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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기록 - 마르티나 도이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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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조선시대 여성사를 전공한 아내가 쓴 논문을 보다가 인용한 논문 중에 서양인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마르티나 도이힐러'. 원문의 일부를 읽어보니 조선시대의 유교와 여성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서양인이 우리도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조선시대의 유교 문화에 대해서 이런 논문을 썼는지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현재 런던대 명예교수이고
"추억의 기록 - 마르티나 도이힐러" 내용보기

얼마 전, 조선시대 여성사를 전공한 아내가 쓴 논문을 보다가 인용한 논문 중에 서양인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마르티나 도이힐러'. 원문의 일부를 읽어보니 조선시대의 유교와 여성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서양인이 우리도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조선시대의 유교 문화에 대해서 이런 논문을 썼는지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현재 런던대 명예교수이고 얼마 전에 책을 내고 방한한 일이 신문 기사로 검색되는 것을 보면 꽤 유명한 사람인듯 했다.


아내가 도이힐러의 책을 주문해달라고하여 검색을 해보니 아내가 이야기한 책 말고 눈을 끄는 책이 있었다. '추억의 기록'. '스위스인 며느리의 추억 속에서 빛나는 50년 전 한국의 의례, 풍습, 민간신앙' 이라는 책 소개를 보니 똑똑한 며느리가 본 우리나라의 예전 모습은 어땠는지 호기심이 샘솟아서 책을 주문했다.


책에는 사진이 많고 글은 많지않아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다. 내심 기대했던 똑똑한 며느리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60년대 말 서울의 모습, 당시 시골에서의 제사, 장례식 풍경, 복원되기 전 경주의 모습과 복원이 진행중인 경주의 모습 등등 사진과 설명속에서 저자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궁금했던 저자와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다가 마침 필요한 책을 대출해갔던 한국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이야기, 그리고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되었는데 그 후에야 시댁이 있는 한국을 방문한 이야기,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얼마 후에 규장각에서 한국의 대학원생들(내가 아는 한국 사학계의 원로학자인 한영우, 이태진 등)과 공부한 이야기 등등 사진이 없는 앞부분의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원래 중국 고전과 일본어가 전공이었다고 하는데 하버드에서 박사 논문을 쓸 때 지도교수가 주제를 한국으로 정해주셨다고 한다. 낯설어하는 저자에게 자료가 어차피 한문으로 되어있으니 해보라고 하셨단다. 존 킹 페어뱅크라는 그 지도교수의 이름이 낯익었는데 꽤 오래 전에 중국 역사책을 읽고 싶어서 샀던 '신중국사'의 저자였다. 서양인이 쓴 중국의 역사책을 서점에서 고르며 조금은 신기했었다.


책소개를 보면 '신중국사'는 존 킹 페어뱅크의 유작으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날 그는 쓰러졌고 이틀 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중국사의 대가라고 하는데 과연 서양사람이 동양의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며 역사를 썼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가며 그동안 읽어왔던 역사책과는 다른, 서양인의 시각으로 서술한 중국의 역사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며 날카롭게 분석해가는 것을 보며 우리의 역사를 남의 시선으로 분석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추억의 기록'을 읽으며 나를 미소짓게 만든 이야기 중의 하나는 저자가 규장각에서 공부하는 동안 명륜동에서 하숙을 했을 때의 일화였다. 당시 그 동네에 외국인은 저자 하나였고 호기심 많은 할머니들이 금발이 진짜인지 슬쩍 만져보곤 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 전에 읽었던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 생각났다.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것은 1894년이었는데, 그는 서울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을 돌아다녔고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이라는 책을 냈다. 그 책에는 외국인 여성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온다.


허리에 물이 차올때까지 물에 들어와 배를 살펴보기도 하고 몇 리나 걸어와서 배에 올라와 달걀을 내밀며 살림살이를 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여관방 안에까지 밀려드는 구경꾼때문에 여관방 문이 부숴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보다 까마득하게 나이많은 우리 조상님들이 귀엽게 느껴졌었다.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도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그것은 쓸 이야기가 많아서 다음 언젠가를 기약..

b****0 2020.03.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