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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순정만화는 내 삶의 반쪽과도 같은 존재였다. 나이가 들고 순정만화보다 더 관심이 가는 흥밋거리들이 많이 생겼지만' 휴덕은 있지만 탈덕은 없다'라는 말처럼 아직도 요즘 무슨 순정만화가 유행하는지 정도는 가끔 확인해보곤 한다. 나만의 가치관과 정서가 채 자리 잡기도 전에 만나게 된 순정만화는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나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순정만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아무튼, 순정만화>가 출간된다는 것을 알고는, 예전에 순정만화잡지 최신호를 사들고 집으로 가던 길에 느꼈던 것과 비슷한 설렘을 느꼈다. 내 경우 어머니께서 어릴 적 만화책을 좋아하셔서 내가 만화 보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반대하진 않으셨다. 하지만 저자의 경우 교사인 저자의 어머님이 수업 교재로도 만화책을 사용하시고 지역 공판장에서 만화를 도매가로 구입하실 정도였다고 하니 저자와 같은 같은 '만화 키드'로써 저 환경을 어떻게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 읽는 내내 부러웠습니다 작가님. 책장을 넘기면서 마주치는 잡지명과 작품명, 등장인물들이 어찌나 반갑던지. 책에 언급된 작품들 중에 모르는 작품이 거의 없었는데, 저자가 순정만화를 접했던 연령이나 시기가 조금만 달랐어도 이만큼 공감하면서 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나, 밍크, 파티, 해피, 이미라, 김진, 로맨스파파, 스위티젬.. 먼 추억속에나 있었던 이름들이 불릴 때마다 그 시절 역시 다시 그려졌다. 만화잡지 한 권에 설레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그 시절이. 정말 그랬다. 이 넓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다양하게 존재하는지 종이 만화처럼 다정하게 알려준 것은 없었다. 베개 밑과 보조가방에 쏙 들어가는 만화책 한 권에는 그 많은 이야기가 칸칸이 펼쳐졌다. BL이나 백합물이라는 장르적으로 고착된 용어가 존재하기 훨씬 이전에, 타고난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사랑의 형태가 있다는 걸 알려준 것도 순정만화였다.(157P) 저자는 그 시절의 순정만화를 불러내면서 작품 속의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의 서사도 언급한다. '그때는 그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돌이켜보면 주체적이고 자신만의 의지를 관철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수없이 지켜봐왔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너무 어렸거나, 혹은 그걸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그들의 힘을 제대로 몰랐다. 그들은 누구보다 특별했고 반짝였는데 말이다. 지금에서라도 그들을 다시 마주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한때 성행했던 대여점과 그곳을 거쳐간 만화들, 시간이 지나 대여점들이 사라지고 유료 웹툰 플랫폼을 이용하는 현재의 풍경을 다룬 부분을 읽다 보니 새삼, 확실히 시대가 변했구나를 느꼈다. 만화를 연재하는 주 플랫폼이 바뀌었기도 하지만, 지금은 대가를 지불하고 만화라는 장르를 소비하는 것이 꽤 당연시되는 환경이 되었다. 예전에 작가들이 대여점의 행태를 언급하면서 본인에게 돌아오는 몫에 대해 이야기하던 때가 떠올라서 기분이 묘해졌다. 그럼에도 그런 힘든 환경에서 좋은 이야기를 그려가는 분들이 많았고, 작품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어떻게든 작가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독자들의 시도들이 있었다. 순정만화 속의 사랑과 연애, 성, 우정, 패션, 유머,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까지 고개를 끄덕거려가며 읽다 보니 내 인생에 있어 순정만화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한때 내 삶의 반쪽과도 같았고, 지금도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좋아하지만, 이 순정만화가 내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막상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너무 좋아했을 땐 어려서 그걸 깨닫지 못했고, 그것의 영향을 깨달을 수 있었을 즈음에는 순정만화라는 존재가 나에게 있어 작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상태였다. 그렇게 내게서도 작은 부분이 되었을 때, 실제로 만화 시장에서의 순정만화가 차지하는 부분도 좁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 세계는 점차 축소되어 지금에 이르렀고, 익숙하던 이름의 작가님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나이를 먹으며 내가 다른 것들에 관심이 많아지고 바빠지면서 만화와 멀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졌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꽤나 슬픈 일이었다. 어린 시절 나도 모르게 나를 형성해왔던 것들과 이별하는 것이었는데도 그때는 그것을 몰랐다. 그래도 아직 순정만화잡지가 발간되고 있고 그곳에 연재 중인 작품들, 웹툰으로 플랫폼을 옮겨 연재하는 작품들을 확인해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예전만큼의 크기는 아닐지라도 어쨌든 이 세계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 시절에 나를 이루던 것들과 영원히 이별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이 세계를 지키려는 모든 이들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그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풍부한 데이터와 편안한 글 솜씨로 즐거운 추억을 곱씹으며 돌아볼 수 있게 해준 저자분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믿음직한 동행을 찾았다면 운이 좋은 것. 하지만 나를 완전하게 채워줄 누군가가 등장하길 바라며 평생을 결핍감 속에 사는 것보단 혼자, 성큼성큼 나아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때로는 푹푹 발목까지 빠지는 모래밭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을 때도 있겠지만 나는 혼자가 되더라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알려준 감정들이 나를 자라게 했으니.(103P)
정말 간만에 꺼내어 본 내 첫 순정만화책 밍크 1995년 11월호.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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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를 보면 나의 십대와 학창시절의 추억들이 스쳐지나간다. 아련한 기억 속에만 있던 만화들이 책 속에서 살아움직이니 책을 읽는 내내 정말 행복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산다고 했던가. 그 말이 나이가 들수록 마음 속에서 깊이 울린다. 노래, 책, 만화 등 지나간 기억들을 소환하는 매개체들이다. 이들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반갑기도 하고, 어느새 이런 나이가 되었나 슬프기도 하다. 무조건 소장각인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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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로 아무튼 시리즈를 처음 접하고 나서 두 번째 구매한 책이다. 만화로 된 표지가 일단 끌렸고, 목차를 살펴보니 작가분 나이도 나랑 비슷해서 동년배 (?) 교감이 될 것 같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생인데, 실제로 어렸을때부터 순정만화를 쉽게 접했고 티비에서도 다양한 만화들을 황금시간대에 방영해주어서 매우 즐겨봤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순정만화들을 통해 적립하게 된 지금의 가치관, 그리고 그때의 추억등을 하나하나 나열해주면서 나를 동시에 그 시대의 추억으로 빠질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지금은 웹툰이 일반적이지만 대여점에서 한 권에 300원주고 빌려봤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 책을 읽고 나서 괜히 뭉클해졌다. |
| 우연히 추천받아 읽게 됐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작품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단순히 작품 소개뿐만 아니라 필자분의 경험이나 전반적인 여성 문학으로서의 역할을 알 수 있어서 조금 더 폭넓은 시각으로 전반적인 흐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변화하는 여성상이나 문학사에 있어 순정만화의 가치가 잘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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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순정만화를 한번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제가 요즘 빠져있는 아무튼 시리즈에 있길래 구매해봤어요 ㅎㅎ 오늘 배송받아서 아직 안 읽어봤지만 순정만화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기대되네요~
그때의 나를 만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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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주말 아침의 루틴이 존재한다. 눈 일찍 뜨기 - 시간 확인하기 - 노래 틀어놓고 다시 잠들기 - 유튜브 하기 - 인스타 하기 - 카톡 하기 - 꾸무정 거리기 - yes 24 주말 쿠폰 받아서 이북 구매하기 - 몇 장 읽기 - 다시 꾸무정 거리기 - 샤워하기 - 책 읽기
내 토요일 아침과 함께 한 오늘의 책은 아무튼 순정만화. 재미있거나 혹은 인상깊은 구절을 소개하려고 한다
- 어른이 된 우리가 더 이상 영원을 믿지 않게 된 우리가 지금도 그 순간을 기억하는 건 그때만큼은 시간이 멈추고 이 세상에 우리밖에 없고 이 순간이 무엇보다 진실되며 꿈 같고 찰나이며 영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면을 상기하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나중에 어떻게 되든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은 진짜니까 괜찮다고... 오지도 않은 미래를 굳이 예측하며 지금의 상황마저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다.
- 부디 그를 지켜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굽히지 않게 좌절하지 않게 그가 만날 사람들이 모쪼록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길 그의 타고난 기민한 천성이 그들에게 잘 받아들여지길. 이런 말은 또 어떤가. 소중한 누군가가 행복하기를 순수하게 기원 할 때 이 대사만큼 간절하고 내 감정에 가까운 표현을 난 아직 만나지 못했다.
- 상당히 당당한 여자아이. 중요한 것은 이런 개인적 특성의 자각이 성적 정체성 즉 남자 가 되고 싶다라든가 난 남자야 등으로 연결되지 않고 유전자적 여성으로서의 자신과 남성적이라고 불리는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 관계에 대한 열망. 누군가와 강렬히 가까워지고 싶고 그 재능이나 매력을 동경하고 그에게 나 역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고 그 사람만이 나의 막연한 공허와 물음표에 답이 되어 줄 것 만 같은 청소년기의 간절한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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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순정만화에 빠지게 되었던 때는 중학생때였다. 그때는 대여점이 있었던 시절이고 대여점에서 만화 월간지를 대여해볼수 있었다. 지금도 단행본. 복간본으로 가지고 있는 만화책들은 그때 읽었던 만화들이다. 학교에 몰래 가져가서 읽다가 가방검사에서 걸려서 뺏긴걸 애원해서 찾아온 기억도 있고 엄마집에가면 그때 사모았던 월간지들이 아직도 있을것이다.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만화를 보며 울고 웃고 감동받아 가슴이 벅차오르던 그 때가 생각나서 한 호흡에 다 읽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