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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박물지/르나르 일기/ 르나르 이야기 (by 쥘 르나르)
"홍당무/박물지/르나르 일기/ 르나르 이야기 (by 쥘 르나르)" 내용보기
약 430쪽의 분량에 『홍당무』, 『박물지』, 『르나르 일기』, 『르나르 이야기』, 이렇게 총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동서문화사의 책들은 보통 책들보다 판형이 크니, 일반 서적으로 하면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홍당무』를 읽고 싶어서였는데, 『홍당무』의 여러 판본들이 대체로는 어린이나 청소년 등 독자를
"홍당무/박물지/르나르 일기/ 르나르 이야기 (by 쥘 르나르)" 내용보기

약 430쪽의 분량에 『홍당무』, 『박물지』, 『르나르 일기』, 『르나르 이야기』, 이렇게 총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동서문화사의 책들은 보통 책들보다 판형이 크니, 일반 서적으로 하면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홍당무』를 읽고 싶어서였는데, 『홍당무』의 여러 판본들이 대체로는 어린이나 청소년 등 독자를 염두에 두고 출판된 거라 아쉽던 차에, 이 책은 원서를 그대로 번역한 게 마음에 들어 골랐다.

어릴 때 나는 내가 '홍당무'와 비슷하다고 여겼었다. 셋 중 막내인 것도 그렇고, 집안 분위기 등도 유사했다. 그렇게 사십 년 넘게 잊고 살다가도 왜 갑자기 '홍당무'가 생각난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 나는 어른이 되었으니 '성인 버전'으로 읽는 편이 낫겟다 싶었다.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있는 아이의 이야기라 감흥이 덜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이와 아버지를 모두 다 이해할 수 있는 관점에서 이 둘을 모두 볼 수 있어 좋았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도 그렇지만, '홍당무'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사랑스러운 아이는 아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착하고 순진하고 순종적이며 천사와 같길 바라지만, 아이인 적이 있거나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그건 환상에 가까운 것이라는 걸 안다. 아이들도 욕망이 있고 감정이 있다.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성인 부모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 그러니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의 고충이 있다.

 

『홍당무』의 좋은 점은, 어른들이 모두 지워버린, 혹은 말끔하게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가족의 민낯이나 어린이의 실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매우 경악할 수도 있겠지만('어떻게 아이가 이렇게 영약하지?' '아이가 이렇게 못 됐다구?'), 그래서 누군가에겐 위로와 안심, 공감의 감정을 느끼게도 할 수 있는 것이다('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이런 점이 이 책이 여전히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 책엔 총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는데, 원래 읽으려 했던 『홍당무』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박물지』가 기대치 않은 발견이었다.

두 작품 모두 원서에 실렸던 삽화들을 모두 실었는데, 『박물지』에서 쥘 르나르가 자기 주변의 동물들이나 자연을 섬세하게 캐치하고 그것을 글로 기록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지만, 이 책의 감동은 그림도 한 몫한다. 

쥘 르나르의 문체는 단순하고 심플하지만, 특색 있고 정서적인 프랑스어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다. 

s*****n 2023.03.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