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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는 직업인가 직업은 ‘개인이 사회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한 가지 일에 종사하는 지속적인 사회 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노래라는 수단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얻고, 이를 지속한다면 그가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때 노래를 직접 실연[實演, performance]하면 ‘가수’라고 하고, 그 노래의 곡을 만들거나 가사를 만들면 각각 ‘작곡가’와 ‘작사가’라고 한다. 그래서 ‘가수’, 조금 있어 보이게 표현하면 ‘뮤지션’이 직업이냐는 질문을 한다면 다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래퍼’는 직업일까? 분명히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등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사람도 많고, 래퍼 단독 혹은 가수와의 콜라보를 통해 내놓은 곡이 음원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래퍼를 ‘직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래퍼는 래퍼를 직업이라고 생각하는가 래퍼를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창모는 직업이란 기본적으로 돈을 버는 행위지만, 그 이상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직업은 장인이 되는 과정 같아요. 장인은 어느 순간부터 돈벌이가 아니라 작품의 퀄리티에 많은 신경을 쓰잖아요. 지금 저한테 직업은 그런 의미로 다가와요. 내가 만족할 때까지 궐리티를 끌어 올려야 하는 거죠.” [p. 23] 반면 엠씨메타는 다소 유보적인 대답을 한다. “직업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직업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아요. 래퍼로 데뷔할 수 있는 구조가 분명하게 짜여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아직은 과도기라고 봐요. 제 보험 설계사가 저의 팬이신데 그분조차도 직업란에 저를 대학교수로 써요. 래퍼로 안 쓰고요. 아직 래퍼를 직업으로 안 보는 거죠.” [p. 48] 아마도 이런 대답이 나온 것은 그가 힙합이 ‘Swag’가 아닌 ‘Real’인 시절에 힙합을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직업이란 힙합을 유지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 [p. 41]이었으니까.
래퍼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래퍼의 자질에 대한 질문에 대한 래퍼들의 답은 조금 예상 밖이었다. 더콰이엇의 경우, 랩스킬[라임, 플로우, 딜리버리], 목소리 톤, 가사 등 래퍼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라고 알려진 것들을 아예 기본적인 것으로 취급했다. “일단 랩을 잘하는 건 기본이겠죠. 그리고 아무래도 힙합은 비주얼에 초점이 상당히 맞춰져 있어서 비주얼 센스가 중요해요. 물론 타고난 외형도 작용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스스로 잘 꾸미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해요. 어찌 보면 래퍼의 의무라고 할 수 있죠. (나아가) 멋진 래퍼로 보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는 어느 정도의 고집스러움과 유니크한 정신세계가 있어요. 그리고 힙합은 미국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죠. 사실 이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랩을 하는 사람은 정말 많지만 그냥 랩을 형식적으로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힙합과 랩이 지녀야 하는 정수들, 그러니까 힙합 고유의 멋이나 세부적인 문화 코드를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pp. 92~93] 래퍼들이 강조하는 또 한 가지 자질은 바로 ‘자기 관리’다.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에이(JA)는 래퍼로서의 삶을 위해 자기 관리가 중요함을 말한다. “직장에 다니면 자유를 어느 정도 박탈당하는 대신 나태해지지 않잖아요. 하지만 프리랜서의 삶은 예술가 대부분이 그렇듯 스스로 시간관리를 해야 하죠. 게을러지지 않게요. 그게 정말 어렵다고 생각해요 ~ 저는 지금까지 랩을 잘하고 능력이 있음에도 잘되지 못한 사람을 숱하게 봐 왔어요. 재능은 있지만 나태하거나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사람들이요. 술을 너무 좋아해서 자기 일을 못 하는 경우도 많이 봤죠. ” [p. 176] 제이제이케이(JJK)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래퍼는 속은 예술가인데 겉으로는 프리랜서이니까 프리랜서의 삶을 살 준비를 해야겠죠. 프리랜서 관련 조언이나 지침들이 래퍼에게도 다 적용이 돼요. 프리랜서는 출퇴근을 안 하잖아요. 24시간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게 원동력이 돼서 시너지를 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자유에서 오는 불안감도 커요. 바로 그 불안감을 잠재우는 게 결국 셀프 매니지먼트라고 생각해요. 자기 관리를 잘해야죠.” [pp. 215~216]
힙합을 좋아한다고 해서 꼭 ‘래퍼’가 될 필요는 없다. “힙합 씬에는 래퍼뿐 아니라 (래퍼가 아닌) 사람들도 힙합을 통해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또 래퍼가 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선택지도 존재함을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힙합을 좋아하니까 래퍼가 되어야지’라는 막연한 생각 대신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그 종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어쩌면 당신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래퍼가 아니라 힙합 평론가나 힙합 레이블의 A&R일 수도 있음을 일깨워 주고 싶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모두가 래퍼가 될 필요는 없다. 아니, 모두가 래퍼가 되어서는 안 된다. ” [pp. 314~315] 그렇기에 저자에게 있어서 래퍼가 아닌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에도 반영되어 있다. 1장 “뮤지션으로서의 래퍼, 직업인으로서의 래퍼”에 7명의 인터뷰를, 2장 “힙합 씬에도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와 3장 “힙합 씬의 한계를 확장해 나가는 사람들”에 9명의 인터뷰를 배정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래퍼가 아닌 힙합 씬의 다른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아예 래퍼가 아니었던 사람들을 살펴보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힙합 사이트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의 대표 김용준, 흑인음악 플랫폼 ‘힙합엘이(HIPHOPLE)’의 대표 최성웅, 흑인음악 전문 에이전시 스톤쉽 대표 석찬우, 힙합 DJ 겸 힙합 클럽 무드(Mhood)를 운영하는 DJ 켄드릭스, 음악 평론가 혹은 힙합 저널리스트인 김봉현이 있다. 래퍼 출신으로는, 작가 겸 교양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하재홍[엠씨세이모], 해운회사에 근무하다가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레코즈’의 직원으로 합류한 장한별[플래닛 블랙(Planer Black)], 렙 레슨 클래스를 운영하는 제이제이케이, 프로듀서이면서 <마이크 스웨거> 기획자 겸 제작자인 뉴올(Nuol) 등이 있다. 래퍼가 아닌 힙합 씬의 다른 직업은 의외로 다양한 것 같으면서도 한정적이다. 그래서일까? 일반회사[해운회사]와 힙합 레이블 모두를 경험한 장한별은 “한국에서 힙합 산업은 그 안정성을 논하기 아직 어려운 상황” [p. 271]이기에 “현재 상황에서는 힙합 씬의 직업 중에 래퍼가 아닌 다른 직업을 추천하기에는 좀 애매하다” [p. 271]고 말한다. 이런 불안정성은 한국의 힙합 산업이 새로운 직업을 개척하면서 확장 중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에 소개된 개별 래퍼에 관심이 있든, 래퍼가 되고 싶든, <래퍼가 말하는 래퍼>는 힙합 산업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 번 읽어야 하는 인터뷰 모음집이라고 생각한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도서출판 부키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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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가 말하는 래퍼’는 힙합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래퍼는 래퍼가 아닌 것 같다. 힙합팬이 아닌 사람들에게 흔히 래퍼는 양아치로 보이기 쉽다. 서로 디스하며 싸우고 돈자랑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래퍼가 말하는 래퍼’에 등장하는 래퍼들은 철학자이자 성인군자처럼 보인다. 창모는 힙합을 ‘진짜 원하는 걸 마음 속 깊은 곳에 들어가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고, MC메타는 ‘내가 뭔지를 선언하는 음악’이라고 했다. 자기만의 멋진 관점과 가치관이다. 이들은 인터뷰를 위해 멋있는 척을 한 것인가. 생경한 광경이다.
나는 이들이 멋있는 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래퍼들을 가장 쉽게 접했던 곳은 ‘쇼미더머니’나 ‘인터넷 신문기사’였다. 그것들은 대중이 표면적인 반응을 할 부분을 주로 조명했다. 그 반응은 대체로 반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나는 이유를 김봉현에서 찾는다.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래퍼들의 대답에 앞서서는 김봉현이라는 인터뷰어의 질문이 있었다. 그의 힙합에 대한 진심이 담긴, 통찰력 있는 질문에 래퍼들은 질문과 비견한 수준으로 대답했다. 힙합을 사랑하고 힙합에 대한 그만의 관점과 통찰을 가진 김봉현과 나눈 대화는 래퍼들의 그러한 면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에 따라 꺼내지는 내가 달라진다. 양아치와 대화를 나누는 나는 양아치가 되고 깊이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나는 깊이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김봉현이라는 인터뷰어로 우선 보장된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힙합에 대한 책을 15권이 넘게 써왔다. 힙합을 사랑하고 힙합에 대한 애정과 통찰이 두드러진 김봉현과 나눈 대화는 래퍼들의 통찰력있는 면모를 충분히 이끌어 냈다. 어른스러운 래퍼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는 유일한 길은 김봉현과 대화하는 래퍼를 보는 길일 것이다. 힙합을 진로로서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이 책은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을 읽어야 할 두 번째 이유는 힙합하는 것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할 논리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힙합이 직업으로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점, 힙합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공부를 안 하고 못해도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이 300페이지 넘게 17명의 입으로,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부모님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힙합은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니까.
랩을 잘하기 위해서도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좋은 랩을 만들고 뱉기 위해서는 힙합 문화를 깊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창모, 더콰이엇 등 이 시대 최정상 래퍼들이 증명하고 있다. 그들은 학창 시절의 방황과 답답함을 힙합을 통해 극복했다. 그들의 가사는 힙합 문화를 토양삼아 주옥같은 벌스가 되었음을 이번 인터뷰로 확인했다.
래퍼가 되지 않으려 해도 힙합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읽어봄 직한 책이다. 직업으로서 힙합의 매력이 다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안다. 힙합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 힙합이 가져다준 것은 돈만이 아니다. 행복과 안정감 그 이상이다. 그들의 인생에 힙합의 문화와 가치가 얼마나 좋은 영향을 끼쳤는지 알게 된다면 당신은 힙합을 종교로 영접할지 모른다. 내 생각과 감정에 온전하게 솔직하고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것, 자기만의 태도와 자신감,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외에도 힙합은 삶의 태도 면에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음악이다.
이렇게 읽을 이유가 많은 이 책은 성의로 꽉 찬 직업소개서다. 래퍼 외에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직업을 세상에 비춰줬다. 이 책이 10년 뒤 힙합의 미래를 결정할지 모른다. 힙합을 여러모로 멋지게 담은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리뷰를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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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과 진로로서의 힙합 ‘래퍼가 말하는 래퍼’
홍윤표 (서울새솔초등학교 교사)
2001년 공중파 음악방송 1위를 한 아주 특별한 곡이 있었다. 드렁큰타이거의 ‘good life’. 지금 아이돌 팬덤 문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H.O.T, god 등의 인기를 물리치고 힙합 음악이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거대 소속사의 지원을 등에 업은 것도 아니고 재미교포 출신의 래퍼 듀오가 어떻게 1위를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랩과 힙합의 매력이 10~20대 청년들의 가슴속에 ‘울림’을 가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강렬하고 둔탁한 비트에 다소 거칠면서도 솔직한 가사, 래퍼들이 쓰고 뱉는 ‘Real’, ‘형제’라는 단어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 대중들이 궁금해 했던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대중음악 차트에 1위를 차지한 특별한 곡이 또 다시, 이번엔 2곡이나 등장했다. 힙합다모임의 ‘아마두’와 창모의 ‘Meteor’. 언더그라운드에서 힙합을 메인스트림으로 만든 84년생 래퍼들. 쇼미더머니라는 경연대회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고 힙합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래퍼. 이들은 모두 래퍼로써 한국대중음악에 본인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이러한 ‘인플루언서’가 되기까지 어떤 스토리가 존재했을까, 그들이 ‘래퍼’라는 본인들의 직함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한국 힙합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라는가. ‘래퍼가 말하는 래퍼’ 속 18명의 래퍼들의 이야기는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래퍼가 말하는 래퍼’는 단순히 래퍼와 비트메이커들의 성공, 음악적 행보에 대한 모음집이 아니다. 인터뷰에는 공연 기획자, 실용음악 교수, 매니지먼트 이사, 힙합웹진 대표 등의 내용도 있다. 비록 래퍼는 아니지만 다양한 형태로 한국 힙합의 부흥을 끊임없이 주도한 이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어 이채롭다. 또한 직업과 진로의 관점에서 힙합을 조명한다는 것이 참신하다. ‘래퍼’라는 직업이 현실적으로 존재 할 수 있는가, 미래 사회를 선도할 청소년들에게 힙합은 어떠한 교육적 ‘insight’를 제공할 것인가. 오히려 그 부작용은 없는가. 이처럼 힙합과 진로에 관한 세밀하고 심도 있는 질문과 더불어 그에 대한 래퍼들의 진실한 대답이 집약적으로 구성된 책은 본 적이 없다.
이 책이 래퍼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절대적인 바이블은 아니다. 책 속의 래퍼들의 이상을 좇는다 해서 100% 성공을 보장할 순 없다. 그러나 꿈나무 래퍼들에게 필요한 힙합을 바라보는 시각, 예술인으로서 가져야할 태도와 필요성, 래퍼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철학 등이 상당히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러한 가르침은 어떤 교과서나 매뉴얼에서 알려주는 것이 아닌 힙합뮤지션으로써 살아온 ‘진짜’ 그들의 메시지이기에 더욱 솔직하고 담백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별다른 꿈이 없다는 것에 강박을 느낄 필요 없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하루하루를 계속해서 반추하라, 재능과 재미 사이에서 본인 것을 추구하는 과정을 느끼라는 멘트들은 독자들에게 소위 말하는 ‘킬링 벌스’같은 신선함을 제공한다.
‘래퍼가 말하는 래퍼’ 속 아티스트들은 모두 한국 힙합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러한 힙합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가치관과 비전을 갖고 힙합씬에 뛰어들기를 원한다. 내면의 단단함을 갖고 음악에 접근하는 것. 실패와 고난이 있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추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결과보다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것은 수많은 교사들도 해온 이야기다. 하지만 직접 경험에서 체득하고 부딪혔던 이른바 ‘현장 박치기’를 해온 아티스트들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
‘래퍼가 말하는 래퍼’에서는 한국 힙합의 폭발적인 인기 이후에 대한 대비를 해야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래퍼 이외의 힙합 엔지니어, 샘플 클리어런스, 힙합 관련 자료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것들과 관련된 직종의 필요함을 암시한다. 아울러 랩은 욕구의 발산이라는 측면에서 치유가 될 수 있고 말한다. 래퍼들은 ‘래퍼’ 이외의 힙합 관련 직업 종사자들의 등장을 꿈꾸고 있으며 그 주역은 바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되길 희망한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나로서도 크게 동의한다. 초등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쇼미더머니’ 이야기를 하고 방과 후 삼삼오오 모여서 유튜브로 창모의 빌었어를 스마트폰으로 감상하는 시대다. 학생들은 이전보다 풍부하고 방대해진 힙합음악을 아주 손쉽게 접하며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생각을 소통한다. ‘래퍼가 말하는 래퍼’ 속 래퍼들은 학생들에게 모두 하나의 ‘진로 멘토’로서 기능한다. 멘토들의 솔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접하며 많은 학생들이 한국 힙합의 무한한 가능성을 선도하는 인재가 되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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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고딩 조카가 랩을 한다고 말했을 때 덮어놓고 걱정해줬어요. 참 못난 어른이었죠.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뒤적거림(?) 내지는 그 직업에 대한 이해가 심히 필요했던 터라 <래퍼가 말하는 래퍼> 보면서 이런 책도 있네, 하고 열심히 읽어 봤답니다.
오픈 마인드에 간절한 독서였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힙합 음악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책에 거론된 인물 중 유일하게 들어봤다는 이름이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답니다. 그래서 랩과 래퍼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전에 힙합에 대한 책부터 읽어야 했구나 생각했고요. 그나마 참 친절하게 느껴지는 건 짱짱한 사람들을 바로 눈 앞에 모셔놔준다는 점이요. 먼저 그 길을 간 인생 선배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싶어도 현실이 그러기가 힘든데 책만 펼치면 무려 18명의 멘토들과 인터뷰한 이야기를 읽을 기회가 주어져요. 평소에 책과 친하지 않은 인생들도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막연히 불안해하지 말고 이 책부터 읽어보길요. 랩 한다고 단순히 래퍼만 생각했다가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 들 거에요. 저도 힙합과 랩으로 상담과 치료를 접목해 힙합테라피 분야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요. 레이블과 소속사와 에이전시와 기획사가 어떻게 다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와 관련된 힙합 회사 직원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이 책에서 계속적으로 이야기하는 조언 -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자기객관화' 시켜보는 방법 - 을 새겨읽으며 게속 그 길을 찾아야 할 듯이요.
특히 '랩 하는 것과 래퍼로 사는 것은 다르다'라는 말은 여러 인터뷰에서도 언급되요. 아마도 학생일 때와 사회인이 되었을 때 체감온도의 차이랄까요. "래퍼로 사는 것은 음악이 전부가 아니라 내가 그 음악을 가지고 얼마나 큰 것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냐는 것"이라고 말한 더콰이엇 님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면서요. 어쩌면 이 책에서 줄기차게 말하는 인생 조언들은 분야만 다를 뿐, 여타 모든 미생들에게 똑같이 응용해도 무방하겠단 생각이 드네요.
무슨 일이든 거저 얻어지는 건 없다는 진리를 되새기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 이 책에 나온 사람들~ 다음에 다른 매체에서 보게 되면 왠지 반가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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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혹은 더 나아가 예술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성공한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예술가의 작품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예술가의 삶을 통해 깊은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예술가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많이 있다. 유튜브에만 가도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엔 자막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겠지만, 이 기회에 영어 공부까지 하면 좋을 것이다. 예술가의 작품은 곧 예술가의 삶이 빚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래퍼들은 힙합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함정에 빠지기 쉽다. 힙합은 전통적으로 태도가 선명할수록 각광받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 안에서는 그럴 수 있다. 또 어떨 때는 그래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래퍼라면 자신의 힙합이 대중음악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 안에 있다는 점, 그리고 자신이 한국 음악 산업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점을 늘 인지해야 한다.
힙합은 기본적으로 기존에 있던 곡의 일부를 이용하는 샘플링을 창작의 근간으로 삼아 탄생한 음악이다. 악기를 직접 연주해야 음악이라고 여기던 시절, 힙합은 기존에 있던 것을 따와 재창조하는 방식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기존의 음악에 들어 있던 드럼, 기타, 보컬은 물론 음악이 아닌 다른 소리들까지도 따와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 왜곡, 재배열해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시켰다.
힙합의 이러한 특성을 잘 나타내 주는 말이 있다. "힙합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았다. 힙합은 모든 것을 재창조했다." 하지만 저작권에 관련해 엄격해진 오늘날 샘플링 기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쉽게 말해 원작자의 승인을 얻은 다음 적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가리켜 샘플 클리어런스라고 한다.
프리스타일 랩은 말 그대로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구사하는 랩의 방식이다. 외워 놓은 가사로 랩을 하는 것도 아니고 종이에 쓴 가사를 보고 읽으면서 랩을 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에 두 발을 딛고 서서, 있는 자리에서 바로 생각나는 것을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뱉어 내는 행위가 프리스타일 랩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리스타일 랩을 할 때 가장 크게 요구되는 것은 순발력과 창의력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프리스타일 랩이야말로 랩의 예술성을 최전선에서 증명하는 방식일지 모른다. 리듬, 라임, 메시지 등 랩이 갖춰야 할 것을 모두 챙기면서 즉흥적으로 랩을 뱉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프리스타일 랩은 랩을 뱉는 행위가 결코 쉽지 않은 고도의 예술임을 드러낸다.
힙합에는 다른 음악 장르에 없는 전통이 있다. 바로 자신의 가사는 자신이 직접 써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힙합을 자기 고백적인 음악이자 자서전 같은 음악이라고 느끼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힙합의 이러한 특성은 힙합을 듣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늘 진실하게 말하고 행동할 것. 내 입으로 뱉은 말은 꼭 책임질 것. 무엇보다 기성의 잣대로 보면 자랑스럽지 않거나 아름답게 비치지 않는 부분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래퍼들의 모습은 큰 감동을 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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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교양서적이다. 한국에서 힙합의 지위를 생각하면, 이 책은 직업 소개서인 동시에 교양서적으로 분류돼야 한다. 힙합저널리스트라 자신을 소개하는 지은이 김봉현은 지금까지 낸 16권의 책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힙합에 대한 대중의 좁은 인식을 해소하려 노력한다. 이번에는 8명의 현역 래퍼를 포함한 힙합 산업의 최전선에 선 인물들이 그의 의견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그래서 그의 17번째 책인 <래퍼가 말하는 래퍼>는 힙합 교양서다. 물론 ‘직업소개서’라는 분류도 어색하지 않다. 지은이 김봉현의 ‘들어가는 말’은 하나의 독립된 챕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일지 모른다. 이 글에서는 김봉현 특유의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환상을 주고 시지도 않고, 필요 이상의 비관도 경계했다.” 또 책 속 구성원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힙합에 대한 사랑”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태어나서 처음 서평을 남긴다. 창모가 강조하는 “근본이 필요하다”, “매일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어떤 직업을 가졌건 보편적으로 가져야 할 태도라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더콰이엇의 “래퍼가 슬럼프에 빠졌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내는 거죠. 그냥 여행 한번 다녀오라고 말하거나 연애 한번 해 보라고 말하는 대신에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발음 때문인지 가사 때문인지 정확히 가려내려고 했어요”라는 대목 역시 중간 관리직에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감각이라 인상적이었다. 이 두 대목은 직업으로서의 힙합이 다른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래퍼 외의 직업을 충실히 소개한 점도 돋보인다. 힙합을 단순히 유행으로 바라본다면, 지속 가능한 문화산업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A&R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직업을 소개하기도 하고, 힙합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소규모 공연장 운영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가장 새롭게 다가왔던 인물은 힙합 활동가 박하재홍 씨다. 그가 랩을 잘하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굳이 알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가 힙합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 책은 내가 두 번째 접하는 부키의 전문직리포트 시리즈다. 첫 번째는 <기자가 말하는 기자>였다. 기자로 7년째 일하고 있는 지금 돌이켜보면 활자로 접했던 '선배'들의 말은 결국 응원이었다. 그들이 들려준 실전 경험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주변에 아는 기자라도 있었다면 달랐겠지만 나에게 현역 기자는 너무 멀고 막연한 존재였다. 책을 통해 그들이 전해준 실전 경험은 나에게 대리 체험의 기회가 됐고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나는 그렇게 기자가 됐다. 래퍼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300페이지 넘는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 존재를 모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단 한 명이라도 <래퍼가 말하는 래퍼>를 성실히 읽은 '힙합으로 돈을 벌고 싶은 젊은이'가 있다면, 그는 반드시 주변에 추천해주고 싶어 안달이 날 거라 자신한다. 지금 내가 하는 것처럼. This is How We Do.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이제 막 가사를 쓰고 랩을 시작한 청소년이거나 20대 후반의 힙합 팬이거나 상관없이, 힙합을 특별히 별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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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가말하는래퍼 #김봉현 #부키 #부키전문직리포트 ㅡ 힙합 저널리스트가 18명의 힙합퍼와의 인터뷰를 모은 책.
사고뭉치, 악동, 연애인, 인생역전, 부자, 인기, 자유로움, 패션 등 힙합퍼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하지만, 좀만 들여다 보면, 이 세계 역시 밖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어느 직업군과 마찬가지로 힙합퍼로서의 정체성, 직업으로서의 래퍼,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만, 다행이라고 한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에 대해서는 많이 드러나지 않은 느낌이다. 어쩌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에 대해 일찍 고민을 하고 선택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 저력이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게 아닐까 싶다. 또한, 이 세계에 현재 우리가 모르는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고, 앞으로 더 출현할 가능성을 엿보았다. 랩이 사람을 구원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다만, 왜 소개된 18명의 인터뷰이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을까가 의문이다. 이 세계는 남성들의 세계인가. 그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인터뷰어로써 그 균형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싶다.
ㅡ P. 27 창모 - “가장 중요한 건 ‘근본’이에요”
P. 88 더콰이엇 - “예술가로서 성숙한다는 건 또 하나의 어른이 되는 것”
P. 153 화나 - “재미를 느끼는 것이 가장 큰 재능이에요”
P. 217 제이제이케이 - “자신의 능력으로 씬을 뚫고 가는 힘이 있어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