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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마이뉴스를 접하게 된 것은 2005년도였던 것 같다. 당시 공무원노동조합의 임원으로 활동을 하다 우연히 접하게 된 매체이고 상당히 진보적인 기사가 넘쳐 났기에 회원으로 덜컥 가입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기까지가 내 한계였다. 노동조합 활동을 했지만 공무원 신분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른 기자가 쓴 기사 중 관심 가는 기사가 걸리면 부지런히 노동조합 게시판으로 퍼 날랐고, 그 후에 오마이뉴스가 종이 신문으로 배달되었을 때 짧은 기간이었지만 유료 구독한 것이 유일하다면 유일한 인연이었던 셈이다. 글은 쓰고 싶었지만 신분 상의 제약으로 스스로 글쓰기를 제한한 셈이다. 기사 한 편도 올리지 못한 이름만 시민 기자.
내가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2009년 9월이다. 네이버 카페 활동을 통해 신간서적에 대한 서평단 활동이었다. 2012년 2월까지 활동했으니 제법 오래한 것 같다. 당시 블로그를 활용하여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시기였고, 서평을 통해 나도 남들처럼 많은 방문객을 모으고 싶었다. 하지만 네이버 활동에 회의를 느끼게 된 계기가 생겼다. 길고도 지루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물론 서평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전처럼 적극적이지 못했고 점차 서평을 쓰는 것조차 엄두를 못 낼 만큼 글쓰기가 힘들어졌다.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고픈 생각에 고른 책이 바로 <나는 시민기자다>라는 책. 사실 기사를 쓴 적이 없지만 기사나 서평이나 쓰임은 다를지라도 글쓰기의 다양한 장르라는 생각에 네트워크 상에 인기있는 시민기자는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계기로 어떻게 기사를 쓰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나도 시민기자 활동을 한번 해볼까 하는 충동도 일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책을 펼치고는 깜짝 놀랐다. 너무나 단순한 진리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제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글감, 즉 글의 소재. 일상의 이야기를 정치와 접목해서 기사를 만들어 낸단다. 모든 일상이 정치적이라는 것. 생활에 불편한 점들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기사로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을텐데, 이렇게 기사화한 것이 생활에 불편한 점을 없애주더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두번째 접하게 된 사실은 글쓰기 원칙과 같은 것이다. 대다수의 시민기자들이 충고하는 것은 쉽게 쓰라는 것. 물론 꾸준히 제대로 쓰기, 끝까지 읽도록 쓰기,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 여기에 진정성으로 울림을 더하기를 추가하라는 이야기도 있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가질 것과 논란을 두려워 말 것을 충고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책에는 정치를 분석하는 방법, 글 쓸 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 기사를 작성하는데 유의할 사항, 악플에 대처하는 법 등 시민기자가 알아야할 다양한 기술들도 소개한다. 특히 오마이뉴스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를 활용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시민기자라는 직함이 사실 프로라는 단어보다 아마추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게 느껴지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고정관념이 단숨에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프로 기자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프로 기자가 기사화할 수 없는 것까지 시민기자는 기사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글을 읽다 보면 열정이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으니 가슴에 울림이 오는 구절이 생각난다. “지금 안하면 나중에도 못 한다.” 물리학자이자 연구원인 이종필 시민기자의 말이다. 필요한 때에 뭔가를 말하지 않는 사람은 ‘나중에'도 말하지 않는다고 말이다.(p148)
책 한 권 읽었다고 글쓰기 실력이 팍팍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글쓰기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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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책을 받자마자 저자 소개글부터 살폈다. 주부, 농부, 회사원, 교사, 공무원, 목사, 연구원, 작가 등 면면이 다양했다. 겁도 없이 '언론판'에 뛰어들어 직업기자들 뺨치는 열정과 글솜씨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들은 평범한 생활인들이다. <나는 시민기자다>라는 책에서 풀어놓는 시민기자 12명의 경험담은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며 유머러스하고 스펙타클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이제 '당신' 차례라구요?
이렇게 책까지 낼 정도가 되려면 어느 정도 내공을 가져야 할까. 책에 등장하는 12명이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지 오연호 대표가 쓴 '머리말'을 통해 살펴보자. 창간 13년, 초기 727명이었던 시민기자들은 현재 7만명을 훌쩍 넘었다. 7만여명의 시민기자와 40여명의 상근기자가 협업하는 시스템이 오마이뉴스다. 시민기자들은 하루에 100~150여개의 기사를 올리는데, 이 기사들 중 85%가 편집부의 검토 과정을 거친다.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니까 <나는 시민기자다>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적어도 40번 이상 오마이뉴스 머릿기사에 글을 올린 '글쟁이' 들이다. 물론 '글쟁이' 앞에는 '아마추어'라는 타이틀이 붙겠지만 말이다.
대학시절 4년을 꼬박 학보사에서 보낸 나도 한때 기자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자연인'인 '나'의 힘은 미약하지만 '기자'인 '나'는 기사를 통해 세상에 개입하고, 또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대학신문기자들의 사회진출에 대해 밤 깊은 토론을 하던 그 때, '언론 고시'는 진작에 제껴뒀었다. 대중을 언론의 주인이 아닌 소비자로 전락시키고 권력과 자본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기성언론에 몸 담는 것은 대학신문의 정신을 져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한겨레와 같은 대안적 성격의 매체로 가는 것도 논란이 있었는 바, 흔쾌한 결론이 될 수는 없었다. 우리는 대안 언론의 길을 모색하는데 주력했지만 많은 이들이 해소되지 못한 갈증을 안고 노동조합이나 사회단체의 선전 사업 담당으로 편입했다.
이런 와중에 2000년 오마이뉴스의 창간은 나에게도 큰 사건이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찾던 대안언론의 상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 바로 그 모토였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언론을 만났을 때,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소통의 방식이 민주주의를 만났을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준 것이 오마이뉴스 13년사가 아니었나 한다. 그 변화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온 것이 7만여명의 시민기자들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당신' 차례라 한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미안하지만 난 이 말을 믿지 않는다. 누구나 기자를 꿈꿀 수는 있지만 아무나 기사를 쓸 수는 없다. 7만여명의 시민기자들은 여전히 오마이뉴스를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이겠지만, 이들 중 오마이뉴스 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더구나 내용과 형식을 갖춘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 훈련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면 이 책에 나온 12명 시민기자들의 비법 전수에 귀 기울이라.
중요한 건 '비법' 이전에 '열정'이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넘치는 상상력, 권력과 자본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돌직구'. 어쩌면 직업기자들도 부러워 할 '아마추어리즘'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글쟁이'로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평범한 아줌마로 살던 내가 서랍 속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던 낡은 '취재수첩'을 꺼냈다. 수첩을 꺼냄과 동시에 내 안의 '아마추어리즘'도 다시 각성하기 시작한다. 아, 글을 쓰고 싶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글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시민기자들의 힘
한편, <나는 시민기자다>의 출간과 더불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프레시안'의 협동조합 전환 결정이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을 늘 같이 봐 온 나는 프레시안의 협동조합 전환 결정에 아낌없는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언론. 오마이뉴스가 13년 전 시민참여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었듯이 프레시안의 이번 결정도 언론사의 새로운 페이지로 기록되길 응원한다. 느닷없이 타 매체를 거론하는 것은 단순히 오마이뉴스와 비교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프레시안이 프레시안의 길이 있듯이, 오마이뉴스는 오마이뉴스이 길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따름이다.
시민기자제는 시민참여저널리즘의 '꽃'이다. 시민참여저널리즘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그 어떤 언론학 개론서보다 이 책, <나는 시민기자다>가 훌륭한 안내자 노릇을 할 것이다. 창간 이후 지금까지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시민기자들의 기사는 54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10만인 클럽이나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 정책과 같은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재정자립 문제는 여전히 고질적으로 따라붙는 문제일 터이다. 시민기자들의 글이 편집부의 검토 과정을 거쳐 선별되는 구조 또한 시민기자제의 유효성에 의문부호를 달게 만든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창간 모토를 지켜 온 오마이뉴스의 현재는 여전히 도전과 극복의 나날일 것이다.
나는 오마이뉴스가 시민참여저널리즘의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길 바란다. 7만여명의 시민기자 풀이 존재하는 한 오마이뉴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중요한 건 7만여명의 시민기자 풀이 고여있는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혹자는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고, 혹자는 조중동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조중동은 전성기때 만큼은 아닐지언정 여전히 언론권력으로 한국사회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인터넷은 종이신문을 대체하지 않았고 각자의 영역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시민참여저널리즘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여전히 국민과 불화하며 국민의 마음속에서 멀어져간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의 활약이 필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