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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말(점點)의 끊임없는 나비효과(1부, 점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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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을 만나기 무섭게 버려질 운명이었던, 가격표가 붙여진 옷의 라벨조차도 이렇듯 나에게 입양 왔는데... 그(라벨)는 『저 불빛들을 기억해』의 책갈피가 되었고, 그렇게 조금씩 詩를 들이마시다 마침내 그 자신도 詩가 될 터였다. 파양罷養조차 두려워할 필요 없는 영원한 내 새끼, 詩갈피를 나는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 주련다.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한때 호랑이 같은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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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을 만나기 무섭게 버려질 운명이었던, 가격표가 붙여진 옷의 라벨조차도 이렇듯 나에게 입양 왔는데... (라벨)저 불빛들을 기억해의 책갈피가 되었고, 그렇게 조금씩 를 들이마시다 마침내 그 자신도 가 될 터였다. 파양罷養조차 두려워할 필요 없는 영원한 내 새끼, 갈피를 나는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 주련다.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한때 호랑이 같은 엄마가 너무 무서워 날 버려 줬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었다. 여장부 같은 엄마는 겁 많고 소심한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 시절, 어느 보육원으로 보내져 자상하고 애정 가득한 양부모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고 나는 바랐었다. 누가 됐든 적어도 우리 엄마보다는 나을 것만 같았던 그녀는 우리엄마가 아니었다. 나를 뺀 내 위아래 자매들의 엄마였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엄마를 찾겠다고 며칠째 봇짐을 싸두고도 나는 영영 가출하지 못했었다.

 

3개의 꼭지마다 풍성하게 채워진 글들을 보니 취사선택이 어렵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글이 없다. 그리하여 최대한 간추려 더 많은 감상을 남기자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이에 나는 점··면 중 시인이 생각하는 에 대한 부연 설명을 인용하고, 이어질 리뷰 구성도 본서의 구성에 따를 것이며, 그에 따라 본 리뷰 역시 총 세 편 중 ‘1, 에 대한 감상만 남기려 한다.

 

오래전 읽었던 칸딘스키의 ··을 다시 들여다보니, ··면은 회화적인 요소의 분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삶의 구도와 역학을 설명하기에도 꽤 적절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점은 가장 간결한 존재의 형태로서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세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점은 스스로 침잠해있기에 자기중심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점은 다른 점과 만나 선이 되려고 한다.”(8)

 

 

1,

 

 

충청도 논산과 서울 아차산 자락에 위치한 보육원을 시작으로 약 20여 년간 보육원에서 지냈던 시인에게 그곳에서의 경험은 각별하다. 이는 원생으로서가 아닌 그녀의 어머니가 보육원 총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로 인해 학교에서는 고아원 패거리로 고아원에서는 총무 딸이라 불리며 그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살아야 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녀에게 부모가 있다는 그 자체였다. 시인은 이를 특혜로 여겼던 아이들에게 시기와 미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유년 시절의 그 특별한 경험이 후에 자신의 기질, 감수성, 삶의 태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각양각색의 보육원생들과 나누었던, 아우성 대던 숟가락의 추억 사이사이 언제라도 풍경으로 뛰어가 사색을 즐기곤 했던 시인을 광주의 무등산도 무척 기다렸던 모양이다. 운림동雲林洞구름과 수풀이란 이름으로 부르기 좋아했던 그녀를 무등산도 진작 알아보았던 것이다. 그곳에서 찾은 의재미술관은 그녀에게 자연이나 와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 운명처럼 자연의 부름에 응답할 수 있었던 시인의 속내를 오만하게 추측하는 이 무례함을 어쩌랴.

구글로 의재미술관을 검색해본다. 기회가 되면 가서 시인이 눈여겨봤다던 허백련 화백의 흑백사진과 화구들도 보고, 임종을 앞둔 화백이 허공에 그렸다던 작품도 감상하고 싶다.

 

119를 불러 담양 작업실 처마 밑에 있던 말벌 집 하나를 해치운 시인은 두 번째 집만은 그냥 두고 말벌들과 공생하기로 한다. 그 비슷한 사건의 경험자로서 너무나 공감되는 처사다. 시인에겐 말벌, 나에겐 모기. 둘 다 한여름에 극성을 부리는 곤충으로 인간에게 적지 않은 해를 끼친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그건 이기적인 우리 인간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가능한 그들의 살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도 조금은 인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른 결혼과 집안 살림, 그리고 남편의 사업 실패로 20대를 힘겹게 보냈다던 시인은 (남편이 있는) 응급실로 가던 중 찬란한 연둣빛에 마음을 홀랑 빼앗긴다. 사랑으로 연결된 가족들의 실패를 목격하고 가난까지 겪게 된 시인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연둣빛은 그러느라 놓쳤던 것들에 대한 성찰을 부추기고 끝내 울음을 자아내기에 이른다.

 

돌멩이와 다 말라버린 폭포, 식물의 줄기나 뿌리의 단면을 보고도, 그것들의 채 들리지 않는 음성마저 발견해내는 시인의 영혼은 온통 에 붙들려 있는 듯하다. 그 발화의 몸부림들이 들려주는 삶의 순간순간을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시인이 가장 충실하게 살아 있는 순간은 만물의 울음소리를 자신의 몸으로 온전하게 실어낼 수 있는 때(63)라고. (이는 직전 서평을 남겼던 시집 사라진 손바닥에도 오롯이 담겨 있다.) 그렇게 말로 시작해 말로 끝맺게 되어있는 삶의 시간성에 대한 사유는 다음의 문장으로도 표출된다. 나는 말에도 부름켜나 나이테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말에는 켜켜이 쌓인 시간성을 느낄 때, 그 말은 한층 깊게 들린다.”(84) 이와 같은 문장들은 말의 일부인 울음소리의 내적 나비효과를 희미하게나마 공감할 수 있는 단서가 되어주었다.

 

1부의 점 이야기는 쓰러진 회화나무의 말로 끝이 난다. 인부들에 의해 베어져 쓰러진 나무들은 생생했던 과거를 소환한다. 죽은 영혼을 흔들어 깨우고 온몸의 감각을 다시 살아나게 할 수 있(91), 바스라지기 직전의 몸과 영혼에게 비는 향기로운 몰약과도 같(91), 죽음에 부식되기 시작한 육체를 더 이상 썩지 않게 해주는 불멸의 안료(93) 빗물을 회상하며, 스스로를 장사 지낼 수 있는 축복도 모든 나무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95) 감사해한다.

 

가장 간결한 존재의 형태인 점은 시인 개인의 분절적 삶을 보여준다. 이제 그 분절적 삶은 그와 동류의 삶을 살아내는 자들과의 연대로 선을 이룰 것이다. “스스로 침잠해있기에 자기중심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점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a*********9 2021.07.15.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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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존재들의 무거움 (3부, 면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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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은 선과 선이 어떤 각도와 방향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그 안정감과 저항력이 달라진다 - ‘점’이 하나의 작은 세계이자 존재의 내밀한 모습을 나타낸다면, 이 점이 다른 점과 맞닿으며 탄생하는 ‘선’은 개체와 또다른 개체의 만남을 의미한다. 또한 제각기 다양한 형태의 선들이 만나 비로소 완성되는 ‘면’은 사회 또는 공동체를 뜻한다.”(8쪽)   나는 원래 지나치게 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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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은 선과 선이 어떤 각도와 방향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그 안정감과 저항력이 달라진다 - ‘이 하나의 작은 세계이자 존재의 내밀한 모습을 나타낸다면, 이 점이 다른 점과 맞닿으며 탄생하는 은 개체와 또다른 개체의 만남을 의미한다. 또한 제각기 다양한 형태의 선들이 만나 비로소 완성되는 은 사회 또는 공동체를 뜻한다.”(8)

 

나는 원래 지나치게 정적인 사람이다 보니 꽤 많이 비활동적이다. 겁 많은 길치와 장롱면허도 거기에 한몫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시인의 인문학적 소양과 전방위적 활동성이다. 당연 예술의 주름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책에 언급한 일화와 그 주인공들도 글로벌하다. 처음 알게 된 십 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광주 비엔날레에서 본 태국 작가의 작품 감성적 기계에 대한 감상은 스웨덴의 어느 생태주의자의 말과 면허 딴 지 5년 만에 운전하게 된 시인의 회상으로 이어진다. 잠시 에민 텡스룀의 말에 대한 그녀의 소견을 들어보자.

 

에민 텡스룀은 자동차라는 물건이 자기 자신의 영토 안에 머물고자 하는 의지와 이 영토 밖으로 움직일 필요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준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인들이 자동차라는 아늑한 자궁으로부터 잠시도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모순된 욕망을 자동차라는 공간이 해결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 말한 감성적 기계처럼 굳이 자동차를 해체하지 않아도 자동차는 이미 충분히 감성적 기계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184)

 

체험과 인문학이 조화롭게 잘 버무려진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가끔 도보여행 인문학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걷는 행위 자체가 자기와 세상 사이의 속도를 조율하는 일이라느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발(228)이라는 문장을 만나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될수록 글감도 무궁무진해진다는 걸 새삼 절감하게 된다. 그걸 알면서도 내내 집콕을 고수하고 있는 나. 여기에 더해진 현 코로나 사태(의 감염에 대한 공포)는 그를 더 오래 지연시키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작가의 말을 통해 짐작한 것처럼 3부 전반부는 죽음(혹은 가치 있는 삶)과 정신의 다이어트에 대한 공유와 연대라는 공동체적 치유가 감상의 주를 이루었다. 미물(풀벌레)의 죽음에서부터 무분별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 은폐 및 조작으로 인해 더 큰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죽음을 목전에 둔 종합병원의 수많은 중환자들은 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후반부는 문명적 편리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자유를 선택한 사람들(자동차 운전보다 걷기를 선택하는 사람들, 노퍽 아일랜드의 불편한 선택’)”과 문학 혹은 시론에 대한 이야기가 간혹 스며든다.

 

위의 부연 설명을 위하여 티베트 승려와 12세기의 철학자이자 의사, 마이모니데스, 자연주의자 헬렌 니어링 부부, 영화 생일(미하일 하네케 감독의 영화) 아무르>, 릴케의 말테의 수기>, 함민복의 그늘 학습과 김응교 시인의 그늘, 스콧 새비지의 책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열자탕문우공이산(愚公移山)’, 중국 고사 영양괘각(羚羊?角)’ 등을 언급하며 이야기는 종횡무진 달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는 현관잡기의 한 구절(“입 속에는 말이 적게, 마음속에는 일이 적게, 밥통 속에는 밥이 적게, 밤이면 잠을 적게(217))절판된 양서들을 선별하여 재출간하는 일(240)이라는 문장이었다. 특히 안타까웠던 건 시인이 책의 한 페이지를 할애할 정도로 그것(절판 양서 재출간)이 얼마나 요원하고 지난한 일인가를 피력한 것이었다. 마지막 한 가지는 본서의 문장들을 발췌하는 것으로 대신해본다.

 

중국의 시론가인 엄우는 창랑시화滄浪詩話에서 영양괘각(羚羊?角)’이라는 고사를 인용하면서 좋은 글이나 문장의 흥취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언어 너머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발자국이 끝난 곳에 영양의 존재가 있듯, 진정한 시는 의미의 한계를 넘어선 곳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영양괘각은 글쓰기의 묘오妙悟한 경지를 비유할 때 쓰이기도 한다.”(252)

 

자신의 결함과 한계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발걸음을 늦추지 않는 것, 나뭇가지에 뿔을 걸고 자는 영양에게서 배워야 할 미덕이다.”(254)

 

70년 만의 폭설로 원주발 광주행 고속버스에 15시간이나 발이 묶여 있었던 경험을 시간별로 기록함으로써 저 불빛들을 기억해는 끝이 난다. 갑작스러운 재난 속에서 혹은 거대한 자연 속에서 너무나 작고 무력한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것과 그 역을 함께 사유해본 시간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묵묵히, 감사하게 버텨내라는 것이겠지. 그렇게, 비로소 면이 되는 것이겠지.

 

집에 들어가기 전 나는 손을 하늘로 뻗어보았다. 손의 온기에 금방 스러지고 마는 눈송이. 희고 차갑고 가볍기 그지없는 그 눈송이 속에 내내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 그 가벼운 존재의 무거움에 대해 무어라 적을 것인가.”(267)

a*********9 2021.07.18.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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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點와 타인의 유대線로 건축된 삶(2부, 선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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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혼란과 자존감 상실로 힘겨운 시간을 탈피하지 못한 나는 타인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는 내내 미성숙한 아이에 머문 듯하달까. 그런 나도 간혹 누군가의 불행이나 비극을 보면 가슴 미어지게 아플 때가 있다. 아이러니한 건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위안을 받고 감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보며 내가 처한 상황과 가진 것들에 대해. 동시에 자책과 죄스러움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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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혼란과 자존감 상실로 힘겨운 시간을 탈피하지 못한 나는 타인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는 내내 미성숙한 아이에 머문 듯하달까. 그런 나도 간혹 누군가의 불행이나 비극을 보면 가슴 미어지게 아플 때가 있다. 아이러니한 건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위안을 받고 감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보며 내가 처한 상황과 가진 것들에 대해. 동시에 자책과 죄스러움도 느낀다. 정작 그들을 위로할 방법은 모르겠기에.

 

점은 스스로 침잠해있기에 자기중심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점은 다른 점과 만나 선이 되려고 한다. 점이 또다른 점으로 움직여 간 궤적이 곧 선인 것이다.”(8)

 

2부에선 선의 세계를 두루 살피며 사유하게 된 점이 점차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장에 갈 때마다 나는 눈과 귀와 코와 입을 활짝 열어놓는다(126) 시인의 이 문장은 시장이야말로 가장 생생한 삶의 현장이자 소박하지만 온기 가득한 타인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장소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선이 되어가는, 역동적인 장소.

 

동학과 민중신학을 공부했던 대학시절, 학생운동과 생명운동, 문학 사이에서 갈등했다던 시인은 이미 고인이 된 장일순 선생을 떠올린다.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그가 남긴 저서의 제목을 보자니, 도가 사상가인 노자 이미지와 겹쳐지며 무위도식 속 청렴한 학자 모습이 풀풀 풍긴다. 시인은 장일순 평전을 통해 다시금 삶과 죽음을 넘어선 대화에 담긴 깊은 이해와 사랑을 헤아리게 된다. 알고 보니, 장일순 선생은 늘 소외되고 핍박받는 민초들과 함께했던 조용한(지도자로서 앞서 나서지 않고 겸양의 태도로 자신을 한 알의 작은 좁쌀이라 낮춰 불렀다고 한다) 민중 운동가였다. 그에 대한 나의 얕은 이해와 무지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풀무원공동체로부터 소로의 월든을 떠올리며 공동체의식을, 산양의 젖을 남겨두는 농부와 시장의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떨이할 기회를 마다한 인디언 양파 장수에게서 넉넉하고 따듯한 마음을, 이사 갈 집에 살았던 부부에게 받은 편지로부터 집의 기억을 공유하는 정을(8월에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거주인 부부의 배려를 부러워하며 읽었다), 감방 동기들 면회를 다닌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수녀님에게서 향수와도 같은 그리움을 느낀 시인은 기차 안 옆자리에 앉은 무례한 여자의 조울증을 알고 나자 그 병은 영혼의 감기 같은것으로 약 잘 먹고 마음을 다스리면 나을 수 있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그녀의 조울증이 나았는지 궁금해 한다. 맡겨놓은 듯 책 한 권 달라는 여자에게 시집을 주었다는 문장과 이후의 문장을 보니, 왠지 그 시간 내가 시인의 뒷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 같으면서 문득 울컥해진다. 시인은 이 감정을 이상한 슬픔이 밀려왔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시문학 동료였던 시인 정지용과 김영랑,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모두 전남 강진을 연상케 하는 인물들이다. 시인은 영랑의 나무와 다산의 나무’ ‘사람은 가도 나무는 남아라는 주제로 그들의 주변 인물들과의 우정과 연대에 얽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특히 (영랑생가의) 은행나무에 올라탄 능소화에 대한 시인의 감상이 나의 시선을 붙들었다. “‘하늘을 비웃는다는 뜻의 능소화처럼 영랑이 은행잎 사이에서 웃고 있는 듯했다(173) 능소화에 그런 뜻이 있는지도 몰랐거니와 은행잎 사이에서 웃고 있을 영랑 시인의 모습이 도저히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고인의 시간을 일부 나눠가진 나무들이 부러웠달까.

 

미국 AMS 출판사에서 발간된 소로 전집 20권 중 7권에서 20권에 그의 45년간의 삶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일기 쓰기를 강요했던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점으로 침체돼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어 읽은 그 시절의 억지 일기가 몹시도 새로웠던 기억이 난다. “이제 무엇을 할 거니? 일기는 쓰고 있니?”(179) 에머슨이 소로에게 묻고 소로로부터 같은 물음을 받은 것 같았다던 나희덕 시인처럼 나도 자문하고 싶다. “그래서 넌 점으로부터 도약했니? 은 될 수 있겠니?”

a*********9 2021.07.1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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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불빛들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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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불빛들을 기억해 : 불이 환하게 켜진 방에서는 창밖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두운 길에서 불 켜진 방으로 바라보면 실내의 풍경이 선명하게 보인다. 행복한 사람에게 타인의 불행은 잘 감지되지 않는 반면, 불행한 사람에게 타인의 행복은 너무 빛나고 선명해 보이는 것도 같은 이치일까. 그런데 불빛 아래 있을 때 정작 자신을 둘러싼 그 빛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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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불빛들을 기억해 : 불이 환하게 켜진 방에서는 창밖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두운 길에서 불 켜진 방으로 바라보면 실내의 풍경이 선명하게 보인다. 행복한 사람에게 타인의 불행은 잘 감지되지 않는 반면, 불행한 사람에게 타인의 행복은 너무 빛나고 선명해 보이는 것도 같은 이치일까. 그런데 불빛 아래 있을 때 정작 자신을 둘러싼 그 빛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불빛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그 시간들이 얼마나 따뜻하고 축복받은 순간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 나는 나의 삶을 살려고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나는 수 많은 사람들과 붉은 서라피를 좋아합니다. 나는 햇빛과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합니다. 나는 페드로와 루이스가 와서 부에노스 디아스라고 인사하며 함께 담배를 태우고, 아이들과 곡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합니다. 이런 것들이 내 삶입니다. 그것을 위해 나는 종일 여기 앉아서 스무 줄의 양파를 팝니다. 그러나 내가 내 모든 양파를 한 손님에게 다 팔아버린다면, 내 하루는 끝이 납니다, 그럼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다 잃게 되지요. 그러니 그런 일은 안 할 것입니다.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힘 :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한계 지점을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확신이 강해지는 반면 반성적 기제는 약해지기 쉽고, 그만큼 독단에 빠질 위험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힘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다.

k****6 2020.04.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