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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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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억압되어 있던 두 여인은 고통의 영역에서 한순간 자신들의 천성을 자유롭게 드러내 보일 수 있었다.”   이 책은 평생을 재산 축적에만 올인 해온 수전노 그랑데 영감의 무남독녀 외동딸 외제니 그랑데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플롯은 소설이나 희곡의 단골 메뉴인 부(富)와 재산(財産), 명예(名譽), 권력 그리고 사랑, 배반 등이다. 이 책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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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억압되어 있던 두 여인은 고통의 영역에서 한순간 자신들의 천성을 자유롭게 드러내 보일 수 있었다.”

 

이 책은 평생을 재산 축적에만 올인 해온 수전노 그랑데 영감의 무남독녀 외동딸 외제니 그랑데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플롯은 소설이나 희곡의 단골 메뉴인 부(富)와 재산(財産), 명예(名譽), 권력 그리고 사랑, 배반 등이다. 이 책을 통해 발자크는 낭만주의 시대에서 사실주의 작가의 대열로 등재되는 계기가 된 동시에 작가로서의 성공을 확실시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나폴레옹이 실각한 뒤 다시 왕의 통치 체제로 돌아선 복고 왕정 시대가 그 배경이다. 소뮈르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낡고 음침한 저택을 무대로 펼쳐지는 10년 동안의 이야기는 대혁명이후 프랑스 사회의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자리 잡게 되는 신흥 부르주아지의 탄생 과정에 대한 실증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의 지독한 구두쇠 아버지 그랑데 영감은 늙은 통장수이며 포도재배자이다. 그는 자신의 수확량에 따라 통을 천 개 만들어야 할지 아니면 오백 개 만들어야 할지 거의 천문학자처럼 정확하게 추산했다. 나름대로 재산 축적을 하는 데는 공을 들이고 노력하는 부분이 보인다. 문제는 얼마 되지도 않는 식구인 아내와 딸에게까지도 지나치게 인색함을 보이는 것이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하녀에게 창고 문을 열고 그 날의 양식을 겨우 요기할 정도만 내주는 격이니 이건 참 지나치다 못해 이해할 수 없는 소치이다.

 

그랑데 영감은 재정적인 면에서 호랑이와 보아 뱀의 특성을 두루 지니고 있었다. 그는 몸을 낮춰 도사린 채 먹잇감을 노려보고 있다가 한순간에 덮치는 법을 안다. 그리곤 지갑의 주둥이를 열어 한 줌의 돈을 삼키고 나서 태연한 얼굴로 냉정하고 꼼꼼하게 소화시키는 뱀처럼 조용히 드러눕는 것이다.

 

영감의 지독한 인색함과 질식할 것 같은 집안 분위기 덕분에 모녀는 아무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 지내는 생활이 이어지던 중 이 책의 주요 플롯이기도 한 영감의 딸 외제니의 사촌이 파리에서 이 집으로 오게 됨으로 긴박감이 더해진다. 사촌간이지만(예전 유럽 쪽에선 사촌간의 결혼이 공공연하게 의도적으로 행해졌다)서로 사랑의 마음을 품게 된다. 좀 더 선명한 설명은 외제니가 사촌 샤룰에게 연정을 갖게 된다. 샤를은 파리지엥이다. 온갖 사치와 환락의 세계에서 잠시 그의 큰아버지인 그랑데 영감에게 그의 아버지의 편지를 전해주러 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샤를의 아버지는 아들을 그의 형에게 보냄과 동시에 재정적인 이유로 권총 자살을 하게 된다. 그는 그가 죽고 난 후 아들의 장래를 염려하며 그의 형인 그랑데 영감에게 맡긴 것이다.

 

서로 사랑을 느끼면서 “영원히 그대에게!” 라는 말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샤를이 돈을 벌기 위해 인도로 떠나면서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7년 만에 부자가 되어 돌아온 그는 더 이상 외제니와 굳은 맹세를 나누던 때의 샤를이 아니었다. 그 동안 외제니에게 단 한 장의 편지도 보내지 않던 그는 인도에서 귀국을 앞두고 외제니와 결합 할 수 없다는 나름의 이유와 변명을 하며 부(富)의 유지와 신분 상승을 위해 다른 여인과 전략적인 결혼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편지를 보낸다.

 

발자크는 이러한 샤를의 모습을 그리면서 순진하고 유약한 한 청년이 사리에 밝은 냉혈한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 메커니즘과 당시 만연해 있던 부르주아적 결혼관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오노레 드 발자크는 쉰한 살이란 길지 않은 생애동안 100여 편의 장편소설과 여러 편의 단편 소설, 여섯 편의 희곡과 수많은 콩트를 써낸 정력적인 작가이다.

 

글을 읽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과 평가가 다르겠지만, 이 소설의 끝은 해피 엔딩으로 보고 싶다. 외제니와 샤를이 서로 결합되는 것은 아니다. 돈과 명예만을 쫒는 자의 삶의 결말은 일차적으로 그랑데 영감을 통해서 보게된다. 남겨 놓고 가는 돈이 너무 아까워서 제대로 죽지도 못한다.

가는 마당에 딸에게 오직 이 말을 남긴다.

 

“모든 것(재산)을 잘 간수해야 한다. 저승에 와서 내게 보고해야 돼”.

 

 

문득 떠오르는 유머가 있다. 그랑데 영감은 발치에도 못 미치는 더 지독한 탐욕가가 있었다. 딸린 자식과 식솔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임종 직전에 유언을 남긴다. “모든 재산을 현금화해서 내 관에 함께 넣어 줄 것!” 장례식날 입관 때 고인의 장남은 봉투 하나를 던져 넣었다. 그 안에는 [약속어음]이 들어 있었다. 저승에서 뵙게 되면 드리겠다는 추신과 함께..

 

아무리 돈에 미쳐서 날 뛰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도 주인공 외제니는 꿋꿋하다. 물려받은 유산을 지혜롭게 잘 관리하며 나눔을 실천한다.  ‘뭐 그렇게까지’할 정도로 사랑의 배신자이자 사촌인 샤를에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표현한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성품은 대체적으로 물질지향, 권력지향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에 비해 여인들은 사려 깊고 지혜롭다. 이는 아마도 발자크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난 후 그 궁핍의 시기에 수 없이 많은 여인들(주로 부인들)에게서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s******5 2012.07.20. 신고 공감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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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를 제대로 사용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
"금화를 제대로 사용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 내용보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 읽은 책입니다. 출판사의 소개에 따르면 <외제니 그랑데>는 발자크의 사실주의 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낭만주의 시대에 속해 있던 발자크를 사실주의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음과 동시에 작가로서의 성공을 확실히 해준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발자크는 이 작품에서 황금만능주의와 약육강식의 생존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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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 읽은 책입니다. 출판사의 소개에 따르면 <외제니 그랑데>는 발자크의 사실주의 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낭만주의 시대에 속해 있던 발자크를 사실주의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음과 동시에 작가로서의 성공을 확실히 해준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발자크는 이 작품에서 황금만능주의와 약육강식의 생존 법칙으로 사회의 주역이 되는 부르주아 남성들의 세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남성적 억압과 사회적 소외를 겪으며 예속적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세계에 대한 연민과 동정의 시각을 대비시켜 보여주었다고 요약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토록 비중있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 번역소개된 것으로는 조명원교수님의 번역으로 지만지에서 나온 것이 유일한 것 같은데, 편집자 일러두기를 보면 원본의 50%만을 발췌한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스토리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지나치게 긴 묘사나 설명을 생략하였지만, 인물의 핵심적 내용을 빠뜨리지 않았고, 소설의 서두와 결말 부분을 살림으로써 발자크 글쓰기의 특징을 드러나게 했다.”고 했지만, (…)로 표시된 생략된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본문 175쪽으로 요약된 점을 고려한다면 전체 분량을 번역했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 더욱 아쉽습니다. 예를 들면, 저자는 (외제니의) 어머니가 딸에게 남긴 유언은 “여성적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체념적 표현으로 읽힌다.(14쪽)”고 해설을 하였는데, 본문을 보면, “외제니가 그토록 정성을 다해 보살펴 드렸건만, 그랑데 부인은 빠르게 죽음을 향해 나아갔다. (…) ‘얘야, 행복은 천국에만 있는 거란다.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거야’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에 그녀가 남긴 말이었다. (…) (141~142쪽)” 이렇게 옮겨진 본문을 읽고 옮긴이가 설명한 내용을 느끼라는 주문은 지나친 요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나폴레옹이 실각한 뒤 다시 왕의 통치 체제로 돌아선 왕정복고기이며, 소뮈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에 있는 낡고 음침한 한 저택이 무대입니다. 대체적으로 사회적 격동기에는 신흥세력이 부상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구체제가 몰락하면서 제도적 틈새를 잘 파악하는 사람들이 권력과 돈을 움켜쥘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외제니의 아버지 그랑데 영감 역시 토지의 불하와 포도의 작황에 따라 포도주통을 제작하는 나무공급을 장악하는 것으로 재산을 일구게 되는데, 그 과정 역시 생략된 탓인지 재산축적과정에서 드러났을 그의 비열한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고, 다만 이야기의 핵심줄거리가 되는 외제니와 사촌 샤를의 불행한 사랑이야기로 이끌게 되는 과정에서 그랑데 영감이 파산한 동생의 재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돈을 가로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저자가 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보다는 옮기는 과정에서 생략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은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돈을 모으는데만 정신을 쏟다보면 자칫 돈의 노예가 되기 때문에 수전노(守錢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그랑데 영감은 수전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산한 동생의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비열한 짓을 했을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조카에게는 겨우 인도로 가는 여비 정도를 내주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라든가, 멋진 파리지앵 샤를에 빠져서 곤경에 빠진 그에게 아버지로부터 받은 금화를 건네준 외제니에게 빵만 먹도록 하는 벌을 내리는 행태 등입니다. 이와 같은 그랑데 영감의 폭압적인 행태는 외제니와 그 어머니가 고단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어 대비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부자가 3대를 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부자는 돈을 모으느라 돈을 쓰는 방법을 모르고 그 자녀들은 돈을 모으는 방법을 모르니 또한 돈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돈을 물 쓰듯 낭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외제니는 아버지 때문에 어렵게 자랐지만 어머니의 영향으로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 많은 돈을 벌어왔지만, 외제니의 사랑을 외면하는 샤를의 아버지가 남긴 빚을 모두 갚아주었을 뿐 아니라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위하여 베푸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그랑데 영감이 모은 재산이 사회를 위하여 제대로 쓰이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외제니는 선행의 행렬을 이끌고 천국을 향해 걷고 있다. 그녀의 영혼이 지닌 위대함은 교육의 부족과 유년 시절의 관습을 하찮은 것으로 만든다. 바로 이것이 세상의 한가운데에 살면서 속세에 속하지 않는 여인, 훌륭한 아내이지 어머니였으나 남편도, 아이도, 가족도 없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174쪽)”라는 발자크의 마무리에서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2 2013.10.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