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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게, 바람에게, 길을 찾는 이에게
"산에게, 바람에게, 길을 찾는 이에게" 내용보기
책을 읽는다고 칭찬할 일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동안엔 왠지 칭찬받는 기분이 들어요. 요즘처럼 마음이 철없이 굴러다닐 땐 강제독서라도 시켜서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 하죠. 오늘은 김재진 시인 님의 새 장편소설 ‘달세뇨’를 온종일 읽었어요. 등장인물 ‘미리’처럼 나 또한 다른 별에서 온 촉수 긴 외계인일지도 모르는 터, 존재와 의식의 저편을 이야기하는 이 책이 반갑기만
"산에게, 바람에게, 길을 찾는 이에게" 내용보기
책을 읽는다고 칭찬할 일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동안엔 왠지 칭찬받는 기분이 들어요.
요즘처럼 마음이 철없이 굴러다닐 땐 강제독서라도 시켜서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 하죠.
오늘은 김재진 시인 님의 새 장편소설 ‘달세뇨’를 온종일 읽었어요.

등장인물 ‘미리’처럼 나 또한 다른 별에서 온 촉수 긴 외계인일지도 모르는 터, 존재와 의식의 저편을 이야기하는 이 책이 반갑기만 합니다.
중력을 벗어난 무의식의 차원에 영혼의 무늬를 새기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소설 속에서 우리는 버스나 기차를 타지 않고도 여행을 하게 돼요.
병렬의 시간 속에서 이동수단은 의미가 없기도 하고, 내 생각이 가 있는 곳이 내가 서 있는 곳이니까요.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아름다운 서사시 같으면서, 진실을 탐구하는 다큐 같기도 해요.
그래서 소설인데도 무의식 세계 너머에 다른 차원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믿음이 생겨버리죠.
댐퍼 페달을 눌러 연주하는 피아노 곡처럼, 이야기의 여운들이 배음을 이뤄 무늬져 있다가 운명처럼 나에게 배달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어요.

소설은 작가의 시와 그림과 연주와도 자연스레 연결이 돼요(시인이자 화가이자 연주가이기도 하심).
장면의 배경이 달라질 때마다 신비로운 그림도 떠올라 이야기가 더욱 생생해져요.
시에서처럼 아포리즘 문장이 도처에서 반짝이며 밑줄을 그어달라 그러죠.
보랏빛 그림, 푸른 빛 문장, 먼 데 설산의 멜로디를 입은 등장인물들 각자의 이야기는 그러나 고독하지 않고 마침내 따뜻해요.
보이든 안 보이든, 그들은 모두 연결돼 있었으니까...

언젠가 여행지에서 오래된 전차를 탔는데 진공 속을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생의 어딘가에 차원을 초월한 무늬를 새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묘한 흥분이 일어났지요.
낯선 곳이지만 당장이라도 내가 믿는 대로 될 것 같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 것도 같았어요.
마치 그런 기분이에요.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줄곧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소설이 얘기하는 것이 바로 그게 아닐까 생각됐어요.
세계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거죠.
전혀 다른 곳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체험을 할 수 있고, 어떻게든 이어진 운명 공동체의 인생이라는 것 말예요.

별들의 이름 같은 소설 속 도시들을 따라 무중력의 여행을 하고 나면 마침내 달세뇨, 집으로 돌아가게 되겠지요.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내가 왔던 그곳으로 갈 뿐...

j****9 2019.12.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