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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를 소설을 읽다보면 때론 '티티새'처럼 명랑만화같은 느낌을, '암리타', '키친'등은 몽환적이면서 자기 고백적인 느낌을 받는등 소설을 읽을때마다 기묘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상반된 감정을 유도하는 작가라는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들은 짧은 단편소설들이 하나의 주제라는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배처럼 지루하지도 않게 때로는 웃음을, 슬픔을 그리고 감동을 주기도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여기서 주제는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스스로 제어만 한다면 밖으로 표출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몸이 결국 내 자신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록반지'에서처럼 할머니의 감정이 하나의 식물 즉 알로에를 통해 주인공에게 전달되거나, '보트'에서는 어머니와 격리되었던 사고가 보트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시 발현되고, '조그만 물고기'에서처럼 어린시절 자신도 모르게 자란 혹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여 제거하지만 나중엔 자신을 나타내는 요소임을 나중에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사무실에서는 거의 무시되고 잊혀진 다도코로라는 인물이 그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마음의 고향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다도코로씨', 자신이 여권을 갱신하면 알게 된 주인공의 신분과 가족사의 비밀들이 하나의 신체적 특징을 통해 보여지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등 많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고리처럼 이어져 책을 이루고 있다. 이렇듯 몸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굴곡들이 결국 자신을 말하고 있으며, 그것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작가는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간혹 길을 걸어가다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회한이나 기쁨,슬픔등은 언젠가 바로 이 자리나 느낌속에 모르고 지냈던 나를 탓하면서 보여주는 감정의 표현이 아닐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나를 보고 나를 느끼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멈추지 않는 시간을 아쉬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순간을 하염없이 품기 위해 흘러간다."(페이지 52쪽) "아무튼 사람의 몸과 마음이 자신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발신하고 수신한다는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페이지 140~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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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죽어서, 지상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도 기억 속에서는 늘 살아 움직이고 언제든 내게 속삭여줍니다. 그 기억이 까맣게 지워질 때까지는. 하지만 살아 숨쉬는 동안은 기억이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법이죠. 세월의 힘에 밀려 희미해졌다가도, 감각이 그때를 되새기는 순간 지금으로 환원되니까요. |
| 사실 하드보일드 하드 럭'이 재미없었던 건 아니다. 얇은 한 권에 힘겹게 실린 두 개의 이야기는, 나름대로 각각의 빛을 발산하며 가슴 한켠에 확실히 자리를 잡았었다. 그럼에도 문제는, 바나나다움이라든가, 온리 바나나라고 할만한 것들이 미처 내 마음으로 진정한 신호를 보내기 전 흩날려버리고 마는, 그런 느낌. 그리하여, 무언가 많이 안타까워하며 읽은 기억만 아스라 할 뿐이다. 이번 작품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가 좋았던 건, 우선 짧은 단편들의 알뜰하고도 꽉 찬 집합체라는 거였다. 그래서 짧은 한편 한편을 통해 긴 생각을 하면서도 어, 아직 그리 많이 읽은 건 아니니까 이런 얘기가 또 있겠네.. 그렇게 기대하며 음미하고 공감하는 채로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던 점. 이런 감성까지 표현하는 건 무리지, 라고 할만한 것들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설마 이런 걸 글로 표현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한 순간에 나는 가능해요, 라며 고개를 쳐드는 식. 그게 이번 바나나의 작품들이다. 자신 안에 그런 게 있지 않거나 왠간한 문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도저히 알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것들인데, 나로서는 너무도 쉽게 표현불가능으로 봉인해버린 정신의 궤적을 누군가 글로 기록한 흔적. 이 만남은 행운인 걸까? 기꺼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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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는 단편이 더 뛰어나다고 느끼게 된 책이다. 삶의 의미와 몸이 알고 있는 진실들에 대한 단편을 쭉 늘어놓은 이 책은 죽음, 탄생, 사랑,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바나나 답지 않게 건조하며 또 그러면서도 지독하게 바나나스러운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다. 바나나 본인도 이 책에 자신이 쓴 글중에 가장 잘됐다고 생각하는것도 몇편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한권 내내 어찌됐든 살아가는 인간의 몸에 각인되어있는 생존에 대한 본능이 죽 이어진다. 염세주의에 빠졌을때, 이 책이 구원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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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서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를 꺼냅니다. 7년전에 재미있게 본 소설입니다. 지인들에게 선물도 주었습니다. 어렴풋이 재미있게 본, 이라는 기억 만 남아있습니다. 새로운마음이로 책을 폅니다.
요시모토바나나는 한국에서 성공한 작가입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영향력이 있습니다. 이름이 독특합니다. 출판사인 민음사는 믿음이가는 출판사입니다.
-엄마 잊어버리면 절대 안돼.
-엄마는 미소 지었다. "사람을 죽이려는 건 아니고, 그냥 사격만 하는거야. 손에 총을 들면 그 무게 때문에 순간적으로 생명을 생각하게 되니까, 그래서 좋아한대. 총을 쏘면 엄청난 충격이 느껴지면서 자기 생명도 자른 사람의 생명도 이해하게 된대. 그리고 그 감각을 한시도 잊지 않고 살고 싶대. 엄마는 생명을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처음봤어. 얼마나 멋지던지. 다른 사람은 다들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 모르겠는걸 뭐, 엄마가 보기엔 말이야,"-
세상을 33년 살아왔습니다. 주변에는 살아있는건지 죽은건지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총은 무섭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스스로 모르는 사람들은 한심합니다. 한심은 군대 선임의 별명입니다. 전역한 지금은 닉네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연락을 합니다. 눈과 머리가 살아있는 선임입니다. 한동안 연락 안했습니다. 내일 전화를 하기로 합니다.
-그날 나는 택시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괜히 호주에 갔다 싶은 생각에 마음이 우울했다.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이런 일이 언제까지 계속된 건지, 아아 이제 지쳤어, 차라리 헤어질까, 차라리 아무 말 않고 이사나 해버릴까. 바람둥이와 사귀는 것하고, 전혀 그렇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인생에만 휘둘리는 것하고 어느 쪽이 나을까.-
남자는 여자와 틀립니다. 남자의 꿈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그간의 나는 바람둥이인지,여자친구의 인생을 휘두르는 타잎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기합리화에 빠지려 합니다. 분명한건 저는 꿈이 많은 사람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좋은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일단 억지로 얘기하기를 그만두면, 몸이 오랜 세월에 길든 서로의 리듬을 마음대로 새겨준다. 그러면 대화는 느긋하고 매끄럽다. -
-나는 언젠가 떼어낼 거면 바꾸는 편이 좋다고 선택해 놓고는 이렇게 당황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형을 한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원래의 자신과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 가슴 확대 수술은? 아무리 작은 가슴이라도 자신의 세포로 이루어진 낯인은 자신의 몸인데, 그게 바뀐다는 것은 대체 뭘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뿐이다.-
성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즘 세상은 많은 것들을 쉽게 바꿀수 있습니다. 얼굴이나 몸도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쉽게 바꿉니다. 쉽게 바꾼만큼 잃는것도 많습니다. 모든일에는 댓가가 따릅니다.
-정말 무언가를 잃으면 사람은 잠시 그렇게 된다. 그리고 일상에 섞여 정말로 외로운 때가 천천히 찾아온다. 그렇다는 것을 잘 알지만 친구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 보고 있는 것 밖에는. "실컷 울고 신나게 먹고 푹 자."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가는 것을 기다리는 거야."-
무언가를 잃는 다는것은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어렵습니다.
-은퇴하면 산속 오두막에 사는 것이 모든 아빠들의 꿈이라고 하는데, 우리 아빠는 그렇게 평화로운 경우가 아니었다.아빠는 정년퇴직을 하면 주말을 보내려고 이 통나무집을 샀는데,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이 들통 나 결국 엄마와 별거하게 되었다.-
조만간에 수영장이 딸린 별장을 지을 예정입니다. 조만간이 언제가 될지는 모릅니다. 꿈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꿈은 가끔씩 현실이 됩니다.
-아빠와 살면서 나는 확신했다. 가정이란 남자와 여자가 죽어라 역할 분담을 해야 겨우 돌아가는 것임을.-
-어떻게, 숨겨놓은 많은 것을 친한 사람들끼리는 하찮은 눈치만으로도 알아버리는 것일까. 그것이 사실이라고 굳이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언제, 어떻게 아는 것일까. 내 인생에서, 몇 번이나 그런 의문이 나를 사로잡았다.-
-'데이트 안 하면 해고인가요?' 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입밖으로 내밀려는 순간 목구멍이 꾹 막았다. 그런 건가, 하고 나는 하려던 말을 그만두었다. 설사 정당할지라도 그 말에 담긴 천박함은 '데이트하면 얼마 줄 건데요?' 와 전혀 다르지 않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리고 반려를 앞세운 할아버지에게 할 말이 아니다. 가령 그가 통장을 자랑하는 그런 면을 갖고 있다 해도 말이다.-
단편들이 모두 좋습니다. 다시 읽어도 새롭습니다. 언젠가 다시 느낄 새로움을 위하여 조용히 책장 깊숙히 꼽아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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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참으로 신통도 하여라.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짜지도 맵지도 달지도 쓰지도 시지도 싱겁지도 않은 특이한 향료가 가미된 육수 같다. 혹시 바나나 향료? 어떤 이는 그 가벼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집어 던지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이는 그 가벼움에 흠뻑 젖어 치를 떨며 소름이 돋도록 좋아하는 것이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다. 나는? 나는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다. 가령 근래의 상황과 같은 경우, 요시모토 바나나는 몸에 잘 듣는 시럽처럼(뭐 뜨끈한 국물이어도 좋지만, 꽃샘 추위도 시들하니, 국물은 없던 걸로 하자) 몸을 가뿐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집에서 4년내내 혼자 생활하는 것과는 그 빛깔이 전혀 다른 직장이란 곳에 다니면서 처음엔 좀 신기하기도 하고(그래봐야 다 겪은 관계들의 반복이지만), 덕분에 흥분도 되고(그래서 술 마시는 횟수만 늘어났지만)하던 시기를 지나면서 슬슬 시들해지려는 참이었다. 일은 그새 몸에 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누적되는 업무들은 퇴근 시간의 시침을 조금씩 뒷걸음질치게 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시간은(하루종일 자판을 두들기며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더 이상 자판 두들길 여흥이 생기지 않는다) 점점 줄고, 책을 읽는 순간의 집중도도 떨어지고, 하이! 하면서 손바닥을 쫙 펴서 동료들에게 흔들흔들 인사를 하는 일에도 이골이 생기니 그만 아, 뭐야 이거 사 년 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데 고작 삼 개월밖에 안 걸린단 말이야, 하면서 잘난 체까지 섞인 기침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오만방자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발생한 환절기성 의기소침을 동반한 기침감기(어설픈 은유입니다, 감기 안 걸렸습니다.)의 순간에 요시모토 바나나를 벌컥벌컥 들이킨 셈이 된 것이다. 모두 열 세 편 아니 무려 열 세 가지의 맛을 지닌 바나나의 단편집은 길지 않지만 딱 그 정도가 좋아, 싶은 길이의 소설 모음집이다. 뭐 저딴 인간들이 있지 싶도록 비상투적인 존재들(언니라고 여겨온 사람이 실은 엄마임을 직감했어도 무심하게 흘려 넘기거나, 중학교 1학년 때 자신과 관계를 가진 사람과 십여 년이 넘게 관계를 지속한다거나)이 툭툭 던지는 말들, 제아무리 무거운 상황이나 기가막힌 사건들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투의 시시껄렁한 포즈로 넘겨 버리는 시도들은 유쾌하다. 물론 이 극렬한 칭찬만으로 책읽기의 정리를 하고 넘어가려니 조금 머쓱하기는 하다. 그래서 덧붙이자면... 이것봐 나 엄청 예민하지? 라고 눈 똥그랗게 뜨고 묻는 듯한 문투로 일관하는 글쓰기나, 내가 조금 까불대기는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것저것 꽤 있어 보이는 축에 속한다고 혼잣말하는 듯한 상황설정들은 좀더 침착하고 차분한 글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겐 커다란 불평불만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듯하다. 그래도 난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삶의 일상의 미묘한 변화에 민감한, 또는 민감하게 그 변화를 눈치 채야만 하는 작가의 책무에 나름대로 충실하면서도 어깨에 힘주지 않는 자세, 그리고 그 자세를 자신의 모든 글쓰기에서 흐트러뜨리지 않는 다는 사실, 그것만은 알아주자고... 게다가 작가는 이런 말로 내 흥을 돋구어주지 않는가... “시답잖은 일이 있을 때는, 유심히 살펴보면 다른 한 편에 이렇게 신나는 일이 숨어 있는 거야. 하느님은 다 생각하고 있거든.” 그리하여 나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수영을 하고, 회사에 출근을 하여 즐겁게 하이! 라고 외치고, 제안서를 아주 예쁘게 만들어 놓은 후 퇴근을 하고, 퇴근하면 곧바로 올림픽 파크에 가서 빨간 바디의 인라인을 부러워하며 내 푸르스름한 인라인을 타고, 땀이 오른 몸이 식기 전에 광화문으로 가고, 광화문의 집회 마지막은 100만 시민에게 맡겨 놓고 대학 동호회의 창립제에 참가하고, 술을 마실 것이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
| 확실히 요시모토 바나나는 에쿠니 가오리에 비해서는 단편에 강한듯싶다. 자꾸 그녀둘을 비교하는 이유는 둘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여류작가이고, 써내려가는 글의 스타일도 어느정도 비슷하고 , 일본에서 행하는 영향력과 역량이 비슷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녀의 단편집이 이 책인데 그냥 술술 잘읽힌다. 얼마전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중국행 슬로보트에 비하면 정말 내용이 튼실했다고 보면된다. 말했듯이 무라카미의 남성중심적인 서술방식과 무조건 독특하려고 하는 그의 단편집들은 실망이였기 때문에 더 그럴수도 있지만- 아무튼 단편집이라고해서 내용이 허술한게 아니다. 10장도 안되는 글을 읽고나서 깨달은 내용도 많고, 아 역시 이런부분을 캐치해낼수있다니 대단한걸 하고 느낀바도 많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느끼고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옮겨적은책이라 보면된다. 아주 단순하고 물흘러가는듯한 책이라고나 할까. 오늘처럼 비오는날 김치부침개를 먹으면서 보기에 딱좋은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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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민음사 상처와 치유, 상실과 따뜻한 위로를 이야기하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열세 편의 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한 번에 한 호흡으로 쭈욱 읽어낼 수 있는 장편소설과는 다르게 이렇게 매번 등장인물고 상황을 새롭게 파악해야하는 단편이 분량은 적어도 읽어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소설을 선호하는 나에게 항상 단편소설은 또다른 도전이 된다. 모처럼 찾은 시립도서관에서 직접 서가를 둘러보며 찾아낸 책인데,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 중에서 아직 채 읽지 못한 책을 찾는 것은 마땅치 않지만, 장편인지 단편인지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두께가 얇아서 선뜻 집어 들었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소중한 기억, 스스로도 알지 못하던 진짜 속마음이, 사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몸에 기억되어 있다는 작가의 생각이 짤막하고 상큼한 느낌의 단편들로 형상화된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의 몇몇 단편은 내 작품 중에서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다.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데, 수많은 열성적인 팬들을 두고 있는 작가라 하겠다. ‘우리 삶에 조금이라도 구원이 되어 준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문학’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는 동질감만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자신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발신하고 수신한다는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그 신비로운 색채는 자신이 벌거벗고 있는 듯한 감각으로 나를 소스라치게 하고, 때로는 위로하고 가슴을 찡하게도 한다."고 말한다. 별다른 부담감 없이 읽어낼 수 있어서 선호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섬세한 문장이 여전히 매력적인 소설집이다. 2017.6.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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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바나나의 소설을 읽었다. 바나나의 소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가독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늘 부담이 없고, 읽는 즐거움이란 게 큰 것 같다. 물론 재미도 있고. 나는 이‘가독성'과 ‘재미'라는 요소는 다른 장르도 아닌 ‘소설’장르에 있어서는 거의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취향이나 관심사에 따라 느끼는 재미란 건 다른 법인데, 소설을 두고 우열을 매긴달지,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소설이라는 존재자체가 그렇게 지적인 우월을 검증받기 위해 읽는 무엇은 아니다. 당신에게 맞지 않아서 재미없거나 아무리 읽어도 뭐가 뭔소린지 접수가 잘 안 되는 소설은 그냥 아닌 거다. (평단에서야 찬사를 받고 있지만, 당신에게는 좀처럼 지루하고 재미없게 읽히는 몇몇 작가들을 떠올려보라. 당신의 취향이 수준미달인 것이 절대 아니다. 단지, 그들과 당신이 맞지 않을 뿐이다.) 어쨌거나, 아주 오랜만에 만난 바나나는 반가웠고, 또 이십대 시절 나를 매혹시켰던 ‘그것'을 다시 한 번 더 음미하게 해주었다. 그녀는 사건의 이면이나 인물의 심리를 복잡하게 분석을 하거나 사색적이지 않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녀가 세상을 인식하고 반응해내는 방식은 주로 ‘감성’과 ‘감각’에 기울어져있다. 주로 어떤 장면이나 이미지가 주는 느낌 속에서 즉흥적으로 삶의 진실이나 생의 또 다른 이면을 파악해내고 ‘세상엔 이런 종류의 삶도 가능한 것이다’라는 포용력있는 삶의 관점을 드러낸다. 충격적인 사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간단히 넘겨버린달지, 소소한 일상 속에서 따스한 정감을 콕 집어서 표현해낸달지 하는 그녀의 인물들을 보면, 겉으로는 여리면서도 섬세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세상에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개연성으로 열려있는 대범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그 인물의 감성은 풍부하지만 결코, 과도하지 않다. 이런 종류의 감성과 감각이 위로가 되는 때가 있다. 팍팍하고 신산스러운 삶의 순간마다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이라는 것이 바로 ‘감성’일 수 있다는 것. 내 멋대로 삶을 느껴버리고, 내 멋대로 삶에 미학을 부여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뿌듯해하며, 그렇게 살아가도 뭐 어때? 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감성이라는 것. 이렇게, 감성은 힘이 세다. 결국,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다 죽어버리는 일련의 과정은 이성이나 논리보다는 감성이나 감각의 영역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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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따뜻하다. 예전에 읽고 다시 읽는데 역시 따뜻해.
총 1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평소 단편은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즈음에 끝나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요시모토 바나나가 쓴 소설인지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읽게 되었다. 읽으니 역시 좋다.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여운이 남아서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장편에만 있는 게 아니고 단편에도 묘한 여운이 흐르네.
멈추지 않는 시간은 아쉬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순간을 하염없이 품기 위해 흘러간다. -47p, <검정 호랑나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 친구와 해변에 간 주인공 '나'는 어렸을 때의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가족이 함께 했던 따뜻한 과거. 바위도, 파도의 그림자도 지금과 비슷했던 기억.
엄마와 아빠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 때, 그저 음악을 들으며 혼자 참아내야 했다. 엄마의 연하 애인으로 부모님은 이혼할 위기에 처했고 계속 해서 다투던 부모님을 보면서 주인공 '나'는 괴로워했다. 아빠는 그대로 집을 나갔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고 현재의 부모님은 뉴질랜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셨다.
말하지 않아도 좋은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일단 억지로 얘기하기를 그만두면, 몸이 오랜 세월에 길든 서로의 리듬을 저절로 새겨 준다. 그러면 대화는 느긋하고 매끄럽다. - 46p, <검정 호랑나비>
언제나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을 읽으면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한두 개쯤 발견해서 적어두곤 하는데 단편인데도 기억해두고 싶은 글귀가 많아서 뭔가 마음에 가득 남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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