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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그녀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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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남성들의 시선을 끄는 한 여자! 남자와 서슴없이 러브 호텔에 들어가 서로의 몸을 더듬고 키스하며 뜨겁게 닳아오를 즈음 남자를 잠재워버리는 이 여자! 그리곤 남자의 치욕적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전송! 자신의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는 창녀 아닌 창녀가 되어 첩보원 같은 사기 매춘 일을 하는 여자! 그런데 이 여자의 정체가 뭐지?   이제는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인 삶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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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남성들의 시선을 끄는 한 여자! 남자와 서슴없이 러브 호텔에 들어가 서로의 몸을 더듬고 키스하며 뜨겁게 닳아오를 즈음 남자를 잠재워버리는 이 여자! 그리곤 남자의 치욕적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전송! 자신의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는 창녀 아닌 창녀가 되어 첩보원 같은 사기 매춘 일을 하는 여자! 그런데 이 여자의 정체가 뭐지?

 

이제는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인 삶을 살아가는 이 여자에게도 한때는 살아야할 이유가 있었다. 친구의 아들의 치료비가 필요해 시작한 창녀로 가장해 음모를 꾸미는 사기매춘이 그 아이의 죽음 이후로도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일이 된다. 하지만 자신을 아는 존재가 등장해 위협당하고, 의문의 죽음을 목격하고, 함정에 빠지게 되면서 여자의 삶이 이제는 그녀의 발목을 잡게 되는데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어린시절 고아원에서 자라던 그녀는 자신을 버린 세상을 오히려 도발하려는듯 그렇게 세상앞에 당당하게 나섰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몸뚱아리로 남자를 유혹하고 그 남자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게 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사기매춘일을 한다. 어느날 자신을 아는 남자의 등장으로 덫에 걸리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전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위기의 순간에도 재치를 발휘하는 그녀지만 세상에는 뛰는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법,

 

자신이 몸담고 있는 쪽과 그 반대쪽 사이에서 똑같은 죽음의 위협을 느낀 그녀는 도망갈 기회만 엿보고 있다. 헌데 자신의 계획이 탄로나게 되자 그녀는 이제 죽음의 벼랑끝에 내몰리게 된다. 적과의 대결이 내내 긴박하게 전개가 되는것과 달리 그녀에게는 뜻하지 않은 새로운 삶이 찾아오게 되지만 그녀의 과거 흔적은 모두 전설속으로 사라져야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결국 지금까지의 그녀의 삶은 누구를 위한 삶이었던 것일까? 그녀의 인생을 몽땅 다 빼앗아 가버린 그들의 존재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얼마전엔 남의 인생을 훔쳐 살아가는 한 여자의 비참한 최후를 그린 이야기를 읽으며 씁쓸함을 느꼈는데 이제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이 여자의 이야기에 허무함을 느낀다. 아니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으니 다행이라 여겨야 하나? 하지만 여태 발버둥치며 살아온 내 인생이 헛된것이라면 앞으로 살아가야할 내 삶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한여자가 자신의 죽음과 생을 맞바꾸어 버린 왠지 애매모호한 느낌을 주는 이 소설은 그만큼 삶의 힘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것만 같다.

 

소설속에 종종 달이 등장하게 되는데 구름에 가리워지거나 몽환적인 그 달이 주는 느낌은 왠지 불안하고 어둡다. 새로운날 새로이 떠오르는 달을 보며 그녀는 이제 또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k*******7 2013.05.07. 신고 공감 17 댓글 130
리뷰 총점 종이책
왕국 - 인간은 태양보다 달에, 낮보다 밤에, 일상보다 조용한 광기에 이끌린다
"왕국 - 인간은 태양보다 달에, 낮보다 밤에, 일상보다 조용한 광기에 이끌린다" 내용보기
인간은 태양보다 달에, 낮보다 밤에, 일상보다 조용한 광기에 이끌린다.     P.46책 속에서 발견한 이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것이 삶을 위해 필요한 일과 속에서 가졌던 긴장감이 해소되는 시기이기 때문인지, 어두움 속에서 달이 뿜어내는 묘한 기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흐트러지게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어두운 도시 속 휘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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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양보다 달에, 낮보다 밤에, 일상보다 조용한 광기에 이끌린다.     P.46


책 속에서 발견한 이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것이 삶을 위해 필요한 일과 속에서 가졌던 긴장감이 해소되는 시기이기 때문인지, 어두움 속에서 달이 뿜어내는 묘한 기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흐트러지게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어두운 도시 속 휘황찬란하게 돌아가는 네온사인들, 평소의 나를 벗어 던지고 멋지게 꾸며진 페르소나를 뒤집어 쓴 거리의 인파들, 다양한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술잔들 속에서 만들어지는 광기들. 광기는 광기를 부르고 이성의 벽을 허물어 버린다. 그 깨어진 틈새로 나를 유혹하는 또 하나의 광기에 휩싸인 무리들. 인간은 어째서 위험을 알면서도 달과 밤과 그 속의 광기에 이끌리는 걸까……


책의 도입부를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책 전체가 그리고자 하는 바와는 핀트가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가장 와 닿았던 문장이다. 주인공 ‘유리코’의 직업은 창녀. 창녀이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몸을 팔지는 않는다. 속해있는 조직과 이해관계가 얽힌 누군가를 유혹해서 수면제나 마취바늘 등을 이용해 잠들게 한 후, 인생의 약점을 만들어 내는 일이 그녀의 직업이다. ‘야다’라는 사람을 통해 다음 일을 지시 받는다. 상대가 누구인지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지시하는 대로 할 뿐. 남성들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은 어두움과 은밀함이 표하는 끌림에 형체를 드러낸다. 방향을 잃고 무의미하게 반복되며 살아가는 그녀의 삶은 메일로 지시 받은 일을 처리한 후에 변화하기 시작한다. ‘야다’가 아닌 누군가가 메일 계정을 해킹하여 그녀에게 일을 지시한 것. 어그러짐의 조짐은 다음 의뢰 받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정해진 장소로 갔을 때에도 발생한다. 방문한 방에서 발견되는 시체와 시간에 맞춰 걸려온 전화 한 통.


세상이 이제부터 재미있어질 거야 너를 파견한 사람에게 그렇게 전해주도록     P. 59


정신 없이 그 자리로부터 도망쳐 나온 그녀는 다음날 ‘야다’로부터 ‘기자키’라는 암흑가의 사람과 접촉하여 유혹한 후 그의 노트북을 빼 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가자키’를 만나게 된 그녀. 그를 유혹하며 마취를 시도하지만 이미 ‘가자키’는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충격적인 말들……


지금부터 19년전, 저 가시와기 아동시설에 수용된 아이들 중에서 가장 눈초리가 사나웠던 아름다운 소녀. 제법 괜찮았어. 그래서 너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기로 마음 먹었지. 

                                                                                        P. 123


너는 우리가 만든 이야기 속에서 움직이고, 나아가 우리가 마지막으로 너의 유서를 바꿔버리는 것에 의해 원래 저지르지도 않은 몇 가지 죄까지 우리 대신 뒤집어 쓰고 참혹하게 죽는거야. 아마도 뒷골목 세계에서는 그럴싸한 전설로 남겨졌을 거야. 이제부터 일어날 거대한 사건의 이면에서 활동한 아름다운 창녀의 이야기로.               P. 125


눈앞에 다가온 죽음. 그녀는 이제 생존을 위해 양쪽 사이를 오가는 이중 첩자 생활을 해야만 하는데……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누군가의 의도대로 이끌려 만들어 진 것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누군가에 의해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을 만한 큼직한 사건들이 조작된 것이고, 내가 그 시점에서 특정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공포는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 자신의 역사가 사라진다는 사실은 혼돈과 좌절, 삶의 목적성과 의미의 상실로 인한 고통은 폐부를 후벼 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코’는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불행했던 과거, 아픔과 슬픔으로 점철되어 방향성을 상실한 자신의 삶이 스스로만의 잘못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생존의지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그녀가 자신을 오롯이 되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그녀가 한 행동 역시 올바르다고 볼 수 만은 없는 문제이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흑색 왕국들의 광기에 이끌려 들어간 순간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의 일로 치부하기엔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모습임에 씁쓸함과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들 만의 왕국을 꿈꾸며 음모를 꾸미는 무리들을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는가. 이미 우리는 밝음을 가장한 채 눈에 보이지 않은 영향을 받으며 그들의 광기에 말려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 장난감이 되어 볼래? 나를 너에게 홀딱 빠져들게 해볼 거야? 너의 모든 것으로?                                                                               P. 218


최후의 순간 가자키가 던진 유혹의 힘은 거대하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던지는 달콤한 유혹. 누가 그것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녀 내면에 숨어 있는 광기가 슬슬 모습을 드러낸다. 육체적으로 그를 받아들이고, 그의 아이를 낳고 그를 없애고, 그 아이가 새로운 제국의 지배자로 서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그녀가 얻는 깨달음은 그러한 선택은 또 다른 도구로써의 삶을 만들게 될 뿐이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나약한 인간 군상들이 유혹의 손길을 이기지 못하고 그것에 휘말려 물들어 간다. 그들의 말로는 영영 그 속을 부유하며 떠도는 도구로써의 비참함이다. 유리코가 자신의 목숨을 던지며 내린 선택은 No. 그녀는 어떻게 될까.


놓지 못하고 한번에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으며 신의 역할에 도취된 미치광이의 이야기 같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현실 세계의 극단적인 투영이라는 생각도 든다. 현실이라는 왕국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까. 소설이 내게 화두를 던진다.





d******4 2013.05.08. 신고 공감 7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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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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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 그다음이 소매치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사실인지는 차치하고 그 두 가지를 결합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소매치기 이야기인 『쓰리』를 먼저 쓰게 됐고, 『쓰리』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바로 『왕국』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만났다. 만약 작가의 말을 먼저 읽었더라면 ‘쓰리’라는 책을 먼저 읽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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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 그다음이 소매치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사실인지는 차치하고 그 두 가지를 결합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소매치기 이야기인 『쓰리』를 먼저 쓰게 됐고, 『쓰리』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바로 『왕국』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만났다. 만약 작가의 말을 먼저 읽었더라면 ‘쓰리’라는 책을 먼저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소매치기와 매춘. 사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런 주재는 쉽지도 가깝지도 않다. 그래서 이런 소재들을 읽는 건 늘 불편하고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어느 누구도 소매치기와 매춘이 천직(?)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유리카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에게 몸을 팔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만드는 사기 매춘 조직의 일원이다. 그녀에게 매춘은 큰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본능적인 욕망을 드러내며 달려드는 남자를 배신함으로써 그들이 성취한 모든 것을 비웃고 그 안에서 자유와 열기를 맛보는 것이다. 이런 유리카가 처음부터 매춘을 한 것은 아니다. 유리카는 보육시설에서 알게 된 언니의 아들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 수술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매춘이지만 그 아이는 죽고 만다. 삶의 희망이 없는 유리카는 의도치 않은 살인에 연루 되는데...

 

왕국이라는 제목만으로 자신만의 성을 생각했었다. 개인 각자가 만들어 놓은 왕국, 그 성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신을 전설의 창녀라 말한 유리카는 그 세계에서 만큼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매춘이라는 것이, 그리고 매춘이라는 왕국이 단단하면 또 얼마나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예전보다 확실히 일본소설을 많이 읽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설에게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낄 때가 많다. 그들의 정서가 간혹.. 사람을 황당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이 책에서 유리카는 자신의 처지를 달과 비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해가 저문 뒤에도 그 불빛을 훔쳐내고 우리 같은 존재를 비춰주는…… 달(14) 이 세상은 늘 양면과 같은 곳이다. 환하게 비추는 곳도 있지만 어두움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매춘이라는 행위는 분명 어두운 밤에 이뤄지지만, 모텔이나 호텔을 비추는 불빛은 낮보다도 환하다.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영롱한 불빛.

 

사실 이렇게 리뷰를 쓰면서도 내가 정확하게 핵심을 말하고 있는지,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제대로 말하는지 모르겠다. 그들만의 왕국이 견고한 듯하지만, 무너질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삶이 달의 양면처럼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매춘을 미화(?)하는 것 같은 뉘앙스도 약간 거북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작가들에게서도 만나게 되는 난해한 결말과 난해한 이야기들. 결코 두껍지 않은 책인데 머리에서 쥐가 내리는 것 같다. 만약 내가 일본의 정서를 좀 더 알았다면 리뷰쓰기가 수월했을까? 간만에 아주 난해한 장편 하나를 만났다. ㅠㅠ 나중에 다시 읽게 되면 보다 수월하게 리뷰를 작성할 수 있을까?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13.06.11. 신고 공감 7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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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그녀가 생각하는 '달'을 향한 왕국은 없었다
"『왕국』그녀가 생각하는 '달'을 향한 왕국은 없었다" 내용보기
삼 년 전에 만화 같은 표지의 『쓰리』가 나왔을때, 표지만 보고서는 그저그런 만화책이려니 했었다. 하지만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천재 쓰리꾼(소매치기)을 다룬 내용이란걸 알게 되어, 책의 내용이 궁금하긴 했지만 읽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번에 읽은 『왕국』은 『쓰리』의 자매편 이라고 했다. 작가는 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 그 다음이 소매치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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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전에 만화 같은 표지의 『쓰리』가 나왔을때, 표지만 보고서는 그저그런 만화책이려니 했었다. 하지만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천재 쓰리꾼(소매치기)을 다룬 내용이란걸 알게 되어, 책의 내용이 궁금하긴 했지만 읽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번에 읽은 『왕국』은 『쓰리』의 자매편 이라고 했다. 작가는 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 그 다음이 소매치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의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소매치기와 창녀에 관한 내용의 소설을 쓰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천재 소매치기 청년의 이야기인『쓰리』를 먼저 썼고, 아름다운 외모로 남자들을 홀려 그들의 약점을 팔아넘기는, 창녀라고 할 수 있는 유리카의 이야기를 썼다.

 

 

뒷 표지에 적혀진 글들을 읽고, 아무래도 창녀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저그런 통속적인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는 누군가의 지시로 호텔에서 남자를 만나 그를 잠들게 하고 그들의 약점일 수 있는 침대에 벌거벗고 있는 사진이라든가, 그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 약점을 빼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마타하리처럼 스파이라고 해야 더 옳겠다. 그래서 돈을 벌지만, 그녀의 삶은 허무하다.

 

 

그녀, 유리카가 길을 거닐때, 늘 자신을 따라다니는 달을 보았다.

그녀의 밤을 비춰주는 달빛에 의지해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지만, 달은 어두운 밤 하늘, 그 자리에 있을 뿐 어느 것도 해주지 못한다. 그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바라보던 달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투명한 빛을 발하며,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움직이며 길을 밝히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의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에게 일을 의뢰하는 야다와 기자키가 그녀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유리카는 아동시설에 자랐고, 아동시설에서 만난 에리 언니가 있었다. 에리가 죽고난 뒤 에리 언니의 아이 쇼타가 아파 심장이식수술을 해야하자 돈이 없는 유리카는 야다를 만나 이런 일들을 하게 되었다. 유리카가 괴물이라고 칭할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쇼타의 친부였던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의 가장 가엾고 비참한 모습을 사랑했던 인물이었다. 두 번째 괴물은 어린 시절에 지냈던 아동시설의 새로운 원장이라는 기자키였다. 기자키 역시 사람의 죽어가는 모습을 가여워하는게 즐거운 괴물이었다. 또한 남의 인생을 빼앗는 걸 아주 쉽게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야다는 기자키가 가진 것들을 원했고, 기자키는 야다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약점들을 원했다. 그 가운데서 유리카는 살기 위해 야다와 기자키 두 사람에게 서로의 상대방이 가진 것들을 전해준다.

 

 

네가 가장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반드시 네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  ....... 인간이란 그런 것이야.  (221페이지)

 

자신의 인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유리카의 모습은 달의 다른 이면을 보는것 같았다. 자신의 모든 삶에 보였던 달이 이제는 다른 삶을 살라고 한다. 자신에게는 애착을 갖는 가족도 없고, 돌봐줄 이도 없다. 하지만 다른 삶을 꿈꾼다. 자신만의 왕국을 가지려고 한다. 그녀에게 다가올 새로운 시간들을 쌓아간다. 새로운 시간들을 쌓아갈 동안에도 그녀가 바라보는 밤 하늘엔 늘 그녀를 지켜보는 달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투명한 빛을 발하고, 때로는 붉은 빛을 발하며 자신이 비춰주고 있을 것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3.05.09. 신고 공감 7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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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세계의 왕국《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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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다. 일본 사람들은 유독 사후세계에 집착한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경계선이 없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닉이 유별스럽다. 그렇게 탄생되는 세계는 때론 상식을 과감히 깨뜨려주는 비상식의  세계이다. 나카무라 후미노리 작가의 손에서 창조된 세계 역시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상상의 세계를 그린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악과 가면의 룰>에서 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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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다. 일본 사람들은 유독 사후세계에 집착한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경계선이 없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닉이 유별스럽다. 그렇게 탄생되는 세계는 때론 상식을 과감히 깨뜨려주는 비상식의  세계이다. 나카무라 후미노리 작가의 손에서 창조된 세계 역시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상상의 세계를 그린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악과 가면의 룰>에서 사라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마치 그런 세계의 완성을 말하는 것처럼 책의 제목 《왕국》도 사邪의 왕국이다. 어쩌면 작가의 사邪란 세계에 천착한 사유의 공간을 <왕국>이라 칭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邪) 란 이 세계를 불행하게 하는 존재야. 어느 누구도 이 세계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최소한 선이 반짝이는 세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한 존재                                                                                           -<악과 가면의 룰>

 

창녀 유키리가 소설에서 자신과 동일시하여 등장하는 객체는 프리네와 달이다. 고대 그리스의 창부 프리네가 신성모독죄로 법정에 알몸으로 섰을 때 ‘여자의 아름다움은 무죄’라는 배심원 판결을 받은 여인이다. 작가는 프리네를 통해서 유키리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유키리는 프리네와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으로 유키리의 아름다움 앞에 남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짓밟힌다. 그러나, 유키리는 매춘이 목적이 아닌 남자들의 비밀을 캐내는 것이 목적이며 남자들의 약점을 빌미로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유키리는 요다의 지시를 받는 일종의 요원이며 비밀리에 일을 시키는 요다와 유키리의 관계를 알고 있는 또 다른 세계의 지배자 기자키와의 만남으로 인해 유키리의 인생에 커다란 해일이 덮치게 된다. 서로 반목하고 있는 두 세계, 요다와 기자키 사이에 졸지에 이중첩자가 되어버린 유키리. 양쪽에 속할 수도 없고 한쪽을 택할 수도 없었던  그녀는 몰래 외국으로 도망가기로 하는데....

 

 

<법정의 다프네>

 

<1Q84>의 달처럼 <왕국>의 달 역시 몽환의 상대이다. 유키리의 세계가 꿈과 환상이 믹스되어 있는 세계인 것처럼 유키리의 달은 유키리의 또 다른 자아로 등장한다. 유키리는 달빛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달의 변화는 곧 유키리의 변화로 이어진다.

 

네가 가장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반드시 네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 인간이란 그런 것이야. 

 

기자키가 지배하는 세계는 인간 내면의 감정움직임을 맛보는 세계이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없이 창조된 기자키의 왕국은 ‘상반되는 두 개의 무수한 다이너미즘이 소용돌이치는 세계에서 인간 내면에 그려지는 감정을 즐기는 캐릭터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중립적인 성향의 캐릭터이다. 매우 독특한 캐릭터였다. 아마도 작가가 말하는 ’사‘의 존재’‘ 어느 누구도 이 세계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최소한 선이 반짝이는 세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한 존재’가 아닐까 한다. 나카무라 후미노리가 창조한 세계는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이 세계에는 인간의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을 즐길 수 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왕국은 인간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담아놓고 있는 내면세계의 왕국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2 2013.05.09. 신고 공감 6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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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만의 왕국, 그들의 왕국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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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인이 있다. 몸을 팔아서 누구를 먹여 살리고 부양하고 버림받고 이런 신파랑은 거리가 멀다 . 그냥 의뢰를 받아 남자를 도구처럼 취급하고 매춘할것처럼 사기를 치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그녀가 바로 유리카 이다.   ......아릅답기 때문이야 , 아름다운 여자는 행복을 손에 넣을 기회가 많은 것과 동시에 불행으로 떨어질 기회도 많지.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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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인이 있다. 몸을 팔아서 누구를 먹여 살리고 부양하고 버림받고 이런 신파랑은 거리가 멀다 . 그냥 의뢰를 받아 남자를 도구처럼 취급하고 매춘할것처럼 사기를 치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그녀가 바로 유리카 이다.

 

......아릅답기 때문이야 , 아름다운 여자는 행복을 손에 넣을 기회가 많은 것과 동시에 불행으로 떨어질 기회도 많지. 다양한 욕망이 곁으로 바짝 다가들기 때문이야. ....기억해두면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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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게 언제쯤이었을까." 의 첫시작처럼 유리카는 어릴적부터 원하는것에 대한 갈망만큼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너무 빨리 알아버린 지금의 우리 같다.

 

어린시절을 아동시설에 자란 유리카는 클럽에서 같이 일하던 절망적인 첫사랑의 경험을 통해 누군가는 누군가의 고통을 통해 희열을 갖게 되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언니가 죽고 난후 아이를 떠맡아 그아이의 병치료비를 위해 남자를 꼬셔서 약물로 유인한후 사진을 찍는 조직과 손을 잡게 된다.

 

세상에 대한 약점을 만들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 조직은 병치료비를 미끼로 유리카에게 접근하게 되지만 얼마못가 그아이는 죽어버리지만 유리카는 그조직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유리카가 그조직에서 발을 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희망이었던 아이가 죽고 나서 세상에 대한 복수심을 여자를 사려는 남자들에게 하는 것일까?

아님 남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로 유리카는 희열을 느끼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일까?

 

이야기는 하드보일한 범죄의 세계와 그속에서 유리카의 알수 없는 마음과 함께 급박하게 전개되어지고 서로 다른 두 조직간의 세력다툼에 유리카는 휘말리게 되면서 재미와 궁금증을 더해간다.

 

자유롭고 싶어서 조직과의 일을 선택했지만 정작 그조직으로 인해 올가미에 걸린 유리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본주의 왕국의 개가 되어버린 것을 나중에 인식하게 된다.

 

선과 악은 대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항상 종이의 양면처럼 같이 붙어다니는 양상임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같다.

어둠을 헤치고 간간히 비추어지는 달처럼 , 유리카의 마음에따라 때론 밝고 투명하게 때론 어둠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 .그래서 유리카는 자신의 마음을 때대로 달에 표현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괴물이 되어버린것처럼 말이다.

 

저 멀리 달이 있었다. 내가 한참 더 어렸을 무렵부터 줄곧 바라보던 달, 왜 그때의 가득한 달은 빨갛고 강하게 보였을까. 그것은 희미하게 걸린 구름 너머에서 투명한 빛을 뿜고 있었다. 뭔가의 탄생을 조용히 축하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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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우리는 커다란 원안에서 계획을 가지고 행동하지만 결국 그원안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것을 알때가 있다. 그허망함을 유리카를 통해 표현하려고 한것같다



m******6 2013.05.12. 신고 공감 5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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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든 살아야 살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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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일본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도쿄 거리와 서울 거리가 구분되지 않고 라면과 라멘이, 김치와 기무치가 모호하게 뒤섞인 두 나라. 가장 근접한 거리와 비슷하게 중국을 향했던 문화 때문에 서로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닮은 점이 많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는 우리와 다른 일본만의  냄새가 난다. 어쩐지 무라카미 하루키의《1Q84》를 닮았다. 문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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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일본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도쿄 거리와 서울 거리가 구분되지 않고 라면과 라멘이, 김치와 기무치가 모호하게 뒤섞인 두 나라. 가장 근접한 거리와 비슷하게 중국을 향했던 문화 때문에 서로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닮은 점이 많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는 우리와 다른 일본만의  냄새가 난다.


어쩐지 무라카미 하루키의《1Q84》를 닮았다. 문장이 닮았고 여주인공이 하고 있는 일이 비슷하고 달이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것이 그렇다. 또 이단 종교가 나오는 것, 번역자가 같다는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책을 읽을 때 《1Q84》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를 사진으로 미리 보지 않았더라면 여자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남자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고요함에 빗소리가 겹쳐진다.” 는 이런 문장은 예쁘다.


가시마 유리카는 늘 부적처럼 나이프를 가지고 있으며 전기 충격기도 자신의 몸처럼 떼어놓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몸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정보를 빼내는 일을 한다. 살아가는 의미가 유리카에게 지금은 없다. 절망도 희망도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갖는 것이지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때는 목숨마저 구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유리카는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이 오자 뜻밖에도 목숨에 대한 집착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이 드러난다.


소설은 밤의 세상을 이야기한다. 밤은 인간의 욕망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다. 사람들은 낮 동안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밤을 기다린다. 그러나 밤에는 또 하나의 해가 떠오르는데 그것이 달이다. 사람들은 그 달빛조차 사라지기를 바라며 어둠 속으로 모여든다.


유리카는 자신을 부리는 야다와 야다의 반대쪽에 있는 기자키와의 사이에서 목숨을 건 줄다리기를 한다. 두 집단 모두 유리카의 목숨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살아야겠다는 집착이 생겨났다.


이 소설에서는 달이 하나의 배경으로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세상의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냉혹하게 살아가는 유리카가 달에게만은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이며 의지하고 있었다. 달이 막연하게나마 세상에 기댈 곳 없는 자신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달을 통해 유리카는 앞날을 예측하기도 하면서 달과 일치된 모습을 보인다.


밤의 작은 왕국을 지배하는 기자키는 자신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온전히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유리카에게 자신이 생각한 대로 온정을 베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유리카를 버리면서 인간이 가진 감정의 한계를 극복했을 때 맛보는 최고의 순간을 즐기고자 한다. 그러나 뜻밖에도 유리카는 자신의 목숨에 집착을 보이면서 어떡하든지 살아남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유리카의 모두를 알고 있으면서 유리카의 미래를 지배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기자키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유리카를 살려준다.


소설에서는 괴물이라고 칭하는 두 명의 남자가 나온다. 에리를 배신한 쇼타 아빠와 밤을 지배하고 있는 기자키라는 남자. 여기에서 괴물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의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을 완벽하게 경험하고자 애쓰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쇼타 아빠는 에리를 위해 눈물을 흘리면서도 에리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기자키 역시 유리카에게 온정을 베푸는 척하면서 그녀를 살해하고자 한다. 소설은 이 괴물의 정체를 신의 모습으로 가져가고자 한다. 예수와 소크라테스의 예를 들어서 신에게 이끌렸다가 신에게 배신당한 채 죽은 뒤 세상에 이름을 남기는 인간을 통해 신의 기분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다. 기자키는 신이 인간에게 가했던 것처럼 자신도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 그에게 이끌리게 한 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거기서 신과 같은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과대망상증을 보인다.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에리와 그녀의 딸 쇼타가 죽어버리자 삶에서 어떤 가치 있는 의미도 찾지 못한 유리카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 야다와 기자키에 의해 살아갈 힘을 얻는 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나 소설은 삶에 무감각하고 무감동적인 유리카를 통해 스스로 살아가고자하는 삶의 집착이 자신을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인간은 밤과 낮을 다 살아야하는 존재이지만 밤을 낮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간의 본능에 훨씬 가깝게 다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소설의 단초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밤의 왕국을 떠난 유리카의 삶은 이제 달을 벗어나 해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다.





t******e 2013.05.06. 신고 공감 5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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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 나카무라 후미노리 (양윤옥 옮김,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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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자매편이며 소매치기가 주인공인 ‘쓰리’는 비교적 쉽고 편하게 읽혔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왕국’은 인물들을 훨씬 더 사악하거나 복잡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달의 광기, 매춘과 욕망의 신화, 인간의 의지와 운명을 장악한 절대 악 등 수많은 상징들이 때론 묵직하게, 때론 은유적으로 작품 곳곳에 배치돼있어서 자매편인 ‘쓰리’와 달리 결코 쉽고 편한 책읽기를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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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자매편이며 소매치기가 주인공인 ‘쓰리’는 비교적 쉽고 편하게 읽혔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왕국’은 인물들을 훨씬 더 사악하거나 복잡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달의 광기, 매춘과 욕망의 신화, 인간의 의지와 운명을 장악한 절대 악 등 수많은 상징들이 때론 묵직하게, 때론 은유적으로 작품 곳곳에 배치돼있어서 자매편인 ‘쓰리’와 달리 결코 쉽고 편한 책읽기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사건만 놓고 보면 내용은 심플합니다. 유리카는 비밀조직의 요원으로 추정되는 야다의 지시를 받아 기업이나 정부 고위직 남자들의 추잡한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고급 콜걸 출신의 ‘위장 창녀’입니다. 하지만 야다의 적대 세력인 기자키에게 신분이 들통 나고 목숨을 위협받으면서 유리카는 본의 아니게 위험천만한 이중스파이 노릇을 하게 됩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유리카는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지만 그로 인해 야다와 기자키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줄거리만 보면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파이물의 공식을 따르는 것 같지만, ‘왕국’의 구성에서 이런 통속적인 줄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정작 몸통이 되는 이야기는 ‘운명을 거부한 한 여자와 남의 인생을 멋대로 설계하려는 한 남자의 대결’입니다.
‘쓰리’의 주인공 니시무라가 천재적인 소매치기지만 트라우마에 휩싸인 채 조금은 과할 정도로 철학적인 태도를 견지한 남자였다면, ‘왕국’의 유리카는 자신의 삶과 운명을 좌지우지하려는 이 세계의 온갖 힘과 맞서겠다는 ‘자기애’와, 참혹하게 죽긴 싫지만 그렇다고 딱히 삶에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닌 ‘자기혐오’로 똘똘 뭉친 채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여자입니다. 거기에 덧붙여, 밤마다 뜨는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달(月)에게 자신을 투사하며 때론 환멸하고, 때론 자조하고, 때론 사무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쓰리’의 니시무라보다 훨씬 더 심연에 가까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쓰리’에서 니시무라를 완벽하게 장악했던 기자키는 ‘왕국’에서 유리카를 상대로 또다시 신에 버금가는 절대 악을 행사합니다. 그는 타인의 인생 경로는 물론 감정, 희망, 절망까지도 통제할 수 있는 신의 권능을 꿈꾸는데, 그 인생을 멋대로 희롱하다가 배신하고 망가뜨리고 싶은 대상으로 유리카를 점찍은 기자키는 그녀를 야다와의 권력 투쟁에 이용함과 동시에 삶 자체를 엉망진창으로 만들 계획을 품습니다.

유리카와 기자키는 극과 극의 위치에 서있으면서도 ‘배신’이라는 코드에 있어서만큼은 동류항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기자키가 자신을 믿고 따르던 자를 한순간에 배신하면서 살해하는데서 쾌감을 느낀다면, 유리카는 욕망에 사로잡혀 자신의 몸을 탐내는 잘난 남자들을 배신함으로써 그들이 성취해온 것과 인생 자체를 박살내는데서 열기와 자유를 느낍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정말 공감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반사회적 인격 장애’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데, ‘왕국’에서는 유리카와 기자키 외에도 이런 비범한(?) 인물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거짓 사랑에 속아 절망에 빠진 여자를 보면서 성적으로 흥분하는 괴물이 있는가 하면, 선량함으로 남을 도와주다가 정작 상대가 구원을 받게 되면 분노를 느끼곤 “어째서 계속 불행하지 않은 것이냐?”며 너덜너덜하게 파멸시켜버리는 인물도 있습니다. ‘왕국’의 등장인물 중 인간적으로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비밀조직에 복무하며 유리카를 이용해 추잡한 정보를 모으는 야다 정도뿐입니다.

마지막 장까지 다 읽은 후의 첫 느낌은 솔직히 말하자면 “So what?”이었습니다. 범인을 잡아 진실이 드러나는 이야기도 아니고, 비장한 새드 엔딩이나 유쾌한 해피엔딩도 아니며, 그렇다고 눈물이든 분노든 감정의 폭발을 끌어내는 마무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생각할 여지도 많고 여운이 강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무의미한 삶, 고통스러운 기억, 타인에 대한 지배, 운명이란 존재하는가? 등등...
추정이지만, 작가는 독자에게 어떤 특정한 정서를 강요할 생각도 없었고, 또 공통된 여운을 느끼기를 원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절대 악과 운명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인류 최초의 직업인 창녀와 소매치기를 통해 내보였고, 공감과 반감은 철저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 같습니다. 그래선지 유리카와 기자키의 삶의 방식이나 그들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느낌은 글로 표현해봤자 지독히 주관적인 궤변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서평에 담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팬이더라도 ‘왕국’에 관한 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자매편인 ‘쓰리’와 ‘왕국’을 모두 안 읽은 독자라면, ‘쓰리’부터 읽을 것을 권하고 싶고, 혹시 ‘왕국’을 읽고 실망한 독자라면 꼭 ‘쓰리’를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h****s 2015.01.0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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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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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을 만한 범죄소설입니다. 알고 계시는 분도 많겠지만, 우선 이 책의 저자인 나카무라 후미노리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21세기 문학계의 새로운 별'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일본의 젊은 작가입니다. 이미 국내에도 독자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2005년 [흙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2009년에 [모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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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을 만한 범죄소설입니다. 알고 계시는 분도 많겠지만, 우선 이 책의 저자인 나카무라 후미노리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21세기 문학계의 새로운 별'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일본의 젊은 작가입니다. 이미 국내에도 독자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2005년 [흙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2009년에 [모든게 다 우울한 밤에]로 한국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데뷔 이래로 인간의 내면에 굼실거리는 어둠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가 새 장편소설 [쓰리](자음과 모음)는 순문학적 깊이를 남기면서도 이야기의 즐거움에 주목하며 쓴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쓰리]는 '오에 겐자부로 문학상'을 받았지요.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혼자서 직접 그해 출간된 도서의 성과와 문학적 가능성을 평가해서 수상작을 선별하는 상입니다. 그 외에도 '노마 문예상'도 받고, 상복이 많군요.

 

"순수문학 서적이라도 책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스펜스나 미스터리 요소를 더해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더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책 [왕국]은 작가의 열번째 소설입니다. 작가는 [쓰리]라는 소설을 집필 할 때, 그 이야기의 속편이라기보다 자매편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답니다. 어느 쪽을 먼저 읽어도, 혹은 어느 한쪽만 읽어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작품. [쓰리]는 아직 못 읽어봤고, [왕국]을 먼저 보게 되는군요.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게 언제쯤이었을까." 로 첫 문장이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창녀'라는 단어가 나오는군요. 유리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주인공은 창녀라기 보다는 누군가의 대가성 지시를 받고 타겟(남성)을 약물로 기절시킨 후 타겟 당사자가 돈으로 메꿀수밖에 없는 약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조작된 사진이나 동영상이 지시자에게 전달됩니다.

 

달. 이 작가도 [1Q84]를 쓴 무라카미 하루키 만큼이나 '달'을 좋아하는군요. "머리 위에는 네온 불빛까지 비춰주는 달의 광채가 있었다. 해가 저문 뒤에도 그 불빛을 훔쳐내고 우리 같은 존재를 비춰주는.....달" 

 

이러한 장르의 소설이 지니고 있는 특성 그대로 템포가 빠릅니다. 주인공 유리카라는 여인이 미션을 매끈하게 잘 수행하는군요. 유리카에겐 가족이 없습니다. 아동 시설에서 성장했지요. 왜 여성 킬러가 주인공인 영화를 봐도 주변에 가족이 없잖습니까? 그 분위기 그대로 입니다.

 

중반을 넘어서며 대립되는 두 암흑세력의 중간에 핑퐁처럼 오가게 됩니다. 일단 위험한 상황을 나름대로 지혜롭게 잘 넘기고 있군요. 암흑가의 보스 하나의 입을 통해 작가는 소크라테스를 등장시킵니다. 그렇고 그런 스토리로만 전개하기엔 뭔가 허전했던 모양입니다.

 

뭐라고 하나 들어보시렵니까?  "그(소크라테스)는 머릿속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 사람이었어. 그에게 예언자의 기질이 있었다는 얘기야. (....) 그는 뛰어난 사변(思辯)능력 때문에 주위로부터 소외되어 재판에 부쳐졌어. 거기서 감형을 청하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주장을 소리 높여 부르짖는 바람에 빈축을 사고 결국 사형에 처해졌지...흥미로운 것은 그런 그에게 들렸다는 목소리의 성질이야. 그 목소리가 그를 채근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의 행동을 제지하는 목소리였던 모양이야. 그는 그 목소리를 신적인 것으로서 감사하게 여기고 목소리가 이르는 대로 살았어."

 

작가가 소설의 중량을 올리기 위해 등장시킨 소크라테스. 덕분에 그를 잠시 생각하고 지나갑니다. 물론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에선 스치듯 지나갑니다만, 후반부에 덧붙인 '내면의 소리'는 한 번 생각해보고 지나갈 부분이긴 합니다. 우리가 삶에서 중차대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직관이나 내면의 소리에 마음을 기울이게 되지요. 이 소설의 컬러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지만, 소크라테스의 변론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옮기면서 리뷰를 마무리합니다. 아, 일단 이 소설 [왕국]은 재밋게 봤습니다.

 

"왜 더 많은 재산과 명예를 얻는 데는 마음을 쓰면서 지혜를 사랑하고 영혼을 완성하는데는 생각도 않은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가?"

 



이달의 사락 s******5 2013.05.08. 신고 공감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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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후미노리]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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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음과모음 1기 서평단에서 열한 번째 받은 책이다. 236쪽의 소설인 것이 반가웠다. 두툼하지 않으니 쉽게 읽을 듯하고, 소설이니 재미가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작품은 지명과 인명이 잘 입력되지 않아서 부담스럽지만, 요즘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터다. 그러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과연 그렇게 만만한 책이었던가? 이 책에서 느낀 점을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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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음과모음 1기 서평단에서 열한 번째 받은 책이다. 236쪽의 소설인 것이 반가웠다. 두툼하지 않으니 쉽게 읽을 듯하고, 소설이니 재미가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작품은 지명과 인명이 잘 입력되지 않아서 부담스럽지만, 요즘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터다. 그러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과연 그렇게 만만한 책이었던가? 이 책에서 느낀 점을 몇 가지만 적어 보겠다.

 

첫째, 예상과 달리 무거운 책이었다. 책 띠지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윌 스트리트저널에서 베스트에 선정되고, 이런저런 상을 받았다는 작품이다. 제목인 '왕국'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혹시 일본의 공주에 대해서 쓴 책인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저자에 대해서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던 나의 무지에서 온 오해였다. 주인공인 유리카는 공주가 아니라 창녀(정확하게 표현하면 조폭 휘하의 행동원)이었다. 고아인 그녀는 아동복지 시설에서 자라났다. 그리고 보스인 야다의 지시를 받고 사회 지도급인 남성을 유혹해서 그를 곤경에 빠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낭만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 아닌가?

 

둘째, 추리 장르 소설 계통이다. 야다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와 대립하는 기자키는 누구인가? 최후의 승자는 누구이고, 주인공인 유리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독자는 이런 내용들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추리소설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범인을 생각하는 것도 피곤하고, 추리력도 떨어지니 이해도 잘 안 된다. 예전의 나 같으면 상당히 힘들게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에 영어권 현대 장르단편소설집인 『밤과 낮 사이』1~2권을 통해 30편 가까운 작품을 읽은 터다.

 

그렇게 읽은 것이 내공으로 쌓인 탓일까? 그런대로 사건의 추이를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책을 완독한 뒤 나의 생각과 결과를 헤아려 보니 70~80% 정도는 적중한 듯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결말까지는 헤아리지 못했지만…. 추리소설을 그리 즐기지 않고 살벌한 내용이 취향이 아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은 것으로 봐서 이 작품은 이 계통으로는 수준작이 아닌가 싶다.

 

셋째, 인간성과 지적 영역에 대한 저자의 내공이 느껴졌다. 이 작품은 단순히 사건을 추리하며 독자에게 흥미를 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고통을 당하며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쾌락을 느끼는 기자키, 그가 자신의 처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끌어들인 원시기독교 시대의 이단종교인 그노시스주의(그리스도교와 같은 시기에 지중해 세계에서 일어난 종교사상운동으로 그리스도교와 마찰을 일으킨 사상.)의 세계에 대한 묘사는 저자의 녹록하지 않은 지적 능력을 느끼게 했다. 유리카의 의식 세계 묘사는 프로이드의 심리분석을 읽는 듯했다.

 

그런 자의식의 묘사는 저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이 책의 장점일 것이다. 반면에 독자를 피곤하게 하는 단점이기도 하다. 나와 같이 가볍고 흥미 있는 내용을 찾는 독자로서는 그런 세계의 이해가 고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재미있었는가? 잘 모르겠다. 저자가 학구적이면서도 예리한 것은 느껴지는데 큰 감동으로 와 닿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 듯하다.

 

첫째, 이 작품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나는 요즘은 살벌한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고단한 일이 많으니 독서만은 즐겁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더구나 생각을 해야 하는 추리소설은 일단 피곤하고, 내용에 냉혹한 장면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니 불편하다.

 

둘째, 저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이쪽으로는 상당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로서는 낯선 작가일 뿐이다. 특히 작가는 후기에서 자신의 작품인『쓰리』의 속편(이라기보다 자매편)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쓰리』와 연결되는 부분도 있으니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덧붙였다.

 

아마도 『쓰리』가 작가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독자의 호응이 높았던 작품인가 보다. 그렇다면 나는『쓰리』를 읽지 않았으므로 좀 더 몰입하지 못한 것일까? 기회가 닿는다면 『쓰리』를 읽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을 하나 든다면 유리카와 마주치면서 기자키를 조심하라고 한 사내의 정체는 무엇일까? 『쓰리』를 읽으면 단서를 알 수 있을까?



y******3 2013.05.04. 신고 공감 2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