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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잘 두는 편은 아니나, 심심할 땐 온라인 바둑에 접속한다. 오가는 수담(手談) 속에 세상사 삶의 행로가 조금은 보인다. 소탐대실(小貪大失), 부득탐승(不得貪勝), 공피고아(功彼顧我), 세고취화(勢孤取和), 입계의완(入界宜緩)... 비록 알파고 같은 AI에게 인간이 뒤졌다고 하나, 바둑판에서 우주의 질서와 삶의 지혜를 건져 올리던 품격 있는 오락이 바둑이라 하겠다. YES24 리뷰어클럽에 『화점』이란 책이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었다. 화점(花點)은 다 알다시피 바둑판의 기본이 되는 아홉 개의 점이다. 표지도 반상(盤上)에 착수하기 직전의 일러스트였다. 바둑이라는 소재에 이끌려 이리저리 책의 내용을 살펴보니 오민혁이란 분의 웹툰 단편선이다. 생소한 분이지만, 이쪽 분야에서는 상당히 알아주는 작가인가 보다. 신청했고 고맙게도 이렇게 읽게 되었다…. 책에는 여섯 개의 단편 웹툰이 실려 있었다. 1. 화점 / 2. 달리와 살바도르 / 3. 아이스크림 / 4. 룰렛 / 5. 매듭 / 6. 우주어(宇宙魚)... 그런데 이런 그림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단순하면서도 큼직큼직하게 그렸는데, 대본소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그림체하고는 다르지만 나름의 세련미가 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을 듯도 하다만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이를 커버하고도 남는다. 한마디로 최고의 웹툰이다. 1. 화점 / 바둑에 내포된 세계관을 잘 살린 수작이다. 어린 나이에 10관왕에 오른 바둑 천재, 신동, 한국 바둑의 미래로 불리는 박한수! 그는 이기는 것을 즐기고 최고로 치는 오만한 기사이다. 그의 스승과의 바둑왕전에서 승리한 후 "그만 은퇴하시죠."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도 누군가에게 질 그 순간을 두려워한다…. 돌아가신 스승의 집을 찾았다가 그는 스승의 진정한 가르침을 깨닫는다…. 스토리가 참 탄탄하고 여운이 있는 작품이다. ▷ 반상 위의 까만 바둑돌이 점점 우산으로 변하는 설정이나 대상이 점점 축소되는 줌아웃 기법, 빗물이 지붕에서 새는 듯한 물방울과의 대국(자세히 보면 수미상관법이다) 등은 참 신선하다…. ▷ 이 웹툰에 등장하는 바둑 기보는 '옥에 티'다. 작가는 아마 바둑 둘 줄 모르는 분인듯하다. 그래도 내용이 좋아 그냥 넘어간다만... 혹시 수출(?)할 기회가 있다면 조금 고쳤으면 한다…. ![]() ![]()
2. 달리와 살바도르 / 내 취향의 가장 살 떨리는 작품이다. 사이보그와 로봇, 그리고 인간의 구분이 어려운 미래가 무대이다. 달리(남)와 살바도르(여) 커플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오싹하다. 스토리가 탄탄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든다. 이런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내공이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얼개, 컷 뒤에 숨어 있는 은유가 무궁무진한, 말 그대로 명작이다. ▷ 미술가 달리의 이름이 '살바도르 달리'이다. 이 웹툰 속에 (주제와 관련된) 달리의 작품 '기억의 지속'이 걸려 있다는 걸 놓치면 안 된다. 악몽과 근심을 공포로 풀어낸 화가의 작품을 웹툰으로 승화시킨 대단한 역작이다. - ▷ 그리고 로봇견의 이름이 '르네'인데, 아마도 달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가 아닐까 한다. 재밌게도 두 사람은 모두 부인을 사랑하여 종종 작품에 등장시켰다고 한다. ▷ 다 보고 나면 반드시 첫 컷을 다시 봐야 한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일 것이다. 이런 걸 복선이라고 하나 암시라고 하나...
3. 아이스크림 / 작가는 그림에 의미를 아주 잘 숨겨둔다. 이 웹툰도 한 번만 보고는 여러 가지를 놓치게 된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동무(금기어가 되다시피 한 현실이 너무나 아쉽다)는 6·25전쟁의 적으로 마주친다. 그것도 하늘에서…. 1951년 곡산 하늘에서 둘은 물고 물리는 공중전을 펼친다. 친구의 비행기 꼬리를 물고 격발용 방아쇠를 누르려는 그 순간, 아이스크림 모양의 구름을 보고 손을 뗀다…. 그리고 두 비행기는 한참을 조용히 날았다…. ▷ 전투기 디테일이 의외로 정확하다. 한국군의 F-51 무스탕 전투기나 북한군의 야코블레프 Yak-9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만큼 연구를 하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거다. ▷ 유년의 기억을 회상하는 전, 후의 구름에도 숨은 의미가 있었음을 두 번째 볼 때 알았다. 아이스크림 모양의 구름이 남과 북으로 잘려져 있다…. ▷ 버스 번호가 351이다. 이걸 버스 안에서 보면 거꾸로 보이는데... 살짝 뒤틀어보면 ICE 아닌가? 이 사람 정말 대단하네…. ![]() ![]() 4. 룰렛 / 두 사람의 이름은 포우와 도일. 3살 무렵 헤어진 쌍둥이 형제이다. 추리작가 에드가 앨런 포우와 아서 코난 도일의 이미지처럼, 내용은 의외로 상당한 추리가 필요한 지적 게임이다. 섣부른 결론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 드라마 같은 룰렛의 얼개를 확실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분이 있을까? 도박 중독자 포우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그만큼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는 여지를 남긴 수작 중 수작이다. ▷ 도입부에 나오는 원숭이, 개, 새, 사냥꾼의 이야기가 무의미하지는 않을 건데... 그리고 이 스토리의 암시일 텐데... 솔직히 확실하게 이거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 포우가 가진 동전은 양면이 같은 동전이다. "도박에서 속임수를 쓰는 건 당연한 일이다. 들키지 않으면 속임수가 아니니까"... 지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간과하면 안 될 듯…. ▷ 내가 생각하는 스토리는... 포우는 도박으로 딴(?),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을 살해할 걸 예상했다는 거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남자들은 가끔 모든 걸 내려놓는다…. (이하 생략) 5. 매듭 / 우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은 거대한 고독뿐이다(알베르 카뮈)…. 우주탐사선 고르듀스호에서 식물들이 얽혀 구 모양을 이루는 오염이 발생한다. (생김새가 꼭 끈으로 묶은 매듭 같아서 이름 붙인) 매듭균에 감염된 식물들은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매듭 현상'을 일으킨다. 그것은 얽히고설킨 몸짓으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런 발상은 너무나 창의적이다. 도대체 이 작가 뭐지? ▷ 단일 개체의 포유류가 감염되면 매듭균은 순식간에 사멸하지만, 한 공간에 모여 있는 복수 개체가 동시에 감염되면 잠복기를 거쳐 매듭 현상을 통해 완전한 하나의 개체가 된다…. 고독의 개념을 이렇게 해석하다니... ▷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약점을 이렇게 표현하는 작가의 능력이 놀랍다. 6개의 작품 중 가장 소름 돋는 놀라운 작품이다. 작품성 면에서는 압도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6. 우주어(宇宙魚) / 감독의 신임을 한 몸에 받던 프로축구선수 토비는 우주비행사가 꿈인 어여쁜 딸 조이를 사고로 잃는다. 아이를 키워보면 안다. 삶의 희망임을…. 그 상실감이... 말하지 않아도 절절히 전해져 오는 웹툰이다. 우주비행선의 카운터다운에 맞춰 펼쳐지는 회상 장면은 회복을 상징한다. 그의 눈동자에 (아이와 연결되었음을 알 수 있는) 물고기 별자리가 어리면서 그는 일상의 자리로 돌아간다. ▷ 그런데 상실감에 회복이란 것이 있을까? 그저 견뎌낼 뿐이지... ▷ 물고기 별자리는 여러 컷에 등장한다. 참고로 2월 20일 ~ 3월 20일생이 물고기자리이며, 이때 태어난 사람들은 감정적인 부분이 매우 발달하여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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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에서 마주한, 감정을 표현한 그림 이야기들
작가님의 만화는 선이 굵고 명쾌합니다. 그런 선이 굵은 그림으로 시원시원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책 제목도 단편선이라고 했는데 그림보다는 오히려 그림에 담긴 이야기에 중점이 있습니다. 작가님은 머리글에서 "저의 삶 속에서 마주했던, 저를 뒤흔든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시도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표현된 작가의 감정은 "독자와의 공감을 통해 구체적인 형태와 의미를 얻게"되겠지요. 어느 순간에 떠오른 감정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감정을 그림과 함께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순간, 거기에는 한 편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그려집니다.
단편선은 화점 달리와 살바도르 아이스크림 룰렛 매듭 우주어 등 총 6가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각각의 이야기에는 따뜻한 느낌도 있고, 서늘한 느낌도 있으며, 뒤통수를 치는 듯한 반전이 담기기도 하고,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도 있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독자들의 머리를 두들기는 포인트가 존재합니다. 가령 달리와 살바도르에서는 로봇 연인의 이야기를 매개로 이야기의 끝까지 누가 실제 로봇이며 사람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갑니다.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지요. 그리고 그 반전은 툭 튀어나오는 것처럼 그려지지 않습니다. 짧은 그림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충분한 복선이 존재합니다. 이야기의 끝에서는 앞에 나온 복선을 떠올리며 무릎을 탁 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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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화점"에서는 이마가 넓어서 넉넉해 보이는 스승과 1등만 생각하는 천재 바둑기사인 제자가 등장합니다. 오로지 1등만 생각하며 바둑을 두어온 제자에게 스승은 다른 가르침을 알려줍니다. " 세상으로 눈을 돌려보는 거야. 어떠냐? 이 좁은 판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별것도 아니지?"라고 고인이 된 스승이 말해줍니다. 그 스승의 가르침이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통해 바둑판에 그려집니다. 가끔 비온 후 개인 하늘을 쳐다보며 좁은 곳에서 넓은 시야를 가져볼 필요도 있겠지요. 제자를 생각하는 스승의 마음으로 따뜻해지기도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어지는 "아이스크림"도 그런 분위기로 보시면 좋습니다. 남과 북의 비행기 조종사로 나뉜 친구들과 그 친구들이 어릴 적 나누었던 아이스크림 구름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조금은 슬프기도 하고 친구 사이의 우정으로 따뜻해지기도 하는 이야기입니다. 하나 더 생각해보면 다른 이야기와 달리 화점은 흑백 만화입니다. 아마도 바둑돌이 흑과 백이 있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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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다."로 시작하는 "달리와 살바도르"는 반전을 생각하면서 보는 이야기입니다. 로봇 연인을 소재로 과연 누가 로봇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주기도 하고 사랑이란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사랑해"라는 말로 반복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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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서 속임수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들키지 않으면 아무상관 없으니까."라고 맺는 "룰렛"이야기는 작가의 이야기 구성에 감탄하게 만듭니다. 미리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한번 보면서 느끼는 것이 더 좋겠네요. 마지막에 지팡이 장면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장면에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매듭"에서는 고독한 우주인 Jun의 이야기를 해주고, "우주어"에서는 사별한 아이를 잊지 못하는 축구선수 아빠가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실제로 잘 지냈는지는 독자의 상상에 남겨두었습니다.
"저에게 그 의미란,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과 같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작가의 섬 같은 생각들이 바닷물로 이어져 독자와 공감을 이루는 그 순간, 작가의 단편선이 완성되겠지요. 그리고 작가의 이번 단편선은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합니다.
따뜻한 느낌으로 봐도 좋고, 언제 반전이 나올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봐도 좋습니다. 작가의 생각이 담긴 선이 굵은 만화를 그냥 읽어보는 것도 나름 흥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가의 그림 단편선을 보면서 매듭의 우주인 Jun의 대사처럼 "거대한 고독을 호흡하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닫는 것도 괜찮겠지요.
따뜻함, 희망, 반전을 기대하는 추리, 고독에 대한 여운 등 여러 느낌을 갖고 작가와 공감하며 읽기에 괜찮은 그림 단편선 입니다. 번뜩이는 작가의 상상력이 담긴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그림 이야기 책입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정상적인 운영을 못하고 부분적인 개관만 하던 상황에서 모처럼 문을 연 것이 반가워서 들렸다가 빌렸다. 오민혁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다. 다만 표지에 바둑에서 착점을 하는 모습이 보이기에 책을 선택했다. 학창시절에 바둑에 심취했던 추억을 생각하며 펼친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오랜만에 읽는 단편 만화 작품이 반가웠다. 만화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요즘 읽는 작품들은 웹툰에 연재되는 작품 정도다. 웹툰은 대부분 장편이니 단편은 읽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화점」은 첫 번째 작품이고, 바둑을 소재로 한 유일한 작품이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다뤘다기보다는 삶의 의미를 전하는 작품이었다.
“스승님 이제야 알았습니다. 당신이 제게 가르친 것은 바둑이 아니었군요.”
주인공의 독백이 가슴에 와닿았다. 어찌 바둑뿐일까?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세상의 모든 일들이 결국 삶의 이치로 연결되는 것임도 느껴졌다.
둘째, 작가의 깊이를 느꼈다. 여섯 편의 작품들은 마치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는 듯 각각의 개성을 지닌 작품들이었다. 기상천외한 스토리도 흥미 있었지만, 읽고 난 뒤의 여운도 길었다. 반전의 결말도 묘한 충격을 주었고…….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헤어진 뒤에 빈털터리의 노숙자가 된 도일이, 억만장자가 되었지만 불치의 병에 걸린 포우를 만나는 「룰렛」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였다. 도일은 포우와 마지막 게임을 한다. 이기면 포우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지면 다시 노숙자로 돌아가는 것……. 꽃놀이패가 아닌가? 이기면 횡재고, 져도 본전인 게임이다. 결국은 승자가 되고 포우는 약속을 지키지만 다른 함정이 있었으니……. 이래서 횡재를 만났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
셋째, 환상적인 작품들이 흥미 있었다. 현실적인 내용도 있지만, 먼 훗날에나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도 많았다. 지금과 미래의 공통점은 어디에나 갈등이나 비극은 있다는 것이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한 지금이나 과거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미래 역시 그런가 보다. 읽고 나서 먹먹함을 느끼는 작품이 많았다. 고귀한 비극이 아니라, 허탈한 무상이라고 할까?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스토리가 크게 복잡하지도 않은 단편으로 된 만화 작품이다. 초등학생에게는 좀 어려울지 모르지만, 중학생 이상이면 충분히 이해를 할 것이다. 내용이 미성년자에게 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건전한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매력을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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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외의 곳에서 복병을 만났다.
왜냐고? 이 만화를 이렇게 순식간에 읽어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전국이 들썩인다. 이런 와중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책과 함께 버텨내고 있긴 하지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러다가 만난 화점. 순식간에 읽어내곤 책을 읽는 기쁨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아아. 너무 빨리 읽었나...... 벌써 이렇게 내용들이 희미해지면 어쩌나.... 그래서 준비했다. 독서노트! 독서노트에 필기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줄거리 나가신다.
2. 첫번째 작품 「화점」
스승님은 바둑 싸움에서 늘 져준다. 결정적인 한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승님은 그 수를 두지 않고 아름다운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곤 게임에선 져 버린다. 한수는 그런 스승님을 이해 못했다. 그러나 화점이 눈 앞에서 어른 거리면서 뭔가 이상해지면서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스승님의 아름다운 길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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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이 일구던 세상엔 한수가 보지 못하던 더 많은 것들이 있었다라는 야그. 그래, 비록 우리가 코로나라는 비상 사태를 맞이했지만, 그래서 우리는 암울한 현실을 맞이했지만, 이 비극이 끝나는 시점에선 우리에게 더 많은 깨달음이 있기를. 우리의 비극이 철저한 반성을 통해 새로운 세상의 계기가 되기를.
2. 두번째 작품「달리와 살바도르」
살바도르는 달리의 어떤 모습도 사랑한다. 그러나 살바도르는 로봇. 달리는 로봇을 혐오한다. 그러다 결국에는 살바도르를 우연한 기회에 죽이게 된다. 그러나 살바도리의 머리에 피가 나는 것을 보며 놀라는 달리. 살바도르가 죽은 지 한달 후. 살바도로는 달리에게 보낸 메세지에는 살바도르의 거의 모든 몸은 몸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전부 다 로봇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과, 달리 역시 살바도르가 죽은 달리를 본따 만든 로봇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에 충격을 받은 달리. 그러나 살바도르는 로봇인 달리를 사랑할 수 없었다는 슬픈 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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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사람은 사람이 아닌 것은 사랑하기 어렵다.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라면 더더욱. 그 단순한 진리를 여기서 깨닫는다. 아아, 달리도 살바도르도 결국은 실체가 아닌 것들. 그렇게 맞이한 비극. 코로나 역시 실체는 없다. 우리가 사랑할 수 없는 것들
3. 세번째 작품「아이스크림」
공군소령 서봉필은 생을 마감하고 그의 무덤 앞에 오래된 친구 한명이 앉아 있다. 그는 아이스크림과 아이스케키의 차이에 대해 얘기하던 옛날 일을 떠올린다. 아이스케키는 알지만, 아이스크림은 모르든 그. 그는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먼저 간 친구를 원망하기도 하다가 드디어 드디어…… 아이스크리을 먹게 되며, 감격에, 어쩌면, 감회의 순간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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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친구들은 언제 만나든 반갑다. 문제는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 연락처를 몰라서이기도 하고 내가 살던 그곳을 떠나왔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 지나가다 옛친구들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를 생각해 보지만 어쩌면 일순간의 만남에 그칠지도 모른다. 그 이상의 만남은 서로에게 부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에.
4. 네번째 작품 「룰렛」
노숙자였던 도일은 예전에 가족이었다던 어떤 도박중독자의 집에 끌려왔다. 둘은 목숨을 건 내기를 한다. 성냥 다섯개를 그어서 더 많이 켜지거나 더 많이 안 켜지는 쪽 중에서 선택하여 하는 내기. 사내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도일은 목숨을 건다. 그래서 누가 이긴 걸까. 몇 번을 보고 또 보지만 누가 이긴 건지는 자꾸 헷갈린다. 도일이 이긴 것 같기도 하고, 사내가 이긴 거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도박을 좋아하는 그 이상한 사내가 사랑한다던 여인이 둘 중 하나를 죽였다는 사실. 그렇다면, 도일이 대신 죽었다는 말을 해도 되는 걸까. 아니면, 도일이 그 사내가 도박으로 딴 모든 재산을 가지고 그 사내가 죽은 것일까. 눈썰미가 없는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둘은 너무 닮아서. 어쨌든, 도박으로 인해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었다는 사실. 그게 중요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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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과 「우주어」가 있는데, 이 두편은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아서 내용은 생략한다. 다만 전자는 공포물이라면 후자는 슬픈 가족애로 훈훈하면서도 슬픈 마무리를 한다는 사실 정도. 이렇게 해서 순식간에 읽어냈다. 마치 코로나가 순식간에 우리나라를 잠식하듯이 이렇게 순식간에 읽어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의 마음 속에는 너무 바쁜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바쁘게 흘러가던 모든 것이 멈추었다. 어쩌면,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으니, 이번에는 조금 쉬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주변을 철저히 점검해보라는 신의 계시는 아니었는지.
마냥 즐거워할 수도 없는 요즘은, 책을 읽는 시간이 마냥 즐거움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때로는 고통 속에서, 때로는 아픔 속에서, 그렇게 하루하루 흘러가다 보면, 즐거워질 날이 다시 오겠지. 그나마 책이 있기에 위안을 주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뿐. 이렇게 어지러운 틈에 『화점』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코로나가 이젠 정점을 찍었으니, 하루 빨리 내려오기를. 그렇게 바랄 뿐이다.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거북이북스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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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딩파티 프로 바둑 기사는 이세돌하고 이창호 밖에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만화 속 화점의 인물과 동기화되는 인물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주인공이 꼬맹이 시절부터 스승님으로 따르던 인물의 죽음 이후 대국이 주인공에게 어떤 가치의 깨달음을 주는 것으로 볼 때 인간이 무언가 가치로운 것을 알 게 되는 적당한 시점이 결국 스승이 떠난 시점이라는 것이 못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프로 바둑 기사로 비상한 재주를 갖춘 사람일지라도 그 깨달음이 결국 죽음 이후라면 평범하거나 평범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생각해 보다가 이런들 저런들 어찌하리 알 수 없는 세상인데 되는 대로 살다 가는 것으로 족하다 결론을 내립니다. 거기다 지금의 인공 지능 시대가 발발한 시점에서 프로 바둑 기사의 대국과 그 승패가 예전만큼의 가치로 인정 받기 힘든 점에서 스승님이 의도했든 아니었든 아직 살아갈 날이 구만리인 주인공에게 마지막 유산을 남긴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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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점, 오민혁 단편선> 읽을 때 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을 흘러갑니다. 희극을 이렇게 잘 다룰 수 있는 사람 이보다 더 없으리라 믿습니다. 오민혁작가는 그림을 못 그린다는 루머가 있었다. 그림을 잘 그린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잘 전달하기위해 오민혁 작가의 그림이 최고라면 난 그게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화점>의 그림체가 마치 아르미안의 네 딸들같은 그림체라면 굉장히 반감이 들었을것이다. 하지만, 오민혁작가의 그림체가 밋밋했기 떄문에 독자가 보다 그림보다 이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읽는동안 너무너무 행복하고 너무너무 여운이 남았다. 솔직히 부모님을 항상 감사하고, 그들을 항상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다른작품도 훌륭하지만, 난 우주어에서 소름이 돋았다. 부족한 점을 찾는다면, 부족함이 없는 작품에서 부족함을 찾으려하는 ‘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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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점 2. 달리와 살바도르 3. 아이스크림 4. 룰렛 5. 매듭 6. 우주어 (宇宙魚)
총 6장으로 구성된 만화입니다.
원래 네이버에 <오민혁 단편선>으로 2015-2016년도에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단편 연재를 하였는데 마지막 장인 신간 6. 우주어를 포함하여 책으로 나왔네요.
워낙 웹툰을 잘보는지라 이미 알고 있던 인상깊은 만화였는데, 이렇게 나오니 반가울 따름입니다. 웹툰에선 1-5장까지 무료로 보실 수 있어요.
13학번 이시라는데 13학번이 이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라는 놀라움이 절로 나오는 명작이니 시간 나실 때 꼭 보시길 바랍니다! 단편이라 부담없이 볼 수 있어요.
1. 화점
교사와 스승의 차이 비슷한 것 같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죠? 교사는 학교나 학원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고, 스승은 나를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여기 나오는 젊은 프로바둑기사 한수는 어릴 때 부터 신동으로 추앙받았고, 드높아진 자신감은 자만감으로 변해 승리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어른으로 자라납니다. 어릴 때 부터 한수를 봐온 스승님은 그런 한수에게 다른 가치를 알려주려고 하지만, 한수는 스승마저 무시합니다. 스승님이 돌아가신 후, 악몽을 꾼 한수는 자기도 모르게 스승님과 지냈던 옛 집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어떠한 계기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져도 재밌게 하기만 하면 돼!" 제가 늘 하는 말인데, 사실 저도 지면 기분 안좋습니다. "패배자의 변명일 뿐이지" 이기지 못하면 내가 밟아왔던 모든 과정들이 무시당하고, 부정당하게 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승리만을 위한 인생을 살면 너무 피곤하잖아요. 돌을 잠깐 내려놓고 세상을 둘러보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됩니다.
2. 달리와 살바도르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 2개 중 하나입니다.
불쾌한 골짜기 아시나요?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입니다.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혹성탈출 등을 보면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로봇, AI, 동물이 나옵니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적용한 영화죠. (최근 캣츠 영화도 있었지만 캣츠는 그것 땜에 망했죠;) 특히 과학의 발달로 인공지능이 발달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수도 있다는 공포가 제일 큰 것 같아요.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가진다면, 로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감정을 가진다해도 로봇은 로봇인걸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단편이었습니다.
4. 룰렛
가장 인상깊었던 2번 째 에피소드예요. 너무나도 다른 인생을 살고 있던 쌍둥이형제. 내기 도박을 하며 부를 쌓은 '포우'가 3살 때 고아원에서 헤어진 형제 '도일'을 찾아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내기를 합니다. 잘나가는 부자 '포우'가 왜 '도일'을 굳이 찾은걸까요?
에드가 엘렌 포, 아서 코난 도일 모두 추리소설의 대가죠. 그들의 이름을 딴 만큼 한 눈 팔면 함정에 빠져버리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도박에서 속임수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들키지 않으면, 속임수가 아니니까."
5. 매듭
우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은 거대한 고독뿐이다 - 알베르 카뮈 사람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죠.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이는 것은 광활한 까만 우주와 제한된 사람만 만나는 (그것도 친하지도 않은!) 우주탐사선 속에 있다보면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을겁니다. 세상에 나 하나뿐이라면 이렇게까지 외로움을 느끼진 않을텐데, 여럿 속에서 느끼는 고독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집단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 그런 문제를 정말 소름끼치는 방법으로 표현한 작가의 능력이 놀랍습니다.
6. 우주어(宇宙魚)
처음엔 한자 제대로 안봐서 우주의 말(語)인 줄 알았어요. 능력있는 축구선수 토비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딸을 사고로 잃습니다. 그에 따른 상실과, 어떠한 계기로 인한 회복을 다룬 에피소드입니다. 6장은 웹툰에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보시길!
하나하나 깊은 울림을 주는 명작입니다.
짧은 단편에 어쩜 이렇게 긴 여운을 주는 내용을 담았을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작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답니다. 한 번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내 생각나고 한 번 더 읽으면 다시 또 다른 의미로 와닿는 그런 만화입니다. 웹툰으로 1-5장까지 볼 수 있는데도, 곁에 두고 책장을 넘기며 읽을 수 있게 책으로 소장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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