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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라는 문제작으로 유명한 D. H. 로렌스의 소설이다. 『사랑에 빠진 여인들』이라는 제목처럼, 이 소설의 기본 골격은 어슐라와 구드룬이라는 두 자매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에는 어슐라-버킨, 구드룬-제럴드의 사랑 이외에도 버킨-제럴드의 (동성애적) 사랑도 등장한다. 한마디로 매우 전형적이지 않은 '관계'로서의 사랑의 다양한 측면들이 등장하는데, 이 소설의 배경이 세계 1차 대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역사의 소용돌이와 인간들의 감정의 소용돌이가 맞물려 아주 '문제적인' 소설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버킨은 작가인 로렌스 자신이 가장 많이 투영된 인물이어서 이 인물에 집중하여 소설을 읽다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면면을 접하게 된다. 서로 다른 계급의 인물들 (제럴드는 탄광 부호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영을 맡게 된다)과 갈등과 대립, 사랑, 그리고 배경인 탄광촌을 둘러싸고 표출되는 광부들과 탄광 소유주 간의 대립 등등은 당시의 산업자본주의의 실상과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어슐라와 구드룬 역시 1세대 페미니즘 운동의 결실로 등장한 '신여성'들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슐라는 중학교의 교사이고 동생인 구드룬은 런던에서 조각가로 활동하다 고향에 잠시 돌아온 것으로 그려진다.) 그들이 생각하는 사랑과 결혼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어슐라-버킨 커플은 결혼을 하지만 구드룬-제럴드 커플은 결국 결별하고 마는데, '신여성'들의 결혼관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두 자매의 사랑 방식도 극명하게 갈린다. (구드룬과 제럴드의 사랑은 육체적고 파괴적이며 자학과 가학을 오간다.)
그러나 이 네 인물이 기본적으로 당시의 유럽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식들을 통해 로렌스가 당시의 서구 사회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매우 비판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당시의 젊은이들이 서구 문명의 종말의 징후를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 큰 얼개의 사이 사이 세부적으로 매우 상징적이고 인상적이며 아름다운 장면들도 등장해서 거의 900쪽에 가까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잘 읽힌다. (그러나 이것은 쉽게 이해가 된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니 큰 산을 하나 넘은 듯, 로렌스의 실체에 조금 더 다가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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