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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층위 [한국소설-아직 멀었다는 말]
"싸움의 층위 [한국소설-아직 멀었다는 말]" 내용보기
이 작가의 소설은 대체로 슬프다. 산문은 퍽 유쾌한 편인데 소설을 읽을 때는 그런 기분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슬퍼서 가라앉는 대신 도로 화가 난다. 이 슬픔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어쩌자고 이렇게 슬픈 것인지 따져 묻게 만든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하도록 하면서도 이 행동 때문에 나를 화나게 하지 않는다는 게 이 작가의 글의 매력이다. 글에서는 화가 솟으나 글 다음의 내 반
"싸움의 층위 [한국소설-아직 멀었다는 말]" 내용보기

 

이 작가의 소설은 대체로 슬프다. 산문은 퍽 유쾌한 편인데 소설을 읽을 때는 그런 기분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슬퍼서 가라앉는 대신 도로 화가 난다. 이 슬픔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어쩌자고 이렇게 슬픈 것인지 따져 묻게 만든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하도록 하면서도 이 행동 때문에 나를 화나게 하지 않는다는 게 이 작가의 글의 매력이다. 글에서는 화가 솟으나 글 다음의 내 반응은 지극히 반갑고 다행스럽다는 것, 내가 아직은 글을 읽을 자격이 있다는 스스로의 평가 따위들에서.

 

실린 작품은 모두 8. 등장인물들 모두 애처롭지 않은 처지의 사람이 없다. 하나같이 애달픈 마음을 갖게 한다. 어쩌자고 이렇게 살고 있는지, 이 삶이 바뀔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바뀐다면 어떻게 바뀔 수 있는 것인지, 그 바뀜에 본인의 의지나 능력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 이럼에도 삶에 희망이 있노라고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나는 글을 읽는 내내 싸움에 대해 생각했다. 글들에서는 싸움이 노골적으로 펼쳐지지는 않고 있지만 이게, 이 모든 갈등들이 싸움이라는 걸 안다. 가족 간의 싸움, 연인 간의 싸움, 친구 간의 싸움, 이웃 간의 싸움 등등. 사람이 모여 살면 갈등이나 싸움이라는 게 생기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무수한 사회학 이론으로 증명되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싸움의 본질을 생각하다 보면 인간의 한계가 더 슬프게 느껴진다. 욕망 또는 욕심, 가족이고 친구고 내가 더 갖고 싶다는 마음, 그 대상이 물질이든 정신이든 명예든 권력이든. 하찮든 거대하든.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약하고 부족한 개인끼리의 싸움 그 뒤 혹은 그 위의 보이지 않는 누군가나 무엇을 증오하게 되는 내 심정은 어떻게 하나. 싸움을 붙여 놓고 뒤에서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어떤 장치 또는 조직 또는 대상은. 알고 보면 우리끼리 싸워 봐야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 것을 번번이 우리끼리만 다치면서 싸우고 있는 것 같은 거다. 어쩌면 우리끼리 싸울수록, 싸움에 지쳐 나가 뻗을수록 더 좋아할 누군가도 있을 텐데. 알고도 모르고도 당장 눈앞의 이익에 싸움을 멈추지 못하고 사는 평범하고 착하고 좀 어리석기도 한 사람들. 나는 얼마나 깨닫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이런 글을 써서 보여 주는 작가가 있고, 작가의 글을 책으로 내 주는 출판사가 있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있는 세상이라면, 여기까지 써 보니 안심이 좀 된다. 아니, 이 혹독한 세상에 안심이 많이 된다. 비록 말이 없다 하더라도 알고 있고 행동을 해야 할 때 행동을 할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나를 긴장시키고 키워 주는 소설집, 이 작가의 글이 이래서 나는 좋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20.03.05. 신고 공감 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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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권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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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권여선의 글들을 읽어오고 있는데, 아직까진 '사랑을 믿다'처럼 두고 두고 생각나여 종종 다시 읽게 되는 글을 찾지는 못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뭐 사실 당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가가 기계로 국수 뽑아내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항상 고퀄러티의 글을 써내려나갈 수는 없겠지. 그래도 수록 작품 중에서는 '전갱이의 맛'은 새삼 '말' 또는 '이야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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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히 권여선의 글들을 읽어오고 있는데, 아직까진 '사랑을 믿다'처럼 두고 두고 생각나여 종종 다시 읽게 되는 글을 찾지는 못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뭐 사실 당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가가 기계로 국수 뽑아내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항상 고퀄러티의 글을 써내려나갈 수는 없겠지. 그래도 수록 작품 중에서는 '전갱이의 맛'은 새삼 '말' 또는 '이야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대신에, 다른 작품들이 전부 권여선스러웠냐하면 그렇지는 않다. 

 소설집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억지로 책 한 권을 엮기위해  뭔가 서둘러 써내려가 그닥 임팩트도 없고, 또 근래 다른 작가에게서 이미 보아온 듯한 느낌의 글들은 조금 심드렁하게 읽히기도 하였다. 뭐 진절머리나게 가난한 이야기라면 양귀자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것이고, 순정만화 같은 느낌은 신경숙이 넘버 원이며, 울트라 쉬크한 신예는 또 황정은이라는 당돌한 작가가 있는데, 이번 소설집은 권여선스럽지 못한 구석이 너무 많아 살짝 실망감도 없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권여선 작가의 글쓰기는 '전갱이의 맛'같은 글일 것이다. 

 별 대단한 이야기가 없는 가운데, 슬쩍 삶의 이런 저런 면모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그게 슬픔이든 기쁨이든 아련함이든... 읽을 때에는 별 것 없는데, 읽고나서 묘하게 여운이 남는 그런 글쓰기가 묘한 매력이였는데, 이번엔 그렇지 못하여 살짝 아쉽다.

 아쉬웠는데...또 작가의 글에서 '모르겠다'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니, 작가의 이런 저런 마음들이 읽혀지는 것 같아서 짠하다. 뭐 그렇더라도..아쉬운게 뒤집힐 것 같지는 않고. 

 그래도 현재 살아있는 작가들 중에서 많이 좋아하는 작가이다. 앞으로 권여선 작가가 글빨이 다하여 거지 같은 글을 쓰더라도,  권여선 작가에 대한 나의 신뢰와 의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덧붙임. 

평론가를 아주 혐오하는 입장에서 백지은 평론가의 글은...사족인 것 같다.

아니, 읽고나서 사실 조금 더 방해가 되었다. 

독자가 반푼이가 아닌 이상, 권여선 작가의 글에 허접한 평론인지 설명인지는 굳이 안해줘도 될 것 같다. (심지어 글도 뻔~해서 읽다 말았다) 

c******m 2020.02.29.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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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영역이다'와 '아직 멀었다'는 '말'의 의미
"'모르는 영역이다'와 '아직 멀었다'는 '말'의 의미" 내용보기
이 소설집의 제목은 『아직 멀었다는 말』인데, 흥미롭게도 이 소설집엔 동명의 제목을 가진 소설이 없다. '표제작'이 없는 소설집은 매우 생소하다. 그러나 또 한 편, 그렇다면 왜 작가는 이런 제목으로 여덟 편의 소설을 묶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말'이 가진 개인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이 제목이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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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의 제목은 『아직 멀었다는 말』인데, 흥미롭게도 이 소설집엔 동명의 제목을 가진 소설이 없다. '표제작'이 없는 소설집은 매우 생소하다. 그러나 또 한 편, 그렇다면 왜 작가는 이런 제목으로 여덟 편의 소설을 묶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말'이 가진 개인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이 제목이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이 소설에 실린 소설들  중 가장 따뜻하면서도 사적인 「전갱이의 맛」이 개인의 '말'에 대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권여선의 여타 소설들처럼 이 소설을 읽으면 전갱이의 맛이 궁금하면서 전갱이가 먹고 싶어진다.)

소설을 이혼 후로 헤어진 두 남녀가 3년 후 우연히 재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사이 남자는 성대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했다. 달변에다 다변가였던 남자는 이후 '묵언의 시간'을 가져야했다. 대학교수가 되고자 했지만 사서로 진로를 바꾼 것도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이런 큰 시련을 겪으며 남자는 '말'에 대해 생각한다. '말'은 타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위한 것이였다는 게 그게 내린 결론이고, 그래서 그 타개책으로 남자는 자신만의 말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전 부인'인 나에게 이야기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흔히 이혼하면 원수가 된다고 하는데, 이 둘은 이십대를 통째로 함께 보냈던 친구처럼 삼년 만에 만나서도 어색하지 않다. 남자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여자에게 말하고, 여자도 그 모든 것을 다 들어준다. 이것이 '말'의 또 다른 기능일 것이다. 타인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한 관계의 불편함이나 쓸쓸함은 「모르는 영역」과 「재」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소설들에서도 부인과 이혼한 남자가 등장하는데, 이 남자는 자신의 딸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다. 그것은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딸이 아버지를 원망해서일 수도 있겠고, 애초에 부녀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겠으나, 작가는 자세한 내막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단지 세상에서 가장 가깝다는 '피붙이'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서로 이해하지도 이해받지도 못해 쓸쓸해하는 노년의 남성 (혹은 수술을 앞둔 중년의 남성)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사회 전반의 영역에까지 확장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정치권에서 가장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아직 시기상조다."라는 말이다. 재해로 죽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으면서도 비인간적인 법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시기상조'이다. 이것을 권여선 식으로 바꾸면 '아직 멀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 말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역시나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 하나인 '한국 사람은 이래서 안 돼. 아직 멀었어."의 뉘앙스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멀었다는 말'이라는 이 소설집의 제목을 가져 온 「손톱」은 스물 한 살의 소희라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왜 이 소설의 제목이 '손톱'인가 하면, 매장에서 일하는 소희가 박스를 들어올리다 박스 아래에 튀어나와 있던 굵은 고정쇠가 때문에 손톱의 절반이 뒤로 꺾이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가출한 후 아버지가 다른 언니와 함께 살던 소희는 언니마저 떠나 이젠 혼자 살고 있다. 그래서 대출금에 옥탑방 월세 등등을 생각하면 손톱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희박한 마음」은 레즈비언 커플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의 후반부에 가서야 이들이 젊어서 겪었던 수모적인 경험이 밝혀진다. 그것을 비로소 읽을 후에야 왜 이들이 '거북이'처럼 살게 되었는지 (소설을 읽으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있다) 이해할 수 있다. 

 

「친구」도 그렇다. 아들의 담임의 호출로 학교에 가서야 아들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라는 걸 알게 되었으나 그 애들은 가해자가 아니라 아들의 친구일 뿐이라고 말하는 해옥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해옥을 대하는 담임교사의 자세다. 그들 상의 겉도는 '말'들과, 이후 해옥에게 가해지는 담임교사의 '말'을 보자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회적 약자들을 대하는 자세를 되돌아보게 된다.

극단적인 예로 태극기부대 노인들은 설득과 포용의 대상인가, 조롱과 비난의 대상인가. 그들을 향한 무조건적인 조롱과 비난은 정당한가? 그렇다면 그것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무지'는 죄인가, 혐오할 바인가. 이런 것들. 무조건 불쌍히 여기고 도와주려는 마음만큼이나, 그들이 내 뜻대로 되지 않거나 내 생각과 다를 때 무조건적으로 등을 돌리거나 등한시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말'을 매개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잘 말하는 사람인가, 나는 타인과 잘 소통하는 사람인가, 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그들을 위한 사회적 발언을 하는가, 그 사회적 발언은 나의 모든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가 등등.

권여선이 이 한 권의 소설집을 통해 묻는 것들은 의외로 많고 깊다.

 

이 질문들에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그것은 '모르는 영역'이라고 발뼘하거나 변명할 것인가. 아니면 문제는 인지하고 있으나 시기상조이므로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거나 해결하기엔 '아직 멀었다'고 말할 것인가?

질문은 소설가가 던졌고, 답변은 우리의 몫이다.

자,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

 

 

s*****n 2021.01.20. 신고 공감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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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권여선,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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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들은 뜻을 알 수 없는 채로 생겨난다고 그가 말했는데 정확히 그렇다. 어떤 감정이나 감각들은 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몸으로 표현되고 기억에 각인된다. 예를 들어 나는 아직도 내 첫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처음엔 '안녕'쯤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 뜻을 알고 싶어 가끔 주먹쥔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어깨를 펴고 허리를 곧추세우며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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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들은 뜻을 알 수 없는 채로 생겨난다고 그가 말했는데 정확히 그렇다. 어떤 감정이나 감각들은 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몸으로 표현되고 기억에 각인된다. 예를 들어 나는 아직도 내 첫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처음엔 '안녕'쯤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 뜻을 알고 싶어 가끔 주먹쥔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어깨를 펴고 허리를 곧추세우며 주머니를 아래쪽으로 꾹꾹 누르면서 또박또박 걸어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내가 그 말을 할 때, 그 말을 계속 진행시킬 때, 무엇인가가 드러나기보다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걷는 행위 속으로 사라지는 무엇이 보인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작게, 점점 작게, 주먹 쥔 손의 작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점멸하며 살아 있다. 모든 건 사라지지만 점멸하는 동안은 살아 있다. 지금은 그 모호한 뜻만으로 충분하다.

- p250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진 권여선 작가의 '아직 멀었다는 말'을 촘촘히 읽었다. 그냥 읽었다는 느낌보다는 촘촘하게 읽었다는 표현이 어울렸던 책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느끼는 아득한 갈등, 속에 깊게 배인 슬픔이 무던하게 쓰여 있어 훅 훑으며 읽을 수 없었다. 천천히, 느릿느릿 읽으면 읽을 수록 내재된 슬픔과 쓰라림이 이야기 위로 번져오르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타인과 함께 어울려 생활을 하지만 실상 혼자만의 생활이 넓혀지고 넓혀져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를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작은 무리가 만들어지고 좀 더 큰 무리가 만들어진다. 무리 속에서 살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리 밖으로 벗어나 혼자 다시 자신만의 삶을 다듬기도 한다.


누군가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교차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내 감정이 선명하게 극렬해질 때가 있고 희미하게 색이 바래질 때도 있다. 권여선의 이야기들은 바래진 감정 속 깊게 박힌 슬픔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종일 표현했으나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혹은 뒤늦게 알아버리게 된 이야기들. 부녀지간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친구 간에, 가족 간에, 이별 후 다시 만난 사람들 간 이야기들.


친구 덕에 일을 하는 해옥의 손엔 두 짐 보따리가 들려 있다. 친구가 선물로 준 큰 사이즈의 옷(해옥의 풍채에 맞는), 해옥이 먹고 살 빼면 이만한 홍보 효과가 없을 거라는 다이어트 식품. 해옥은 아들 민수의 학교에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간다. 중학교에 가서는 친구들 이야기를 곧잘 하던 민수가 사실 그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벌을 원하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해옥은 민수와 같은 대답을 한다. 친구라고 했으니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고. 민수는 그 친구들을 처벌하게 되면 친구들이 전학을 가야 하는데 전학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혼잣말을 한다. 살갑지 않은 딸, 다영과 아버지, 서로의 존재가 점점 희박해짐을 느꼈던 디엔과 데런처럼 자기 자신의 감정을 뒤로 보내놓고 일상을 살아가는, 참으로도 무던한 사람들.


일하다 손톱이 다쳐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진료 받기 전에 생활비 계산부터 하는 소희, 그런 소희 곁엔 엄마도 언니도 떠나버리고 없다. 혼자 남겨진 상황을 묵묵히 견디며 슬픔이라는 수면 위에 간신히 얼굴을 내밀며 살아간다. 소희는 손톱 하나 다친 거 가지고라고 말할 수 없다. 왜 손톱을 다쳐서는. 소희에게는 생각지 못한 지출이 생각지 못한 생활비의 부재가 된다. 누구나 겪는 일일 수 있는데 당사자는 나만 겪는 일인 것만 같고 나만 여유 없이 빡빡하게 사는 것 같은 기분일테다. 권여선 작가는 한 사람의 보통날에 자신도 가늠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슬쩍 종이 위에 올려놓는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고 읽다 보면 글보다 종이 위의 감정에 젖게 된다.


권여선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요즘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어긋나고 싶고 가로지르고 싶고 옆도 뒤도 안 돌아보고 한 번은 치달리고 싶은데 못 그러니까, 이래도 저래도 모르겠다고. 근데 어떻게 보면 다들 모르겠다는 그런 모름을 안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어떻게 다 알면서 살아가겠어, 모르니까 사는 거겠지 뭐 이런. 나도 모름을 안고 주어지는 시간을 맞이하는 중이다.

s*****5 2020.07.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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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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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작가님의 안녕 주정뱅이들을 읽고 얼마나 펑펑 울고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이 작가님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건드릴 줄 아는구나, 정말 담담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늘 풀어나가는데 읽고 난 뒤의 여운과 감동은 폭발적이어서 제가 정말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구요.,한동안 안녕 주정뱅이들을 많이 추천하고 다녔어요~이번에 권여선 작가님의 새 책인 아직 멀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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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작가님의 안녕 주정뱅이들을 읽고 얼마나 펑펑 울고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이 작가님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건드릴 줄 아는구나, 정말 담담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늘 풀어나가는데 읽고 난 뒤의 여운과 감동은 폭발적이어서 제가 정말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구요.,한동안 안녕 주정뱅이들을 많이 추천하고 다녔어요~이번에 권여선 작가님의 새 책인 아직 멀었다는 말이 출간되었다는 말에 고민없이 바로 구입했습니다. 제목부터 가슴에 팍 꽂혀서 정말 기대됩니다. 추천합니다~~
d******y 2020.02.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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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이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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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에게는 죄송하지만, 단편 하나하나 너무 재미가 없었네요.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장두장 빨리 넘어가는데 단편속 내용이 많은걸 함축하지못한 느낌...단편 하나 읽을때마다 뭐지? 하는 복작함.제스타일이 아닌 책을 예스24추천보고 구매한 책 두권 모두 실망스러웠어요.흥미진진함이나 감동도 전혀 느껴지지않네요.제가 나이를 먹어 감성이 무뎌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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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에게는 죄송하지만, 단편 하나하나 너무 재미가 없었네요.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장두장 빨리 넘어가는데 단편속 내용이 많은걸 함축하지못한 느낌...
단편 하나 읽을때마다 뭐지? 하는 복작함.
제스타일이 아닌 책을 예스24추천보고 구매한 책 두권 모두 실망스러웠어요.
흥미진진함이나 감동도 전혀 느껴지지않네요.
제가 나이를 먹어 감성이 무뎌딘걸까?
d***a 2020.03.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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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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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작가는 ‘안녕 주정뱅이’로 이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6년이니 벌써 몇 해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내내 잊고 있었죠. 다른 소설들을 읽으며. 그리고 오늘 ‘아직 멀었다는 말’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는 소설의 제목인 ‘아직 멀었다는 말’의 제목을 가진 소설이 없습나다. 많은 단편소설을 읽으며 책 제목이 수록작의 제목이 아닌 경우는 처음이었어요.‘모르는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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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작가는 ‘안녕 주정뱅이’로 이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6년이니 벌써 몇 해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내내 잊고 있었죠. 다른 소설들을 읽으며. 그리고 오늘 ‘아직 멀었다는 말’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는 소설의 제목인 ‘아직 멀었다는 말’의 제목을 가진 소설이 없습나다. 많은 단편소설을 읽으며 책 제목이 수록작의 제목이 아닌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모르는 영역’ ‘손톱’ ‘희막한 마음’ ‘너머’ ‘친구’ ‘송추의 가을’ ‘재’ ‘전갱이의 맛’ 등 8편의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삶이 힘들고 고단한, 도대체 이게 무엇인지 모르겠는, 아무리 살아도 헤아리지 못하겠는 것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을 앍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살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행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만은 나 자신을 잊고 타인의 목소리와 침묵에 귀기울이는 순간이라고. 그러니 집중하라고. 흔치 않게 귀한 시간이라고.
m********5 2021.12.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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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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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입니다.  한국여성 작가 중에 가장 좋아하는 권여선 작가님.  여성작가들이 쓴 글이 좋습니다.  인간의 여러가지의 감정을 담아내는 데 있어 더 섬세하게 접근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멀었다는 말' 이 작품 또한 표면적으로는 시니컬하지만, 뒷면으로는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전체적으로 느껴집니다. 매번 늘 새작품을 기다리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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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입니다. 
한국여성 작가 중에 가장 좋아하는 권여선 작가님.  여성작가들이 쓴 글이 좋습니다.  인간의 여러가지의 감정을 담아내는 데 있어 더 섬세하게 접근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멀었다는 말' 이 작품 또한 표면적으로는 시니컬하지만, 뒷면으로는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전체적으로 느껴집니다. 매번 늘 새작품을 기다리게 만드는 작가님^^ 

b******1 2021.04.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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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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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이후 권여선의 세계는 완성이 된 것 같다. 푸르른 틈새 시절에도 물론 좋았지만 안녕 주정뱅이의 모든 작품을 너무나 사랑하는데, 이번에 나온 '아직 멀었다는 말'은 작품당 편차가 좀 있다. 삶이란게 왜 이렇게 가혹한지 가족들이 남긴 빚을 갚느라 여념이 없는 손톱의 소희가 가장 마음아팠고, 전갱이의 맛이 가장 좋았다.  삶이 무엇인지 알기엔 아직 멀었고 남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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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이후 권여선의 세계는 완성이 된 것 같다. 푸르른 틈새 시절에도 물론 좋았지만 안녕 주정뱅이의 모든 작품을 너무나 사랑하는데, 이번에 나온 '아직 멀었다는 말'은 작품당 편차가 좀 있다. 삶이란게 왜 이렇게 가혹한지 가족들이 남긴 빚을 갚느라 여념이 없는 손톱의 소희가 가장 마음아팠고, 전갱이의 맛이 가장 좋았다.  삶이 무엇인지 알기엔 아직 멀었고 남의 마음 한자락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해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그렇게 자꾸 날 의심하는 일, 그만하고 싶어요. 고단해요 나도. 이제 늙었기도 하고. 도대체 누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 손톱

이해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그렇게 자꾸 날 의심하는 일, 그만하고 싶어요. 고단해요 나도. 이제 늙었기도 하고. 도대체 누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 재 

s*******y 2021.02.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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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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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처절한 손톱의 소희, 손톱 밑을 파고드는 그 아픔부터 작품 곳곳에 작가의 시선이 놀랍도록 리얼하네요. 이만큼 세상을 보고 읽고 이해하고 사는 작가의 시선이 슬프고 시리게 느껴집니다.학교 현장의 공무직과 정규직의 이야기며,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함에도 그것을 대처하는 엄마의 모습, 평소에 노래를 하곤 한다던 요양원의 요양보호사, 부모님 묘를 이장하며 서로 갈등을 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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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처절한 손톱의 소희, 손톱 밑을 파고드는 그 아픔부터 작품 곳곳에 작가의 시선이 놀랍도록 리얼하네요. 이만큼 세상을 보고 읽고 이해하고 사는 작가의 시선이 슬프고 시리게 느껴집니다.
학교 현장의 공무직과 정규직의 이야기며,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함에도 그것을 대처하는 엄마의 모습, 평소에 노래를 하곤 한다던 요양원의 요양보호사, 부모님 묘를 이장하며 서로 갈등을 겪는 형제들 이야기, 반전이 놀라웠던 나이든 커플의 이야기..하나하나 어쩌면 이리 이해가 깊고 섬세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지요. 놀라운 작가, 좋은 책이예요.
j****7 2020.10.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