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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적 인식론과 과학의 탐조등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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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 주창자 칼 포퍼의 과학철학 삼부작은 [과학적 발견의 논리](1959), [추측과 논박](1963), [객관적 지식](1972)이다. 40여년 전에 출간된 과학철학의 고전을 이제서야 국역본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미신과 찌라시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서 다시금 객관적 지식에 대한 담론이 조명을 받았으면 한다.   칼 포퍼의 [객관적 지식 - 진화론적 접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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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 주창자 칼 포퍼의 과학철학 삼부작은 [과학적 발견의 논리](1959), [추측과 논박](1963), [객관적 지식](1972)이다. 40여년 전에 출간된 과학철학의 고전을 이제서야 국역본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미신과 찌라시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서 다시금 객관적 지식에 대한 담론이 조명을 받았으면 한다.

 

칼 포퍼의 [객관적 지식 - 진화론적 접근](철학과현실사, 2013)은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상식적 지식이론의 전통을 깨부순다. 전통적인 인식론은 단지 주관적인 의미의 지식만을 탐구해왔지 객관적인 의미의 지식은 소홀히 했다. 이 책에서 포퍼는 진화적 인식론에 근거하여 과학철학의 핵심적 문제들, 즉 귀납, 진리, 객관성, 실재론과 다원론, 결정론과 비결정론, 유전적 이원론 등을 다루면서 객관적 지식의 성립과 성장 가능성을 논증하고 있다.

 

먼저 추측적 지식의 대표적인 논리법인 귀납의 문제를 지적한다. 귀납의 문제는 일명 '흄의 문제'라고 불리는데, 흄이  귀납이 갖는 논리적 문제와 심리적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논리적 문제인 "우리가 경험한 사례들로부터 우리가 경험하지 않는 다른 사례들에로의 추론은 정당화되는가?"에 대해 흄은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리고 심리적 문제인 "논리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합리적인 사람들은 왜 그들이 경험하지 않는 사례들이 그들이 경험한 사례들과 일치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또 믿는가? 즉 왜 우리는 우리가 대단한 신뢰를 하는 기대들을 갖는가?"에 대해선, 관습과 습관 때문이라고 답했다. 포퍼는 귀납 문제를 '경험적 이유'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재진술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포퍼는 상식적 실재론을 지지하지만 상식적 지식이론은 반대한다. 과학, 철학 및 합리적 사유는 모두 상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는 상식을 실재론적 측면과 지식이론적 측면으로 구분한 후 전자는 지지하고 후자는 반대한다. 포퍼는 상식적 지식이론이 '마음의 물통'이라는 잘못된 지식론과 주관주의 인식론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판한다.이는 마음의 빈 서판 이론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포퍼는 지식이론을 마음의 물통이론과 마음의 탐조등 이론으로 구분한다. 포퍼가 지지하는 과학의 탐조등 이론에 따르면, 모든 지식은 우리의 관찰을 포함하면서 이론을 함유하고 있다. 물음이나 가설은 관찰에 선행한다. 관찰은 가설들에 이차적이다. 우리의 지침이 되고 우리를 새로운 관찰 결과로 이끄는 것이 바로 가설이다. 관찰은 가설을 시험하는 역할이다. 만약 가설들이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우리는 새로운 가설을 찾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과학의 목표는 박진(versimilitude)의 증가다. 바꿔 말한다면, 과학의 과제는 부분적으로는 이론적(설명)이며 부분적으로는 실천적(예측과 기술적 응용)이다.

 

포퍼는 주관적 의미의 지식과 객관적 의미의 지식을 구별한다. 진정한 인식론에서 주관주의적 해석은 배제되어야 한다. 객관적 의미의 지식이란 어떤 인식자도 없는 지식이다. 그것은 인식 주관이 없는 지식이다. 포퍼는 물리적 세계(세계1)와 심리적 세계(세계2) 그리고 객관적인 사유 내용의 세계(세계3)를 구분한다. 서구의 전통적인 이해의 방법이 세계2에 대한 주관적인 공감적 이해를 추구한 것이었다면, 객관적 정신의 이론은 바로 세계3을 대상으로 한다. 꿀이 벌의 산물인 것처럼 세계3은 인간의 산물이고 실제로 존재하며 그것을 만든 자와 관계없이 존재하는 자율성을 갖는다.

 

포퍼는 물리적 결정론에 '악몽'이라 부르며 강력히 반대하고 물리적 비결정론을 지지한다. 물리적 비결정론은 물리적 세계의 모든 사건들은 그 모든 극미한 부분들에서는 절대적으로 엄밀하게 미리 결정되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그런데 포퍼는 진화론에 입각하여 퍼스나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순수한 우연이 물리적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는 식의 주관주의적 비결정론은 수용하지 않는다. 여기서 추상적인 의미의 세계가 인간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는 1965년 콤프턴(Compton, 1892-1962)이 구름과 시계의 비유를 사용해 제기한 미결정론 문제로 '콤프턴의 문제'라고 불린다. 포퍼는 진화는 '제어 체계들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을 우연의 영역에 전적으로 귀속시키지 않고 일정한 범위 안에서 자신과 환경을 제어해 가는 자유로운 존재로 규정한다. 또한 유전적 이원론을 내세워 정향 진화 대 돌연변이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포퍼는 환원(reduction)과 창발(emergence)의 문제를 다루면서 좋은 환원과 나쁜 환원을 구별한다. 좋은 환원은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 훌륭한 과학적 설명에 대한 요구사항들을 만족시키는 환원이다. 반면에 나쁜 환원이나 임시방편적인 환원은 문제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며 퇴화적인 문제 전이를 감행하는 환원이다. 창발이란 그것이 물질의 진화 과정에서 어떤 단계에 돋달하면 이전 단계의 상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성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령 모건의 창발적 진화나 베르탈란피의 일반체계이론 등이 대표적인 창발이론이다. 창발된 세계는 낮은 단계를 토대로 하지만 낮은 단계로 환원되지 않는 독자적 성질을 갖는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낮은 단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향적 인과이다.  

z***a 2013.05.31.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