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6)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67%
  • 리뷰 총점8 17%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17%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10.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이 땅의 수많은 돼지와 여우들의 본질을 파헤친다.
"이 땅의 수많은 돼지와 여우들의 본질을 파헤친다." 내용보기
최영미 시인의 시집은 한 권 읽은 적이 있다. 작년인가로 기억되는데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이란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의 분노를 느꼈었고, 그 분노에 나도 적극 공감하였기에 기억에 남아 있다. 2005년에 초판이 출간되었다는 이 시집 [돼지들에게]를 읽으면서도 나는 또 다시 시인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전에 읽은 시집에 있는 시들을 찾아서 다시 읽기도 했다. 묘하게 두
"이 땅의 수많은 돼지와 여우들의 본질을 파헤친다." 내용보기

최영미 시인의 시집은 한 권 읽은 적이 있다. 작년인가로 기억되는데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이란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의 분노를 느꼈었고, 그 분노에 나도 적극 공감하였기에 기억에 남아 있다. 2005년에 초판이 출간되었다는 이 시집 [돼지들에게]를 읽으면서도 나는 또 다시 시인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전에 읽은 시집에 있는 시들을 찾아서 다시 읽기도 했다. 묘하게 두 권의 시집을 겹쳐놓고 읽으니 시인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시집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시속에 나오는 돼지와 여우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다고 한다. 시를 읽은 많은 이들은 돼지와 여우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궁금해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시에 대해 분노와 공격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런 돼지와 여우와 진주에 관한 시 12편이 1부에 실려 있다. ‘언젠가 몹시 피곤한 오후/돼지에게 진주를 준 적이 있다//좋아라 날뛰며 그는 다른 돼지들에게 뛰어가/진주가 내 것이 되었다고 자랑했다/허나 그건 금이 간 진주/그는 모른다/내 서랍 속엔 더 맑고 흠 없는 진주가 잠자고 있으니//(중략)//나는 도망쳤다/나는 멀리,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갔다/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기차를 타고 배에 올랐다/그들이 보낸 편지를 찢고 전화를 끊었다/그래도 그 탐욕스런 돼지들은 포기하지 않는다/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늙고 병들어/자리에서 일어날 힘도 없는데/그들은 내게 진주를 달라고/마지막으로 제발 한 번만 달라고……’ 표제작인 <돼지들에게>를 읽으며 시인의 또 다른 시집에 있던 시 <지리멸렬한 고통>을 겹쳐 읽는다. ‘내게 칼을 겨눈 그들은/내 영혼의 한 터럭도 건드리지 못했어//피를 흘리지는 않았지만/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지만//지리멸렬한 고통이 제일 참기 힘들지’

 

시인은 시속에 등장하는 돼지와 여우는 우리사회를 주무르는 위선적 지식인의 보편적 모델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 돼지와 여우들은 또한 변신의 천재이기도 하다. 그녀는 <돼지의 변신>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감방에서 한 이십 년 썩은 뒤에/그는 여우가 되었다//그는 워낙 작고 소심한 돼지였는데/어느 화창한 봄날, 감옥을 나온 뒤/사람들이 그를 높이 쳐다보면서/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었냐고 우러러보면서/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졌다//(중략)//냄새나는 돼지 중의 돼지를/하늘에서 내려온 선비로 모시며//사람들은 그를 찬미하고 또 찬미하리라/앞으로도 이 나라는 그를 닮은 여우들 차지라는/오래된 역설이…… 나는 슬프다’ 이제야 시인의 시들이 하나, 둘 앞뒤를 꿰어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속에 나오는 시 <거룩한 문학>을 찾아 읽으며 든 생각이다. ‘그가 아무리 자유와 평등을 외쳐도/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짓밟는다면/그의 자유는 공허한 말잔치//그가 아무리 인류를 노래해도/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비하한다면/그의 휴머니즘은 가짜다//휴머니즘을 포장해 팔아먹는 문학은 이제 그만!’ 돼지들과 여우들이 외치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휴머니즘에 대한 설교를 들을 때마다 시인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들의 위선과 거짓에 마음속은 얼마나 타들어갔을까?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2005년에 나온 그녀의 시들은 이미 2020년을 사는 우리들의 현재를 미리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그런 돼지의 본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는 자신이 돼지가 아니라고 말한다/그는 스스로 훌륭한 양의 모범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신분이 높고 고상한 돼지일수록 이런 착각을 잘한다//그는 진주를 한 번 보고 싶었을 뿐/두 번, 세 번 보고 싶었을 뿐……/만질 생각은 없었다고/해칠 의도는 더더군다나 없었다고/자신은 오히려 진주를 보호하러 왔다고……//그러나 그는 결국 돼지가 된다/그들은 모두 돼지가 되었다’ (<돼지의 본질> 전문) 시인의 시들을 읽어가다 보면 분노를 넘어 절박함과 초조함을 느낀다. 아직도 돼지들과 여우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약자들 위에 군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 관습적으로 용인됐던 행동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사람들,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믿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은 변함없이 돼지가 되고 여우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는다. 이제 그런 돼지와 여우들 속에서 진주를 보호할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 아닐까 싶다. ‘나’와 ‘너’ 모두가 ‘우리’가 되어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함께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인의 가슴속에 담긴 분노와 절박함과 초조함이 더 이상 지리멸렬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 밤 난 또 예정에 없던 음주를 해야 할까 보다.

 

위로받고 싶을 때만

누군가를 찾아가,

위로하는 척했다    <예정에 없던 음주> 전문_[다시 오지 않는 것들]

k*****1 2020.03.29. 신고 공감 17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2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2" 내용보기
시란 게, 언어를 갈고닦아 영롱한 빛을 내게 하고, 의미를 욱이고 채워 탁하면 억하고 알아먹어야 함에도 능력이 되지 않아 멀리 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이해가 될 듯한 시를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따라 하고 싶어지고 말을 붙여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시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응원을 하고 싶어서 주접일지도 모를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게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2" 내용보기

시란 게, 언어를 갈고닦아 영롱한 빛을 내게 하고, 의미를 욱이고 채워 탁하면 억하고 알아먹어야 함에도 능력이 되지 않아 멀리 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이해가 될 듯한 시를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따라 하고 싶어지고 말을 붙여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시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응원을 하고 싶어서 주접일지도 모를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할 일입니다.

 

레이몬드 카바를 읽고 목욕을 하고

나는 다시 나의 의자에 앉아

눈 덮인 겨울나무 가지 위에

부지런히 눈을 터는 새를 본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멀리서 빛나고

당신을 위해

나는 이 시를 억지로 완성하지 않으리 (대화 상대, 마지막 두 연, 43)

내가

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시간은

수많은 시집과 시인들의 이름 속에서

내가 너와 나눈 말들이

고스란히 차곡차곡 다른 틈 주지 않아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현학의 비단옷을 두른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시를 읽었을 때야.

그런 시인을 만났을 때야

그 찰나 말이야.

 

후보 선수인 내게 공은

어떻게든 만지고픈 무엇이었다.

공은 그가 기다리는 곳에서 오지 않았다.

그가 보지 못한 뒤에서 날아온 공이 그를 쓰러뜨렸고

내가 기대하지 않던 친구의 도움이 나를 살렸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공이 오고가며 게임이 완성

된다. (공은 기다리는 곳에서 오지 않는다 중에서 65)

다행이네

널 쓰러뜨린 공이 아니어서.

 

월드컵 골 모음 비디오를 보고 나는 알았다

같은 골은 하나도 없다

비슷하지만 다른 인생을 다루는

진짜 작가라면 같은 문장을 두 번 쓰지 않는다(닮은 꼴. 69)

그랬구나

그래서 네게서는

지루함이 없었던 거야

 

늘 틀면

중계되는 축구경기였건만

늘 지루하지 않아

보는 축구처럼 말이야

 

국민학교 피구선수였던 나는, 상대를 정확히 맞춰 때리는 재주가 없음을 일찍이 간파하고 용감한 수비수가 되었다.

 

그러나 운동장 밖에는 더 큰 세상이 있어, 치명적인 공이 바로 내 앞에 떨어지기까지 누가 적이고 누가 진짜 친구인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왜 수비수가 되었나 중에서, 72)

네가 하는 피구경기를

누군가는 한 조각의 진실이 살아 움직이는 아름다움으로 감격하고, 너의 플레이는 발랄한 총천연색 사진처럼 앨범 속에 넣어두고, 생생한 풍경처럼, 마약처럼 고통을 이겨내게 한다.

넌 영원한 수비수야. 넌 영원한 우리들의 주전이야.

 

밖에서 더 잘 보이게 만들어진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눈을 감고 헤엄치는 나의 언어들은-

요리사 마음대로 요리하기 쉬운, 도마 위에 오는 생선

솜씨 없이 무딘 칼에도 무방비일지언정

내 시에 향수와 방부제를 뿌리지는 않겠다.

 

자신의 약점을 보이지 않는 시를 나는 믿지 않는다. (눈 감고 헤엄치기 중에서, 106)

자신의 약점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는다.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를 읽으면서 돼지는 누구며, 진주는 누군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시인의 궤적이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그가 한 마리의 돼지와 하나의 진주알만 생각하고 시를 썼다면 시에 공감을 하지 않았을 것을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자주 가는 무주의 한 마을에서 돼지를 키우는 형님 내외의 농장을 보면 돼지는 한 마리씩 키우지 않습니다. 농가의 구조가 바뀐 지 오래되어 집마다 한두 마리씩 키우던 돼지들은 모두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농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오명을 씌울 만큼 그 돼지들은 사납지 않지요. 나는 무주의 형님에게 늘 권합니다. 가진 농장의 땅도 넓은데, 돼지를 방목해보는 게 어떠냐고. 씨알도 먹히지 않습니다. 만약 돼지가 욕심의 대명사라면 돼지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의 욕망이 돼지에게 덧 씐 것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농장엔 돼지들이 밀집되어 있고 6개월을 채워 순서대로 농장을 떠납니다. 그 옆 넓은 농장엔 사과 묘목이 최근 다시 심어졌습니다. 틈이라곤 없는 농장에서 형님 내외는 사시사철 아침저녁 끊임없이 일만 하십니다. 다행인 것은 돼지의 두 수는 늘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돼지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수많은 진주를 꿰어 자기 목에 걸어달라고 하는 돼지들의 아우성이 넘치고, 돼지가 여우가 된다 해도 그 시작은 사람의 욕망에서 시작한 것이어서 사람이 끝을 내야 할 것이지 돼지와 여우에게 기댈 일은 아닙니다. 돼지를 키우는 사람들이 가득한 한 시인은 영원한 수비수로서 둥그런 아픔을 가슴으로 껴안으며 살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비록 조그만 손이라도 포개고, 마음 한 구석으로 응원을 하면서 시인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s*****m 2022.03.26.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 내용보기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   시란 게, 언어를 갈고닦아 영롱한 빛을 내게 하고, 의미를 욱이고 채워 탁하면 억하고 알아먹어야 함에도 능력이 되지 않아 멀리 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이해가 될 듯한 시를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따라 하고 싶어지고 말을 붙여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시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응원을 하고 싶어서 주접일지도 모를 글을 씁니다.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 내용보기

최영미 시집, 돼지들에게. 이미출판사

 

시란 게, 언어를 갈고닦아 영롱한 빛을 내게 하고, 의미를 욱이고 채워 탁하면 억하고 알아먹어야 함에도 능력이 되지 않아 멀리 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이해가 될 듯한 시를 만나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따라 하고 싶어지고 말을 붙여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시인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응원을 하고 싶어서 주접일지도 모를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할 일입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영혼이

우리가 미워했던 육체를 이기리라(쪽 표시 없는 9)

우리가 사랑했던 육체는

우리가 미워했던 영혼을 고치지 못한다.

 

누가 누구를 정리했다고? 지금 뒤에서 수근대는, 앞에서 염탐하는 당신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끝나지 않았어. 이건 리허설이야.(착한 여자의 역습, 마지막 연. 13)

모든 이야기는 시작과 끝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속성이 있다. 그런데.... 그게 착각이야. 인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물질로 이뤄진 네가 없어질 때까지.... 아니 네가 없어진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다. 너 모르지? 모르니 그딴 얘기하는 거야. 모든 이야기는 시작과 끝이 어쩌고 저쩌고 말이야.

 

나는 피 흘리며 싸웠다.

띠로 싸우고 때로 타협했다

두 개를 달라면 하나만 주고

속인 빈 가짜 진주목걸이로 그를 속였다.

그래도 그들은 돌아가지 않았다.(돼지들에게 중. 18)

진주를 달라는 돼지들은 말한다.

이건 네가 준 적이 있어서야. 왜 난 안 돼 

돼지를 죽이지도 않고, 진주를 주지도 않고,

타협 않고, 지치지도 않고

그렇게 살려면

어떡해야 하지 

 

그는 자신이 돼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 훌륭한 양의 모범이라고 믿고 있다

신분이 높고 고상한 돼지일수록 이런 착각을 잘한다

(돼지의 본질 첫 연. 19)

그래

그렇지

돼지는 돼지일 뿐이라는

그 단순함만 알면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몰라

늘고 병든 몸에

새록새록 돋아나는

그 힘 말이야.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

감방에서 한 이십 년 썩은 뒤에

그는 여우가 되었다(돼지의 변신, 첫 연, 20)

여우는 원래 돼지였대.

그래 

그래!

나도 언젠가부터 그렇게 느꼈어

슬퍼하지 마.

네가 있었다는 걸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달라졌을까 

네 고민이 줄어들었을까 

위로가 되었을까 

그래서 미안해.

 

겸손한 문체로 익명의 다수를 향해 다정한 편지를

띄우지만

당신처럼 오만한 인간을 나는 알지 못하지

당신보다 차가운 심장을 나는 보지 못했어

 

계산된 따뜻에 농락당했던 바보가 탄식한다

늦었지만

순진을 벗게 해 줘서 고마워

선생님. (하늘에서 내려온 여우 중, 마지막 두 연, 23)

공군 초임 파일럿은

최초의 다섯 번 전투 임무를 마치기 전에

반 이상이 죽었대.

육군 초임 소위도

참전 후 거의 최초 전투에서 많이 죽는대.

파일럿도 소위도 아닌데

훈련받지도 않았는데

살아냈어.

그게 너무

고마워.

 

지금은 아니야.

나는 내가 완전히 잊혀진 뒤에 죽겠어.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자들에게

무덤에서 일어나 일일이 대꾸하고 싶지 않으니까. (최소한의 자존심, 31)

그래, 그러면 좋겠어.

이렇게 살아 있는 네 앞에서

웃으면 좋겠어.

네가 누운 무덤에서 나 혼자

눈물 흘리며 뒤늦은 위로하긴

정말

싫어.

 

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좀도둑도 살인자를 고발할 수 있고

살인자도 살인자를 고발할 수 있어 (자격, 마지막 두 연, 32)

자격 없는 자들은 그 입 다물라!

그랬으면 벌써

정말 벌써

세상은 조용했을 거야.

그렇게 조용한 세상은

무덤 속일 거야.

제사장들만 신나서 춤추는 공동묘지.

아직

죽지 않았어

그것 몰랐어 

s*****m 2022.03.26.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새로 나온 돼지들에게를 읽고
"새로 나온 돼지들에게를 읽고" 내용보기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읽고 팬이 되어서 작가 최영미의 작품을 항상 구입해서 읽어왔다. 진솔한 단어들에 놀라기도 하고 서정성 높은 시들에 감명도 받아가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시인의 감수성을 일면이나마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얻었다.그런데 그 중에서 돼지들에게 라는 시집은 처음 몇 개의 시에서 느껴지는 너무나도 신란한 비평 그리고 여러 심란한 상상들로 인해서 제대로 읽기
"새로 나온 돼지들에게를 읽고" 내용보기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읽고 팬이 되어서 작가 최영미의 작품을 항상 구입해서 읽어왔다. 진솔한 단어들에 놀라기도 하고 서정성 높은 시들에 감명도 받아가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시인의 감수성을 일면이나마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얻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돼지들에게 라는 시집은 처음 몇 개의 시에서 느껴지는 너무나도 신란한 비평 그리고 여러 심란한 상상들로 인해서 제대로 읽기 힘들었다는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던 시집이다. 

작년에 우리 문단의 소위 '거목'을 고발하는 시를 내면서 논란이 되었을 때 문득 돼지들에게 라는 시집에서 이미 그러한 고발을 했던 것 아닐까 생각이 들어 다시 보려고 했는데 그 책을 찾지 못했는데 마침 개정판을 냈다고 하기에 구해서 다시 읽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미리 마음을 잡았기 때문인지, 지난 1~2년간의 여러 일들로 마음이 단련된 때문인지 시들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처음 '돼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책이 너무 앞서 나왔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때는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좋은' 작가는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 맞으니 역시 최영미 시인은 좋은 작가인 것 같다.


돼지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여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시들이 2005년이 아닌 2019년에 쓰여진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 

기름기 흐르는 입술로 아름다운 말들로 대중을 속이는 당신

 ...

겸손한 문체로 익명의 다수를 향해 다정한 편지를 띄우지만 

당신처럼 오만한 인간을 나는 알지 못하지

..."

이 의문은 2014년 2판에 대한 시인의 말을 읽으면서 해소되었다. 시집을 처음 낸 2004년에도 돼지와 여우에 대해서 누구인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도 누구라고 연상되는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서는 끊임 없이 '진주'에게 군림하는 '돼지'들이 있고, 혹세 무민하는 '영민한 여우'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집의 내용은 보편적인 생명력을 가지게 될 것 같다.


'돼지'와 '여우'가 매우 자극적인 메뉴여서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돼지들에게' 속에는 다른 많은 시들도 같이 있다. 이 리뷰를 쓰는 본인도 처음 읽었을 때 '돼지'의 충격에 다른 것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천천히 보니 여러 좋은 시들이 같이 있었다. 이 시집으로 이수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충분히 그런 자격이 있는 시집이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y*****a 2020.02.07.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돼지들아
"돼지들아" 내용보기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마음에 들어서 이것도 구입해봤다. "한국사회의 위선과 허위, 안일의 급소를 예리하게 찌른다'는 이수문학상 수상이유로도 알수있듯 예리하게 벼려진 칼이다. 신작시 3편 '착한 여자의 역습' '자격' 'ㅊ'이 추가되었고 2005년 초판이 나왔다는데 지금에야 개정 증보판을 사는게 겸연쩍다. 돼지들의 세상인 현재 한국에서 탐욕스러운 돼지로도 교활한 여우로도 살
"돼지들아" 내용보기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마음에 들어서 이것도 구입해봤다. "한국사회의 위선과 허위, 안일의 급소를 예리하게 찌른다'는 이수문학상 수상이유로도 알수있듯 예리하게 벼려진 칼이다. 신작시 3편 '착한 여자의 역습' '자격' 'ㅊ'이 추가되었고 2005년 초판이 나왔다는데 지금에야 개정 증보판을 사는게 겸연쩍다. 돼지들의 세상인 현재 한국에서 탐욕스러운 돼지로도 교활한 여우로도 살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슬퍼지고 허무해지는  밤

s*******y 2021.02.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