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예쁘지요? 최근 민음사 표지 디자인이 물이 좀 오른 듯. 그런데 내용은 표지의 감각적인 디자인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취향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말씀이에요. 300쪽이 약간 넘는 분량에 21편의 이야기가 실렸으니 상당히 짧은 숏스토리의 연속인데 문제는 길이가 아니라 작품의 질입니다. 작가 후기에 뭐였지? 이 작품집의 컨셉은 무책임한 막 글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물론 이와는 다른 말로 표현되어있지만 정확히 찾아 발췌하기 귀찮으니까 의미만 전달하자면) 작가의 말이 적확한 표현입니다. 구성도 주제도 없이 아무 거나 생각나는 데로 막 써내려가다 쓰기 싫음 그만 쓴, 막 글 21편이에요. 어떻게 21편 중에 괜찮은 게 단 한 편도 없냐.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글이 이제 인기 작가의 횡포라고 저는 생각하는 겁니다. 하루키로 치자면 잡문집 따위가 그렇고 은희경으로 치자면 트위터 글을 모아 놓은 게 그렇고, 그렇게 소설가로서 개인 브랜드 포지션이 상위에 자리하고 있는 작가들만이 할 수 있는 만행을 야마다 에이미도 저지르고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가진 자의 횡포, 마치 이런 느낌이랄까?
책을 읽은 정확한 기분은 저기 바닥에 떨어진 닭다리를 제가 주워 먹는 느낌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야마다 에이미의 글이 아니었다면 뒤돌아볼 것도 없이 별 하나를 날리고 찾아가서 뒤통수를 한 대 후려갈겼을 법한 책인테 팬이라는 게 뭔지, 그래도 그간 쌓인 정이 있으니 내가 별 둘은 준다. 하지만 자세한 품평 따윈 해주지 않겠어. |
이 책은 저자의 25주년 기념 소설인데, 21가지의 단편소설이 320페이지 안에 주렁주렁 엮여져 있다. 스물한 가지 단편들이 저마다 색다른 색채의 소리를 내며 갈피마다 형용색색 다채롭게 피어 있다. 어느 하나 숨죽이는 모습 없이 진한 냄새와 흔적들이 깊이 박혀져 아무렇지도 않고 무괌심으로 일관되었던 일상의 소재들이 침체에서 활기를 향한 전환의 기회처럼 새록새록 피어나며, 독자들의 관념을 통해 재탄생되었다.
저자, 야마다 에이미 글의 특징이 문학적인 문장을 배제하고 일상적인 일을 일상어로써 자유롭게 작품 속에 끌어들인다 했는데, 사실 일상적이라는 표현을 생각하면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 읽고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이상하리만치 그 여운이 의외로 깊다. 그렇게 저자는 가라앉아 있는 잠수함들을 수면 위로 올려 세워 독자들의 시선이 잠망경의 눈과 마주치게 해주었다. 야마다 에이미는 늘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머뭇거림 없고 서슴치 않은 투의 표현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끝났을 때,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줄거리보다는 야마다 에이미만의 저돌적인 사고의 흔적이 남아 좀처럼 지워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만의 필체를 이끈 독특한 개성인 것이다.
작품 속 어떤 글에서는, 그 꽃 앵초의 꽃말은 말없는 사랑이라, 진실은 바로 당신만이 알고 있으니까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고 다른 이들에게 알리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는 말이 있는데, 참 느낌이 좋은 서정의 표현이다. 오로지 앵초 뿌리에 열린 금별은 세상에 단 하나라던데 금별 닮은 전신주 씨의 눈가에 또다른 금별이 피어오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GI와 놀았던 이야기1~5', '미분 적분' 등등 이 책에 실린 21가지의 단편들을 통해서 21곳의 세상 속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편안한 시간에 한갓진 곳, 나무 그늘 아래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삶의 흔적들을 툭툭 털어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의 글자취가 다채롭다. 자국 내에서 무게감이 실려 있는 상은 대부분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글의 전개와 구상력, 자유로운 문장의 필력을 앞세우며 실제로 이 책, [타이니 스토리]의 저자 야마다 에이미 글의 특징은 글자로 인한 문학성을 배제하고 일상어를 자유롭게 작품 속에 끌어들인 신세대 문학의 선두 작가로 손꼽힌다. 그로인해 일본 내에서는 유일하게 자국의 현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에 필적하는 유일한 여성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좋은 필력은 그녀가 가진 깊은 사고와 통찰력에서 비롯되어 결국 독자들의 생각 속에 깊고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흥미가 될 만한 이야깃거리에 비유와 수식으로 다채롭게 포장하여 내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줄거리 속에 풍부한 상식과 개성어린 서정과 호기심을 이끄는 사건의 자연스런 전개와 복선과 치밀한 짜임새가 실린 채 기승전결에 맞춰 꼼꼼하게 이끌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작가 야마다 에이미의 이번 25주 년 작품인, [타이니 스토리]에 대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긍정의 박수를 보낸다. |
숲의 대화 / 정지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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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니 스토리」21가지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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