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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어린 해녀자매와 독도 강치_『이어도에서 온 선물』 독서후담
"제주의 어린 해녀자매와 독도 강치_『이어도에서 온 선물』 독서후담" 내용보기
https://blog.naver.com/mate3416/222252641917 <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자녀 교육열은 없고 자기 교육열은 있는 내가 그래도 부모 된 양심상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꼬마들과의 베갯머리 독서다. 하루를 무탈히 보낸 끝, 샤워로 다시 보송해진 몸과 마음을 밤에 맡긴 우리는 편안하다. 독서등 아래 각자 좋게 자리잡아 누우면 나의 연기혼이 깨어난다. 정말 자신있게 말
"제주의 어린 해녀자매와 독도 강치_『이어도에서 온 선물』 독서후담" 내용보기


 

https://blog.naver.com/mate3416/222252641917

<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자녀 교육열은 없고 자기 교육열은 있는 내가 그래도 부모 된 양심상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꼬마들과의 베갯머리 독서다.

하루를 무탈히 보낸 끝, 샤워로 다시 보송해진 몸과 마음을 밤에 맡긴 우리는 편안하다. 독서등 아래 각자 좋게 자리잡아 누우면 나의 연기혼이 깨어난다. 정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나 책 진짜 잘 읽어준다. 혼연일체, 메소드 열연.

 

비록 내가 이거 하나는() 신경 쓰겠어.’로 시작하긴 했지만 온종일 방치했으니 하루의 마무리만큼은 같이 해주겠다는 마음도 컸다. 물론, 책이라는 굉장한 세계를 알려주고 싶은 꼬드김의 사심도 있었다. 어쨌거나 (워낙 해주는 게 없으니까) 베갯머리 독서 하나는 성실히 해오고 있다.

 

꼬마들이 자라면서초등 5학년, 2학년여직 책을 읽어주느냐고, 혼자 읽을 때가 지나지 않았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지만 녀석들이 해치운 삼시세끼들과 저희들이 사방에서 채취한 배경지식, 나름의 인생경험과 독서경험이 쌓일수록 읽을 수 있는 책의 범위가 넓어져 우리의 밤독서는 점점 더 만족스럽다. 우리 셋의 마음이 흔들리는 지점이나 강도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독서라는 것이 본디 다분히 개인적인 체험인지라 우리는 각자의 잔상을 가득 품은 채 잠에 든다.

 

얼마 전 이어도에서 온 선물을 읽었다. 일제강점기 제주의 해녀자매와 독도의 강치를 이은 어린이 장편동화다.

주제, 분량, 문체 같은 책의 전반이 직전에 읽은 고고학 탐정소설과 여러모로 달라 책읽기의 균형추를 잡기에도 좋았고, 국토수호와 애국의 사명을 지닌 큰꼬마가 좋아할만한 시대적, 지리적 배경과 동물을 좋아하는 작은꼬마의 마음을 훔칠 소재가 등장해 이번에도 우리의 밤독서는 만족스러웠다.

 

한동안을 머물렀던 책 속 세상에서 걸어나오는 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쉬운 일이지만 매일 밤마다 이집트의 미라와 금은보화를 찾아 악당의 잔꾀를 물리쳐가며 현명하고 정의로운 고고학자를 따라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있던 녀석들에게 제주 해녀의 책을 보여주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혼신을 다한 낭독이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언제나처럼 또다른 세상, 제주의 바다에 도착했다.

아이들과 나는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제주도의 낯선 방언에 함께 깔깔거렸고(내가 또 맛깔나게 읊었으니까, 정작 제주 사람들은 못 알아듣겠지만), 새파랗게 펼쳐진 삽화에 마음껏 시원해했다. 영등할망을 맞는 굿이 벌어진 날에는 마을사람들 어디쯤에 끼어 고깃배 높이 펄럭이는 깃발 위 맑은 하늘과 풍성한 잔치음식을 만끽하며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해주시고, 모두가 가득 담아오게 해주세요.’ 소원했다. 해녀자매 훈옥이와 현옥이가 견뎌내야 할 만만치 않은 시련과 독도 강치의 몸부림에 같이 움츠러들고 분개하면서 그래도의 반전을 한마음으로 희망하기도 했다. 그렇게 또 며칠의 밤을 제주로, 강치가 존재했던 때로 여행을 떠나며 각자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매서운 바람을 견뎌 낸 뒤에야 비로소 테왁이 되는 박처럼

 

불꽃연기에 몰입해 책을 읽다보면 가끔 주먹만한 뭔가가 훅 들어와 멈칫할 때가 있다. 속을 다 파낸 박이 해녀의 몸을 띄워주는 테왁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한겨울 내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야 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이제 막 해녀가 되려는 현옥이에게도, 똘망똘망 이야기를 듣고있는 나의 꼬마들에게도, 그리고 미친 연기력을 불사르고 나면 내 침대로 돌아가면 다시 말을 묻고 어른의 문장들을 되뇌일 내게도 어떤 마음을 보내주고만 싶었다. 너무 혹독하지만은 않기를 내가 바라겠다고, 아주 완벽한 테왁이 아니어도 괜찮은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린이 문학, 청소년 문학이라는 가름선을 넘어본 적이 없다면 선입견 없이 그 안의 책들을 골라보시길 권한다. 좋은 책이 참 많다. 뽐내지 않아 읽는 마음이 편해 좋고, ‘! 그래서 그런 거였어?’ 뒤늦게 번뜩여 좋을 때도 있다. 나와 꼬마들이 품고 잠든 제주의 앞바다가 저마다 달랐을 것처럼 당신도 당신만의 차오름이 있을 것이다. 어린 문학의 작가들이 실컷 쓸 수 있기를 응원하며 이만 총총.

 

 

덧붙임) 좋은 책의 독서후담이 아직 찰랑일 때, 아침 일찍 도착한 신문 1면에서 유명 동화작가의 아동성추행 기사를 읽었다. 억울하다는 가해자와 일련의 상황을 알면서도 언론보도 전까지 그의 책들을 판매해온 출판사에 할 말을 잃었다. 동시에 피해아동에게 미칠 영향과 기타 다른 문제들을 고려하며 보도 시점을 고민했다는 한겨레기자의 취재입장과 해당 작가의 책들에 대한 대출 중지를 시급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논한 사서들의 소식에 이를 반가워해야 하는 건지 어째야 하는 건지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하였다.

어린이 문학과 청소년 문학에 가름선은 필요 없다는 생각은 사람이 되지 못한 이의 글과 생각과 육체는 적어도 그 어린 문학에만큼은 침범할 수 없도록 단단한 꼴로 그어야 맞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싫다, 정말이지.

 
m******6 2021.02.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