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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기록과 살아있는 이야기 -『화염의 탑』을 읽고 이 작품은 2011년 부산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한·중·일 포럼에서 논의된 이후에 나온 번역본이다. 부산 시와 시모노세키 시는 그간 자매도시로서 오랜 문화교류를 해왔으나 그동안 문학적 교류는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이번에 출간 된 『화염의 탑』은 한국과 일본, 부산과 시모노세키의 자매도시로서 문학적 교류의 결과물이다.
처음 『화염의 탑』을 봤을 때, 로맨틱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표지는 분홍빛에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고 있는 바탕 위로 하얀 탑이 우뚝 서 있다. 물론, 제목 까지 보고 나서는 조금은 역동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화염의 탑』을 처음 손에 잡았을 때, 문득 나는 역사소설을 꽤나 편식해서 읽는 편이구나 싶었다. 사실 역사소설이랍시고 읽은 것은 『칼의 노래』정도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드문드문 『칼의 노래』가 떠올랐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처음 보는 인물을 다룬 『화염의 탑』과는 괴리가 있지만 anyway, 같은 역사소설이니까……. 후루카와 가오루의 『화염의 탑』은 일본 역사 소설이다. 역사 소설을 읽을 때 힘든 점이라면, 소설 전반의 시대적 배경을 잘 알지 못하면 흥미가 떨어지기 쉬운 점이다. 그런 면에서 역사 소설은 초반부를 뛰어넘지 못하면 책을 끝까지 힘든 점이 있지만, 역사적인 맥락만 숙지한 이후에는 소설 주인공과 함께 역사를 함께 읽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칼의 노래』의 경우라면 모르는 사람이 더 이상할 정도이긴 하지만) 『화염의 탑』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일본 역사에 취약한 나로서는 초반 한 챕터를 읽는 시간과 나머지 부분을 읽는 시간이 비슷할 정도였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초반의 역사적 맥락을 숙지한 이후로는 몹시 빠르게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그만큼 흡인력이 높았다.) 『화염의 탑』은 ‘오우치 요시히로’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270여 쪽의 단행본이지만 그의 삶을 조명하는 부분과 역사적인 맥락을 설명하는 부분이 조화롭게 풀어져 있었다. 나같이 일본 역사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이더라도 요시히로가 살고 있는 삶의 배경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이 되어있는 탓이다.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화염의 탑』에 나오는 ‘오우치 요시히로’라는 인물은 아주 생소한 인물이었지만 그의 선조가 백제 왕족의 후손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요시히로는 자신이 백제의 시조인 고高 씨 자손이라 호언한다. 이러한 부분은 작가가 소설적인 재미로 추가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부산과 가까운 야마구치 현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한 기록과 정종에게 보낸 서신이 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막부라는 중앙권력과 충돌한 ‘오에이의 난’을 대비하면서 조선이라는 국외에 망명을 계획한 인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이점 때문일까, 소설 속 등장하는 요시히로라는 인물에게 쉽게 정이 갔다.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렇게 시작한 요시히로의 삶은 이제 막 청년이 된 시기부터 소설은 시작한다. 첫 전장에서부터 그의 삶, 그가 살아온 기록이 소설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낱 글자에 불과했던 그는 후루카와 가오루라는 작가를 만나 하나의 인물로 육화되었다. 『화염의 탑』에서 전쟁에 대한 묘사 부분은 간결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했다. 16살의 나이로 전장을 나가기 시작한 요시히로는 2척 8촌의 검과 3척 1촌의 언월도를 휘두르며 전장에서 살아남은 그의 일대기는 박진감이 넘친다. 또한 그의 인간적인 고민까지도 담아내고 있다. 아버지가 꿈꾸는 삶과 자신의 꿈꾸는 삶을 살아가면서 나타나는 갈등이 과거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역사적인 기록에는 이 인물이 어떻게 기록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종의 상상력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의문도 들었다. 그의 삶은 다사다난 했지만, 자신이 하고자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내 좌우명은 ‘용기를 내서,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하나의 문장이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되는 대로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을 스스로 깨달았을 때만큼 스스로에게 창피한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계속 후회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화염의 탑』을 읽으면서 내 좌우명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러면서 나의 삶도 이처럼 하나의 역사 소설이 되는 건 어떨까. 때때로 상상하면 즐겁지만, 혹은 그저 잊히는 삶을 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조금 이른 걱정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다. 책을 다 읽고난 후, 일본 무사의 일생이란 이런 삶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막부의 시대가 어땠는지,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일본 무사의 삶의 정신은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전쟁의 시대에서 어떤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라던가, 그 시대의 분위기와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부분, 또 당시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도 유추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한 편의 재미난 역사 설명을 요시히로라는 인물에게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일본의 남북조 시대를 살아가는 무사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화염의 탑』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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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화염의 탑"은 고려말~조선초의 일본무장인 오우치요시히로(대내의홍)의 일대기를 다른 작품입니다. 이 책은 나오키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후루카와 가오루의 백제 왕족의 혈통을 주장한 오우치씨 관련 소설중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오우치요시히로는 일본의 무로마치 막부 초기 큰 세력을 떨쳤던 지방호족으로 일본 본토의 서쪽 및 규슈 북부, 교토의 남쪽 일부를 지배하였습니다.
"화염의 탑"은 섬세한 소설형식이라기보단 오우치요시히로의 생애를 빠른 전개로 한 삶의 일대기입니다.
야마나씨와의 전투, 쇼군과의 마지막 전투는 박진감 넘치게 다러지며 정실부인 오미쓰의 호탕한 모습, 유키히메와의 사랑을 다루며 영웅적인 사랑과 전쟁을 묘사합니다.
책은 일본의 남북조시대를 포함한 역사와 용어등을 조금은 알고 있어야 이해가 될것으로 생각됩니다. 삼국지처럼 쉽게 다가가기에는 일본의 관직 및 문화, 지명등은 너무 어려울수 있습니다.
오우치요시히로는 조선과의 교역을 통한 성장등 무역항의 중요성을 아는 시대를 앞서가는 무장이었습니다. 또한 일본무장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백제의 후예라고 주장한 점은 국내 독자들이 요시히로를 좋아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백제의 후예라고 하는 부분은 국내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위한 장사속 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일지.
참고로 대내씨는 쇼군과의 전투후 쇠퇴하다 다시 세력을 키웠으나 1557년 모리모토나리에 의해 멸망합니다. 살아남은 아들은 "풍전"씨로 바꿉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펼치며 삼국지나 대망과 같은 스케일과 박진감 나는 전투를 기대하였으나 요시히로의 삶의 빠른 일대기여서 기대보단 작은 즐거움을 준 점은 아쉬움입니다.
책 제목인 "화염의 탑"은 일본의 3대 명탑이라고 하는 야마구찌 유리광사(루리고우지) 5층탑이라고 불립니다. 섬세함과 호수옆의 아름다움을 지닌 멋진 탑이네요. 첨후한 사진으로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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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화염의 탑』은 무로마치 막부 초기 야마구치山口를 중심으로 니시츄고쿠西中國 일대와 규슈 북부 일부, 이즈미和泉와 기이紀伊에 이르기까지 꽤나 큰 세력을 떨쳤던 지방 호족 오우치 요시히로大內義弘의 생애와 그의 전쟁일대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막연히 오우치 요시히로 하면 일단은 조금 막막한 느낌이 없잖아 들 수도 있겠지만,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임성태자琳聖太子의 후손을 주장하며 조선 제2대왕인 정종과 서신을 주고 받기도 하여, 정종실록에도 기록되어 있는 인물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작가이기도 한 후루카와 가오루의 '화염의 탑'은 이러한 오우치 요시히로의 출신과 관련한 국내독자들의 흥미를 고려하여, 부산-시모노세키 간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번역, 소개된 작품입니다.
규슈탄다이九州探題(규슈일대를 관장하는 지방장관)로 부임한 이마가와 료슌에 물들어 아버지 히로요와의 반목, 아버지 사후 슈고직을 승계,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쓰를 따라 상경, 요시미쓰의 정략에 따른 야마나씨와의 전투, 전공을 인정받아 부여받은 센슈 사카이 일대를 번영시키고, 이후 요시미쓰와의 반목으로 어쩔 수 없이 치르게 된 최후의 전투에 이르기까지 짧고 굵은 오우치 요시히로의 생애가 빠른 전개와 필치로 펼쳐집니다.
크게 세 번의 전투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교토로 진격해 온 야마나씨와의 전투와 마지막 각오를 다지고 돌격한 최후의 전투 장면은 꽤나 처절하고 긴박하며, 박진감 넘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제법 호탕한 정실부인 오미쓰, 교토에서 만나 뜨겁게 불타오른 유키히메와의 정분 등 요시히로의 여인들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도 살짝 가미됩니다.
읽어가는 내내 조금은 우려스럽게 느껴진 생각. 역자와 편집부가 열심히 여러가지 어려운 용어들과 단어들을 잘 번역해 놓았지만, 일본사나 관련 지식에 크게 관심이 없는 평범한 독자에게는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힘든 단어와 용어, 직위와 이름들이 상당히 부담스럽게 다가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작품의 태생적 한계이기에 여기서 뭘 더 손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백제의 후손'이라는 키워드 만으로 이 작품을 대하는 일반독자에게는 제법 상당한 고행이 예상됩니다.
다만 홍보 키워드로 내걸고 있는 '백제의 후손을 자처'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기분이 드는데, 말 그대로 후손임을 주장하고 조선 정종과 서신을 교류했다는 기록 그 자체에서 한 발도 더 내딛지 못한 통상적인 기술과 해석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주장과 기록을 바탕으로 (소설일지라도, 아니 소설이니까) 좀 더 드라마틱하게,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작가의 상상력으로 덧칠하여 좀 더 재미있게 엮어주기를 바랐던 것인데. 겐지냐 헤이시냐를 물으며 시골 출신 호족을 무시하고 농락하는 구게公家들의 도발에 발끈, 겐지도 헤이시도 아닌 백제 왕족의 후손이라고 주장했다 하는 것이 내딛은 한 걸음이라면 한 걸음 입니다. 역시 단순히 '백제의 후손'이라는 키워드 만으로 이 작품을 기대하고 읽는 일반독자에게는 다소 기대가 꺾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본격적인 전국시대가 시작되기 이전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어 좋았고, 제법 익숙한 가문 이름들이 많이 등장해 반갑기도 했습니다. 이마가와今川, 야마나山名, 잇시키一色, 호소카와細川, 하타케야마畠山, 도키土岐, 오토모大友, 모리毛利 등등. 전국시대 관련 작품들을 많이 접한 독자들에게 꽤나 눈에 익은 이름들일텐데, 전국시대에 활약하는 수많은 다이묘와 장수들의 선조 혹은 선대에 해당하는 인물들(비록 잠시잠깐 스쳐지나가는 면면들이기는 하지만)의 모습이 은근히 흥미로웠습니다. 주인공 오우치 요시히로는 말할 것도 없이 후대의 오우치 요시오키大内義興, 오우치 요시타카大内義隆 등을 연상케 합니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한 쇼군 요시미쓰의 언행들, 이마가와 료슌의 속내, 오우치 히로요의 마음 등. NHK사극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清盛》를 보면서 느꼈던 것이기도 하지만, 아리송 가리송 이해안되는 인물들의 마음과 행동들을 과연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보면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일본 사람들 역시 이해안되는 부분이다 라고 할지, 아니면 외국인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 결부시켜도 되는 것인지. 작고 은밀한, 일반적인 행동양식과는 살짝 다른, 그 미묘함에 대하여. 말 그대로 "미묘~".
사실상 7개 구니國를 지배하며 오우치 가문의 부흥기를 이끈 오우치 요시히로. 끝간데 없는 야심과 쇼군 요시미쓰의 음험한 정략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결국에는 부러지고 말았지만, 교토와 중앙을 향해 길고 날카롭게 뻗은 언월도의 서슬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서걱- 베어낸 야망가득하고 풍류넘치는 이야기. 요시히로를 공양하기 위해 세운 오중탑, '화염의 탑'에 빗대어, 화염의 탑 속 가득한 창랑滄浪한 우주에 녹여 담아낸 난세의 화려하고 불꽃같던 사내의 생애. 그 우주란 비단 요시히로 뿐 아니라 뭍 사내들의 뜨거운 마음과 동경이 공존하는, 환하게 불타오르며 태동하는 생명의 파도가 몰아치는 저 먼 이국 어딘가의, 혹은 깊은 가슴 속 어딘가의 작고 거대한, 섬멸하는 한 줄기 '빛의 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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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조선왕조 실록, 특히 조선 초기였던 태조와 정조 실록에는 조선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낯선 이름이 등장한다.
일본 대내전(大內殿)의 다다량(多多良)이 사람을 보내서 토산물을 바쳤다. - 태조 4년
대내전(大內殿) 의홍(義弘)은 투구 1개, 장검(長劍) 1개를 바치고, 대상국(大相國)의 모후(母后)는 나무로 조각한 지장 당주(地藏堂主) 천불위요(千佛圍繞) 1좌(座)와 극히 정교한 견(絹) 10필과 호초(胡椒) 10봉(封)을 바쳤다 - 정종 1년 5월
백제의 후손으로 일본 좌경대부 육주목인 의홍에게 본관과 토전을 주는 일에 대한 의논. - 정종 1년 7월
처음에 왜구(倭寇)가 명(明)나라의 연해(沿海) 지방을 침략하고 우리 나라 풍해도(豐海道)·서북면(西北面) 등지에 이르렀는데, 육주목(六州牧) 고의홍(高義弘)이 군사를 일으켜 쳐서 섬멸한다는 소문을 듣고, 〈왜구로서〉 삼도(三島)의 도적들은 화(禍)가 저희들에게 미칠 것을 두려워하여, 마침내 항복하기를 애걸한 것이다. - 정종 1년 11월
상당히 관심이 가는 인물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백제의 후손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당시 백제는 고구려, 신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본(왜)나라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 했었다. 백제가 멸망할 당시 일본에서 지원군이 올 정도로 말이다.
이 정체모를 인물은 일본에서 떳떳하게 자신은 백제의 후손이라 말하며 조선에 공물을 바쳤다. 또한 조선 역시 이 사람에게 백제의 후계를 뜻하는 고(高)씨 성을 하사했다. 이 인물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 사람은 바로 오우치 요시히로(大內義弘)이란 인물이다.
오우치 요시히로(이하 요시히로)는 일본 남북조시대의 인물로서 오우치 가문 25대 당주다. 요시히로가 태어날 당시 일본의 상황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요시히로 역시 시대에 맞게 치열한 삶을 살게 된다.
책 화염의 탑은 이런 요시히로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처음 책을 받았을때 상당히 호감이 있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백제의 후손, 조선의 호의적이였던 인물 이라는 타이틀이 호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후루카와 가오루라는 사람으로 그의 작품은 처음 접해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첫만남은 설레게 된다. 첫인상이 끝인상이 될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야 중에 하나가 책이다. 그 사람의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되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기호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가들의 대표작을 읽으려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염의 탑은 신선하고 흥미롭다. (그럴 의도가 있지는 않았겠지만) 작가는 충분히 대한민국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했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특유의 애국심은 이런 것에서 쉽게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화염의 탑은 독자들을 책에게 소설 속 주인공인 오우치 요시히로에게 나아가 작가에게까지 쉽게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데 거부감이 크게 들지 않았다.
소설의 구성은 요시히로의 어린시절부터 그의 죽음까지 시간적 흐름에 따라 펼쳐진다. 단 권이기 때문에 그 시간적 흐름속에서 그의 인생의 큰 사건들이 등장한다. 아버지와의 대립, 쇼군과의 만남,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전쟁과 난 그리고 사망... 소설을 읽다보면 요시히로는 참으로 다이나믹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것이 봉건제에 속한 영주들의 숙명이라는 느낌도 받게 된다. 봉건제는 특유의 제도이다. 중심이 되는 군주와 그 주변의 영주들의 미묘한 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특이하기에 하극상, 토사구팽이 이 제도에서는 빈번히 등장하게 된다. 요시히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극상을 겪었고 토사구팽을 당하게 된다.
요시히로는 출전을 두고 아버지인 히로요와 의견차이를 벌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평생의 반목을 낳게 된다. 동생이 자신이 출정한 사이에 자국의 영토내에서 난을 일으키고 그 배후에 아버지가 있었을 정도의 큰 반목이였던 것이다.
남북조 시대의 막부는 아시카가였고 요시히로가 활동할 당시의 쇼군은 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쓰였다. 요시미쓰는 남북조를 통일하고 아시카가의 전성기를 열었던 뛰어난 인물이다. 물론 이것은 역사의 평가이다. 소설속의 요시미쓰는 자신의 권력을 확고하기 위해 다양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쇼군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해가 될 가문들을 이간(離間)시킨다. 대표적인 가문이 야마나 가문이다. 야마나 가문은 당시 육분일중(66개의 나라중 11개를 차지)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거대한 가문이였다. 이런 야마나를 견제하기 위해 요시미쓰는 이간책을 썼고 이에 야마나는 난을 일으킨다. 이른바 메이도쿠의 난이다. 이 난을 계기로 요시히로는 쇼군 요시미쓰의 신뢰를 얻지만 그 신뢰는 오래가지 못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창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야마나 가문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읽으면서 참으로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기에는 작가의 힘이 포함된다. 잘 알지 못하는 일본의 역사, 복잡한 인간관계를 작가는 잘 표현했다. 책의 페이지가 술술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바로 단어의 사용이다. 일본, 게다가 14세기의 역사이다보니 단어를 이해함에 있어 제약이 있다. 지명, 관직, 시대의 특유의 단어 등이 책의 곳곳에 등장한다. 물론 이것이 책의 전반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단지 100%이해하고 싶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는 없다. 작가 역시 이 점을 아쉬워 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롭게 느끼는 부분은 바로 백제의 후손일 것이다. 나를 포함해 이 책을 읽게되는 대부분의 한국 독자들은 이 부분을 손꼽을 것이라 생각한다. 쇼군을 따라 쿄토로 올라간 요시히로는 교토의 귀족모임에서 자신은 백제의 후손이라 말한다. 당시 일본은 겐지나 헤이케를 선조로 삼았다. 그들의 후손이여만 정통성이 있고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떳떳하게 백제의 후손이라 말한 요시히로의 모습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그렇지! 바로 이거야!'란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아쉬운 부분이 생기게 된다. 백제의 후손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책 화염의 탑이지만 백제의 후손이라는 것이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못한다. 그게 그럴것이 백제의 후손, 조선과의 관계가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요시히로는 분명 백제의 후손이라 하였고 그를 바탕으로 조선과는 다른 영주들보다 끈끈한 관계를 유지 했었다. 또한 조선(당시는 고려와 조선의 전환기)과의 무역을 통해 많은 이득을 얻었다. 그것이 그의 세력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즉 그의 삶에서 어느정도 비중을 차지했었도 될 만한 사건과 역사였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기대감에서 나온 생각이다. 작가가 스토리에서는 백제의 후손, 조선과의 관계를 명시하는 것만으로도 요시히로의 삶에서 큰 사건이였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해가 되지만 한국의 독자로서 약간의 욕심이라면 욕심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화염의 탑이라는 제목에 호기심을 가져본다. 작가는 오우치 요시히로라는 이름을 쓰기에는 이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아니였고 다큐보다는 소설로써 요시히로라는 인물을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제목이 화염의 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시히로가 사망하고 나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자 다음 당주인 동생 모리하루가 5층탑을 세우게 되는데 이를 루리코지 5층탑이라고 한다. '화염의 탑은 화려했던 요시히로를 상징하는 탑과 그의 불꽃 같았던 인생을 상징하는 화염의 단어를 붙여 만든 제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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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화염의 탑은 배경은 일본의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이다. 주인공인 오우치 요시히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오우치 씨가 백제 성왕의 셋째아들인 임성태자를 시조로 칭하였다는 점이다. 임성태자는 597년 일본으로 건너가 야마구치현에서 타타라씨(多多良)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훗날 타타라씨→오우치씨가 된다.) 실제로도 1938년 오우치 요시히로가 자신이 백제인의 후손이라는 것을 입증해 달라는 요청을 조선에 보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 정종편에 기록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 정종 1년(1399) 7월 10일]
일본 좌경 대부 육주목 의홍(=오우치 요시히로)이 구주(九州)를 쳐서 이기고 사자를 보내어 방물을 바치고, 또 그 공적을 말하였다. 임금이 의홍에게 토전(土田)을 하사하고자 하다가, 첨서중추원사 권근과 간관의 의논으로 그만두었다. 의홍이 청하기를, “나는 백제의 후손입니다. 일본 나라 사람들이 나의 조상과 나의 성씨를 알지 못하니, 기록을 조사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하고, 또 백제(百濟)의 토전(土田)을 청하였다.
그래서 소설에서도 오우치 요시히로는 막부군의 공격에 대비해 당시 조선국왕이었던 정종에게 영지를 하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이 묘사되었는데, 요시히로는 막부군에 패하더라도 조선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만약 조선이 오우치 요시히로에게 옛 백제의 땅에 영지를 주어 지방호족으로 삼았다면 소설은 또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비록 사카이에서 패하였지만 조선에서 다시 힘을 기른 오우치씨가 세력을 회복하기 위해 대병을 이끌고 조선에서 일본 본토로 상륙하는 장면을 떠오른다. 그때는 오우치씨가 아니라 백제인의 성씨인 부여씨를 깃발에 새기고 위풍당당하게 나아가지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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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치 요시히로의 화염의탑 . 오우치 요시히로라 하면 생소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본인도 그러했다. 책은 백자의 후손이라는 점을 홍보하였는데 그 점에 끌려 가끔 놀러 가는 카페에서 책을 받아서 보게 되었다. 작가는 후루카와 가오루라는 사람으로 나오키상 수상작가라고 하는데 한국에는 첫 출간 작이라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본서의 서문에 부산과 시모노세키 간의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책을 출간 되었다고 적혀있어서 그의 일환으로 소개된 작품인 것 같다. 글은 일본역사물을 자주 접해보지 않은 나로선 초반 역사적 시대상황과 인물에 몰입해서 읽기 어려웠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난위도가 느껴질 것 같다. 글을 읽어 나가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파트씩 조금씩 끊어 읽었다.
내용을 간략히보면 이마가와 로슌을 따라 남조토벌에 참전한다. 요시히로가 공을 세울수록 이마가와 로슌과 대립했던 아버지 오우치 히로요와의 갈등은 깊어져가고, 그러한 상황속에 아버지의 급사로 요시히로가 오우치가의 지도자가 되며 마가와 로슌을 매개로 한 쇼군과의 접촉으로 오우치 요시히로는 중앙정계의 실력자가 된다. 강대한 지방영주들을 제압하기 위해 오우치 요시히로를 활용했던 쇼군은 점차 커져가는 오우치가의 세력에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고, 영지 확대뿐만이 아닌 명과 조선과의 교역도 활용하여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오우치 요시히로 또한 점차 위협과 불안이 부딪힌 것이 오에이의 난이었고, 쇼군이 뺏으려고 생각하고 있던 오우치가의 사카이에서의 최후의 결전에서 사망하게 된다.
읽어가면서 점점 재미있어지는 느낌이였다. 하지만 본인처럼 일본의 지명이나 역사에 어두운 사람이라면 읽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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