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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김학찬 작가. 내가 접한 그의 첫 작품은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고 산문집 <투암기>였다. 폐암4기라는 병과의 싸움 중에도 그가 남기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그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와, 이렇게 글을 유쾌하고도 맛깔나게 쓰는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그의 글은 너무 솔직해서 인간적이었고, 허를 찌르는 듯한 발상 또한 기발했다. 웃다가도 눈물이 났고, 그러다가도 또 다시 웃게 만드는 글재주를 지닌 작가였다.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을 읽다 보니, 첫 작품이 궁금해졌다. 2012년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인 <풀빵이 어때서?>. 책 표지엔 붕어빵 아홉 마리가 제목을 사이에 두고 위 아래로 나란히 줄지어 있다. 붕어빵 명인인 아버지를 둔 주인공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다. 친구들이 대학을 가고 담임 선생님이 설득도 해 보지만, 붕어빵 장사를 평생 직장으로 삼겠다는 그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사람 일이란 내일을 모르는 법. 그에게도 방황의 시기가 찾아오고 일본 여행길에서 처음 먹어 본 타코야끼의 맛을 잊지 못해 그길로 스승을 찾아가 타코야끼 수련생이 된다. 한국에 돌아와 조그만 트럭 안에서 자신만의 타코야끼 사업을 시작했지만, 가업인 붕어빵 장사를 이어가지 않고 타코야끼를 만들고 있는 아들이 아버지에게는 못내 아쉽고 못마땅하기만 하다. 붕어빵과 타코야끼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은 그럴듯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논리로 대화를 이어간다. 물론 대화는 주로 전화통화 내용이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만드는 풀빵?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붕어빵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도 꼬리야. 꼬리부터 먹건 머리 부터 먹건 꼬리가 모든 걸 좌우한다. 머리부터 먹는 사람의 달달해진 입안을 꼬리가 말끔하게 씻든가, 꼬리부터 먹으면서 바삭한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든가.” “아버지, 타꼬야끼는 원형이죠. 모든 게 평등해요. 붕어빵이 갖는 불공평이 타꼬야끼에는 없어요.” 풀빵에 진심인 두 사람의 대화도 재미있지만, 타코야끼 만드는 기술을 배우러 온 현지와 주고받는 열띤 대화도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저희 부모님은 왜 임용시험을 붙지 못하는지 이해도 못하세요. 무슨 고시도 아닌데, 제가 게으르다고만 생각하죠. 다른 사람들도 붙어봐야 고작 교사 되는 거잖아, 연봉이 어쩌고 하면서 붙어도 무시하고, 떨어지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하고 싶은 걸 하라면서 좋은 대학 나와서 교사 하면 문제 있는 사람처럼 보거나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요즘 젊은 사람들 눈 낮출 줄 모른다고 혀 차면서도 자기 아들이 눈 낮추면 그런 데 취직하라고 내가 대학 보냈느냐며 소리 지르는 부모님들이 대부분이잖아요.” 너무나 맞는 말, 웃픈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 자신은 어떤지를 돌아보니 괜히 씁쓸해진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바람이 정말 자식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체면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른 세대가 ‘요즘 젊은 사람’이라고 쉽게 판단하고 일률적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요즘 나이 든 사람들’도 같은 대우를 받게 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주인공이 스승에게 타코야끼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장면에서, 스승은 타코야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이‘라고 말한다. “타코야끼의 차이는, 타코야끼 한알 한알이 갖는 차이를 말합니다. 높고 낮음도 아니며 강하고 약함도 아닙니다. 차이는 차이입니다…여섯알이나 한알이나 모두 타코야끼지만, 한알 한알의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면 다른 종류의 타코야끼 여섯알을 먹게 되는 것입니다.” 타코야끼 맛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두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결코 조화로울 수 없을 것이다. 각자가 지닌 고유함, 그 ‘다름’을 인정할 때 진정한 ‘어울림’이 될 수 있다. “나는 아버지를 같은 꿈을 가지고 조금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아버지는 나를 다른 꿈을 가지고 반대 방향으로 걷는 관계로 생각하셨다.” 작가의 고민이었을까.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박사 과정에 입학하자 다시 쓰고 싶어졌다는 작가의 말. 내 길이 아니라 생각하고 애써 덮어 두려 했지만, 그의 내면에서 꿈틀대는 이야기들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리라. 그렇게 그는 자신만의 ‘조금 다른 길’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가벼운 듯 가볍지만은 않은, 웃고 있지만 마냥 웃고 넘어갈 수만은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풀빵 못지 않게 따끈따끈하면서도 친근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며칠새 아침저녁 공기가 차가워졌다. 바야흐로 붕어빵, 타코야끼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몇 번이나 입맛을 다셨다. 붕어빵이냐, 타코야끼냐. 결론은, 둘 다 먹고 싶다!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