를 용서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건 뒤에 이런 아픈 진실이 숨어 있을 줄이야.
그러나 결국에는 해원이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빗속에서 언니는 차를 몰로 달아나려 했고, 그런 아내를 끌어내리던 그 남자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언니가 끌려 나온 순간 내가 운전석에 올라 핸들을 움켜쥐었다. 어서 타라고 소리쳤다. 그가 없는 곳으로 함께 멀리 달아날 생각이었다. 그는 두 팡을 벌려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액셀을 밟았다. 그가 피할 거라고, 피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대문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는 마치 보닛 위로 뛰어오를 것처럼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다음 순간 차는 그를 매단 채 담장을 들이박고 멈췄다.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는데 언니가 소리쳤다. 가라고 사라지라고! 그제야 나는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비척비척 차에서 내려 나는 정말로 그들의 인생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p.357-
그리고 해원이는 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용기를 내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간다. 그녀는 이제 다시 북현리 마을 정류장에 서 있다. 버스는 정류장을 떠났다. 호두하우스도 은섭의 집도 보이지 않지만, 오솔길 위에 그들이 있다는 걸 안다. 식탁에 남기고 온 그녀의 편지도, 해원은 젖은 눈을 깜빡거렸다. 새벽빛에 젖어가는 북현리 하늘과 들판이 아지랑이처럼 번졌다. -p.402-
이 소설을 단순히 해원과 은섭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들은 달콤하고 어색하지만 순수한 사랑, 하지만 글을 읽어가면서 그 속에는 가족, 친구, 이웃사람 등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 아픔, 슬픔까지도 담겨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잘못을 저질렀지만,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할 수 없듯이 나중에는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서로의 잘못으로 인해 오해하고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한 채, 힘들고 어려운 삶을 이어나간다. 용기를 내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그럼으로써 서로간의 오해가 풀리게 되고 결국은 화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글 속엔 그 화해의 과정도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훈훈하고 따뜻해진다. 추운 겨울, 사람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의 배경이 북현리 농촌마을이라 상당히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것 같다.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안겨주기에 적합한 장소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본 것 같다. 인간의 정이...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추운 겨울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훈훈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드라마로도 나왔고 멋지게 원작을 표현한 것 같다. 책으로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영상미와 북현리 마을, 굿나잇책방이 이미지화되어 좀더 현실감있게 다가와서 좋았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도 볼 것을 추천한다. 원작에 충실하려고 했지만,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위해 약간 내용을 좀 다르게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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