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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 글리는 원래 이름은 김 귀자였다. 독자들은 그를 귀한 자식이라 불렀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그때부터 귀한 자식처럼 행동했다. 당돌한 20대를 보냈던 그녀는 어느 날 30대가 되어 성숙한 모습으로 독자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글리로 바꿨다. 귀한 자식을 넘어 글리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다시 나타난 그녀는 왜 글리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다시 나타났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읽은 책이 바로 『인생모험』 이다. 이 책은 아마 내가 알기로는 그녀의 세 번째 책이다.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어미가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 그만큼 커다란 고통이 따르지만 결실은 뿌듯하기 그지없다. 자식을 가져본 어미는 그 자식을 낳아보지 않고는 그 가치를 알 수 없다. 그토록 어려운 고통을 세 번이나 감내하면서 완성한 책이 『인생모험』이다.
이 책은 그동안 그녀가 내놓은 어떤 책보다 깊이와 넓이에 있어 완성도가 높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눈을 떼는 순간 그녀가 왜 글리로 이름을 바꾸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글의 이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글은 긁다에서 왔다. 수많은 지면을 긁지 않고는 글의 의미를 알 수 없다. 그녀가 글의 이치를 깨달았다는 것은 수많은 글로 종이 위를 긁었다는 의미이다. 비록 컴퓨터의 자판으로 대체된 글이었겠지만 글이 종이이든 자판이든 내면의 깊이를 파고 들을 때 글의 이치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글이 안중을 점하고 마음을 관통할 때 글과 자기가 하나가 된다. 비로소 그때 우리는 글의 이치를 깨닫는다고 말한다. 『인생모험』이 그랬다.
저자는 이 책을 다섯 장으로 구분하면서 별을 그리기 시작했다. 보통 책을 다섯 꼭지로 나누는 작가는 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아가 하늘의 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꿈이 많은 사람이다. 그녀가 그랬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녀의 모험이란 옷을 입은 꿈들이 가득하다. 첫 장이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로 시작한다. 이 장을 들어가기 전 그녀의 첫 마디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떠오르게 한다. ‘앞에 두 갈래의 길이 있어, 사람이 덜 다니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모든 걸 바꾸었습니다.’ 그녀의 인생을 집약한 말이다.
그녀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그리고 실제 그녀의 인생 모두를 바꾸었다. 그녀는 방황이란 표현을 빌렸지만 내가 보기에는 삶의 흔적이다. 버리기 아까운 흔적들 말이다. 그리고 책 표지에는 모험이라고 슬쩍 바꾸었다. ‘두려움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는 흥분의 다른 말이며, 불안은 살아있음을 계속할 용기라는 것도 말입니다. 그러므로 순간순간 삶의 떨림과 충만함을 따라가야 한다고.’ 삶의 떨림은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언어를 좋아하는 나에게 유혹하는 언어는 설렘과 떨림 그리고 끌림이 있는데 그녀의 첫 장에서 사용한 언어 선택이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 이런 물음들이 자꾸만 생성된다면, 열심히 살았는데도 뭔가 공허하고 허무하게 느껴진다면, 잠시 멈추고 내가 왜 뛰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그건 방향을 다시 설정하라는 외침이니까. 내면의 외침을 따라 그녀가 밟았던 생생한 길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장의 말미에 방향을 결정하는 힘은 질문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질문하는 자는 반드시 답을 찾아낸다. 따라서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생각의 수준을 결정하고, 삶의 질을 만든다. 만약 내가 어디고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나는 지금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그러면서 다음 장에 이렇게 질문한다. 나는 누구일까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이것을 알지 못하고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어찌 너를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나를 아는 것은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깨닫고 인생의 목적을 달성하는 첫걸음이다. 그때 귀자로 소개한 기억이 난다. 귀한 자식으로 자신을 소개했었다. 하지만 귀한 자식보다는 나에게는 이상한 자식이었다. 아니 그녀는 수상한 여자였다. 마침내 스탠퍼드 대학 졸업장에서 졸업생에게 스티브 잡스가 연설한 마지막 문장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슬쩍 바꾼 ‘그레이엄 무어’의 “Stay weird, stay different”가 자신임을 암시한다. 스티브 잡스의 ‘갈망하라 우직하게’ 보다 더 강렬한 ‘이상해라, 차이나게’를 들고 나섰다.
‘이상해도 괜찮아요, 남들과 다른 자신을 바꾸려 하지 마세요. 언젠가 당신 차례가 오면, 이 무대에 서서 다음 사람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세요. 이상해도 괜찮아요.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요.’ 내가 알고 있는 그녀가 이와 다르지 않다. 이상하다 못해 수상한 그녀, 하지만 그녀에게는 무엇인가 끌리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그녀의 수많은 자기 찾기 결론은 이렇다. ‘내 방식대로, 내가 이를 수 있는 곳 끝까지 가보기로 작정한다. 내가 믿는 것에 인생을 거는 것, 내가 선택한 것에 혼신의 힘을 다해 보는 것, 그것도, 참 괜찮은 인생 아닌가?’ 내가 보기에 참 괜찮은 인생이 아니라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은 그녀다.
이러니 그녀가 별을 좋아하지 않을 리 없다. 마침내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라는 꿈꾸는 삶을 3장에서 펼친다. 이 장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저는 이상하게 ‘소망’이란 말에 자꾸 끌려요” “저는 ‘길’이란 말을 정말 좋아해요.”라고 하면서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들을 수집했다. ‘자유, 길, 소통, 교류, 세계, 리더, 사람, 여행, 낯설음, 새로운 것, 변화, 힘, 아름다움, 창조, 잠재력, 꿈, 미래, 탐험, 모험, 글, 책, 말, 인터뷰, 삶, 문화, 예술, 본질, 자아실현, 가치, 쓸모, 재발견, 관점, 자율, 다양성’ 이 그것이다.
이 언어들은 대부분 나의 졸고 ‘언어의 유혹’을 휘어잡는 언어들이다. 언어는 마음의 지문이다. 이미 이 언어들이 그녀의 마음에 지문을 남겼다면 그녀는 이 언어를 통해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의 집’을 짓고 있다는 말이 된다. 꿈은 별거 아니다. 언어로 표현된 나다. 나를 언어를 표현하면 그것이 곧 내가 된다. 언어로 마음에 욕망이 흐르게 하라. 그러면 그 욕망이 너를 인도하여 너답게 만드리라.
언어를 통해 무엇을 원하는 지를 깨닫게 되자 드디어 4장에서 ‘어떻게 살까?’를 묻는다. 질문의 답을 얻을 차례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녀는 첫 장에서 자기 이야기는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 장에서 다음 장으로 건너뛰는 모습이 그녀의 삶의 궤적을 보는 것 같아 이 말에 선뜻 동의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의 진면목을 알려면 그녀가 정한 장의 순서를 따르는 것을 권장한다.
‘어느 날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스승이 답했다. “니가 발견하고, 살면 된다. 집을 떠나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진 사람만이 성장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걷다가 두 다리가 지쳐 더 이상 걸음을 뗄 수 없으면 그때가 바로 너의 날개가 펼쳐져,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러니 떠나기를 두려워하지 말거라.” 나는 여기서 나온 스승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구본형변화경영사상가이다. 진정한 스승이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스승이란 스스로 승리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녀가 그랬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 피나는 모험길을 떠나는 것이다. 발톱이 빠지면서도 길을 걷는다. 그것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비록 나중에 자전거로 갈아탔지만 그녀의 도전은 끝이 없다. 산을 오르고 오지를 탐방하고 세계를 누빈다.
‘어차피 한번은 죽는다. 기왕 죽을 거라면, 하고 싶은 걸 하고 죽자.’‘20년 후,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실망할 것이다. 돛 줄을 풀어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발길이 머무는 그 날까지 모험길에 나선다. 류시화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에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복의 뒤를 좇는다는 건 아직 마음이 담긴 길을 걷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가고 싶은 길을 가라. 그것이 마음이 담긴 길이라면, 마음에 담긴 길을 갈 때가 자아가 빛난다.”
이 말을 들으면서 그녀는 다시 한번 스승의 말을 되새긴다. “가슴을 열고 욕망이 흐르게 하라. 생긴 대로 살아가야 한다. 타고난 자연스러움으로 나를 표현해야 한다.” “남들의 격려없이 홀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아무도 없이 홀로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멀리 갈 수 있다.” 이 말을 들은 그녀는 이렇게 결심한다. ‘나대로 활짝 피어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것, 나 역시 이것이 인생의 유일무이한 의무이자 성공이라고 믿는다.’ 나도 그녀처럼 믿는다.
마침내 그녀에게는 『인생모험』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알리게 되었다. 스스로 격려할 때 멀리 갈 수 있다는 그녀가 들려준 감동 스토리가 이 장에서 전개된다. 외팔소녀 서퍼 베서니 해밀턴이 그녀다. 상어에게 한팔을 잃고도 서퍼의 꿈을 접지 않고 이를 일구어 세계의 모든 사람의 가슴을 울렸던 그녀다. 팔을 잃고 서핑을 새로 시작할 때 아버지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분명 쉽지 않을 거다.” 베서니가 대답한다. “쉬울 필요 없어요. 가능하기만 하면 돼요”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 말은 그녀를 실화로 제작한 영화 《소울 서퍼》의 명대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녀 또한 쉬울 필요가 없다. 가능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살까, 어느 길을 갈까 무척 고민했다. 그런데 어느 길을 가도 괜찮겠더라고. 어떻게 살아도 괜찮겠더라고. 스스로 믿어주는 이 마음만 있으면, 어떤 길을 가더라도 그 길이 내 길이 될 것이고, 어떤 방식이든 내가 행복한 방식을 이뤄낼 테니까. 내 인생이, 갈수록 기대된다.’ 나 또한 그녀의 가는 길에 이 책을 통해 상당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나를 찾아간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만, 제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이거, 갈수록 재밌어집니다.’ 라는 말이 짙은 여운을 남긴다.
이어령 박사는 변화를 위해서는 삼색옷을 입으라고 말했다. 과거를 검색하고, 현재를 모색하며, 미래를 탐색하라고, 그녀가 나에게는 삼색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짧은 삶 속에서 이미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고, 현재를 끊임없이 모험하며, 미래 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그동안 써 내려간 3권의 책 중 어떤 책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물으면 그녀의 대답은 “다음에 나올 책이에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때문에 나는 그녀의 이 책 『인생모험』보다 다음 책에 더 유혹된다. 그녀의 지칠 줄 모르는 『인생모험』에 끝없는 박수를 보내며 『인생모험2』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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