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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한국 단편 소설들을 조금씩 조금씩 계속해서 읽게 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수난
이대라는 소설이었다. 일제시대 학도병으로 나가 부상병이 되어 돌아온 아버지와
한국전쟁 때, 학도병이 되어 전쟁을 경험하고 마찬가지로 부상병이 되어 돌아온
아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리를 잃고 돌아온 아들을 보고 화를 내는
아버지가 이해가 되었던 것은 바로 그도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개울물을 건너기 위해서 다리가 불편한 아들을 업는 그 모습은 일
종의 화해와 희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이미지로 나에게 남았다. 그 단편 소설이 생
각나는 영화가 바로 이 범죄소년이었다.
런 이야기들이 아마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갈수록 험악해지는 세상에 우
리가 만나는 범죄의 상당한 숫자가 소년 범죄이고, 그 범죄들은 단지 그들이 아직 미
성년이라는 것 때문에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
들에게 남은 삶이 더 길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자신을 피해자의 입장
에 두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소년 범죄가 아닐까 한다. 실제로 법률용어
라고 하는 이 범죄소년은 그 소년 범죄에 대한 이야기이고, 세대를 넘어 비슷한 상황
을 만나게 되는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수난 이대를 닮은 이야
기는 그 단편소설보다 더 만만치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호자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외할아버지다. 이 소년이 빈집털이에 휘말리면서 그의
삶은 요동을 치게 된다. 단지 조용하게 나름의 삶을 살아보려고 했지만, 이 소년이
이미 저지른 일들이 그가 바라는 삶을 살게 하지 않는다. 소년원에서 1년을 보내는
동안 외할아버지의 죽음과 임신한 여자친구의 가출을 경험하게 되는 이 소년에게
죽은 줄 알았던 엄마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엄마와의 삶은 나름대로 자신이 바라
던 조금은 행복한 삶과 비슷했지만 10대에 자신을 낳았던 엄마와 임신하고 가출한
여자친구가 겹치면서 소년은 다시 한 번 삶의 고비를 만나고 결국은 다시 소년원으
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된
다. 그렇게 소년과 떨어진 여자친구가 자신의 삶을 미리 살았던 소년의 엄마를 만나
고 소년이 돌아오면 같이 살 집을 알아보는 엄마의 모습에서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한 번 살아보려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
게 살았습니다 라는 동화같은 결말은 아니지만 이 영화 범죄소년은 같은 삶의 고비
를 대를 이어 경험하는 엄마와 아들이지만 그래도 다음 세대는 그리고 남겨진 미래
는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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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친구들과 함께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다 소년원에 가게 된 지구(서영주). 그곳에서 선생님의 도움으로 세 살 때 집을 나갔다던 엄마 효승(이정현)을 다시 찾게 된다. 소년원에서 나와 엄마와 함께 살게 되지만, 효승 역시 열일곱 살 때 여행 중 우연히 만난 남자와 관계해 지구를 낳고 지난 십 수 년 동안 그리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다시 만난 모자에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지만, 그래도 둘은 점점 서로를 의지하며 희망을 갖기 시작한다. 지구가 소년원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여자친구와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너무나 빼다박은 아들을 보며 충격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는 엄마와 자신은 엄마처럼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그럴만한 능력도 방법도 갖지 못했던 아들은 좀처럼 교차점을 찾지 못하지만 그렇게 가까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 감상평 。。。。。。。
감독은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의 대다수는 엄청난 범죄자가 아닌 단순한 폭력과 절도의 반복 때문에 들어와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그들이 속한 가정의 여러 문제들이 있다는 것. 이 영화는 그런 감독의 감상에 적극적으로 부합하는 인물상을 그려내고 있다. 요컨대 그 아이들도 일종의 피해자라는 식의 태도다. 정말로 그럴까.
3년 동안 군에 있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했던 공식적인 임무 가운데 하나는 상담이었다. 일명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병사’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신병들이 들어오면 부대에선 그 중에서 한 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같은 이력을 가진 병사들을 뽑아 리스트를 작성한다. 일종의 잠재적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실제로 나중에 군 안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그중엔 대검을 뽑아 들고 소란을 피우던 녀석도 있었고, 죽겠다고 자기 목을 조르던 친구도 있었다) 병사들을 만나보면 대개가 그런 결손가정 출신인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결손가정 출신의 병사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건 분명 아니었다. 즉 깨진 가정은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으나 결정요인은 아니라는 것.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결손가정 출신이라고 해서 그들을 무조건 덮어주거나 나아가 그들이 저지른 일들을 충분히 가능한 일 정도로 치부하려는 태도는 분명 위험하다. 갈수록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는 건 어쩌면 이런 감정적 온정주의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분명 그들은 어리다. 하지만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지 않은가? 세상 어떤 폭력이 ‘단순’하고, 어떤 절도가 ‘평범’한가. 감독은 영화를 통해 그들에 대한 냉혹한 처벌을 가볍게 비판하지만, 정말 문제는 절대적인 빈곤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기를 거부하는 기득권자들과 그들이 만들어 놓은 비틀린 사회구조이고, 정당한 처벌 이후 그들을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와 사회적인 노력의 부재가 아닐까. 반복적인 소년원행을 중단시킬 수 있는 가장 유효한 해결책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본 이정현의 연기는 녹슬지 않았다. 또, 저예산 영화이긴 하지만 작품의 수준은 꽤 괜찮다. 충분히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어주는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