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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전작인 <이중텐, 사람을 말하다>와 함께 제자백가 사상을 다룬다. 전작이 제자백가 사상의 내용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제자백가 사상의 현대적 적용 측면에 촛점을 두고 있다. 유가, 묵가, 도가, 법가 등 춘추전국시대 사상가들이 꿈꾸었던 이상사회가 현대적 의미에서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고 어떤 강점과 부족함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내용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대화체로 구성하였다.
우선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제자백가 사상들의 핵심적 내용을 살펴보자. 각 학파에 따라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어떤 제도를 만들 것인지, 어떤 가치관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와 촛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묵가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이상을 남겼으니 바로 평등과, 상호이익, 박애이다. 도가는 인생에 관심을 가지고 인생이 추구하는 바를 남겼으니, 바로 진실과 자유, 관용이다. 법가는 국가에 대한 관심으로 공개, 공평, 공정이라는 치국의 이념을 남겼다. 유가는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인애와 정의, 자강이라는 핵심 가치를 남겼다. (352쪽)
제자백가의 사상을 현대적 입장에서 평가해 볼 때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과연 어느 학파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가장 적당할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질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해 저자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 각 학파의 장점을 취사선택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예컨대 공자는 '인애'를 핵심사상으로 이야기했는데, 이는 당시의 계급제도를 보호,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나온 것이므로 계급제도적 요소는 버리고 인애만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비가 이야기한 공평도 군주독재를 위한 공평의 개념이므로 공평이란 좋은 개념은 취하되 군주독재는 버려야 한다.
제자백가 사상은 기본적으로 군주와 신민과의 주종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종법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한 시각에서 접근되었다. 현대적 시각에서 본다면 개인의 권리보호와 인권의 강화란 측면은 전혀 고려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또한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는 출발점에 따라 다양한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고 하겠다. 유가의 이론이 인간성에 대한 지나친 이상주의를 바탕으로 깔고 있다면, 법가는 실현 가능성에 촛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은 인간의 본성과 올바른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견해를 현대의 시각에서 재조명해 보는 자료를 제공한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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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에 대한 강의로 유명한 이중톈 교수가
국가와 정치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역사와 고전을 통한 세상읽기가 주특기라는 그는, 전작인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에서 난세를 살아가는 개인의 지혜에 대해 살펴본 것처럼, 이
책에서는 국가와 국민, 즉 정치를 살펴보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이 백가쟁명을 통해 주장했던 것은 난세를 해결하고 제국을 건설하여 다스리는 문제, 즉 통치법과
리더십에 대한 것이었다. 저자는 제자백가 중 대표적인 학파인 유가, 묵가, 도가, 법가가 난세였던 당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어떤 지혜를 가지고, 어떤 주장을 하였는지를 살펴보면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정치란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제자백가들이 활동하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2500년 전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난세라는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가치와 패러다임의 혼돈 속에서 그 때보다도 더한
백가쟁명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어떤 철학도, 고민의
흔적도 없어 보인다. 과연 선진제자들은 춘추전국시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무엇을 주장하고, 그들의 주장을 실천하기 위해 어떻게 했을까? 이 책의 원제는 아산지석我山之石이라고
한다. 저자는 전세계가 지구촌이 되어가는 시대에 현대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서구의 선진이념을 귀감으로
삼고, 민족 자체의 사상유산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자를
귀감으로 삼는 것이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면, 이 책은 후자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기에 아산지석我山之石이라는
뜻이다.
현대사회의 문제는 많은 이들이 자기자신을
관리할 능력도 없으면서 타인을 간섭하는 것에 급급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춘추전국시대에도
많은 사회문제들이 속출했고, 그 문제들은 먹고 먹히는 혼돈의 시대였기 때문에 일어났다. 따라서 이런 세상을 구원할 이들이 필요했고, 선진제자들은 시대적
욕구에 따라 세상을 구한다는 구시救市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구시救市는 백가쟁명의 전체는 아니었지만
직접적인 원인이자 초점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선진시대 제자백가들이 남긴 유산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그들의 사상을 접하면서 눈앞의 이익이나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흑백이론에 빠지지 말며, 오직 하나만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오류에 빠지지 말라고 경계한다.
저자는 먼저 세상을 구하기 위한 제자백가들의
방법론부터 살펴보고 있다. 춘추시대 이전인 서주에서 시행한 제도는 정치제도로서 봉건, 사회제도로서 종법, 그리고 문화제도로서 예악이었다. 이는 천자로부터 군주, 제후, 대부의
순으로 가진 자산에 대한 구별이었다. 춘추시대로 접어들면서 혼란해진 까닭은 이러한 자산에 대한 재편성과정에서의
다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구시救市의 방안도 자산재편성에 대한 태도로부터 비롯되었다. 유가와 도가, 묵가는 천자, 국가, 제후, 대부의 순으로 자산을 가져야 한다며 자산재편성에 반대했고, 오직 법가만이 찬성했다.
유가의 구시救市 방안은 공자가 주장한 극기복례克己復禮였다. 이것은 예악을 바로 세워 주나라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
방법으로 춘추시대와 전국시대 전기를 살았던 공자는 仁을 내세웠고, 전국시대 중기의 맹자는 의義, 그리고 전국시대 말기의 순자는 예禮를 주장했다. 세상이 점점 난세로
향할 때마다 더욱 소란스러워졌고, 방법론은 바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그들의 구시救市 방안은 공자 자신이 귀족계급이었기에 통치계급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반해 묵자는 평민과 노동하는 인민의 입장에서 자기사상을 주장했다. 세상이
혼란해진 이유가 질서의 붕괴가 아니라 질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공평과 정의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분배의 불공정 해소와 균등한 기회를 주장했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대책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남을 사랑하라는 겸애兼愛를 들었다. 한편, 도가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늘뿐이라고 말한다. 유가와 묵가가 말하듯, 개인이 천하를 다스리거나 구원할 수 있다면, 그런 이에게 천하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 개인이 명예를
바라는 이기주의는 사소한 것이라며, 보다 심각한 문제는 두 가지의 위험 즉, 횡행橫行과 패도覇道에 있다고 한다. 맞든, 틀리든 관계없이 자기식대로 행하는 것이 횡행이라면, 패도는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제멋대로 행하는 것으로 과대망상과 안하무인의 오만함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가는
원시사회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윤리학의 핵심적인 문제는 도덕의 실천가능성이다. 이상理想이 이상인 까닭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며, 이상이 현실과
가깝다면 그것은 이상이 아니라 목표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실현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공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상이 아름다우면 실천하기가 힘들고, 그것은
결국 권력집중, 강권통치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난세가
평정되면서 대제국이 건설되었다. 결국 유가와 도가의 구시救市 방안은 물론, 세상을 구제할 수 없기에 원시사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도가도 대제국을 다스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법가의 등장은 필연이었다. 법가는 도가와 마찬가지로 세상을 구시救市
할 수 없다고 보았지만, 구제하지 못했기에 원시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춘추전국시대 일부 국가가 패권을 잡도록 도움을 준 것에서 보았듯이, 실리적이었기에 당시에 가장 유용하였다.
유가, 묵가, 도가는 천하를 위해 일을 도모했지만, 법가는 군주를 위해 일을 도모했다. 이것이 법가가 성공한 이유이자, 문제가 많은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법가는 통치방법으로 양면삼도兩面三刀를 주장하였다. 양면은 국가를
다스리는 두 종류의 수단인 포상과 처벌로, 포상은 후하고 처벌은 엄하게 할 것을 요구하였고, 삼도란 통치의 3대요소인 세勢, 술術, 법法을 의미했다. 백성들은 법으로 다스리고, 관리들은 술로서 다스릴 것을 주문하였다. 당시의 제자백가들은 나라와
사회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결국 사람의 마음, 즉 인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공자는 비록 차별과 등급이 있지만 인애仁愛를 말했고, 묵자는
차별과 등급이 없는 겸애兼愛를, 그리고 장자는 진실한 성정이 없기 때문이라며 천성자유를 말하였고, 한비는 인성은 본래 악하기에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법가는 제도가 사람보다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흔히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입법은 공개적으로 해야 하며, 법의 집행은 공정해야 하고, 사법은 공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의 법은 위엄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춘추전국시대 선진제자들의 사상 속에서 우리가 계승할 것이 무엇인지를 취사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정의와 공정이 다스림에 활용되면서 개인의 것으로 규정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2500년전 선진제자들의 사상을 접하면서, 지금의 우리에게 정치는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해본다. 법으로 나라를 다스린다고 하면서 횡행과 패도가 판을 치고 있지는 않은지, 자꾸만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든다. 우리가 동양고전을 읽는 것은 그 속에 세상의 모든 이치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치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 아마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고전 속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선진제자들의 사상에 대한 비교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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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쟁경" 이라는 도서를 통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서의 여러 사상가, 정치가, 정치인들의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의 충절을 가진 인물들과 그 반대인 국민들에게 고통만을 안겨준 이들의 행적을 통해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주장을 내세우고 어떠한 방식으로 말을 해야할지에 대한 내용을 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이중텐, 정치를 말하다"를 통해 일부 몇분의 성현의 정치에 대한 그들의 주장과 주체적인 그들의 정치방법, 그로 인한 결과, 또 이로 인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정치는 어떠하여야 하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중텐, 정치를 말하다"는 이전 모 방송국에서 방송되었던 도올 선생의 강연과 아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도올 선생"의 강연에서도 중국의 성인들의 행적과 그들의 사상을 저작들을 인용하며, 그 문자에 들어있는 풍부한 가능성을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쉽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준 시간이었는데 본 도서의 저자인 "이중텐"고 이와 같은 형식을 통해 중국 춘추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정치와 사상을 대담의 형식을 빌려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도올 선생"이 강의식이었다면 "이중텐"은 대담의 형식을 빌렸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도올 선생"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사상을 빌려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촛점이 있다면 "이중텐"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과 비교했을때 어떤 차이점이 있으며 그들의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오늘의 상황을 이해하고 더 발전시켜야 하는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중국이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묵자, 법가, 한비자, 장자를 비롯한 성인들은 우리가 알기에는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져 있고 춘추전국시대를 비롯한 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별로 많은 생각을 해보지 못한거이 사실이다. 이들의 사상은 개인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일에 대해 배운것이 대부분이라 왠지 정치분야에서의 그들의 사상은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과연 이들이 한나라의 정치에 많은 관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낯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이중텐이 들려주는 그들의 깊은 국가와 민중, 난세를 통합하고 모두가 잘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조금은 알것같다. 내용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시대별로 그들의 사상을 연구하면서 최종적으로는 그들의 사상을 한곳에 모아두고 현대에서 그들의 사상이 얼마나 일치하며 오늘날에 그들의 사상이 어떤 형식으로 가르침을 주는지에 대한것과 그들의 시대와 현실을 비교하여 우리가 지켜야 할것은 무엇이며, 버려야 할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가르침을 준다. 또한 그들이 지향했던 핵심이 무엇이고 두루 세월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되고 진화되어 왔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어 참으로 흥미롭다. 비록 오늘날의 정치 환경이나 나라의 환경이 차이가 있어 모든것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들의 생각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면이 많아 비록 정치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많은 도움을 주는 도서이다. 그들은 모두 난세라고 일컬어지는 춘추전국시대에 "구시"를 위해 많은 사회적 관점과 법률적인 측면, 인성적인 측면등을 강조하며 인본주의와 법치주의에 의한, 그리고 도가사상을 통한 구시의 방안을 제안했다. 공자의 예를들자면 일찌기 우리는 교과서등을 통해 유교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고 그의 유교적 사상이 오늘날 우리나라에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서는 공자의 유가사상이 적용되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너무나 큰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난세에는 여러가지 돌발상황이나 사람이기에 사람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비열한 행동까지도 용인되는 시기였기에 더욱 "구시"의 요구가 있었을것이다. 그리고 백성들 즉 국민들의 행복을 위한 해결방안을 찾고자 했던 문제로 제자백가의 사상이나 구시의 정신이 그 시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평온한 나라에서는 이러한 사상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대에 그러한 상황들이 만들어지게된 원인을 먼저 인식함으로써 구시의 방안되 마련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지략과 구시의 방안이 마련되더라도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또한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크나큰 무리가 따른다. 오늘날은 글로벌화되어가고, 각국의 주위의 상황이 다르고 다른 주위 국가와의 상황, 경제적 상황, 사회적 문제점등을 고려한다면 공자가 제시한 "겸애", 법에 의한 법치, 봉건사회를 지향한 구시의 방안은 적용될 수가 없다. 저자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방안은 옜 성현들의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것이 아니고 그들의 좋은점만을 우리 스스로 깨우쳐 이를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 스스로 좋은점만을 취사선택하여 적용함으로써 보다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수 있다는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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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상이라는 것이 사실은 그 말이 그 말 같기도 하고, 또 모두 지당하신 말씀 같기만 해서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의 따분함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공자는 ‘인(仁), 묵자는 겸애(兼愛), 맹자는 성선설, 순자는 성악설 ... 뭐 이런 식으로 그게 분명히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고 외우다 보니 앞뒤가 없고, 그게 그 말 같아 보일 수밖에 없다. 그 이후에는 그들의 사상이 시험을 위한 일방적 암기의 대상은 아니니 굳이 뚜렷하게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도 없어졌으니 다 뭉뚱그려져서 받아들여졌던 것도 사실이다. 굳이 구분하라면 묵가는 의협심이 강한 무리들, 법가는 법치주의를 적용해서 진나라의 통일을 이룩한 무리들 정도 그리고 이러 저런 말들이 과연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 얘기인지도 모르겠고, 그저 옛 이야기를 듣는 기분, 또 그저 상식 추가 정도로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중톈 정치를 말하다』는 (지금도 조금은 남아 있는) 그런 내 선입견을 아주 바꾸어놓는다. 특히, 제자백가의 사상이 왜 정치 철학인지를 분명하게 알게 해준다. 이중톈은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중국의 사상에서 찾아왔는데, 이 책 『이중톈 정치를 말하다』에서는 정치, 그러니까 국가와 사회의 나아갈 바를 찾는데 중국의 사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는 주로 책을 중심으로 얘기를 했고, 또 위진 시대의 사람들, 그리고 선종이라는 불교까지를 포괄해서 거기에 담긴 지혜를 소개하고, 거기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독자에게 넘긴다. 『이중톈 정치를 말하다』는 유가, 묵가, 도가, 법가, 이렇게 네 가지의 중국 정치 사상에 대한 이해와 비판을 통해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편성되고, 어떻게 다스려지고, 무엇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와 마찬가지로 어떤 것이 가장 옳은지에 대한 답은 저자가 강요하지 않고,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를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고 있다. 이중톈은 유가, 묵가, 도가, 법가의 사상을 그저 소개만 하고,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얘기하고 있지 않다. 그 사상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 의식을 파악하고, 그 문제 의식 속에서 어떻게 그런 사상들이 나왔으며, 어떻게 사회를 재편하고, 어떻게 사회와 국가가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으로 생각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얘기하고 있다. 이중톈이 제시하고 있는 각 사상의 가장 중심적인 가치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묵가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이상을 남겼으니 바로 평등과 상호이익, 박애이다. 도가는 인생에 관심을 가지고 인생의 추구하는 바를 남겼으니, 바로 진실과 자유, 관용이다. 법가는 국가에 대한 관심으로 공개, 공평, 공정이라는 치국의 이념을 남겼다. 유가는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인애와 정의, 자강이라는 핵심 가치를 남겼다.” (352쪽) 바로 이러한 핵심적인 가치들에 대해서는 지금도 수긍을 하고 간직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중톄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 사상들이 가지고 있는 모순과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다른 사상의 관점에서, 그리고 현재의 관점에서 찾아내고 비판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취해야할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버려야할 지를 제시하고 있다. 가령 유가는 불평등한 사회의 구조를 그대로 용인했고, 묵가의 생각은 전제정치로 흐를 수밖에 없었고, 도가는 오로지 과거 지향적이었으며, 자신들의 말을 실현할 방도가 없었으며, 법가는 비록 현실적이고, 결국에 진의 중국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루었으나 인간 본성에 대해 너무 한쪽으로만 기울었었다. - 사실 이처럼 단순한 것은 아니고, 훨씬 많고 풍부한 그들의 사상의 핵심과 장점, 그리고 비판거리를 이중톈은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사실 쉽지 않은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게 명료하게 다가오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이중톈의 능력인 듯싶다. 더군다나 문답식의 서술은 마치 내가 질문을 하고 이중톈이 친절하게 대답을 하는 느낌이라 마치 그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문답식이 어쩌면 깊이가 모자랄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는 그렇지도 않다.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와 자매편 격인 책이라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보다 『이중톈 정치를 말하다』가 훨씬 재미있고, 명쾌하고, 또 쉽게 읽힌다. (2013.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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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좋아한다. 대학 전공 공부보다 더 재미있었다. 어떤 연유로 고전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우연히 들어간 시내 중고서점의 그 냄새와 누런 때가 묻은 오래된 책이 그냥 좋았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얗게 내려앉은 먼지를 털어 내며 출간된 시기에 금서가 되기도 한 책도 찾아보고 조선 말기에 출간된 책도 찾아보고 좋아하는 작가를 정해 놓고 그 사람 책만 몇 시간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냥 그게 재미있고 좋았다. 책은 물론이고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고전은 여전히 사랑 받는다. 참 신기한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고전을 사랑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도 하고 발전한다고도 많이들 얘기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틀린 표현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한다면 고전은 이미 없어졌어야 한다. 왜냐면 어제 보다 오늘이 발전되었고 오늘 보다 내일이 발전될 것이 틀림없으니까. 그래서 변한다고 해야지 발전한다고 단정 짓는 것은 오류다. 지난해 말 영화 [레 미제라블]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의 거장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영화화 한 것인데, 대단했다. 영화의 인기로 인해 원작 소설이 엄청나게 판매되었다. 영화가 인기를 얻기 전에도 사람들은 [레 미제라블]에 대한 내용은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이미 어린 시절 이 책을 읽은 사람도 많다. 이 작품이 일정한 시기에 다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작품 자체가 가지는 매력 때문이다. 누가 임의로 ‘2012년 겨울에 이 작품을 다시 히트 시켜야지!’ 라고 할 수 있나. 그럴 수 없다. 고전이 가진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바뀌어도 세상이 변화해도 고전이 가진 보편적 가치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 책 「이중톈, 정치를 말하다」는 중국의 고전에 대한 내용이다. 이중톈 교수는 이미 그의 전작들에서 중국 대중과 소통하는 지식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 고전은 유명하다. 특히 이 책에서 분석한 백가쟁명 사상의 범위에 포함되는 유가, 묵가, 법가, 도가 사상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다. 책이나 TV를 통해서 알게 된 것도 있고 학교에서 배운 것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이상 중국의 고전, 특히 여러 사상을 한꺼번에 공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중톈 같은 사람의 내용 풀이가 도움이 된다. 백가쟁명 사상의 한 줄기를 들여다보는 것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이 책을 읽으면 주요한 사상이 시사 하는 바와 현재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번 책은 언론과 대중의 취향에 맞춰서 좀 더 읽기 쉽게, 직접적인 대화 형식으로 엮었다.” (p.6) 이 책에서는 고전에서 얘기하는 세상을 구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소개 한다. 중국의 고전 사상이 꽃피운 시기는 가장 치열한 전쟁이 일어나던 시기다. 모두들 구원을 원하고 바라던 시기였으며 모두들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시기였다. 칼이 흥하던 만큼 말과 글이 흥하던 시기였다. 지식과 지혜가 넘쳐나던 시기였다. 태평이 성대하고 백성이 편안한 시기에 사상 또한 장족의 발전이 병행된다면 좋을 텐데 역사는 늘 아이러니다. 책에 소개된 여러 사상 중 아는 내용도 많았고 모르고 있었던 내용도 많았다. 독서와 공부라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것이 될 수 있는지 한 번 더 깨닫게 되었다.
나는 유가와 도가 사상보다 묵가와 법가 사상이 실제로 세상을 구하는 데 더 필요한 사상이라고 생각 한다. “풀뿌리 계층은 이 사회가 힘들다.” (p.60) “구시 방안 역시 인간관계와 분배 방법부터 착수하여 공평과 정의를 위한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됐습니다.” (p.75) 중국 역사상 최초로 풀뿌리 민중을 위해 입을 연 묵가 사상은 이전까지 정통 사상으로 여겨지던 유가 사상에 어퍼컷을 날렸다. 천하의 질서를 유지하고 그것을 신봉하는 것이 바로 천하를 바로 세우는 길이고 내가 잘 되는 길이라 가르쳤던 유가 사상가들에게 묵가 사상은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천하의 질서라는 것이 천하의 뜻에 의해 애초부터 정해져 있다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그들의 속내였다면 묵가 사상에서 말하는 것들은 모조리 유가 사상가, 자신들을 절멸시킬 위험한 발상이었을 것이다. 민중을 이야기하고 풀뿌리 계층을 이야기 하면서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운명 자체가 그렇게 결정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무조건 어른에게 고개 숙이고 가진 자에게 복종해야 하는 것이 천명이 아니라 사회 구조 자체가 그들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이것은 혁명과도 같았을 것이다. 위에서부터 뿌리 밑바닥까지 옥죄어 오는 구조의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천지개벽이다. 이전까지는 들어보지 못했던,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공평과 정의에 대한 담론을 쏟아 냈다. 그냥 허리 굽혀 땅에 코를 박은 채 시키는 대로 정해진 대로 살다가 죽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동력이 되고 충분히 공평하고 상식이 통용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겸애는 단순히 사랑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남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p.86) “묵자가 남들보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이유는 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양주가 깊이 있고 독창적인 이유는 개인의 권리와 존엄을 말했기 때문이다.” (p.158) 묵가 사상을 대표하는 묵자와 양주는 예리 하고 깊이 있으며 독창적이었다. 그들 이전까지 겸애니, 사랑이니, 공평이니, 정의니 이야기 하는 지식인이나 사상가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손에 쥐고 구조를 더 공고히 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자들에게는 오만불손하고 위험천만한 사상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책에서는 각 사상이 얼마나 실제에 주효했는지, 당시 시대적인 배경과 반응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으나 충분히 예상할 만하다. 조선 말기 동학사상이 그토록 빠르게 번지고 풀뿌리 민중들에게 심어지게 된 것은 당시가 그만큼 힘들고 어려웠기 때문이다. 뭐라도 붙잡고 싶은 그 심정을 동학에 투영한 것이다.
하지만 묵가 사상에서 말하는 이상이 실제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법가가 유가, 묵가, 도가와 구분되는 이유 중 하나는 법가를 제외한 모두가 ‘이상주의’라는 점입니다. 오직 법가만이 ‘현실주의’입니다.” (p.228)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묵가 사상가들도 말만 한 것이다. 물론, 도가나 유가 사상의 한계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그들이 담아내지 않았던 풀뿌리 민중들의 염원을 달래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에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뜬구름 잡는 얘기라면 도가나 유가 사상의 한계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 공평을 이야기하고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별다른 대책도 없고 구조를 혁파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면 속 빈 강정이다. “보통 사람이 나라를 통치하려고 한다면 개인의 능력에만 기댈 수 없다. 그렇기에 제도, 즉 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입법은 공개적이어야 하며, 법의 집행은 공정해야 하고, 사법은 공평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라의 법은 위엄과 명망을 상실한다.” (p.261) 이 한 문장으로 법가 사상이 지니는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유가니 도가니 묵가니 좋다. 좋은 말 많고 꿈같은 말 많고, 그들의 말대로만 된다면 지상천국에 다름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뜬 구름 잡는 이야기로는 사실 뜬 구름 한 조각도 잡지 못한다. 법가 사상은 허황된 이상이나 과대 포장된 선동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소수의 초인이 세상을 구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철저한 제도와 법을 가장 우선시 한다.
입법은 공개적, 법의 집행은 공정, 사법은 공평 해야 나라가 바로 서고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문득 2013년 대한민국이 중첩된다. 과연 2013년 대한민국은 입법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며 법의 집행이 공정하며 사법은 공평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입법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대표로 뽑아 놓은 국회의원님들은 어디서 뭘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법의 집행은 힘 센 놈에게는 관대하고 힘 약한 놈에게는 과격하다. 사법의 추는 이미 한 쪽으로 기울어진지 오래다. 법가에서는 이렇게 되지 않으면 나라의 법은 위엄과 명망을 상실한다고 했는데, 2013년 대한민국의 꼴이 바로 그렇다. 학교에서 법가 사상에 대해 배울 때에는 ‘법가 사상이 가진 엄혹함과 냉정함이 오히려 사회를 과격하거나 경직시켰다.’라고 배웠었는데 100%틀린 교육이었다. 언제 한번이라도 법가 사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엄혹하고 냉정하게 법과 제도가 정착되어 집행된 적이 있었나? 단연코 없었다. 없었기 때문에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법가 사상이 사회 전반을 훑고 지나가 사회 전체가 법과 제도만으로 운영되고 만들어지는 세상에 살아보고 싶다. 이중톈 교수는 책에서 어떤 사상이 더 낫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묵가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이상을 남겼으니 바로 평등과 상호이익, 박애이다. 도가는 인생에 관심을 가지고 인생의 추구하는 바를 남겼으니, 바로 진실과 자유, 관용이다. 법가는 국가에 대한 관심으로 공개, 공평, 공정이라는 치국의 이념을 남겼다. 유가는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인애와 정의, 자강이라는 핵심 가치를 남겼다.” (p.352) 고전을 통해 살아가는 지혜와 방법을 발견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래서 우위를 점하지 않는다. 유가, 도가, 묵가, 법가 사상 모두 나름의 가치가 있고 특별한 맥락이 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고 우위가 정해지겠지만 책에서는 그런 것을 배제 한다. 어쨌든 지금까지 고전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묵가 사상과 법가 사상이 더 좋고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그 호불호도 다르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대한민국이라는 곳에는 철두철미하고 적확하고 냉정한 법가 사상이 판을 치는 세상이 반드시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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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인문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유명인사가 바로 역사학자 이중톈이다. 그가 말하는 제자백가 삼부작의 완결판이 바로 [이중톈, 정치를 말하다]이다. 이 책은 구세지책, 민권회복, 천하권세, 제도통치, 정의사회라는 다섯 가지 틀로 제자백가의 사상적 유산을 간명하게 정리하고 있다. 삶의 지혜에 관한 문화사를 다룬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중앙북스, 2013)의 자매편이면서, 선진제자의 지식 문화사를 다룬 [백가쟁명](에버리치홀딩스, 2010)의 대중판에 해당한다.
중국의 정치철학을 이해할 때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편리하다. 유가 묵가 도가는 이상주의이고, 오직 법가만이 현실주의다. 이상주의 내부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 가령 묵가는 유가보다 더 이상주의적이다. 유가의 인애와 묵가의 겸애를 보면 겸애가 인애보다 더 이상적이고 초월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유묵도 삼가 모두 과거를 숭상하는 복고식 유토피아라는 인식론적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현재가 불만스러우면 과거를 생각한다는 낭만적 이상주의 특유의 맹점에 해당한다. 가령 순박함을 강조한 노자도, 자유를 강조한 장자도 소국과민이라는 복고식 유토피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처럼 원시씨족사회가 지닌 빈곤, 우매, 낙후라는 사회악을 순박과 자유로 치장하는 것은 지적 사기에 해당한다. 도가의 이상과는 정반대로,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이 등장한 역사적 정체는 소국과민의 원시공동체가 아니라 천하통일의 대제국이었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유묵과 도가는 유위와 무위라는 현저한 입장 차이가 있다. 유묵은 어떤 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유위를 주장하지만, 도가는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를 주장한다. 도가는 사회는 통치할 수가 없으니 통치하면 할수록 어지럽히게 된다고 주장하며 유가를 비판한다.
그럼, 법가는 왜 현실주의자인가?이에 대해 저자 이중텐은 법가 인물이 대표하는 파벌과 계층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선진제자들은 모두 사士의 신분인데 유가는 문사, 묵가는 무사(협사), 도가는 은사, 법가는 모사를 각각 대표한다. 문사와 무사는 달리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은사와 모사에 대해 몇자 첨부하고자 한다. 은사는 벼슬을 할 능력도 있고 잘할 수도 있지만 굳이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다. 가령 초나라 광인 접여, 장저와 걸익과 같은 사람들이다. 모사는 전문적으로 군주나 고용주를 위해 계책을 도모하는 사람으로, 상앙과 한비가 대표적이다.
선진제자들이 걸어간 길도 각각이다. 유가는 왕도, 묵가는 제도, 도가는 천도, 법가는 패도를 걸었다. 유묵도의 인식론적 단점은 과거를 이상화한다는 점이다. 가령 도가는 씨족사회(복희)의 도, 묵가는 부족연맹(요순)의 도, 유가는 서주 봉건시대(주공)의 도를 이상화한다. 이상주의에 머물렀기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남겼다. 가령 묵가는 평등해진 이후에 누구의 말을 따르는가에 대한 문제를 남겼다. 그리고 도가는 사람이 통치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사람이 통치하지 않으면 누가 통치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남겼다. 이런 유묵도의 복고식 유토피아 발상과는 달리, 법가는 패도(대국굴기)를 위한 현실적인 제도화에 치중했다. 전작 [백가쟁명]에서 이중텐은 인물의 개성상의 차이에 주목하여 선진제자들을 평가한 적이 있다. 가령 공자는 온화하고 겸손하고, 묵자와 맹자는 뜨겁고 강직하며, 노자와 한비는 차갑고 엄숙하다는 인상적인 평어를 남겼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추상적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할 제자백가의 사상적 유산으론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체적으로 유가는 문화, 묵가는 사회, 도가는 인생, 법가는 나라에 관심을 기울였다. 저자는 유가의 문화적 유산으로 인애(공자)와 정의(맹자), 자강(순자)이라는 핵심가치를 거론하고 특히 인애의 유산으로 친친지애, 충서지도, 측은지심을 강조한다. 또한 묵가의 사회적 이상으로 평등과 상호이익, 박애를 꼽고, 도가가 추구한 인생 가치로 진실과 자유, 관용을, 법가의 치국 이념으로 공개, 공평, 공정을 언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