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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얼굴의 배우(니콜 키드먼)가 꽃을 심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일단 반갑다. 그리고, 이어지는 옆집 부인의 저녁초대를 거절하고 남편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그녀 슬픔의 폐쇄성이 보인다. 이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아픈 기억, 슬픔을 아물려고 어떻게 노력하는가, 또는 회피하는가, 분명히 이야기의 중심에는 베카가 있지만 베카 주변 인물들이 지닌 슬픔도 함께 보여준다. 보통 처음에 사건을 제시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황을 정리하면서 영화를 보는 맛이 있다. 왜 저럴? 어떻게 연결될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8개월 전에 4살 된 아들이 집 앞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다. 개를 쫓아가다 그 개를 피하려고 핸들을 꺾은 고등학교 소년의 차에. 베카의 어머니 역시 30살 된 아들, 베카의 오빠를 11년 전에 약물중독으로 잃는다. 우연히 소년을 보고 그를 쫓는 베카에게 그 소년의 아픔도 전해진다. 너무 미안해서 먼저 말을 건넬 수 없던 소년의 표정과 차 속도가 얼마였는지 모르겠다는 말, 그리고 래빗 홀이란 만화. 상처를 잘 극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 베카의 남편 역시 그 소년이 완성된 만화책을 들고 집에 방문했을 때, 엄청난 분노를 보여준다. 뒤쫓아간 베카가 소년과 이야기하며 보여준 마지막 그림은 영화 중간중간 복잡하게 펜으로 그리고 색칠된 것들이 어떤 의미인지 말한다. 저마다의 모습이 한 가정이 된다. 거기에 아빠가 혹은 엄마가 혹은 자녀가 지워진 채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색채로 남은 존재감은 그들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베카가 읽는 <평행 이동>이라는 책의 내용처럼 어디엔가 그 모습으로 누군가 있을 것처럼. 심리상담을 하는 그룹들의 이야기에서 "신이 있다면, 천사가 필요해서 아이들을 데려가는 게 아니라 신이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베카의 말은 <밀양>에서 손바닥이 부서져라 의자에 붙은 물건받침대 부분을 두들기던 여배우 전도연 씨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이 영화는 실수로 어린 나이에 마음의 짐을 짊어진 아이와 만나는 베카를 통해 마지막 장면이 설명된다. 그들의 아이에 대한 상처 또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다가 나중에는 생각이 가끔 나기도 하는 무게감으로 될 것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