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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세상에서》이토록 먹먹한 아름다움이라니!!
"《회색세상에서》이토록 먹먹한 아름다움이라니!!" 내용보기
리뷰가 어쩔 수 없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미리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이 작품에 완전히 매혹되어버리고 말았다. 책이 끝나버리는 게 너무도 아쉬워, 조금씩 조금씩 며칠 동안 아껴서 읽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너무 너무 좋았다.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책을 읽다가 울컥해서 눈물이 글썽이다가, 혼자서 피식 웃다가.. 누군가 나를 봤다면 왜 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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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가 어쩔 수 없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미리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이 작품에 완전히 매혹되어버리고 말았다. 책이 끝나버리는 게 너무도 아쉬워, 조금씩 조금씩 며칠 동안 아껴서 읽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너무 너무 좋았다.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책을 읽다가 울컥해서 눈물이 글썽이다가, 혼자서 피식 웃다가.. 누군가 나를 봤다면 왜 저러지? 싶었을 정도로.. 아주 푹 빠져서 읽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대한민국, 서울이 아니라 우랄산맥을 지나는 기차 안에, 알타이의 콜호스 농장에, 북극권의 꼭대기, 트로피모프스크에 가 있었다. 좋은 작품은 읽는 이의 마음에 언어를 그림처럼 새겨놓는다. 페이지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상호작용을 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이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보여지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로맹가리의 <유럽의 교육>이 1942년 폴란드를 배경으로 독일점령군에 맞서 싸우는 빨치산들의 이야기를 열네살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냈었다면, 루타 서페티스의 <회색 세상에서>는 1941년 리투아니아를 배경으로 스탈린 지배하의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서의 비극을 열다섯살 소녀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같은 시기, 비슷한 배경의 두 이야기가 다른 작가에 의해 어떻게 펼쳐지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회색세상에서>라는 작품에 조금 더 마음이 간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처음 만나는 작가 '루타 서페티스'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히틀러와 스탈린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폴란드, 그리고 여러 나라들을 나누어가졌다. 폴란드는 네 것. 리투아니나는 내 것. 장난감을 나누는 어린아이들처럼. 그들에겐 그것이 마치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쉬웠을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 지배당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땠을까. 소련은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발트 연안의 세 나라를 점령하고 반 소비에트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그들을 죽이거나 감옥에 가두거나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로 강제 추방을 했다. 스탈린의 공포정치와 그 잔학행위는 사망자만 2천만 명이 넘었던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는 히틀러의 나치가 저질렀던 유대인 학살만큼이나 무서운 일이었다.

 

열다섯 소녀 리나는 뭉크의 그림을 좋아하고 장차 화가가 되길 꿈꾸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엄마, 남동생과 함께 소비에트 비밀경찰에게 끌려간다. 강제로 열차에 태워진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길고도 험난한 여정에 오른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그들이 당도한 곳은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였다. 악명 높았던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목숨을 걸고 탈주를 시도하는 이들의 모험을 그린 영화 '웨이백'을 떠올려보자면, 아마도 이들의 상황은 아래와 비슷했을 것이다.


영화 '웨이백'의 스틸 컷


사람들은 NKVD(KBG의 전신)의 감시와 학대, 강제노동, 굶주림이 만연한 수용소 생활에 내던져진다. 영문도 모른채, 하루아침에 인간 이하의 '쓰레기'취급을 받는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폭력과 핍박,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고, 버텨야하는 그들에게 남은 거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으므로 희망도 없었고, 바로 옆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으므로 분노조차 가질 수가 없었다. 살아남아야 했으니까,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흩어진 가족을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언젠가 미술 선생님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 무언가를 상상하면 그것이 있는 곳에 가게 된다고 말했었다. 그것을 볼 수 있고 그것을 느낄 수 있다고.

우리가 NKVD와 대치해 있는 동안 나는 그 요령을 배웠다. 나는 침묵의 시간이 오면 내 녹슨 꿈에 매달렸다. 내가 온갖 희망 속으로 빠져들고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소망을 꺼내는 순간은 바로 총구 앞에서였다.

코모로프는 자기가 우리를 고문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안의 고요 속으로 피신하고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힘을 얻었다.


리나는 수용소에서의 시간을 그림을 그리고, 글로 써서 기록한다. 아버지에게 어떻게든 연락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사람들은 매일 밤 모여서 각자의 그리움과 소중한 기억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눈이 내리고, 기온은 계속 곤두박칠쳤고, 배고픔에 위가 아프고 쓰릴 지경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밤에 모여 서로에게 받는 작은 위로로 인해 일도, 추위도 참을 수 있었다. 그들중엔 늘상 불평만 해대는 투덜이도 있었고, 자신만 생각하는 개인주의자도 있었지만...기차에서부터 그들 사이에서 형성된 끈끈한 연대는 그 모든 것을 넘어서 그들을 하나의 가족처럼 만들어준다. 히틀러나 스탈린, 둘 중 누구 손아귀에 있든 이 전쟁으로 모두가 끝장날거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미움과 원망 대신 희망과 사랑을 가질 수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뭉크의 <불안>과 <절규>

 

<유럽의 교육>에서 음악을 듣고 감동할 줄 아는 열네살 소년 야네크처럼, 이 작품의 열다섯 소녀 리나는 그림을 보고 그걸 느낄줄 안다. 게다가 수많은 화가중에 뭉크라니.. 그의 작품은 퇴폐적인 예술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딘가 뒤틀리고 일그러진, 어둡고, 어려운 그림들이 아닌가. 리나는 뭉크의 목탄 초상화를 처음 보고는 양쪽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짓고 있는 얼굴에 드러난 고통을 알아보고는 눈시울을 붉힌다.

어쩜 저렇게 선이 끊긴 데나 지문 자국 하나 없이 완벽한 음영을 만들어냈을까?

이 어린 소녀는 단어 그대로, 순수하게, 예술 작품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찰스 디킨스의 <피크위크 페이퍼스>와 <돔비와 아들>


특히나 이 작품에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예쁜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그들 모두가 시베리아로 쫓기듯 끌려오기 전에, 급하게 꾸렸던 리나의 짐에는 디킨스의 책 <피크위크 페이퍼스> 한권이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주신 크리스마스 선물로, 리나는 몇 가지의 짐 중에 그 책을 챙겨서 떠났다. 그러나 강제노동수용소에서의 열악한 생존 환경 속에서 책은 하나씩 찢겨져 사람들이 담배를 마는데 사용되고 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리나의 열여섯번째 생일날, 안드리우스는 그녀에게 다른 책을 선물한다.

 

찰스 디킨스가 주로 다루었던 글이, 가난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과 비참한 생활 중에 발견되는 인간의 미덕과 가치였다는 점도 이 작품에 그의 책이 등장하는 점에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고단한 일상과 사회의 부조리를 신랄한 비평과 풍자로 묘사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작가였던 터라, 어린 리나가 디킨스의 작품에 의지하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고, 위안이 될 수 있었을 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피크위크 페이퍼스>는 아니야. 내가 담배 말아 태워버린 책 말이야, 그거였지?"그가 웃었다.
"이건 <돔비와 아들>이야. 내가 유일하게 구할 수 있었던 디킨스 책이었어." 그는 장갑 낀 손을 호호 불고는 손을 비볐다. 따뜻한 숨결이 담배연기처럼 차가운 공기 속을 맴돌았다.
"완벽해." 나는 책을 펼쳤다. 러시아어로 인쇄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넌 이제 러시아어를 배워야 해, 안 그러면 이 선물을 읽지 못할 테니까." 그가 말했다.

나는 무릎에 놓은 책을 가만히 보았다. 암적색 제본은 매끄럽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제목은 금박으로 깊게 새겨져 있었다.

아름다운 책, 진짜 선물, 완벽한 선물이었다. 갑자기, 진짜 생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안드리우스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나는 벙어리장갑을 낀 손으로 그의 뺨을 감쌌다. 그러고는 그의 얼굴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열여섯 소녀와 열여덟 소년이,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엄성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그대로 언제 죽을 지, 앞으로 어떤 고통을 더 당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책을 선물하고, 책을 읽는다는 것이 너무 예뻤고, 나를 기쁘게, 설레게 만들어 주었다.

 

리나는 밤마다 안드리우스가 선물해 준 <돔비와 아들>을 반페이지씩 읽었다. 러시아어를 몰랐기 때문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쩔쩔매면서, 끊임없이 엄마에게 해석을 부탁하면서 말이다. 책을 읽기 위해 조금씩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리나에게 안드리우스는 몇 개의 단어들을 테스트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크라시바야'라는 단어이다. 뜻을 모르겠다는 리나에게, 그는 엄마한테 물어보지 말고, 꼭 혼자 힘으로 알아내라고 말한다.

 

나는 발끝으로 서서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크라시바야."
그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그의 코가 내 볼을 스쳐내려갔다.
"아직 못 알아냈어?"
그가 내 목에 입을 맞추었다.
"아직." 나는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문득 나는 '크라시바야'라는 단어의 뜻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 보았다.

 

красивая (크라시바야) - 아름다운, 예쁜

 

아.. 나는 이 단어의 뜻을 알게 되자 마자, 마구 가슴이 설레었다.

그리고 이 페이지를 읽는 내내 나는 심장이 쿵닥거렸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훗날 리나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NKVD인 크레츠스키를 통해 그 단어의 뜻을 알게 된다. 그건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하다는 뜻이라는 것을. 엄마도 죽고, 안드리우스랑도 헤어지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리나의 엄마는 친절한 마음이 서투른 방식으로 전해질 때도 있는 법이라고 했다. 서툰 행동에 더 많은 진심이 담겨 있다고. 진실된 감정이 표현되어 나오면 어색하고 서투르지만, 그 속에 아름다움이 있는 거라고. 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던 무뚝한 소년 안드리우스는 리나에게 이 단어를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이다. 리나, 넌 참 예뻐. 아름다워라고. 옷을 벗고 있어도, 굶주림에 말라비틀어진 몸이 거의 중성처럼 보이는, 여성스럽다고 느낄만한 구석이 전혀 없었을 만큼, 그녀를 비롯해 모두가 육체적으로 핍박받는 현실에서 말이다. 그런 와중에도 소년은, 소녀의 영혼에서 아름다움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소중한 시간도 한때, NKVD 들은 일부 사람들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리나의 가족들과 안드리우스는 기약없이 헤어진다. 새로 도착한 곳은 북극권의 꼭대기, 트로피모프스크.. 북극의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추위에 죽지 않고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모두 두려워한다. 그렇게 3월 리나의 생일부터 무려 8개월이 지난 어느 날, 눈보라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잘 버텼던 엄마도 점점 상태가 나빠지고, 꼭 만날거라고 믿었던 아빠마저 감옥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11월 20일, 안드리우스의 생일이었다. 나는 주의깊게 날짜를 꼽고 있었다. 아침에 잠을 깼을 때는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낮에 통나무를 끌고 오면서는 그를 생각했다.

밤에는 화덕 옆에 앉아 <돔비와 아들>을 읽었다. 크라시바야. 아직도 그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뒤로 건너뛰면 찾게 될지도 몰랐다. 나는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았다. 무슨 표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뒤로 계속 넘겨보았다.

278쪽 여백에 연필로 쓰여 있었다.
안녕, 리나. 278쪽까지 왔구나. 정말 수고했어!
나는 숨이 턱 막혔지만, 곧 책에 푹 빠져 읽는 척했다. 안드리우스의 글씨를 살펴보았다. 내 이름을 길쭉하게 쓴 글씨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혹시 더 있을까? 나는 책을 착실히 읽어가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릴 수가 없었다. 여백을 살피면서 조심스레 책장을 넘겨나갔다.
300쪽.
정말 300쪽을 읽고 있는 거야, 아니면 여기까지 건너뛴 거야?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322쪽.
<돔비와 아들>은 지루해. 너도 인정해.
364쪽.
난 네 생각을 하고 있어.
412쪽.
아마 너도 내 생각을 하고 있겠지?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래, 네 생각 하고 있어. 생일 축하해, 안드리우스.

 

아.. 어떻하나.. 디킨스의 책 속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나는, 눈물이 글썽글썽해지고 말았다. 목구멍까지 울컥해진 뭔가가 마구 차 올라서, 감정을 눌러대느라 꾹꾹 참아야 했다. 그렇게 안드리우스가 디킨스의 책 속에 메모해놓은 이 장면을 여러번 읽고, 또 읽었다. 이들의 예쁜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막 봄바람처럼 따뜻해져 왔다.

"내가 널 찾아갈게. 난 너를 찾아낼 거야. 그것만 생각해."라고 말했던 안드리우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가 나에게 입모양으로 "내가 찾아갈 거야."라고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북극 끝에 있어도.. 그가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라도.. 나를 찾아올 거라고 믿고 싶어졌다.

 

 

자, 그리고 리나와 안드리우스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다면 이 아름다운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보아야 한다. 아껴서 읽던 책장의 마지막을 덮고서도, 나는 그 여운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찰스 디킨스는 이런 말을 했다.

<누구나 다들 조금씩 갖고 있는 지나간 불행을 깊이 생각하지 말고, 누구나 다들 많이 갖고 있는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축복에 대해 깊이 생각하라.>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나를 불행의 끝까지 떨어트리더라도, 앞길이 캄캄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더라도, 희망을 놓지 말고,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대신, 사랑으로 이해해주는 것이 결국은 승리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래 사진은, 이제는 완연한 독립 국가인 리투아니아의 '십자가 언덕' 이다.

 

 

 

현재는 전세계 종교인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리투아니아의 대표적 명소로 알려져 있다.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을 일일이 수습하기 어렵게 되자 가족들이 격전지였던 이 언덕에 십자가를 대신 세우는 것으로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고 한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이 십자가 언덕이 현재는 관광 명소라니 어딘가 씁쓸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나간 과거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과거들이, 바로 현재의 우리를 만들어주는 거울이니 말이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13.05.08. 신고 공감 4 댓글 9
리뷰 총점 종이책
결국에는 드러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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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소련은 발트해 연안의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점령했습니다. 얼마 뒤 크렘린은 반 소비에트 인사들의 명단을 만들고, 그들을 죽이거나 감옥에 보내거나 시베리아로 보내 강제로 일을 시키기로 결정했지요. 의사, 변호사, 교사, 군인, 작가, 사업가, 음악가, 심지어 도서관 사서들까지 반 소비에트로 보이는 사람들을 모두 추리면서 없애버릴 사람들 명단은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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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소련은 발트해 연안의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점령했습니다. 얼마 뒤 크렘린은 반 소비에트 인사들의 명단을 만들고, 그들을 죽이거나 감옥에 보내거나 시베리아로 보내 강제로 일을 시키기로 결정했지요. 의사, 변호사, 교사, 군인, 작가, 사업가, 음악가, 심지어 도서관 사서들까지 반 소비에트로 보이는 사람들을 모두 추리면서 없애버릴 사람들 명단은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첫번째 강제 내쫓김은 1941년 6월 14일에 일어났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471쪽



제2차 세계전쟁(얼마 전에 우리나라는 왜 세계대전이라 할까 하는 말을 들었다. 세계전쟁, 세계전 더 쉽게 세계싸움이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은 1939년 9월 1일에서 1945년 8월 15일까지로 연합국과 독일·일본·이탈리아 동맹국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이다. 이것은 나한테 있는 오래된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것인데, 독일·일본은 그렇다 치고 이탈리아가 이쪽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독일이나 일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책 속에 나온 소비에트(스탈린)가 한 일은 거의 몰랐다(나만 잘 모르는 것인지도). 1991년 발트해 세 나라(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가 오십 년 동안의 소비에트 점령에서 벗어난 뒤에 알려졌을까. 1991년은 제2차 세계전쟁이 끝나고도 한참 뒤다. 그러고 보니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비슷한 때 알려진 것 같다. 1980년대 말인가 1990년대 초였던 듯. 사실 나도 확실히는 모른다. 어떤 것은 알아보기도 해야 하는데……. 마지막에 ‘남은 말(에필로그)’에 나온 때는 1995년 4월 25일이다.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땅을 파던 일꾼은 땅속에서 나무상자를 꺼냈다. 그것은 리나와 동생 요나스가 1954년에 십이 년 동안 갇혀있던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돌아와 묻은 것으로 글과 그림이 들어있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리나 빌카스로 열여섯 살 여자아이다. 리나를 보니 독일에서 숨어 지내던 여자아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안네 프랑크. 리나와 식구들은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도망치려고 했을 때 NKVD(소련의 내무위원회를 줄인 말)가 리나와 엄마 그리고 동생 요나스를 끌고 갔다. 아빠는 집에 돌아오지 않은 채였다. 리나가 아빠를 만난 곳은 화물열차를 타러간 역이었다. 리나 아빠는 남자들과 다른 곳으로 끌려가고 리나, 요나스 그리고 엄마는 알타이 강제노동수용소에 끌려갔다. 세 사람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끌려갔다. 소비에트에서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여겼다. 그리고 사람들한테 범죄자인 것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서류에 이름을 쓰라고 했다. 그런 것을 보면서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정하지 않아도 무서워서 이름을 썼을지도. 그래도 여기에는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름을 쓰면 안 된다고. 그런 일을 시키는 것은 사람들 마음을 꺾기 위한 것이라고. NKVD는 서류에 이름을 쓰지 않은 사람들을 이틀에 하루는 못 자게 했다. 그런 것에 못 이겨 이름을 쓰는 사람이 늘어갔다.

사람한테 일을 시키려면 어느 정도 시설이 갖춰져야 하는데 사람들이 끌려간 곳은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먹을 게 적었다. 리나는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찾아먹기도 했다. 리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사람들은 희망을 갖고 살아갔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모두 모여서 축하하기도 하고, 리나 생일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서 축하해주었다. 리나는 그림을 잘 그렸다. 그림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리나는 자신이 겪는 일, 보는 일을 쓰고 그렸다. 그것은 NKVD한테 들키면 안 되는 거였다. 그때 리나처럼 글이나 그림으로 남긴 사람이 많았겠지. NKVD라고 해서 모두 나쁘지는 않았다. 끌려온 사람들을 도와준 사람도 있었다. 리나가 NKVD 지휘관 초상화를 그리게 해준 것은 NKVD 대원 니콜라이 크레츠스키다. 리나는 지휘관의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렸다. 그리고 음식을 받았다. NKVD들이 음식을 거칠게 던져주었지만. 리나는 크레츠스키를 나쁘게 생각했는데, 나는 크레츠스키가 일부러 나쁘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더 심하게 괴롭히지 못하게 하려고. 리나는 크레스츠스키가 엄마를 도와준 일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리나와 요나스 그리고 엄마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리나는 안드리우스한테 지금까지 쓴 글과 그림을 맡겼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바라며. 리나네 식구들과 사람들이 끌려간 곳은 북극 트로피모프스크였다. 그곳은 아주 추웠다. 그곳에 갔을 때 엄마가 제대로 걷지 못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금 걱정했는데 리나 엄마는 죽는다. 어쩌면 엄마는 아빠가 총살당했다는 말 때문에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병으로 죽어갈 때 그곳에 의사가 나타났다. 요나스도 괴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치료를 받았다. 그곳을 의사한테 알려준 사람은 니콜라이 크레츠스키였다고 했다. 여기에는 한해가 조금 넘는 시간이 나왔지만, 사람들이 시베리아 수용소에 갇혀있었던 것은 십이 년이다. 살아서 자기 나라에 돌아간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서도 편하게 살지 못했다. 소비에트는 자기들이 한 일을 숨기려고 했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났다. 시베리아 수용소.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끌려가서 갇혀있었다는 것이. 시베리아라는 말 봤을 때 바로 떠올려야 했는데. 그렇지만 발트해 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일은 훨씬 나중에 알려졌을 것이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그런 데 끌려간 일은 진짜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그런 일을 잊지 않고, 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형편에 있다 해도 희망을 버리면 안 된다.



희선




☆―

“안드리우스, 나…… 무서워.”

그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안 돼. 두려워하지마. 저들한테 어떤 것도 내주어선 안 돼, 리나. 두려움조차도 보이면 안 돼.” (334쪽)


“날 봐.” 안드리우스가 가까이 다가서며 소곤거렸다. “난 너를 찾아낼 거야. 그것만 생각해. 내가 네 그림들을 가지고 찾아간다는 생각만 해. 그걸 그려. 왜냐하면 내가 갈 거니까.” (341쪽)


 

이달의 사락 n***8 2013.07.23. 신고 공감 2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그 어떤 색보다 찬란한 회색이여!
"그 어떤 색보다 찬란한 회색이여!" 내용보기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란 것이고 글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사랑인 것이다. 나자신이 내용을 리뷰에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내용은 빼겠다! ㅎ   가슴 먹먹하다. 사랑이 그리고 희망이 전부라기에 이 소설은 유머란 것도 있다! 분명히 전체적인 색은 회색이나  그것의 진짜 색은 태양빛임을 소설 말미뿐 아니라 곳곳에서 우리는 느낄 수가 있다. 개
"그 어떤 색보다 찬란한 회색이여!" 내용보기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란 것이고 글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사랑인 것이다.

나자신이 내용을 리뷰에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내용은 빼겠다! ㅎ

 

가슴 먹먹하다.

사랑이 그리고 희망이 전부라기에

이 소설은 유머란 것도 있다!

분명히 전체적인 색은 회색이나 

그것의 진짜 색은 태양빛임을 소설 말미뿐 아니라

곳곳에서 우리는 느낄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니나가 동생을 잘 챙기는 모습에서

나 어릴적, 동생에게 구박하고 때리고 놀렸던 ㅠ 기억이 나서

동생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물론 내동생은 이언니가 미쳤나? 반응)

가족과 국가에 대한

더 크게는 지구촌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생각하고

역사란 것은 분명히 바로 잡혀야 된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역사도..

 

이런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것ㅇ ㅣ 아니다.

수십권을 읽어야 겨우 한권 찾아볼까  말까 하는 귀중한 것,

여러분 이 귀중한 것을 바로 접하진 않으실래요?^^

작가의 첫 작품이라니....

이작가의 미래가 기대가 되면서도 측은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소설이 그만큼 대단한 작품이라는 점 .

사랑한다 니나

그리고 조혜란 ( 내동생 이름이에용..)

YES마니아 : 로얄 r****2 2013.07.01.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회색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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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을 제외하고 일반 소설을 읽을 때 내가 고르게 되는 걸 보면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지만 1,2차 세계대전 속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나 해방 이후의 암울한 역사를 다룬 긴 스케일의 배경을 가진 작품을 주로 읽게 되었다. <나치와 이발사>,<빛이 사라지는 시간>,<사라의 열쇠>,<일루스트라도>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인데,이번에 읽게 된 <회색 세상에서>
"회색 세상에서" 내용보기

장르소설을 제외하고 일반 소설을 읽을 때 내가 고르게 되는 걸 보면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지만 1,2차 세계대전 속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나 해방 이후의 암울한 역사를 다룬 긴 스케일의 배경을 가진 작품을 주로 읽게 되었다. <나치와 이발사>,<빛이 사라지는 시간>,<사라의 열쇠>,<일루스트라도>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인데,이번에 읽게 된 <회색 세상에서>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하면 시간,공간적 배경이 큰 변화가 없는 편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그 속에 나타난 사실적인 내용이나 설명,묘사들이 이 작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끌려가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스탈린의 지배하에 있던 구 소련의 암흑기 시절에 주인공인 16살 소녀 리나의 집에 다짜고짜 구 소련의 무시무시한 조직이 들어온다. 그리고 곧 가족들을 끌고 간다. 그러나 동네 주민들은 숨어서 보면서도 모르는 척 할 뿐이다. 그 이후에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당시의 상황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들이 곳곳에 펼쳐진다. 그리고 거의 배경이 바뀌는 것 없이 제목과 같이 그대로 회색 세상이 이어질 뿐이다.

 

이전에 내가 읽은 작품들이 끌려가는 곳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 그 당시 살았던 작품 속 캐릭터의 말과 행동을 통해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면 이 작품은 사실감 넘치는 표현과 설명으로 읽는 누구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우리도 일제 치하에 이런 경험을 겪었듯이 말이다. 그 속에서 주인공과 동생을 떼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감동적인 노력은 압권이다. 그러나 쉽게 됐다면 이 작품의 감동이 덜했을 것이다. 그리고 작품 마지막에 비극적인 상황이 펼쳐졌을 땐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정보 없이도 그저 캐릭터의 상황과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비극적인 상황들이 쭉 펼쳐진다. 특히 작품 속 주인공이 가게 되는 시베리아,북극권,트로피모프스크까지 모두가 눈 밖에 보이지 않는 정말로 회색 세상에서만 있게 되는 기분을 비록 작품 속 배경이었지만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은 비극적이지만,주인공인 16살 소녀 리나의 마음만은 행복하다. 그녀에게 마지막에 비극적인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지긴 하지만,그런 비극보다는 내일의 희망을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엄마와 리나의 대화에서 그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라의 열쇠>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울면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비슷한 시대적 배경을 다룬 작품들이 주로 나치나 홀로코스트의 고통을 다룬 게 많았다면 이 작품은 구 소련을 다루고 있음에도 당시엔 똑같은 상황이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70여 년 전 일임에도 아직까지 이 시대를 배경으로 소설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 아직도 그 때의 아물지 않는 상처가 남아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2013/7/17

l*****3 2013.07.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