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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덴사에서 나오는 무크지 'FeelLove'에 실렸던 연애소설 단편집이다. 가을이 되려니 뭔가 말랑말랑한 것을 읽고싶어서 택했는데, 코지물까지 읽으니 둘 다 몰랑몰랑해서 이거 다 읽고나면 뭔가 하드보일드한 것을 읽어야만 할 듯 하다.
이 연애소설 앤솔로지의 제목은, '운명의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란 것.
아스카이 치사 (飛鳥井千砂)의 '신들이 있는 곳'
본명인지 필명인지 모르지만, 이름이 너무 멋지지않는가. 여하간, 리에는 대학교를 졸업한지 7년동안 거의 유급휴가를 내지않고 일해왔다. 그러던 그녀는 이제 휴가를 내고 그리스로 여행을 가기로 한다. 대학시절 그녀는 우연히 그리스신화를 좋아하는 카즈마와 이야기가 통해 사귀게 되었다. 둘 다 놀러가는 여행지보다는 역사 유적지를 무척 좋아하였기에, 여행을 가기로 하나 부모에게 반대를 당하고, 둘은 10년뒤 리에의 생일날 그리스의 파르테논신전에 가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다 사회에 나가 헤어지게 되었고, 우연히 다시 만난 카즈마는 보험회사에서 만난 동료여직원과 좀 힘든 연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은 여행회사에 다니는 리에에게 여행가본데를 묻고, 리에는 차라리 안가본 곳을 말하는게 낫겠다며 그리스를 언급한다. 그떄의 카즈마의 표정.... 이제, 내일이면 리에의 30세 생일, 그러니까 카즈마와 약속한 10년째의 바로 그날이다. 파르테논 신전을 해야 올라가는 리에....
조금 생뚱맞은 반전이 이뤄지지만, 어쨰....지금 읽는 책들속 남자들은 한결같이 이기적일까나. 사귀는 여자친구를 두고, 리에에게 '너랑 말이 제일 잘통한다'고 말하는 남자나, 아내와 자식을 두고 부하직원을 자기 부서로 발령내고 남자 만나는 것을 질투하는 유부남 상사나... 리에의 표현처럼 어쨰 그리스신화 속의 신들과 같다. 하지만, 그건 극단적인 인간화의 상징적인 그런 것이 아닐까? 실제로 그렇게 방종하게 살 수만은 없는거 아냐! (버럭)
여하간, 일본여행회사의 이야기가 비춰져 좀 흥미로웠다. 패키지여행을 이끄는 사람을 우리나라는 대게 다 가이드라고 부르는데, 일본은 添乘員이라고 하고, 현지에서의 안내를 가이드라고 하는듯. 다만, 자유여행인데 어째서 일정이 겹치는지??? 비행기시간이야 그렇다쳐도...
앤솔로지 제목에 반역하는 내용이었던지라 조금 생뚱맞았는데, 뭐, 운명의 사람은 어디에 있나요? 란 질문에, 이런 대답도 나올 수 있지 뭐. 흠.
작가는 여성인데, 흔치않게 남성의 시선으로, 그것도 데이트하는데 초조해한다던가, 늦게 퇴근하는 여친을 기다려 집안일을 하며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다정한 남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타카시마는 무언가 구체적인 물건을 만들어내는것을 좋아하는지라 엘리베이터회사에 들어가 원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다, 아카리라는, 자신의 맘에 쏙 드는 여성을 만나 사귀고 동거에 들어간다. 그녀는 달콤한 종류보다는 밥대신 먹을 수 있는, 콩치즈빵을 좋아하고, 가게점원인 그녀가 늦게 끝나는 것을 기다려 빵반죽을 하고 발효시키고 구워 만든 빵을 그녀에게 만들어주고, 냉동시켜 먹을 수도 있게 해준다.
그녀의 부탁대로 그녀의 가족들의 스타일에 맞춘 옷을 입고, 가족들을 만난 타카시마는 콩치즈빵의 이야기를 듣게되고, 또 자기에게 말하는 방식과 달리 전화로 직장의 동료에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 상처를 받는데...
음, 예전에도 한 일본작품에서 남자를 위해 자신을 바꾸는 여인네가 있었는데, 이작품에서도 남주를 위해 말하는 방식과 톤을 바꾼 여인네가 나온다. 그렇다고 전체를 바꾼게 아니고 남주앞에서만 바꾸는데...글쎄, 그걸 알고서 남주는 다시 그녀에게 친근감을 느끼는건지...난 이 두사람의 이야기가 설득성이 없다는 느낌이다. 사랑을 하면 자기를 바꾸기도 하는데, 대체로 그렇게까지하면 뭐라고 그렇게까지하지않아도 된다던가 말하던가... 그 바꾸는 것이 생활방식이라던가 그런게 아니라, 인간의 성격에 관련된 요소라면 그것을 바꿔 다른 사람 앞에서와 달리 행동하는건 일종의 기만과도 같은게 아니지않나???
콩치즈빵이나 메리고라운드에 대한 여주의 태도는, 뭐랄까 설득력없이 그냥 비련여주인듯한 모습으로 보여 꽤나 가식적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꽤 산만한 느낌이고... 이 작가는 패스. 근데, 이 작가의 작품을 쭉 아마존에서 살펴보니, 볼에 미어터지게 빵이나 케익을 집어넣는 걸 꽤 좋아하는듯 ㅡ.ㅡ
다만, 큰 물건을 만드는 남주에게 의뢰된, 세련되지않아도 어린아이의 생일케익과 같은 메리고라운드를 만들어달라는 의뢰인의 내용이 이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세오 마이코 (瀬尾まいこ)의 '운명의 욕장'
유즈키 아사코의 [서점의 다이아나 (예쁜 여자 어른이 되어가는 방법)]과 다소 비슷하다.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아빠와 전업주부인 엄마는 순수한 일본인. 연애할때 너무나 예쁘게 보였던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때문에, 딸 이름을 가타카나로 줄리엣 (주리엣토)로 지었다. 관심거리가 되는걸 고민했던, 여주는 정면돌파를 택했고 그런대로 평화롭게 살아왔는데...대학교에 간 그녀는 이제 로미오를 찾아아겠다는 생각에 진짜 이름이 '로미오' 찾기를 한다. 그런와중 혼자 사는 생활의 낙은 귀가하는 길에 가는 학교근처 역앞의 미즈노치란 공중목욕탕. 그녀가 건강이 조금 안좋을때나 좋을때 그녀에게 하는 인사가 다른, 다정한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너무나 한산한 목욕탕이다. 그녀는 이 목욕탕 살리기 운동까지 시작하는데....
아, 너무 귀여운 이야기이다. 그러게, 운명의 상대가 꼭 이성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거잖아?! 한자를 일본어식으로 읽으면서 만들어내는 일본식 이름, 정말 추리소설엔 딱!!!
니시 카나코 (西加奈子)의 '우다가와의 마리아'
이야기는 충격적으로 시작한다. 원래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안경점에서 일을 한다. 어느날 자주 들리는, 백화점의 서점에서 여자작가의 사인회를 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 도쿄로 상경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쓰기를 하는 나는 살해당했다. 누군가 발견해서 성불하기까지 새벽, 나는 혼령으로 시부야의 우다가와쵸 (宇田川町)를 떠돈다. 그때 만난건 바로 그때의 여자작가. 그녀를 따라 바에 들어가게 되는데... 나는 죽었는데 왜 이들은 내가 보이는거지? 이들은 뭐지? 하는데..
아, 정말 벙찌는 작품이었다. '나'의 성이 니시인걸로 보아 약간 자전적인 느낌도 나는데, 술에 점점 취해가면서 한자가 사라지고 모든 글이 히라가나로 되는 문장들이 정말 귀엽다. 자신의 시체가 있었을 자리에서 발견한 것을 보고, 내가 속으로 느낀 건 "아, 이 언니. 상습이네"
귀엽다.
미나미 아야코 (南綾子), '인도는 무리예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십여년이 흘러 이제 졸업식후 손을 꼭잡고 맹세를 나누던 4명의 처자들, 마키, 노리코, 하루미, 미호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 긴자의 호스테스가 된 미호는 불륜을, 잡지편집자 이후 방송국 관계자라지만 파견사원을 사귀는 노리코 등은 모두 현재가 편하다며 말하지만... 누나 3명을 둬서 뭔가 중성적인 동창 다츠야는 발이 넓어 미호를 따라 몇년전부터 이들의 모임에 참가하게되었고, 다들 게이인지 아닌지 의심되지만 마키만은 그가 게이가 아님을 알고있다. 몇년전부터 몰래 서로 만나는 처지인것을. 데이트이지만 서로 자지않고, 만나지만 사귀는건 아니라고 암묵적으로 말하였던 그 둘은, 이걸 말로 꺼내던날 함께 잤던 것이다... 그러던차 상사가 동기를 소개해주는데, 그 동기는 나이가 많지만 왜 이제까지 독신인지 모르겠다는 호평의 나가세. 파견사원계약이 만기되고 새로운 조건과 함께 나가세의 제안을 받는데..
아, 이런 바퀴벌레같은 자식을 봤나. 역시 다 이유가 있었던듯. 여하간 그동안 깜쪽같이 속인 내면, 언젠가 엄청나게 뽀록났으면 좋겠네.
유즈키 아사코 (柚木麻子)의 '잔업베케이션'
디자이너로 취직한 이래로 크리스마스에서 발렌타인데이가 피크인지라 그 몇개월전부터 준비하기에 바빠 매번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낸 카와마타 아유미, 어느날 잔업중 입사동기이고 영업도 잘해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가 기획부로 전근온 타니타 이치로와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동기가 생겼다. 그것은, 일본에서 로맨스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각본가겸 감독 기타가와 에리코의 초기작인데다, 기무라 타쿠야가 스타가 되기 시절 십대에 찎은 드라마 [그순간, 심장을 도둑맞았다 ( その時、ハートは盗まれた)]란 드라마의 주제가 마츠토야 유미 (松任谷由実)의 '겨울의 끝 (冬の終り)'이란 노래를 그녀가 콧노래 부르는 것을 그가 알아채며 서로 급가까워진 것.
(원곡은 아니고...가사를 보니, 시험이 끝난날 건네받은 편지엔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로부터, 열심히 하는게 얄미웠어란 내용. 그전에 사과하려고 했는데 상처받고 어쩌다 그러다 졸업하고 말았고. 이맘때면 생각난다는 노래)
(5부작 드라마로, 여주가 선배인 기무라 타쿠야를 짝사랑하는데, 성에 개방적이라고 소문이 난 전학생 여자애랑 가까운것을 보고 실망...그러다 그 여자애가 키스를 하며 묘한 감정이 생긴다는... 큰 줄거리는 없는데, 꽤 인기였나보다. 나중에 여주인 배우가 기무라 타쿠야로부터 "20세가 되면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를 받았다고 해서 또 난리였다는..)
기타가와 에리코의 명작 [롱베케이션]의 이름을 딴, 이 단편은 연애소설 앤솔로지 중에서 유일하게 그 장르를 충족시켰던거 같다. 그리고 중간에 남주가 자기를 '보쿠'로 칭하다 '오레'로 바꿀때의 미묘한 심리...꽤 흥미롭다.
근데...말이지. 운명의 사람이라는 것은 정말 있는걸까? 아니,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걸까? 다소 시니컬한 대답이 나오려는 것을, 이 앤솔로지의 다른 작가들이 충분히 대답해준듯 하다. 이제는 남자에 목매는 시대가 아니라는것을.
여하간, 맨마지막 작품에 언급된, 드라마 노벨라이즈 카도가와 문고는 작가의 이름이 바뀌어 출판되었던데, 작품소개를 읽으니 아마도 드라마를 바로 소설화 한 책은 이제 더 안나오고 다른 계약 조건과 내용으로 나온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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