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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C. 라이트 밀스 교수의 서적을 사회학 입문용으로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펼쳐 들며 흥미롭고 날카로운 사회적 비평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원저는 1956년에 출간되었는데 국내 번역본은 불과 몇 년 전에 출간되었다는 게 또한 흥미롭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파워엘리트는 군부와 경제와 정치 영역의 지휘부를 차지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일컫는 것이다. 이들에게로 미국의 권력이 집중되고, 이들이 계급의식이나 이해관계의 일치를 통해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 권력을 더욱 강화하고 영구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게 이 책의 설명이다. 이에 반해 일반 국민들은 자신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결정에 휘둘리고 조종당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미국 내 파워엘리트들의 실상을 파헤치면서 가감 없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사실 벌써 60년도 더 된 시점에서 미국 사회를 진단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똑같다. 이를테면 파워엘리트 바로 아래에는 중간 수준의 파워를 가진 직업 정치인들과 직업적인 명사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중에게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거나 보다 직접적으로 권력의 자리에 있는 사람을 솔깃해하도록 만든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파워가 없는 모든 기관과 제도들의 상징은 파워엘리트들의 권력과 결정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운명은 전성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회사에도 점점 더 많이 좌우되고 있으며, 그 개인이 어린 아이와 청소년 시절에 교육 받은 학교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국가에도 점점 더 많이 좌우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권력을 더 쉽게 발견하며,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지위가 없는 사람들보다 부의 기회를 더 쉽게 잡는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따라서 권력은 어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부는 부유한 그 사람의 인격에 있지 않고, 명성은 개성에 있는 게 아니라 말한다. 유명해지고 부유해지고 권력을 얻으려면 주요한 조직에 들어가야 하는 게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조직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거나 지킬 기회를 거의 결정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저자는 미국 권력 시스템의 맨 꼭대기의 경우 권력의 중간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통합되고 훨씬 더 막강하며, 맨 아래는 훨씬 파편화되어 있고 사실상 무기력해졌다고 진단한다. 이어서 이 책은 각종 취재원을 통해 얻어낸 미국 내 신상류층과 구상류층의 드라마 같은 삶과 파벌들의 권력체계를 추적한다. 미국의 구상류층은 남북전쟁 전 부자 가문이었고, 신상류층은 남북전쟁 후 엄청난 부를 얻게 된 사람들인데, 새로운 부와 권력도 처음에는 가문의 형태였으나 차차 기업의 형태를 띠며 전국적 규모와 범위로 커지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혈통에 근거한 사회가 세속적인 새로운 부자들에 의해 무시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이 책은 뉴욕 명문 가문들의 이너 서클인 메트로폴리탄 400이나 880개 부유한 가문이 등록되었다는 소셜 레지스터 등을 소개하면서 파워엘리트들이 어떻게 뭉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부유한 사람과 그저 부유하기만 한 사람을 구분하는 경험 중 하나가 학교교육이라 언급하고 있다. 뉴잉글랜드의 유명 기숙학교나 사립고등학교를 통해 형성되는 모든 인연과 감수성이 파워엘리트들의 삶 내내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사회적 중요성에 있어서 명문 학교가 가문의 혈통을 능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도덕적, 문화적 특성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혈통 있는 가문의 역할이 덜 중요해질수록, 사립학교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런 사립 고등학교, 기숙학교를 거쳐 칼리지 단계에 가면 명문 사립 고등학교 출신들이 넓은 결혼시장을 이루며, 이 결혼시장은 상류층 자녀들이 서로 짝을 맺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또한 제도 엘리트 계층과 대도시 사교계 인물과 연예인들이 서로 섞이며 뭉치게 되는 현상을 뉴욕 유명거리의 식당과 나이트클럽들 안에 존재했던 카페 소사이어티의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적 중 하나는 그 당시 유명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가 주장한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혁신 기업가들을 까는 발언이었다. 저자는 악덕자본가와 혁신가는 서로 모순되는 이미지가 아니며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 산업화 과정에 엄청난 부를 챙기게 만든 기회들 중에는 수많은 사실들과 힘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사실들과 힘들은 대부호들의 인간 됨됨이에 좌우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부호들이 기존의 법을 이용하고 회피하고 위반한 한편으로 자신의 직접적 이익에 유리한 쪽으로 법이 마련되고 집행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즉, 세금공제, 자본이득 등이 부의 개인적인 축적을 도왔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슘페터는 기술적 발전과 금융적 조작을 체계적으로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수백만명의 사람들과 큰 금융기관의 투자 파트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과 설득력을 겸비한 판매 수완, 그리고 기업체의 예리한 변호사들과 증권시장 운영자들의 일을 훤하게 보는 능력이라 언급하고 있다. 한편 부는 스스로 영속화하는 경향과 거대한 부를 얻을 새로운 기회를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월급이나 임금에서 남는 것을 저축하여 미국 대부호 반열에 오른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면서 상당한 액수의 돈을 정말로 큰돈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이익의 축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진것이 많을수록, 그리고 경제적 지위가 전략적으로 중요할수록, 그가 더 많은 것을 얻을 확률도 더 높아지고 더욱 확실해진다는 말이다. 또한 회사의 고위간부들 역시 대부호들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데, 그 고위 간부들은 법인인 기업이 만든 존재로서 자제할 줄 아는 양심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마치 우리나라 재벌기업 총수의 이른바 가신으로 불리는 인물들을 떠올릴만하다. 이 고위간부들 역시 60% 이상이 기업가나 전문직 종사자 집안 출신이라 한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언급은 독서가 미국 기업 고위 간부들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예술이나 문학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며, 한 페이지를 넘는 보고서나 편지조차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라 설명한다. 그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독서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며, 그 사람은 그들을 위해 내용을 요약해준다고도 말한다. 이러한 기업체의 고위 간부들은 읽거나 쓰기보다는 말하거나 듣는 편이라 언급한다. 그들이 아는 것의 상당 부분은 회의 테이블에서 얻어들은 것이거나 다른 분야의 친구들로부터 들은 것이라면서 말이다. 또한 이러한 고위간부들은 주도적인 일을 좀처럼 벌이지 않으면서 밑에서 올라오는 결정을 승인하며, 비교적 덜 창의적이고 덜 역동적이라 묘사한다. 따라서 고위 간부직에 적합한 능력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보다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능력, 즉 기업 오너들에게 잘 보이는 능력만을 가졌을 것이라 폄하하고 있다. 저자는 기업 경영자를 통해서 유산계급이 재조직되는 현상에서 주목해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특정 기업들과 산업들과 가문들이 특정 산업 및 수익에 대해 가졌던 좁은 이해관계들이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로 더 넓게 재편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또한 부의 가치를 신랄하게 지적한다. 미국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원하는 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할 파워는 돈을 요구하며, 돈이 권력을 낳고, 권력이 자유를 낳는다고 단언한다. 흔히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지적한다. 미국의 부자는 돈과 돈의 가치가 최고의 목적인 그런 사회 안에서 승자이며, 만일 부자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 중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한다. 이어서 파워엘리트 중 정치인과 군부 영역으로 넘어가는데 특히 국가의 번영을 꾀하기를 원하는 대통령이면 누구나 적어도 기업이 대통령에게 기대는 그 이상으로 기업에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말한다. 정치경제의 정점에서 기업부문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19세기 후반에 문민의 지배를 받던 미국의 군사조직은 엘리트 계층에 속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에서 강대국이 되고 세계대전에 참여하면서 군부도 확장이 되고 군부 고위층의 구성원들은 곧장 외교 및 정치 집단으로 옮겨가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동안 기업경제와 군의 관료조직이 밀접히 결합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즉, 전쟁경제의 조직화 자체가 경제 분야의 고위 지도자들과 군사 지도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고 정치적 연합이 이뤄지도록 만들었다는 말이다. 국방예산 증대 뒤에는 현대 미국 자본주의가 영구한 전쟁경제로 나아가는 중대한 구조적 변화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정책결정의 3대 자리로 꼽히는 국무장관과 재무장관과 국방장관은 모건 가와 록펠러 가의 이해관계를 위해 국제적 활동을 벌이는 유명 법률회사의 뉴욕 대표와 30개가 넘는 사업체를 거느린 기업의 이사였던 중서부 지역의 어느 기업 간부, 그리고 최대 군사 장비 제조 업체로 미국 3대 혹은 4대 기업으로 꼽히는 회사의 사장을 지낸 인물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기업의 고위간부들과 군사 지도자, 선출된 정치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서로 접촉하면서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공통의 믿음과 사회적 동질성, 이해관계의 일치 등을 바탕으로 연합을 계속 지켜나갔다고 말한다. 또한 파워 엘리트의 핵심은 대형 법률회사와 투자회사 출신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들은 경제와 정치와 군사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중개인들이 되었으며 파워 엘리트의 단결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반해 화이트칼라 중산층은 독립적인 권력기반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보면 재산이 없는 임금 노동자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으나, 정치적으로 보면 조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임금노동자들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공중과 대중이라는 개념을 통해 미국 사회를 진단하고 있다. 일단 파워엘리트들의 부상으로 인해 직업적인 정당 정치인이 권력의 중간계층으로 추락했으며, 독립적이던 지방의 이해관계들이 거의 구조화되다시피 한 궁지에 몰려 있고, 입법 기능 또한 그런 궁지에 빠져 있으며,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지키는 공무원 제도가 부재하게 되었고, 공중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거나 심지어 의회의 토론 조차 거치지 않고 중대한 결정이 이뤄지는 공식적인 비밀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었다고 언급한다. 이 책에서 공중(public)은 합법적인 권력의 온상으로 민주적 권력의 평형바퀴 그 자체라 언급하고 있는데, 이 공중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토론의 자유라고 말한다. 이 공중의 변화에 대해 이 책에서는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개인주의가 집단적 형태의 경제 및 정치 생활로 대체되고, 또 이해관계들의 조화가 조화롭지 못한 계급 투쟁과 조직적인 압박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또 복잡한 이슈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결정, 이해관계가 실린 주장의 편향성, 그리고 시민들을 상대로 한 불합리한 호소 등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합리적 토론이 큰 손상을 입었다고 말한다. 지금 사람의 운명이 걸린 이슈들은 공중이 제기하는 것도 아니며 공중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아니라면서 공중들의 고전적인 공동체가 대중들의 사회로 변모했다고 언급한다. 이렇게 공중이 대중으로 변모하는데 매스미디어가 큰 역할을 수행했는데, 대변인 한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이용해 수백만 명의 청취자와 시청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의견을 듣는 사람보다 의견을 발표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작은 대중사회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은 기관들로부터 그 어떤 자율권도 얻지 못하며, 대중사회 끝에는 나치 독일이나 공산주의 러시아 같은 곳에서 보는 전체주의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사회 구조적 변모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공중의 순수한 도구로서의 자발적 단체들이 쇠퇴한 점이라 언급한다. 결국 이 책은 미국의 현실이 이론에서만큼 실제로 민주적인 국가가 맞느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정치, 군사 영역에 집중된 파워엘리트들이 공중의 영향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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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스는 파워 엘리트를 카르텔로 생각한다. 사실, 현실적으로 맞는 말이다. 물론, 현재에 있어서 군부의 역할은 정치와 경제에 비해 약하다. 밀스가 책을 쓰던 시대와 미국은 한국 현실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어쨌든 파워 엘리트는 그룹을 형성하고 그 그룹은 공고하다. 엘리트와 대비되는 계층을 밀스는 공중 혹은 대중으로 본다. 여기서 공중은 보다 의식 있는 시민이다. 대중은 그저 무리일 뿐 이다. 밀스는 공중이 대중화 되었고, 그러한 대중은 더 파편화 되어 공고히 결탁 돼 있는 파워 엘리트의 대항마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파워 엘리트들의 모습은 권력과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무책임하며, 지적으로도 부족하다는 것이 밀스의 생각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클 수 있다. 지식인 100명과 파워 엘리트 100명을 나란히 세운다고 했을 때 저자는 단 한 명도 겹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주장은 비판을 넘어서서 비난에 가까운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파워 엘리트가 형성된 과정과 그 결과, 그리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현상에 대한 이해를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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